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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실 의원의 응급 처치3화

붉은 실 의원의 응급 처치

붉은 실 의원의 응급 처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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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스승의 처방전 뒷면

문을 열자 젖은 노인이 문턱에 무릎을 꿇었다. 온유는 그를 부축하려다가, 그의 손에서 오래된 처방전을 보았다. 종이는 얼룩지고 가장자리는 누렇게 바랬지만, 접힌 자국은 스승 장서진이 늘 쓰던 방식이었다.

“그건 어디서 났어요?”

“네 스승이 내게 맡겼다.”

“스승님은 삼 년 전에 돌아가셨어요.”

“알고 있다. 그분이 죽기 전날 내가 찾아왔지.”

노인은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문밖에서 대기하던 수행자들이 무기를 쥐자, 온유는 문을 닫았다. “이 의원에 들어오면 환자가 됩니다. 환자 이름을 말하세요.”

“장서진의 옛 동료, 배문혁이다.”

온유는 처방전을 받아 펼쳤다. 앞면에는 감기와 내상에 쓰는 흔한 약재가 적혀 있었다. 스승의 글씨였다. 하지만 오른쪽 아래에는 붉은 실로 묶인 작은 매듭이 그려져 있었다. 온유가 처음 배운 처방전에서는 본 적 없는 표시였다.

“이걸 왜 지금 가져오셨죠?”

“오늘 밤 두 문파가 다시 싸울 거다. 태겸과 여진을 치료하지 않으면 불씨가 번진다.”

“두 사람은 이미 치료 중이에요.”

“그래서 가져왔다.”

문혁은 처방전 뒷면을 가리켰다. 접힌 종이를 펴자 짧은 문장들이 나타났다. ‘쌍맥은 같은 상처에서 생기지 않는다. 두 사람이 서로의 검을 멈춘 순간, 한쪽의 힘이 다른 쪽의 호흡에 걸린다. 붉은 실로 잇되, 매듭을 세우고 당기지 말 것.’

온유는 종이를 놓을 뻔했다. 자신이 태겸과 여진에게 한 조치와 같았다.

“스승님이 이 방법을 알고 있었다는 뜻인가요?”

“장서진은 처음 만든 사람이 아니야. 두 문파의 싸움을 멈추려 했던 의원들이 오래전부터 써 왔지.”

“그런데 왜 저는 배우지 못했죠?”

문혁은 눈을 내리깔았다. “서진은 네가 의원의 비밀까지 짊어지길 원하지 않았어.”

“그분이 죽은 뒤에 제가 다 짊어지고 있어요.”

그는 반박하지 않았다. 온유는 처방전을 태겸의 침상 곁에 놓았다. 두 제자는 깨어 있었고, 각각 다른 방향을 보고 있었다.

“이 문장을 읽어 봐.”

태겸은 첫 줄을 읽고 눈을 감았다. “내가 여진의 호흡에 내공을 실은 건 맞습니다. 다치게 하려던 건 아니었어요.”

여진은 몸을 움직이지 않았다. “제가 먼저 그 손을 잡았어요. 진맥표를 태우려고 한 게 아니라, 장로들에게 우리가 서로 싸운 게 아니라고 보여 주려 했어요.”

“진맥표는 왜 한 사람만 살릴 수 있다고 적혀 있었지?” 온유가 물었다.

여진은 조용히 입술을 핥았다. “흑산문과 청명곡의 장로들이 같은 협약을 맺었어요. 두 제자의 부상이 같은 날 일어나면, 한 명은 상대 문파에 넘기기로.”

“그 협약을 누가 만들었어?”

“장서진 의원과 우리 문파의 전 의원이 중재했다고 들었습니다.”

문혁이 처방전을 바로잡았다. “서진은 그 협약에 서명하지 않았어. 진맥표의 문구는 다른 의원의 글씨다.”

온유는 종이에 남은 붉은 매듭을 보았다. “그럼 이건 왜 스승님 처방전에 있죠?”

“그분은 쌍맥을 치료한 뒤에 기록을 남겼다. 그 기록을 숨긴 사람이 있었어.”

