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급 스킬만 모아 공략 지도를 그립니다

2화: 약한 스킬 세 개의 합
임소진은 지도에 적힌 점을 따라가지 않았다.
오래된 종이에 ‘빛이 돌아오면 오른쪽’이라고 쓰여 있었지만, 그 빛이 무엇을 비췄는지 알 수 없었다. 던전 안의 반사면은 움직이고, 벽의 윤곽도 바뀔 수 있었다. 소진은 그 표식을 복사한 뒤 미확인으로 표시했다. 길은 걸어서 검증해야 했다.
“정말 우리가 직접 시험할 거야?” 파티장 한찬우가 물었다.
“다른 방법이 있습니까?”
“감지창이 켜질 때까지 기다리자.”
그녀의 스킬 재사용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 있었다. 바닥이 접히는 소리는 멀어졌지만, 입구로 돌아가는 통로는 이미 좁아졌다. 파티원들은 탈출을 원했고, 소진은 그들이 서두르는 마음을 이해했다. 그래도 미확인 표식을 안전로로 바꿀 수는 없었다.
후방의 나예림이 손전등을 들었다. 배터리 표시등은 붉었다. “한 번만 더 켤 수 있어요. 방까지 비추는 건 가능하지만, 돌아올 때는 어두울 수 있습니다.”
“그럼 쓰지 말자.” 찬우가 말했다.
“빛을 아끼면 길을 못 확인해요.” 소진은 지도를 펼쳤다. “반사 스킬과 같이 쓰면 한 번에 좁은 구간을 볼 수 있어요.”
파티 끝에 있던 백기훈은 방패 손잡이를 매만졌다. 그의 F급 스킬은 빛을 표면에서 한 번 굴절시킬 뿐이었다. 넓은 공간에서 쓰면 방향을 잃고, 빛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 했다. 그는 예전에 방패의 반사 효과를 과장해 팔았다는 이유로 길드에서 강등됐다. 사실 효과는 작았지만, 그는 그 사실을 길드 홍보 문구에서 바로잡지 않았다.
“내가 반사각을 잡을게요.” 기훈이 말했다. “예림 씨는 빛을 벽에만 비춰요. 눈에 들어오면 안 됩니다.”
예림은 고개를 끄덕였다. 찬우는 여전히 탐탁지 않은 표정이었지만, 뒤쪽 돌바닥이 내려앉는 소리를 듣고 결국 줄을 잡았다.
소진은 역할을 나눴다. 자신은 지도와 시간 기록, 민재는 바람 방향 확인, 예림은 세 초 빛, 기훈은 빛의 반사. 찬우는 안전선 바깥에서 줄을 유지하고, 위험이 생기면 철수 삼신호를 보낸다. 신호는 빛 한 번, 손등 두드림 두 번, 지도 접기 한 번이었다.
“누가 먼저 하죠?” 민재가 물었다.
“내가 할게요.” 소진은 균열 쪽으로 갔다. “민재 씨 바람은 먼지 한 줌만 움직이면 돼요. 세게 쓸 필요 없습니다.”
민재는 손바닥을 펴고 짧은 바람을 만들었다. 먼지가 벽을 따라 흐르다가, 중간에서 아래로 가라앉았다. 예림이 빛을 켜자 벽면에 좁은 홈이 보였다. 기훈은 방패를 그 방향으로 돌렸다. 빛은 반사되어 홈 끝을 비췄다.
그곳에는 작은 돌판이 있었다. 중앙에 손바닥 크기의 홈이 파여 있고, 둘레에는 금이 가 있었다. 홈 안에는 마른 녹색 이끼가 끼어 있었다. 소진은 그 위치와 방향을 지도에 적었다.
“손대지 마세요. 덫일 수 있어요.”
찬우가 한 걸음 나왔다. “우리가 덫을 찾으러 온 거잖아.”
“확인된 위험과 미확인 구간은 다릅니다. 이건 작동 방식이 안 보여요.”
기훈이 방패 끝으로 바닥을 살짝 눌렀다. 돌판은 움직이지 않았다. 민재가 바람을 낮게 보내자 이끼가 홈 안쪽으로 빨려 들어갔다. 예림의 빛이 그 움직임을 따라갔다. 기훈은 반사각을 조금 틀어 벽 너머까지 빛을 돌렸다.
그 순간 바닥에서 금속 이빨이 튀어나왔다. 첫 번째 시험보다 더 넓은 덫이었다. 방패가 이빨을 막았지만 기훈의 손목이 뒤로 꺾였다. 찬우가 줄을 당겨 그를 안전선 뒤로 끌어냈다.
