붉은 실 의원의 응급 처치

2화: 서로 다른 문파의 두 제자
고여진이 눈을 떴을 때, 그녀는 먼저 자기 어깨가 아니라 맞은편 침상을 봤다. 윤태겸은 눈을 감고 있었다. 붉은 실이 두 사람의 손목 사이에서 느슨하게 늘어져 있었다.
“태겸은 살아 있어요?”
“살아 있어.” 온유가 대답했다. “네가 먼저 묻는 줄은 몰랐네.”
“그 사람이 죽으면 제가 한 일이 헛수고가 되니까요.”
“그럼 넌 죽고 싶지 않은 이유가 뭐야?”
여진은 입을 다물었다. “스승님이 제가 먼저 칼을 거뒀다고 알면, 청명곡에서 쫓겨날 거예요.”
“칼을 거둔 게 잘못이야?”
“사문을 배신한 거죠.”
“사문이 시킨 대로 싸우지 않은 게 배신이면, 네가 뭘 지켰는지부터 생각해.”
여진은 대답하지 않고 고개를 돌렸다. 어깨에 감긴 붕대에 피가 조금 배어 있었다. 온유는 손을 들어 상처를 누르지 말라고 경고했다. 여진의 숨이 짧아지자 태겸의 손목에서 붉은 실이 떨렸다.
“그 실을 풀어 주세요.”
“풀면 네 맥과 태겸의 맥을 따로 봐야 해.”
“저는 그 사람 맥을 빌릴 생각 없어요.”
“빌리는 게 아니라 얽혀 있는 걸 확인하는 거야.”
“확인하지 마세요.”
“그럼 독이 퍼져도 괜찮아?”
여진은 이를 악물었다. “그 사람을 살리는 게 제 몫은 아니니까요.”
“네가 정할 수 있는 건 네가 받을 치료야. 태겸을 살릴지 말지는 네가 아니라 내가 정한다.”
그때 문이 열리고 청명곡의 장로 구명숙이 들어왔다. 검은 장삼의 소매는 빗물에 젖어 있었고, 허리에는 여진의 사문 문장이 달린 작은 칼이 매달렸다. 뒤에는 수행자 둘이 따라왔다.
“여진을 데려가겠다.”
“환자가 움직일 수 없습니다.”
“그 아이는 우리 문파 제자다.”
“제자라면 더더욱 상처가 나을 때까지 두세요.”
구 장로는 맞은편 침상을 봤다. “흑산문 아이와 한 방에 둘 순 없어.”
“태겸은 환자입니다.”
“그가 여진을 공격했어.”
“그 사실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어요.”
“검흔이 있는데 무슨 확인이 더 필요해?”
온유는 여진의 붕대를 풀지 않은 채 팔을 살짝 들었다. 어깨의 상처는 바깥에서 안쪽으로 깊어져 있었다. 칼날은 여진의 팔을 내리치다 마지막에 방향이 꺾였다. 태겸의 옆구리 상처도 비슷한 각도로 꺾여 있었다. 두 칼이 모두 마지막 순간에 힘을 멈춘 흔적이었다.
“칼자국만 보면 태겸이 공격했을 수 있어요. 하지만 칼끝은 여진의 쇄골에서 비켜 갔습니다. 그가 힘을 끝까지 밀었다면 여진은 여기 누워 있지 않았을 거예요.”
구 장로는 코웃음을 쳤다. “검술도 모르는 의원이 칼의 의도를 읽나?”
“의도를 읽지 않았어요. 상처의 깊이와 방향만 보고 있습니다.”
“그럼 이건?” 장로는 태겸의 옆구리를 가리켰다. “저 아이 상처는 여진의 칼이 냈다.”
“그럴 수 있습니다.”
“자기 제자도 아닌 자를 감싸는군.”
“누구의 편인지 묻기 전에 환자부터 눕혀야 합니다.”
구 장로가 여진에게 다가갔다. “네가 칼을 거뒀다는 보고가 왔다. 사실이냐?”
여진의 손이 이불 아래에서 주먹을 쥐었다. 태겸의 맥이 빨라지며 실이 팽팽해졌다. 온유는 붉은 실을 손가락에 감아 힘을 눌렀다. “환자에게 질문하지 마세요. 지금 답하면 상처가 벌어집니다.”
“대답하지 않으면 네가 대신하겠다는 거냐?”
