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으로
F급 스킬만 모아 공략 지도를 그립니다1화

F급 스킬만 모아 공략 지도를 그립니다

F급 스킬만 모아 공략 지도를 그립니다

AD
스폰서 광고

1화: 열한 초만 켜지는 감지창

임소진의 던전 지도는 열한 초 뒤에 끊겼다.

벽의 윤곽이 눈앞에 떠오르더니, 갑자기 꺼졌다. 지도 위에는 갈림길 두 개와 폭이 좁은 통로 하나만 남았다. 소진은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감지 스킬을 다시 쓸 수 있을 때까지 3분 40초. 앞서가던 파티장은 돌아가자고 했다.

“입구에서 여기까지 왔는데 또 후퇴야?” 탱커가 투덜거렸다.

“지도에 없는 길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F급 감지창은 원래 그런 거잖아. 11초도 못 버티면서 뭘 더 알아내겠다는 거야?”

파티장은 소진의 종이를 낚아채려 했다. 소진은 지도를 가슴에 붙이고 한 걸음 물러났다. 그가 다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어제도 그의 팀에서 버림받았고, 오늘도 임시 파티에서 쫓겨날지 몰랐다.

이번 던전은 초록문 구역의 폐쇄 예정 통로였다. 공략 보상은 낮았고, 지도제작 헌터를 고용할 길드도 없었다. 소진은 정찰 보조 계약으로 들어왔다. 그녀가 그린 지도는 갈림길에서 끊겼고, 파티는 다음 구간을 감으로 골랐다. 소진은 감지창이 다시 열릴 때까지 길을 택하지 말자고 했다.

“그럼 여기서 가만히 기다리라는 거야?”

“아니요. 바람을 보고 있어요.”

통로 끝에는 녹색 먼지가 가라앉지 않고 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었다. 던전 안에는 바람이 없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열과 마나가 몰린 곳에는 약한 기류가 생긴다. 소진은 그 사실을 이전 탐사에서 배웠다. 아직 검증되지 않은 방법이었다.

“먼지가 움직이는 방향을 따라가면 함정일 수도 있잖아.”

파티장 한찬우는 손전등을 통로 안쪽으로 비췄다. 빛은 짧게 흔들리다 꺼졌다. 그는 배터리를 바꾸려 했지만, 남은 전지는 두 개뿐이었다. 탱커가 먼저 가겠다고 나섰다.

소진은 그의 갑옷 앞을 막았다. “지도에 확인된 건 여기까지예요. 먼저 들어가면 돌아오는 길도 없어져요.”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모른다고 말하는 게 내 일이니까요.”

찬우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가 물러서려는 순간, 후방에서 돌이 굴러왔다. 입구 쪽 통로가 좁아지며 바닥이 천천히 접히고 있었다. 던전 구조가 변하는 신호였다.

파티는 선택해야 했다. 왔던 길로 되돌아가거나, 갈림길 중 하나를 택해 출구를 찾거나. 소진은 다시 감지창을 사용할 수 없었다. 그는 지도 여백에 현재 위치와 시간, 바람 방향을 적었다.

“먼지가 왼쪽으로 흐릅니다. 오른쪽은 바람이 없어요.”

“그게 길이라는 증거는 아니야.”

“맞아요. 그러니까 확인하러 갈 겁니다. 한 사람씩, 손잡이를 잡고 두 걸음만요.”

소진은 줄을 꺼내 벽의 돌기와 파티원의 허리에 연결했다. 찬우는 그 절차가 시간을 낭비한다고 했지만, 뒤에서 들려오는 돌의 마찰음은 점점 가까워졌다. 그는 결국 줄을 허리에 묶었다.

두 걸음을 옮기자 먼지가 더 크게 움직였다. 왼쪽 통로 바닥에는 얇은 물기가 있었고, 모서리마다 녹색 이끼가 자랐다. 소진은 종이에 ‘물기 있음, 바람 방향 좌→우, 폭 미확정’이라고 적었다. 안전하다고 쓰지 않았다.