“기훈 씨!”
“괜찮아요. 손목만 놀랐어요.”
하람이 없었지만, 예림이 손목을 확인했다. 기훈은 손가락을 움직일 수 있었고 붓기는 없었다. 그들은 더 이상 덫을 시험하지 않았다. 소진은 덫의 범위와 방패가 닿은 위치, 작동 순간을 적었다. 덫이 작동한 뒤 홈의 이끼가 사라졌다.
“우리가 스킬을 합쳐서 덫을 연 거네.” 민재가 말했다.
“아니요. 우리가 각자 본 걸 합쳤고, 그 과정에서 덫을 작동시켰어요. 안전하게 해체한 건 아닙니다.”
소진은 지도를 뒤집어 덫이 있는 방향을 붉게 칠했다. 이 구간은 통과할 수 없었다. 찬우가 불평하려 하자, 기훈이 방패의 손목끈을 조이며 말했다.
“그래도 우리가 뭘 모르는지는 알게 됐어요. 그게 다음 선택을 바꾸겠죠.”
그들은 오래된 표식이 가리키는 오른쪽 길 대신, 왼쪽 벽에 난 좁은 틈을 살펴보기로 했다. 민재의 바람은 틈으로 들어갔다가 돌아 나왔다. 바람이 안쪽에서 막힌다는 뜻이었다. 예림의 빛을 아끼기 위해, 소진은 감지창을 다시 기다렸다.
재사용 시간이 끝나자 그녀는 능력을 켰다. 11초 동안 흐릿한 윤곽이 드러났다. 왼쪽 틈 뒤에는 빈 공간이 있지만, 바닥이 끊겨 있었다. 오른쪽 길은 폭이 넓었지만 천장이 낮고, 그 끝에 움직이는 그림자가 있었다.
감지창이 꺼졌다. 소진은 시간을 기록하고, 지도에 오차 범위를 표시했다. 능력이 보여 준 건 벽과 빈 공간뿐이었다. 몬스터의 위치나 통로의 안전성은 알려 주지 않았다.
“왼쪽 틈은 건널 수 없고, 오른쪽에는 뭔가 있어요.”
“그럼 오른쪽으로 가자.” 찬우가 말했다.
“어떻게 지나갈지 정해야 합니다.”
예림은 빛을 더 아껴야 한다고 했다. 기훈은 반사각을 벽에만 두고, 민재는 바람으로 먼지를 밀어 통로의 움직임을 볼 수 있었다. 찬우는 방패로 앞을 막으며 천장과의 간격을 재기로 했다. 그들의 약한 능력은 한 번에 모든 정보를 만들지 못했다. 대신 각자 맡은 작은 정보를 다음 사람에게 건넸다.
통로 안쪽에서 낮은 울음소리가 들렸다. 그림자는 보이지 않았지만, 공기가 한 번 흔들렸다. 민재가 바람을 쓰려다 멈췄다. 소진은 그가 자원을 아끼려는 걸 알아차렸다.
“지금 써 주세요. 먼지 방향만 확인하면 됩니다.”
그는 손바닥을 짧게 밀었다. 가벼운 먼지가 오른쪽으로 날아가다 벽에 부딪혀 아래로 떨어졌다. 기훈의 방패에서 반사된 빛이 떨어진 먼지 너머로 움직였다. 통로 중앙에 낮은 홈이 하나 더 있었다.
“앞으로 세 걸음만 밟지 않으면 됩니다.” 소진이 말했다.
찬우가 방패를 홈 위에 걸쳤다. 파티는 가장자리를 따라 지나갔다. 예림은 빛을 세 초 켜고 곧바로 껐다. 어둠이 내려왔지만, 모두 줄을 잡고 있었다. 소진은 마지막 사람이 건너갈 때까지 지도를 접지 않았다.
통로 끝에서 작은 문이 열렸다. 문 너머에는 손바닥만 한 수정이 박힌 방이 있었다. 수정은 일정하게 깜박였지만, 그 아래에 누군가 다녀간 발자국이 남아 있었다. 발자국은 출구 방향과 반대로 향했다.
“이전 탐사자가 안쪽으로 갔나?” 예림이 물었다.
“발자국만으로는 몰라요. 돌아온 자국이 없는 건 분명합니다.”
소진은 그 흔적을 표시하고, 파티가 지나온 길을 돌아봤다. 덫을 피했지만, 다시 돌아갈 경로는 아직 완전히 확정되지 않았다. 한쪽 통로가 무너질 수 있고, 감지창은 다시 켜지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했다.