“아니요. 저는 대신 말하지 않습니다.”
“그럼 문을 비켜라.”
온유는 침상과 장로 사이에 섰다. “이 환자는 아직 의원 서약 아래 있습니다. 치료가 끝나기 전에 데려가려면 제가 기록한 상태를 그대로 가져가세요. 맥이 다시 끊길 수 있고, 독이 심장에 닿을 수도 있습니다.”
“협박인가?”
“상태 설명입니다.”
구 장로가 수행자에게 손짓했다. 둘이 온유를 밀치려 했다. 태겸이 몸을 일으키려다 신음을 삼켰다. 붉은 실이 당겨지며 여진의 어깨도 흔들렸다. 온유는 태겸의 가슴을 눌러 눕혔다.
“움직이지 마!”
“그 사람을 데려가지 마세요.” 태겸이 말했다.
여진은 눈을 감은 채 대꾸했다. “네가 뭘 안다고.”
“내가 먼저 칼을 들었어.”
온유의 손이 멈췄다. 구 장로도 움직이지 않았다.
“누구한테 들었지?” 여진이 말했다.
“내가 들었다. 장로님이 청명곡을 모욕하라고 했을 때.”
“그건 네가 흑산문 장로의 진맥표를 훔쳤기 때문이야.”
“나는 그 표를 훔치지 않았어. 네가 나한테 던졌지.”
“네가 태우라고 했잖아.”
“둘 다 그 표가 가짜인 걸 알고 있었어.”
구 장로의 수행자가 칼집을 잡았다. 온유는 한 발 앞으로 나섰다. “두 분은 지금도 싸우고 있습니다. 그런데 칼을 들지는 않았네요.”
태겸은 눈을 감았다. “그녀가 내게 표를 보여 줬습니다. 그 안에는 우리 둘 중 하나만 살릴 수 있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그 표를 쓴 건 누구지?”
“모릅니다.”
“왜 훔쳤어?”
“지우려고요.”
여진이 눈을 떴다. “태겸이 그 표를 태우려다 칼을 들었어요. 제가 먼저 막았고, 그가 제 어깨를 쳤습니다. 하지만 그건 밀어내려던 거였어요.”
“그럼 네 상처는?” 온유가 물었다.
“제가 그의 칼을 밀어 내면서 생겼어요. 멈추라고 했는데 그는 듣지 못했어요.”
태겸이 낮게 말했다. “저는 그때 이미 독에 취해 있었습니다.”
구 장로가 말을 자르려 했지만 온유가 손을 들었다. “이제 충분해요. 더 말하면 둘 다 맥이 다시 엉킬 거예요.”
그녀는 붉은 실을 팽팽하게 당겨 태겸의 손목에서 풀었다. 동시에 여진의 맥을 짚었다. 각자 다른 박자로 뛰고 있었다. 환자 둘의 입에서 나온 사실이 맥에 표시되지 않더라도, 그들의 선택은 온전히 그들 말로 남았다.
구 장로는 여진을 데려가는 일을 포기하지 않았다. “의원 서약은 치료가 끝나면 끝난다. 그때는 청명곡으로 와야 한다.”
“제가 직접 판단할게요.” 여진이 말했다.
“사문을 거부하겠다는 뜻이냐?”
“아니요. 제 상처가 나은 뒤에 말하겠다는 뜻입니다.”
장로는 여진의 눈을 살폈다. “네가 그 선택을 하게 만든 자가 누구지?”
여진은 온유를 보지 않았다. 태겸도 보지 않았다. “저예요.”
장로는 더 몰아붙이지 않았다. 수행자들을 데리고 나가며 “치료가 끝나면 보고하라”고 했다. 온유는 문이 닫힌 뒤에도 잠시 길을 막고 서 있었다. 여진은 장로가 돌아오지 않을지 확인하듯 문만 바라봤다.
“방금 말은 취소해도 돼.” 온유가 말했다. “네가 선택한 걸 증명할 필요는 없어.”
“하지만 제가 칼을 거둔 건 사실이에요.”
“그럼 그 사실만 기억해. 다른 사람이 붙인 이름까지 받아들일 필요는 없어.”
태겸은 침상 옆에 놓인 진맥표 조각을 보았다. “그 표를 쓴 사람을 찾을 겁니까?”
