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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실 의원의 응급 처치1화

붉은 실 의원의 응급 처치

붉은 실 의원의 응급 처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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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거짓 진맥표

백온유는 진맥표를 읽자마자 종이를 덮었다. ‘한 사람을 먼저 살리고, 다른 사람은 문 밖으로 옮길 것.’ 종이 아래에는 흑산문과 청명곡의 도장이 나란히 찍혀 있었다. 두 문파가 한 장의 진맥표에 같은 지시를 적어 보낸 건 처음이었다.

“누가 쓴 거야?” 온유가 물었다.

의원 문 앞의 심부름꾼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소매 끝에 흑산문의 검은 실이 묶여 있었다. 손등은 여진의 피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

“환자는 둘 다 살아 있어?”

“한 사람은 숨이 붙어 있고, 다른 사람은 맥이 끊겼습니다.”

“누구 맥이 끊겼는데?”

“진맥표에 적혀 있습니다.”

온유는 다시 종이를 펼쳤다. 이름은 태겸과 여진. 둘 다 서른 걸음 밖에 있다는 표시가 있었지만, 맥이 끊긴 쪽은 지워져 있었다.

“이 표를 쓴 사람을 데려와.”

“저는 심부름만 했습니다.”

“그럼 진맥표를 가져온 사람한테 말해. 여기서는 종이가 환자를 대신하지 않는다고.”

그녀는 붉은 실을 손목에 감고 문밖으로 나갔다. 비가 내린 산길에는 두 개의 들것이 떨어져 있었다. 한쪽은 검은 도복의 태겸, 다른 쪽은 푸른 소매의 여진이었다. 태겸은 눈을 뜨고 있었지만 입술이 파랬다. 여진은 의식이 없었고, 왼쪽 어깨에서 피가 흘렀다.

“두 사람을 함께 들여.”

흑산문 수행자는 태겸을 가리켰다. “저쪽은 적입니다. 먼저 치료하면 우리 제자가 죽습니다.”

청명곡 수행자가 맞받았다. “태겸이 먼저 칼을 휘둘렀어요. 여진을 뒤로 미루면 안 됩니다.”

온유는 들것 사이에 섰다. “둘 다 입 다물어. 환자 말고 문파 이름을 한 번 더 부르면 두 사람을 밖에 눕혀 둘 거야.”

태겸이 마른 기침을 했다. “그럼 내가 먼저—”

“너도 말하지 마.” 온유는 그의 목을 눌러 맥을 짚었다. “숨 쉬어.”

그의 맥은 너무 빠르고 얕았다. 온유는 손가락에 감은 붉은 실을 태겸의 손목에 풀어 묶었다. 실은 맥을 따라 미세하게 떨렸다. 그녀는 두 번째 실을 여진의 손목에도 감았다. 여진의 맥은 느렸지만 끊긴 건 아니었다.

“둘 다 살아 있어.”

“진맥표엔 한 명만 살릴 수 있다고—”

“그 종이가 맥을 짚었어?”

온유가 수행자를 노려보자 그는 입을 다물었다. 의원 안으로 환자를 옮기는 동안 태겸의 맥이 한 차례 튀었다. 여진의 손끝이 동시에 떨렸다. 두 실의 박자가 순간적으로 같아졌다가 갈라졌다.

온유는 즉시 여진의 어깨를 눌렀다. “이 상처는 칼에 베인 게 아니야.”

청명곡 수행자가 얼굴을 굳혔다. “검흔이 분명합니다.”

“칼은 피부를 열었지만, 상처가 움직이는 방향이 안쪽으로 향해 있어. 누가 내공을 밀어 넣었어.”

흑산문 수행자가 태겸의 옷깃을 잡았다. “네가 그랬지?”

태겸은 대답하지 않았다. 온유가 그의 손목을 잡아 떼어냈다. “손대지 마. 맥이 또 엉키면 두 사람 다 위험해져.”

“그럼 누가 했습니까?”

“나는 모른다. 맥은 방향을 보여 주지, 가해자 이름을 말해 주지 않아.”