찬우는 소진의 지도에 자신의 이름을 적어도 되느냐고 물었다. 그는 파티장의 지시가 틀릴 수 있다는 걸 인정하고 싶어 했다. 소진은 그에게 이름 대신 ‘덫 앞 안전선 확인’이라고 적어 달라고 했다. 다음 사람이 특정인의 명예보다 행동을 참고할 수 있도록.
그들은 문턱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먼저 되돌아오는 길에 세 번의 표식을 남기기로 했다. 민재의 바람으로 먼지 방향을 바꾸고, 예림의 빛을 한 번 비추고, 기훈의 방패로 반사광을 벽에 찍었다. 신호는 작았지만 서로 다른 감각을 같은 지도 위에 놓았다.
뒤쪽에서 돌이 무너지는 소리가 울렸다. 입구와 이어진 통로 하나가 완전히 막혔다. 소진은 지도를 펼쳤다. 돌아갈 길은 자신들이 직접 표시한 표식뿐이었다.
파티는 더 이상 되돌아갈 수 없었다. 찬우는 통로 안쪽의 문을 열자고 했지만, 기훈은 먼저 문 앞에 남은 발자국을 확인하자고 했다. 발자국은 안으로 들어간 흔적만 있었고, 문턱을 빠져나온 흔적은 없었다. 그건 탐사자가 사라졌다는 뜻일 수도, 구조가 바뀌어 다른 길로 돌아갔다는 뜻일 수도 있었다.
“문을 열면 뭔가 나올 수 있어.” 찬우가 말했다.
“열지 말자는 게 아닙니다. 돌아올 신호를 정하자는 겁니다.” 기훈은 방패를 문 옆 벽에 세웠다. “우리가 들어가도 줄이 끊기면 바로 돌아와야 해요.”
민재는 바람을 통로 바닥으로 보내 먼지 방향을 다시 확인했다. 이번에는 먼지가 문틈으로 빨려 들어갔다가, 잠시 뒤 되돌아 나왔다. 안쪽에 공기의 순환이 있었다. 예림은 남은 빛을 쓸지 말지 결정해야 했다. 그녀는 배터리 한 칸을 표시하고, “문 앞까지만 비추겠습니다. 안쪽은 빛 없이 들어가지 않아요”라고 정했다.
소진은 감지창 없이 벽을 따라 손바닥 길이만큼 틈을 쟀다. 바람 방향, 발자국 간격, 문턱의 높이를 지도에 그렸다. 문은 바닥에서 10센티미터 떠 있었고, 그 아래로 먼지 자국이 들어갔다 나왔다. 그녀는 미확인 공간의 폭을 추정값으로만 표시했다.
그들이 문고리를 당기자 문은 열리지 않았다. 찬우가 힘을 주려 했지만, 기훈이 손을 들었다. 문 아래에서 금속이 맞물린 소리가 났다. 덫이 작동할 수 있었다. 예림은 빛을 한 번만 켜서 문 아래를 비췄다. 얇은 철사 세 줄이 발목 높이로 연결돼 있었다.
민재가 바람을 아주 약하게 밀어 먼지를 띄웠다. 먼지가 철사를 따라 흐르며 세 줄의 위치를 드러냈다. 기훈은 반사광을 철사 끝에 비춰 잠금쇠의 연결점을 찾았다. 찬우는 방패로 문짝을 고정했고, 소진은 지도에 각 철사의 높이를 표시했다.
그들은 덫을 해체하지 않았다. 철사를 건드리지 않고 문을 닫아 둔 채, 옆 벽에 있는 작은 통풍구로 길을 찾기로 했다. 능력 조합이 길을 열어 준 건 아니었다. 대신 피해야 할 문을 확인하고, 다음 선택을 안전하게 바꿨다.
“우리가 얻은 건 문 안쪽 정보뿐이네.” 찬우가 중얼거렸다.
“그 정보가 오늘은 충분해요.” 소진이 말했다. “우리가 모르는 걸 알게 됐으니까.”
그녀는 지도 여백에 ‘문 개방 금지, 철사 3줄, 통풍구 확인 필요’라고 적었다. 그 순간 지도의 구석에 먼지가 떨어져 작은 얼룩을 만들었다. 민재가 바람을 쓴 방향과는 다른 쪽에서 날아온 먼지였다. 던전 안쪽에 또 다른 통로가 있다는 신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