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에만 열리는 길드

2화: 출구가 없는 계약
하림은 구조 요청을 보낸 뒤 11분 만에 현장으로 왔다. 협회 안전팀도 연락을 받았지만, 출동 승인은 아직 나지 않았다. 지하 주차장은 민간 건물 소유라 출입 절차가 필요하다는 답이었다.
“안에 사람이 있다면 기다릴 수 없어요.” 강우가 말했다.
“그래서 지금 구조를 준비하는 거예요.” 하림은 현장 관리인에게서 받은 도면을 펼쳤다. “출입문 안쪽에 비상 통로가 있고, 주차장 뒤편 환기구로 연결됩니다.”
세하는 도면과 실제 건물을 비교했다. 환기구는 건물 외벽에 세 개가 있었지만, 도면에는 두 개만 표시돼 있었다. 누군가 통로를 추가했거나, 도면이 오래된 것이었다.
“장부의 세 조건을 다시 확인하죠. 출구 폐쇄 00:17, 한 명 정산 누락, 경보 지연 4분.”
“이게 미래 예측은 아니라고 했잖아요.” 강우가 물었다.
“네. 장부가 기록한 사실이거나 누군가 적어 넣은 정보일 수 있어요. 현장에서 확인해야 합니다.”
그들은 먼저 건물 관리인에게 연락해 비상 설비의 위치를 확인했다. 관리인은 00:17에 출입문이 잠겼다는 사실을 부인했다. 그러나 출입 통제 기록에는 해당 시각에 수동 잠금 신호가 있었다. 관리자 계정은 본부 계약팀에 배정된 계정이었다.
“길드가 문을 잠갔다는 뜻인가요?”
“계정만으로 사람을 특정할 수는 없어요.” 세하가 말했다. “장비가 자동화된 뒤에도 계정이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강우는 주차장 출입구를 살폈다. 안쪽에서 다시 노크가 들렸다. 그는 무릎을 굽혀 문 아래를 확인했다. 틈 사이로 손전등 불빛이 한 번 깜빡였다.
“생존 신호입니다.”
“손전등이 꺼졌다 켜진 횟수를 보세요. 한 번인지, 두 번인지.”
강우는 기다렸다. 불빛이 두 번 깜빡였다. 그는 자기 손전등으로 한 번 답했다. 문 안쪽에서도 한 번 빛이 돌아왔다.
“서로 의사소통은 가능합니다.”
세하는 장부의 기록 옆에 현장 확인 시각을 적었다. 글씨가 빗물에 젖어도 사라지지 않도록 투명 파일 안에 넣었다. 하림은 출입 기록의 원본을 사진으로 남겼다. 그 뒤에야 관리인의 허가를 받아 비상 설비함을 열었다.
내부 전원은 살아 있었다. 경보 스위치의 선이 잘려 있었다. 절단면은 깨끗했고, 공구 자국도 남아 있었다. 강우는 손을 대지 않고 사진을 찍었다.
“이건 사고가 아니네요.”
“아직 단정하지 맙시다.” 세하가 말했다. “누가, 왜 끊었는지 확인해야 해요.”
출입문은 전기 잠금과 기계 잠금이 함께 걸려 있었다. 기계 잠금은 바깥에서만 풀 수 있었다. 관리인은 키를 가져와 열쇠를 돌렸지만, 문은 움직이지 않았다. 안쪽에서 무언가가 문을 받치고 있었다.
강우가 어깨를 댔다. “밀어 보겠습니다.”
“부상 부위는요?”
“괜찮습니다.”
“괜찮다는 말은 상태가 아닙니다.”
그는 보호대를 풀고 무릎을 보여 줬다. 오래된 부상이 붓고 있었다. 세하는 힘으로 문을 밀지 않기로 했다. 도면을 다시 보자, 문 옆에 배수 통로가 표시돼 있었다. 실제 바닥의 철판은 최근에 나사를 교체한 흔적이 있었다.
하림이 관리인에게 공구를 요청했다. 세 사람은 철판을 열기 전에 내부에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는 소리 신호를 보냈다. 세 번 두드리자 안쪽에서 두 번 답했다. 그들은 배수 통로의 폭을 재고, 한 사람이 기어갈 수는 있지만 이동 중 구조물을 건드리면 안 된다는 점을 확인했다.
강우가 먼저 들어가겠다고 했다. 세하는 그의 부상 상태를 다시 확인한 뒤, 무릎에 하중이 걸리면 즉시 돌아오라고 말했다. 하림은 바깥에서 로프를 잡았다. 세하는 통로 길이와 남은 산소를 계산할 수 없었으므로, 그를 보내기 전에 내부에 환기구가 연결되는지 관리인에게 확인했다.
관리인은 해당 통로가 도면에 없다고 말했다.
“그럼 들어가지 않습니다.” 세하가 말했다.
강우는 불만을 삼켰다. 그때 통로 안쪽에서 기침 소리가 났다. 한 사람이 아니라 둘이었다. 세하는 손전등으로 철판 틈을 비추었다. 먼지가 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었다. 통로 안에 공기가 통한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안전을 확정할 수는 없었다.
그녀는 구조용 마스크와 산소 측정기를 요청했다. 현장 관리인은 가까운 소방서에 장비가 있다고 했다. 세하는 출동 승인을 기다리지 않고 직접 가져오겠다는 강우를 막았다.
“당신은 문 앞에서 구조 대상과 통신하세요. 제가 장비를 받으러 갈게요.”
“당신이 가면 제가 혼자 남습니다.”
