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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킹 0위는 퇴근을 원한다2화

랭킹 0위는 퇴근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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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몬스터도 교대가 필요하다

합의한 순서가 시작되자 첫 번째 물통이 문턱을 넘었다. 정우가 손잡이를 받쳐 들고, 다미는 통로를 살폈다. 오르그는 몬스터들을 휴게 구역으로 보내고 있었다. 그때 안쪽에서 금속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한 몬스터가 빈 통을 끌다 넘어졌고, 뒤따르던 두 마리가 본능적으로 몸을 낮췄다. 헌터 쪽에서 방패가 올라갔다.

“무기 내려요!” 다미가 소리쳤다.

팀원은 멈칫했지만 방패를 내리지 않았다. 오르그도 앞으로 나가려 했다. 정우는 교대선 위에 서서 양쪽을 향해 두 팔을 벌렸다. 그 순간 셔터의 경고등이 붉게 바뀌었다. 한쪽이 선을 넘으면 자동 폐쇄가 시작될 상황이었다.

정우는 손전등을 길게 한 번 비췄다. 합의한 중단 신호였다. 다미가 먼저 방패를 바닥에 놓았다. 오르그는 다른 몬스터들을 멈춰 세우고 넘어진 개체를 일으켰다. 발굽 소리가 두 번 울렸다. 공격 신호가 아니라 정지 신호임을 모두가 알게 된 첫 순간이었다.

“발을 다쳤어요.” 오르그가 말했다.

다미는 다시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입구에서 응급 가방을 밀어 넣었다. “사람용 붕대예요. 피부에 맞지 않을 수도 있어요.”

“감아 보는 건 우리가 결정한다.”

오르그가 붕대를 받아 들었다. 그는 다친 동료의 앞다리에 천을 감고, 너무 조이지 않도록 손가락 하나를 사이에 넣었다. 정우는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의료 지원이 필요하다고 느꼈지만, 몬스터의 상처를 사람 기준으로 판단할 수 없었다. 다미도 무기를 든 채 다가가지는 않았다. 그들의 안전 거리를 지키는 것이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물통을 채우려면 오래된 급수관을 열어야 했다. 밸브는 던전 안쪽 벽에 있었고, 손잡이는 녹이 슬어 있었다. 정우는 출구를 잠그지 않은 채 밸브를 돌리면 안쪽 압력이 바뀌는지 알 수 없다고 했다. 오르그가 직접 열겠다고 나섰다. 다미는 위험을 설명했지만, 오르그는 자신의 구역 구조를 자신이 안다고 맞섰다.

“밸브를 조금만 돌려요. 물이 탁하거나 냄새가 나면 바로 닫습니다.” 정우가 말했다.

오르그는 손잡이를 돌렸다. 처음에는 움직이지 않았다. 힘을 더 주자 파이프가 떨리며 녹슨 물이 뿜어 나왔다. 물줄기가 휴게 구역 바닥을 적셨고, 센서 화면의 전력 값이 떨어졌다. 경고음이 울렸다. 정우는 급수 밸브를 닫으려 했지만, 안쪽 압력 때문에 손잡이가 되돌아오지 않았다.

다미는 반대쪽에서 밸브 축을 받쳤다. 오르그가 힘을 주고 정우가 잠금쇠를 걸었다. 금속이 삐걱이며 겨우 멈췄다. 그 사이 통로 센서 하나가 꺼졌다. 정우는 화면만 믿지 말고 사람이 직접 양쪽을 살펴야 한다고 외쳤다. 다미가 헌터 쪽 통로를, 오르그가 몬스터 쪽 통로를 맡았다. 정우는 두 구역 사이에서 시각을 불렀다.

“지금부터 10분. 이상 있으면 즉시 중단.”

이제 물은 받을 수 있었지만, 녹슨 첫 물은 마실 수 없었다. 정우는 빈 통에 버리고 깨끗한 물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자고 했다. 몬스터들은 갈증이 심했지만 오르그는 통을 빼앗지 않았다. 그는 물줄기를 냄새 맡고, 바닥에 고인 물에 손끝을 대어 색을 확인했다. 한참 뒤에야 두 번째 통을 채우라고 했다.