“내 스승의 인장이 왜 거기 있는지부터 알아야 해.”
“그 표를 훔친 사람이 저라고 장로님은 말할 겁니다.”
“그럼 네가 직접 말해. 하지만 치료가 끝난 다음에.”
온유는 진맥표를 반으로 접어 약장 아래칸에 넣었다. 그때 문밖에 말 한 필이 멈췄다. 발걸음은 하나뿐이었고, 젖은 옷자락이 바닥을 끌었다. 두 제자가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그보다 먼저 온유는 태겸의 맥이 다시 튀는 것을 느꼈다. 손목의 검은 얼룩이 팔꿈치 안쪽까지 올라오고 있었다. 여진이 말하려다 숨을 멈추자, 태겸의 손가락이 움찔했다. 둘 사이의 실은 느슨했지만, 서로의 호흡을 따라 흔들렸다.
“독이 올라가고 있어.” 온유가 말했다.
“아까는 멈췄다고 했잖아요.” 여진의 목소리가 떨렸다.
“속도가 느려졌다고 했지. 사라졌다고는 안 했어.”
태겸이 고개를 들려 했다. “제 손을 묶으세요. 내공이 올라가면 다시 밀어낼 수 있습니다.”
“네가 몸을 묶으면 더 긴장해서 맥이 빨라져.”
“그럼 어떻게 하죠?”
“네가 직접 말해. 독을 느낄 때 무슨 동작을 했는지.”
태겸은 손목을 내려다봤다. “손을 쥐었습니다. 여진을 밀어내려고. 독이 손등에서 들어왔어요.”
“너는 장갑을 꼈잖아.”
“장갑 안쪽에 가루가 묻어 있었습니다.”
“그걸 언제 알았어?”
“여진을 잡았을 때요.”
온유는 그의 장갑을 살폈다. 안쪽에 검은 가루가 남아 있었다. 그녀는 종이 위에 가루를 털어 물 한 방울을 떨어뜨렸다. 물은 검게 물들지 않고, 가장자리에 은빛 막을 만들었다. 독이라기보다 금속가루가 섞인 약제였다.
“상처를 태우는 독은 아니야. 내공을 밀어 넣으면 반응하는 가루야.”
“누가 이런 걸 만들었죠?” 여진이 물었다.
“내가 알아내야 해. 하지만 너희가 본 사람이 있으면 치료보다 그 이름을 먼저 말해.”
여진이 침상에서 몸을 일으키려다 얼굴을 찡그렸다. 온유는 어깨를 눌러 다시 눕혔다. “지금 일어나면 상처가 벌어져.”
“그 사람을 잡으러 가야 해요.”
“네가 움직이면 태겸도 따라 일어날 거야.”
“제가 말리면 되죠.”
“아까는 서로 못 말렸잖아.”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태겸은 여진을 보지 않았고, 여진은 그를 보지 않았다. 서로를 걱정하는 마음이 같은 방 안에 있으면서도, 먼저 인정하는 쪽이 진다는 듯 굳어 있었다.
온유는 실을 두 사람 손목 사이에 다시 걸었다. 이번에는 팽팽히 당기지 않았다. “누가 만든 가루인지 모를 때까지는 각자 숨을 쉬어. 상대의 맥을 대신하지 마.”
“그게 가능해요?” 태겸이 물었다.
“치료는 가능하게 만드는 일이야.”
그녀는 붉은 실을 끊지 않고 가운데에 매듭을 지었다. 매듭은 두 사람을 연결하는 표시가 아니라, 손목이 서로를 당기지 않게 하는 완충점이었다. 여진의 호흡이 먼저 고르게 되었고, 태겸의 검은 얼룩도 팔꿈치에서 멈췄다.
“손을 풀어.” 온유가 말했다.
태겸은 주먹을 폈다. 손바닥에 깊은 손톱 자국이 네 줄 나 있었다. 여진은 그 자국을 보자 입술을 깨물었다. 온유는 그 표정을 읽었지만 뜻을 묻지 않았다. 두 사람은 아직 각자 말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문틈으로 노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서진의 제자, 백온유가 아직 그 의원에 있느냐?”
온유의 손목에 감긴 붉은 실이 움직이지도 않았는데 저절로 당겨졌다. 그녀는 오래전에 죽은 스승의 이름을 부른 사람이 누군지 알아내기 위해 문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