파티의 후방을 맡은 나예림은 작은 빛을 세 초 동안 켰다. 그녀의 F급 스킬은 한 방향을 짧게 밝힐 뿐이었다. 빛이 통로 끝까지 닿자 벽에 세로 균열이 보였다. 그 아래로 먼지가 빨려 들어갔다.

“바람이 저 벽으로 빠집니다.” 소진이 말했다. “통로가 이어졌을 수 있어요.”

찬우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들어가 보자.”

“아직 안 됩니다.”

그 말에 그가 노려봤다. 소진은 균열 아래의 바닥을 가리켰다. 돌가루가 한쪽으로만 쌓여 있었다. 벽 뒤에서 공기가 빠져나가면 바닥의 먼지가 그쪽으로 모인다. 하지만 쌓인 자국은 균열 앞에서 끊겼다. 누군가 최근에 쓸어 냈거나, 함정이 먼지를 빨아들였을 가능성이 있었다.

그들은 천 조각을 바람에 날려 보냈다. 천은 균열 아래로 빨려 들지 않고, 바닥에 떨어졌다. 기류는 벽 안쪽에서만 움직였다. 소진은 통로가 연결되어 있다고 단정하지 않았다.

그때 후방에서 둔탁한 충격음이 났다. 좁아진 입구가 한 번 더 접혔다. 돌아가는 길은 더 이상 통과하기 어려워 보였다. 파티원들이 찬우를 쳐다봤다. 그는 소진에게 길을 찾으라고 말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내 감지창은 아직 안 돌아왔어요.” 소진이 말했다. “이쪽이 열려 있을 거라고 약속하지 못합니다.”

“그럼 어떻게 할 건데?”

“벽 뒤를 확인하는 대신 다른 신호를 모으죠. 지금은 바람 하나밖에 없어요.”

소진은 종이에 통로 폭을 표시하고, 벽 균열에서 몇 걸음 떨어졌는지 세었다. 예림은 자신의 빛을 다시 켜지 않고, 어두운 곳에서 눈이 익을 시간을 기다렸다. 파티원들은 한 번씩 숨을 쉬며 균열 쪽 먼지가 움직이는지 확인했다.

민재는 파티원 중 가장 뒤에 서 있었다. 그는 F급 바람 스킬을 쓸 수 있었지만, 손바닥 크기의 먼지만 밀어낼 정도였다. 그 능력 때문에 운반조 일도 끊겼다고 했다. 그는 소진에게 “내 바람으로 시험해 볼까요?”라고 물었다.

“한 번만, 낮게요. 바닥 가까이에서.”

민재는 손바닥을 펴 짧은 바람을 만들었다. 바닥의 먼지가 앞으로 흘렀다가 균열 앞에서 옆으로 갈라졌다. 그 순간 벽 안쪽에서 마른 돌이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소진은 바람이 통로로 이어지는 게 아니라 벽 안 빈 공간을 흔든다고 판단했다.

그녀는 ‘진입 금지’ 표식을 그렸다. 찬우가 반발했다. “우리가 나갈 길을 막는 거야?”

“지금 들어가면 되돌아올 근거가 없어요.”

그들은 다른 갈림길을 확인하기로 했다. 소진은 민재에게 바람을 한 번 더 부탁하지 않았다. 스킬은 짧고 회복이 필요했다. 대신 예림이 남은 배터리 하나로 빛을 비추고, 기훈이 벽에 붙어 그 반사 방향을 관찰했다. 빛이 꺾이는 곳마다 바위 표면이 매끈해졌다. 누군가 지나간 흔적이었다.

새 통로를 따라가자 바닥의 이끼가 갑자기 끊겼다. 소진은 걸음을 멈췄다. 이끼 자국은 벽으로 이어지지 않고, 정확히 사각형으로 잘려 있었다. 함정의 경계일 수 있었다. 찬우가 갑옷으로 밟아 보려 했지만, 소진은 줄을 잡아당겼다.

“한 사람씩 확인해야 해요. 무게를 실으면 작동할 수 있습니다.”

기훈은 방패 끝으로 바닥을 눌렀다. 돌판이 약간 내려갔다. 그 아래에서 금속 이빨이 튀어나와 덫이 작동했다. 그는 바로 방패를 빼냈지만, 가장자리에 긁힌 자국이 남았다.