헌터 쪽에서는 팀원이 방패를 회수하러 가자고 재촉했다. 다미는 합의를 지켜야 한다고 막았다. “통신기만 가져오기로 했잖아요.”

“그 방패 없으면 내일 임무에서 위험해져요.”

“오늘 밤에도 위험해질 수 있어요.”

정우는 방패가 놓인 위치를 지도에서 확인했다. 휴게 구역으로 가는 통로와 겹쳤다. 방패를 가져오려면 몬스터들의 휴식 시간을 줄여야 했다. 그는 팀원에게 선택을 맡기지 않고, 오늘의 약속을 만든 쪽이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다미가 그 결정을 지지했다. 팀원은 불만을 삼키고 통신기만 회수했다.

그때 부상 보조원 태식이 문턱에서 어지럼증을 호소했다. 응급실로 가던 중 다시 돌아온 것은 아니었고, 구급대원이 부상 확인을 위해 잠시 들렀다. 그는 몬스터들의 모습을 보고 무전기를 들었다. 다미가 손으로 막았다. “아직 공격은 없어요. 무전을 먼저 보내면 전원이 몰려옵니다.”

정우는 구급대원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들것과 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문턱 밖에서만 대기하고, 어떤 장면도 촬영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구급대원은 자신의 지시 범위를 따져 물었고, 다미가 현장 책임자로 서명했다. 말이 오가는 동안 안쪽에서 누군가 기침을 했다. 정우는 소리의 방향을 확인하고, 휴식 중인 인원이 더 있는지 오르그에게 물었다.

“아직 셋이 통로에 있다. 문이 열리면 이동한다.”

그들은 계획을 바꿨다. 휴식 시간을 10분 더 늘리는 대신 헌터들은 통로에서 물러났고, 구조 장비는 문 밖에 두었다. 오르그가 먼저 지나가며 손을 들었다. 다미는 방패를 든 팀원과 함께 한 걸음씩 뒤로 물러났다. 누구도 약속을 완전히 믿지는 않았지만, 한쪽이 물러서자 다른 쪽도 움직였다.

마지막 몬스터가 휴게 구역으로 들어가자 오르그는 벽에서 낡은 작업표를 떼어 들었다. 종이 가장자리가 손에서 부서졌다. 그는 정우에게 가까이 오라고 했다.

정우는 퇴근 처리 보류 문구를 캡처하고 경비실 전화로 본부에 연락했다. 자동 응답은 관리자 권한 등록을 확인하기 위해 다음 날까지 기다리라고 했다. 야간 근무 종료 시각은 이미 지났다.

“저는 임시 관리자에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시스템은 답하지 않았다. 대신 출입 통제 화면에 던전 내부의 교대 요청이 표시됐다. 헌터 세 명은 출구 가까이에 있었고, 몬스터 여덟은 안쪽에 남아 있었다. 부상자 한 명은 통로 끝에 있었다.

다미는 출구를 열고 들어가겠다고 했다. 정우는 안전 장비를 확인하고, 두 사람의 이동 경로를 나눴다. 그는 다미가 안으로 들어가는 동안 출구를 닫지 않도록 수동 잠금으로 전환했다. 몬스터가 따라 나오는 길은 별도로 표시했다.

“왜 몬스터 쪽 길도 열어 둡니까?”

“나가는 길이 하나뿐이면 마주칠 수밖에 없어요.”

다미는 안쪽에 들어가 팀원을 확인했다. 부상자는 헌터가 아니라 훈련장 보조원이었다. 그는 게이트가 닫힐 때 내부에 남아 장비를 수거하고 있었다. 계약서에는 보조원 한 명이 등록돼 있었지만, 출입 기록에는 두 명이 있었다.

정우는 본부에 인원 누락을 신고했다. 응답은 없었다. 안쪽에서 오르그가 다시 인터폰에 대고 말했다.

“우리도 교대할 시간이 필요하다.”

“출구를 열면 밖으로 나갈 겁니까?”

“우리는 나가지 않는다. 우리 구역에서 휴식할 것이다.”