온유는 문혁의 손을 살폈다. 그의 손등에도 검은 가루가 묻어 있었다. “이 가루를 아세요?”

“진맥표를 만들 때 쓰는 먹에 섞인다. 내공이 닿으면 검게 변하지.”

“누가 섞었습니까?”

“이름을 말하려면 증거가 필요해.”

“왜 지금까지 아무 말도 안 했어요?”

“나는 그 의원의 조수였어. 진맥표를 처음 만든 날, 그 먹을 갈았지.”

온유는 그를 노려봤다. “스승님은 알고 있었나요?”

“알았을 거다. 하지만 내게 책임을 묻지 않았어. 그게 용서였는지, 침묵을 시킨 건지 모르겠어.”

“그럼 오늘도 침묵하려고 오셨어요?”

“오늘은 그럴 수 없다.”

문밖에서 군홧발이 울렸다. 흑산문 장로와 청명곡 사형이 다시 의원으로 들어왔다. 이번에는 병사들이 문혁의 양옆을 잡고 있었다. 강문을 장악한 관군이 두 문파를 한꺼번에 부른 모양이었다. 장로는 처방전을 보자 손을 뻗었다.

“그 종이는 문파의 비밀이다.”

온유가 손을 막았다. “여기 있는 환자들의 치료 기록이에요.”

“문파 간 협약서도 들어 있다.”

“협약서에 환자 한 명만 살리라고 적혔다면 그건 치료 기록이 아닙니다.”

청명곡 사형이 여진에게 다가갔다. “네가 태겸을 살리려 한 게 사실이냐?”

여진은 침상에서 몸을 일으켰다. 상처가 다시 당기며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태겸이 그녀를 붙잡으려 하자 여진은 손을 들었다. “제 몸은 제가 움직입니다.”

그녀는 숨을 고르고 말했다. “제가 태겸의 검을 막았습니다. 장로님이 제게 상대를 베라고 했지만, 그를 죽이면 제가 평생 그 이름을 품고 살아야 할 것 같았어요.”

흑산문 장로가 태겸에게 물었다. “그럼 네가 먼저 칼을 들었다는 것도 사실이냐?”

“예.”

“사문을 욕되게 했군.”

“제가 한 선택입니다. 사문 이름 뒤에 숨기지 않겠습니다.”

온유는 처방전 뒤쪽에 적힌 글을 펼쳐 보였다. “진맥표는 둘 중 한 사람만 살릴 수 있다고 했습니다. 지금 둘은 살아 있고, 같은 상처를 서로에게 떠넘기지 않았어요. 진맥표를 만든 사람이 누군지 찾을 때까지 두 사람은 이 의원에서 치료받습니다.”

“의원이 문파의 재판장인 줄 아나?”

“아니요. 그래서 누구도 제가 정한 판결을 받지 않습니다. 두 사람이 직접 말한 사실만 들으세요.”

문혁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병사들이 팔을 잡았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진맥표의 먹을 간 사람은 나다. 하지만 문구는 내가 쓰지 않았다. 진료 장부에 먹의 무게와 납품 날짜를 적어 두었다.”

양쪽 장로가 서로를 쳐다봤다. 그 눈빛에는 놀람과 계산이 함께 있었다. 온유는 누구 하나를 먼저 고발하지 않았다. “장부를 가져오세요. 쓰인 이름이 있으면 공개적으로 확인하겠습니다. 그 전까지 환자는 치료실에서 나가지 않습니다.”

“문혁도?”

“그분은 제 환자입니다. 손등에 검은 가루가 남았어요.”

문혁은 씁쓸하게 웃었다. “그렇게까지 말해 줄 줄은 몰랐군.”

“당신이 만든 먹을 갈았다는 건 본인이 말했어요. 그 책임은 치료가 끝난 뒤에 묻겠습니다.”

그는 손을 내밀었다. 손등의 가루 자국 아래로 오래된 화상 흉터가 있었다. 온유는 그 자리에 약을 바르고 천을 감았다. 문혁은 아픔을 참느라 턱을 굳혔지만, 손을 빼지 않았다.