“그걸 어떻게 봤어?” 찬우가 물었다.

“안전하다고 본 게 아니라, 의심해서 확인한 거예요.”

소진은 지도에 덫의 폭과 방패가 닿은 위치를 표시했다. 자기 감지창은 아직 켜지지 않았다. 그래도 파티가 관찰한 정보를 더하면 통로 한 칸을 안전하게 건널 수 있었다.

그들은 이끼가 남은 돌을 디디며 덫을 우회했다. 찬우가 먼저 건넌 뒤, 예림이 줄을 잡아 주었다. 민재는 가장 마지막에 지나가며 바람을 쓰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능력이 필요 없는 순간에도 파티에 남아 있었다.

통로 끝에는 작은 방이 있었다. 벽에는 오래된 공략 표시가 남아 있었지만, 화살표가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켰다. 한쪽에는 누군가 칼끝으로 긁은 ‘출구’라는 글자가 있었다. 소진은 그 글자를 그대로 믿지 않았다.

그녀는 지도의 빈 곳에 방의 모양을 그리고, 입구 방향을 표시했다. 방 한쪽 틈에서 바람이 들어오고 있었다. 입구로 되돌아가면 막힌 구간이 있을 수 있지만, 여기서 바람을 따라가면 더 깊은 곳으로 갈 수도 있었다.

마침내 감지창이 다시 열렸다. 흐릿한 윤곽이 11초 동안 방을 감쌌다. 출구처럼 보이는 통로는 하나뿐이었다. 하지만 벽 너머로 큰 빈 공간이 이어졌고, 그 중앙에 움직이는 그림자가 잡혔다.

감지창이 꺼졌다.

“보스가 있어?” 찬우가 물었다.

“움직이는 게 있습니다. 종류는 모릅니다.”

소진은 지도에 ‘미확인 대형 반응’이라고 썼다. 파티는 살아서 여기까지 왔다. 아직 돌아갈 길은 정해지지 않았다.

그때 벽의 오래된 공략표식 하나가 바람에 흔들렸다. 종이 뒤에 감춰진 선은 소진의 지도와 달랐다. 누군가 출구 방향을 반대로 그려 놓았다.

찬우는 표식을 떼려 했지만, 소진은 손을 멈추게 했다. “먼저 앞뒤를 찍어요. 누가 그렸는지 알 수 없지만, 덮어 둔 이유는 남겨야 합니다.”

기훈이 방패 끝으로 종이 가장자리를 들어 올렸다. 뒤에는 바닥을 따라 이어지는 작은 점들이 있었다. 점들은 출구 쪽이 아니라, 벽의 움직이는 그림자를 향했다. 종이 아래에는 “빛이 돌아오면 오른쪽”이라는 글씨가 흐릿하게 적혀 있었다.

예림은 자기 빛을 쓸 수 있는 횟수를 세어 보았다. 세 초 동안 켜지는 빛은 한 번 더 쓸 수 있었지만, 던전에서 돌아갈 때를 위해 남겨 두고 싶었다. 그녀는 종이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이 표식은 내 빛을 전제로 한 것 같아요. 그럼 이 지도를 그린 사람도 우리처럼 짧은 빛을 썼을 수 있어요.”

“하지만 오른쪽 길이 출구라는 뜻은 아니야.” 민재가 말했다.

소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다만 누군가 같은 조건으로 이곳을 지나갔다는 기록이에요.”

그녀는 점의 간격과 글씨 방향을 그대로 베꼈다. 지도 한쪽에는 ‘이전 탐사자 표식, 검증 안 됨’이라고 적었다. 파티는 표식을 따라가지 않고, 돌아갈 때 비교할 수 있도록 방의 위치와 진입 시각을 표시했다.

찬우는 그제야 자신의 손을 내렸다. “네가 표시한 길을 우리가 확인하면, 다음 사람은 덜 헤매겠네.”

소진은 대답하지 않았다. 지도는 누군가의 생존을 대신할 수 없지만, 적어도 같은 곳에서 또 길을 잃게 하진 않을 수 있었다.

AD
스폰서 광고
YOU MAY ALSO LIKE

이런 작품은 어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