정우는 몬스터가 거짓말하는지 판단할 수 없었다. 그는 먼저 구역의 도면과 센서 상태를 확인했다. 던전 내부에는 오래된 휴게 구역이 있었지만, 문이 고장 나 열리지 않았다. 문을 열면 몬스터와 헌터가 같은 통로를 지나야 했다.

“휴게 구역을 열려면 전력 차단이 필요합니다.” 정우가 말했다.

“전력을 끄면 감지기가 멈춰요.” 다미가 답했다.

“그래서 사람이 밖에서 수동 감시해야 합니다.”

다미는 부상자를 먼저 꺼내기로 했다. 그녀는 자신의 팀원에게 출구 쪽을 맡기고, 정우가 외부에서 교대 시간을 기록하도록 요청했다. 정우는 각자 이동 시작과 완료 시각을 종이에 적었다. 자동 센서만으로는 사람과 몬스터를 구분할 수 없었다.

부상자가 나오자 다미는 그를 응급실로 보냈다. 그녀는 던전 안에 남은 팀원을 빼내려고 했지만, 팀원은 장비를 두고 올 수 없다며 반대했다. 장비는 길드 소유였고, 수리 비용은 개인에게 청구될 수 있었다.

“사람보다 장비를 먼저 챙기지 않겠습니다.” 다미가 말했다.

“그 장비가 없으면 내일 임무가 취소돼요.”

“오늘 밤 다치면 내일이 없을 수도 있어요.”

정우는 장비 목록을 확인했다. 출구까지 옮겨야 할 장비는 무거운 방패 둘과 통신기 하나였다. 통신기는 전력 차단 전에 회수하고, 방패는 아침에 안전 인력이 들어와 가져오기로 했다. 그는 그 선택을 공략팀과 문서로 합의했다.

정우는 남은 생수 한 병을 태식에게 건넸다. 태식은 몇 모금만 마시고 병을 돌려줬다. “안쪽에도 물이 필요하다고 했죠?” 그는 자신을 구해 준 사람들에게 빚을 지고 싶지 않다며 물을 나누자고 했다. 다미가 그 병을 받아 라벨을 확인했다. 봉인이 뜯기지 않았고 유통기한도 남아 있었다. 정우는 병을 통째로 넘기지 않고, 컵을 찾아 세 사람의 분량을 나눴다. 작은 양이었지만, 누가 먼저 마실지를 정하는 다툼은 멈췄다.

오르그는 몬스터 교대반장을 자처했다. 그가 원하는 것은 출구가 아니라 휴식 구역의 문이었다. 그는 하루 종일 헌터의 공격을 받으며 훈련 대상으로 움직였고, 휴식 시간은 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우는 시스템이 몬스터를 사람처럼 대우하지 않는다는 점을 설명했다.

“그럼 시스템이 못 하는 일을 우리가 정하면 된다.” 오르그가 말했다.

정우는 다미에게 교대선을 제안했다. 몬스터가 휴게 구역으로 이동하는 10분 동안 헌터는 출구 반대편에 머문다. 헌터가 장비를 회수하는 동안 몬스터는 통로를 비운다. 충돌이 생기면 누구든 작업을 중단할 수 있다.

다미는 안전 거리와 중단 신호를 추가했다. 오르그는 몬스터 쪽에서도 두 번의 발굽 소리를 신호로 쓰겠다고 했다. 정우는 약속을 콘솔에 입력하되, 자동 공격 중단 기능은 없으니 물리 감시자를 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휴게 구역의 전원을 내리자 문이 열렸다. 내부에는 낡은 침상과 빈 물통이 있었다. 오르그는 몬스터들을 한 명씩 들여보냈다. 마지막으로 들어가기 전 그는 벽에 걸린 오래된 작업표를 떼어 냈다.

종이에는 훈련장 경비원 이름이 적혀 있었다. 정우의 이름도 있었다. 날짜는 8년 전, 그가 이곳에 처음 근무한 밤이었다.

정우가 그 표를 읽는 순간 콘솔 화면이 깜빡였다. 기록에는 그날 야간 근무자가 한 명 사망했다고 적혀 있었다.

이름은 공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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