온유는 두 사람을 서로 반대편 침상에 눕혔다. 붉은 실은 가운데 기둥에 감아 놓고, 한쪽 실을 당길 때 다른 쪽 환자의 손목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살폈다. 태겸의 호흡이 가빠지면 여진의 손가락이 오그라들었다. 여진의 어깨를 누르면 태겸의 목이 경직됐다.

“쌍맥이야.”

“그게 무슨 뜻입니까?” 청명곡 수행자가 물었다.

“두 사람의 내공이 한 상처에 얽혔어. 같은 순간에 같은 힘을 쓴 흔적이야.”

“둘이 함께 공격했다는 겁니까?”

“반대야. 서로 밀어내는 힘이 아니라, 하나가 다른 하나를 받친 자국이야.”

온유는 붉은 실을 느슨하게 풀었다. 실이 당겨지자 두 맥의 박자가 다시 갈라졌다. 그녀는 상처에 붙은 옷자락을 조심히 잘라냈다. 여진의 어깨에는 깊은 칼자국이 있었고, 태겸의 옆구리에는 얕은 검상이 여러 개 겹쳐 있었다. 누구의 칼인지 판별할 수 없었다. 하지만 태겸의 손목에는 검은 얼룩이 퍼져 있었다.

“그 손목은 언제 다쳤어?”

“모릅니다.”

“거짓말이야?”

“말하면 여진이 더 위험해집니다.”

“그건 대답이 아니야.”

태겸은 고개를 돌렸다. 온유는 더 캐묻지 않고 검은 자국을 물로 씻었다. 물이 닿자 환자의 맥이 급격히 떨어졌다. 그녀는 손을 멈추고 따뜻한 천으로 덮었다.

“독이야.”

“어떤 독이죠?”

“이름은 아직 모르겠어. 하지만 피를 빼면 안 돼. 상처를 더 열면 맥이 같이 꺼질 거야.”

온유는 약장 아래칸에서 쓴뿌리와 말린 겨자씨를 꺼냈다. 독 이름을 모를 때는 열을 올리는 약부터 쓰지 않았다. 손등으로 태겸의 팔을 만지고, 같은 높이의 여진 손목을 다시 짚었다. 두 사람의 체온은 달랐지만, 붉은 실이 울릴 때마다 태겸의 맥이 잠깐 느려졌다.

“여진의 숨을 맞춰야 해.”

“그 아이가 태겸을 살려야 한다고요?” 청명곡 수행자가 날카롭게 물었다.

“서로 살리려 했던 것 같으니까.”

“그게 어디서 보입니까?”

“태겸의 손목에 독이 번졌는데, 여진의 상처에서는 독이 나오지 않아. 누군가 독을 옮길 힘을 밀어냈어. 지금은 그 힘이 반대쪽 맥과 얽혀 있어.”

“그럼 누가 독을 넣었는지 알아요?”

“아니. 그래서 둘 다 깨어나야 물을 수 있어.”

온유는 태겸의 손가락을 펴서 손바닥을 위로 향하게 했다. 그의 손끝이 차가웠다. 여진의 손은 열이 올랐다. 온유는 두 손목 사이의 실을 풀어 한 바퀴 덜 감았다. 팽팽하던 붉은 선이 느슨해지자 맥박이 다시 각자 다른 박자를 찾았다.

태겸이 갑자기 몸을 일으켰다. “하지 마세요.”

“누구한테 하는 말이야?”

“여진에게 내공을 돌려주지 마세요.”

“이미 돌려준 것 같은데.”

태겸은 이를 악물었다. “그럼 독이 더 퍼집니다.”

“네가 독을 받겠다는 거야?”

“그 애가 내공을 밀어낼 때 손을 대지 못했습니다. 제가 붙잡았으면—”

“그 말을 끝내면 네가 여진을 다치게 한 게 되니?”

태겸은 눈을 감았다. 말하지 않아도 맥이 대답할 거라고 믿는 표정이었다. 온유는 그의 손목에서 손을 뗐다. “맥은 네가 지금 무서워한다는 것만 알려 줘.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네가 말해야 해.”