“서진은 이 흉터를 보고도 묻지 않았어.”

“스승님은 환자에게 질문하지 않는 분이 아니었어요.”

“처음 만났을 때 나는 그에게 거짓말을 했지. 먹을 갈다 다쳤다고. 사실은 진맥표를 쓰다가 화로에 손을 댄 거였어. 두 문파가 서로의 제자를 바꿔 치료하자는 문장을 내가 적었지.”

“왜 그런 문장을 적었죠?”

“내가 그때는 그게 휴전인 줄 알았네. 한쪽이 먼저 치료받으면 상대가 복수할 거라고 생각했어. 같은 표를 만들면 둘 다 손을 못 댈 거라 믿었지.”

온유는 붕대를 감는 손을 멈췄다. “그 문장 때문에 오늘 두 제자가 서로를 의심했어요.”

“그래서 내가 책임을 져야 한다.”

“기록에 이름을 남기는 것만으로는 책임이 되지 않아요.”

“그럼 뭘 해야 하지?”

“당신이 직접 두 문파 앞에서 말하세요. 이 표를 만든 이유와, 그 선택으로 누가 다쳤는지.”

문혁은 입술을 달싹이다가 태겸과 여진을 바라봤다. “나는 둘 중 하나만 살아야 한다고 적은 적은 없어.”

“그 문장이 표에 있었다는 건 사실이에요.”

“누군가 내 문장을 고쳐 썼군.”

“그럼 누구였는지 찾아야죠.”

“찾으면 그 사람도 말하게 할 수 있나?”

“저는 치료를 할 뿐이에요. 말을 하게 만드는 건 당신들 몫입니다.”

여진이 조용히 말했다. “제가 그 사람을 만나면 먼저 칼을 내놓으라고 할 거예요.”

태겸은 눈을 감은 채 대꾸했다. “그럼 칼을 내놓기 전에 네가 숨을 쉬는지 확인해.”

“네가 그 말 할 자격이 있어?”

“없어. 그래서 먼저 말했어.”

두 사람의 목소리는 여전히 날이 서 있었지만, 이번에는 서로를 찌르지 않았다. 온유는 그들의 손목에 감긴 실을 확인했다. 맥박은 따로 뛰고 있었고, 손끝의 힘은 조금씩 돌아오고 있었다.

두 장로는 문을 막고 있던 병사들을 물렸다. 그들은 진맥표 조각을 가져가려 했지만, 온유는 종이를 두 벌로 옮겨 놓았다. 하나는 자신의 진료부에, 다른 하나는 하린의 기록함에 넣었다. 같은 글을 다른 손이 보관하도록 했다.

태겸과 여진의 맥박은 더는 서로를 당기지 않았다. 온유는 붉은 실의 가운데 매듭을 풀지 않고, 느슨하게 두 손목을 연결했다. 한쪽이 흔들려도 다른 쪽을 끌어내리지 않게.

“이제 치료를 이어갈게.”

“그 뒤에는요?” 여진이 물었다.

“그 뒤에는 네가 돌아갈 문파를 정해.”

태겸은 여진 쪽을 보지 않은 채 말했다. “나도 내 사문에 말할 겁니다.”

“두 사람 다 후회할 수 있어.”

“후회해도 제 선택이에요.”

온유는 처방전을 다시 펼쳤다. 뒷면 맨 아래, 접힌 부분 안쪽에 스승의 글씨가 한 줄 더 있었다. ‘붉은 실을 끊는 사람은 치료한 자가 아니라, 서로를 죄인으로 부르기 시작한 사람이다.’

그 글 아래에는 장서진의 인장이 없었다. 대신 온유가 어린 시절 본 적 없는 작은 이름이 적혀 있었다. ‘백온유, 첫 환자.’

온유는 스승이 자신을 처음 치료한 날부터 이 기록을 남겼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리고 그날의 진맥표를 쓴 사람도 자신에게 가까운 곳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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