그는 한참 뒤에야 입을 열었다. “저는 여진을 밀쳤습니다. 칼이 들어오는 걸 봤어요. 그다음은 기억이 없습니다.”

침상 건너편에서 여진의 손가락이 움찔했다. 온유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그녀의 어깨를 고정했다. 상처가 벌어지지 않게 천을 눌렀다. 여진은 눈을 뜨지 않았지만, 입술이 움직였다.

“태겸이… 밀어낸 게 아니야.”

청명곡 수행자가 앞으로 다가왔다. 온유가 팔로 막았다. “지금 깨우지 마세요. 말 한마디 더 하면 상처가 다시 열립니다.”

“하지만 진실을 말하려고—”

“지금은 살아 있는 게 먼저예요.”

온유는 두 침상 사이에 물그릇을 놓고, 붉은 실을 그 아래로 통과시켰다. 물이 흔들릴 때마다 실의 그림자가 겹쳤다. 두 사람의 맥박이 아주 잠깐 같은 박자에 닿았다가 떨어졌다. 그 틈을 잡으려면 누군가 한 사람의 호흡을 늦춰야 했다.

“태겸, 숨을 세어.”

“셋까지요?”

“아니. 네가 두려워지기 전까지.”

“그게 몇 번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럼 모르는 채로 시작해.”

그는 눈을 뜨고 천장을 바라봤다. 하나, 둘, 셋. 네 번째 숨에서 맥이 튀었다. 온유는 손가락을 실에 얹었다. “여진이 그 순간을 기다리고 있어. 네가 숨을 멈추면 그 애 맥도 멈춰.”

태겸은 이를 악물고 숨을 이어갔다. 여진의 어깨에서 번지던 붉은 기운이 조금 옅어졌다. 온유는 쓴뿌리를 우린 물에 천을 적셔 태겸의 손목을 감쌌다. 독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다만 더는 빠르게 올라가지 않았다.

문밖에서 말발굽 소리가 멈췄다. 흑산문 장로와 청명곡 사형이 동시에 의원 안으로 들어섰다. 두 사람은 서로를 보자마자 칼집에 손을 올렸다.

“태겸을 넘겨라.” 흑산문 장로가 말했다. “이 아이는 우리 문파에서 심문해야 한다.”

“여진이 먼저 공격받았으니 흑산문이 책임져야 합니다.” 청명곡 사형이 말했다.

온유는 진맥표를 두 사람 앞에 내밀었다. “두 분 중 누가 이걸 썼습니까?”

“우린 모르는 일입니다.”

“그럼 도장은 누가 찍었죠?”

“문파 인장입니다.”

“인장은 혼자 움직이지 않아요.”

온유는 종이의 아래쪽을 들어 올렸다. 맨 가장자리에 붉은 실이 눌린 자국이 있었다. 실은 환자의 맥을 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표에는 환자 이름을 지운 흔적이 남아 있었다.

“여기 원래 이름이 있었어요. 누가 지웠습니까?”

장로가 진맥표를 낚아채려 했다. 온유는 손을 놓지 않았다. 종이가 둘 사이에서 찢어졌다. 반쪽이 장로의 손에 남고, 나머지는 온유의 손에 있었다. 지워진 이름의 아래 획이 드러났다. 그것은 흑산문도 청명곡도 아닌 청심의원 서진의 옛 인장이었다.

온유는 숨을 삼켰다. 스승은 3년 전 죽었다. 그가 남긴 처방전에는 붉은 실이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다.

“이 표를 제 스승이 썼다고 생각하세요?”

장로는 대답하지 않았다. 청명곡 사형은 칼을 빼려다 여진의 기침 소리에 멈췄다. 환자의 손목에서 붉은 실이 세 번 빠르게 떨렸다. 태겸의 맥도 같은 박자로 흔들렸다.

온유는 찢어진 종이를 접어 품에 넣었다. “둘 다 치료합니다. 누구든 침상에서 환자를 끌어내려 하면 제가 먼저 그 손을 꺾을 거예요.”

문밖의 비가 더 거세졌다. 진맥표를 쓰지 않은 손이 이미 의원 안에 들어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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