“하림이 여기 있어요. 역할을 나누자는 뜻입니다.”
강우는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세하는 소방서에서 장비를 받아 돌아왔다. 그 사이 안쪽의 불빛은 세 번 깜빡였다. 하림은 신호를 기록했고, 강우는 목소리를 유지하도록 말을 걸었다.
“안에 계신 분, 이름을 말할 수 있습니까?”
“정유라예요. 동생도 같이 있어요.”
“부상자는요?”
“동생이 다쳤어요. 다리는 움직이는데 발목이 아파요.”
세하는 두 사람의 이름을 현장 기록에 적었다. 임무 계약서의 구조 인원 수는 한 명으로 돼 있었다. 둘째 사람은 계약에 없었다. 장부의 ‘정산 누락 1명’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제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출입문을 힘으로 열지 않고 배수 통로를 따라 구조하기로 했다. 구조 시간은 길어지지만, 내부 잠금 장치와 천장을 무리하게 흔들 위험이 줄었다. 강우는 로프를 묶고 통로에 들어갔다. 세하는 그가 이동하는 동안 일정 간격으로 멈춰 산소 수치를 확인했다.
통로의 끝에서 강우는 먼저 유라를 만났다. 그녀의 동생은 작은 작업실 안쪽에 쓰러져 있었다. 천장 배관이 떨어져 출구를 막고 있었다. 강우는 방패로 배관을 받쳤지만, 무릎에 통증이 올라왔다.
“한 번에 들지 마세요. 지지점부터 확인해요.” 세하가 통신기에 말했다.
그들은 받침대를 넣고 하중을 옮겼다. 하림은 바깥에서 로프 길이를 표시했다. 강우는 동생을 들쳐 업지 않고, 작업실의 바퀴 달린 운반판에 눕혔다. 시간이 걸렸지만 부상 부위가 흔들리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유라가 통로를 빠져나왔다. 그녀는 바닥에 앉아 숨을 골랐다. 동생은 의식이 있었고 이름은 정민수였다. 두 사람은 길드 계약에 포함되지 않은 민간 작업자였다. 그들은 공략팀이 구조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계약 담당자는 답하지 않았다.
세하는 구조 장비를 내려놓았다. “본부에 요청한 건 한 명 구조였어요. 왜 두 명이 안에 있습니까?”
유라는 대답하지 못했다. 민수가 대신 말했다. “우리가 공략팀에게 길을 알려 줬어요. 계약서에 이름을 안 쓰면 보상 정산에서 빠진다고 했습니다.”
하림은 원본 계약서 사진을 확대했다. 마지막 장의 첨부 목록이 통째로 잘려 있었다. 잘린 부분 아래에는 접착제 흔적과 종이 섬유가 남아 있었다.
“누군가 사람 수를 줄여 기록했네요.”
구조가 끝난 뒤 세하는 현장 입구를 다시 살폈다. 출입문 주변에는 신발 자국과 공구 흔적이 겹쳐 있었다. 그녀는 출구 앞에서 발견한 철가루를 작은 봉투에 담고, 발견 위치를 사진에 함께 찍었다. 강우는 구조 중 사용한 방패의 모서리를 보여 줬다. 긁힌 자국에는 검은 페인트가 묻어 있었다.
“안쪽 배관은 회색이었습니다. 이 색은 문 밖에서 묻었어요.”
“그럼 누군가 문을 닫은 뒤 바깥에서 설비함을 열었을 가능성이 있네요.”
“가능성으로 남겨야 합니다. 페인트 조각이 건물 관리 도구와 같은지 확인하기 전엔 단정 못 해요.”
하림은 관리인에게 출입 통제 장치의 임시 로그를 보존해 달라고 요청했다. 관리인은 정식 공문 없이는 자료를 줄 수 없다고 했다. 세하는 요청서에 사건 시각과 장치 번호를 적고, 회신 기한을 합의했다. 당장 자료를 얻지는 못했지만 삭제를 막을 수 있었다.
구조된 유라는 왜 자기 이름이 계약에 없었는지 설명했다. 그녀와 민수는 공략팀에 지하 주차장 배수 경로를 알려 주는 임시 작업자였다. 길드 측은 두 사람을 고용하는 대신 사례비를 현금으로 주고, 계약서에는 인원을 한 명만 적었다. 계약을 맺은 팀장이 현장에서 부상을 입자 유라와 민수는 대피 경로를 찾다가 게이트 안쪽에 갇혔다.
“우리가 이름을 올려 달라고 했는데, 담당자는 위험수당만 주겠다고 했어요.”
“그 조건을 받아들였습니까?”
“선금을 받았어요. 집세가 밀려서요.”
유라는 돈을 받았다는 사실을 숨기고 싶어 했다. 세하는 그것이 책임을 없애지는 않지만, 유라가 왜 계약을 받아들였는지 설명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유라에게 진술 공개 범위를 직접 고르게 했다. 유라는 본부 감사 조사에는 이름을 제공하되 언론 공개는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민수는 치료를 받고 난 뒤 현장으로 돌아왔다. 그는 손에 든 공략 지도에 배수구 위치를 표시했다. 지도에는 구조팀이 들어간 길만 있고, 빠져나온 길은 없었다. 세하는 두 경로를 다른 색으로 표시하고 작성자를 적었다.
“이 지도가 공식 보고서에 들어가면 우리가 그곳에 있었다는 게 확인됩니다.”
“하지만 당신 이름은 부속서에 빠져 있었어요.”
“이번엔 이름을 직접 쓰겠습니다.” 민수는 자기 이름과 날짜를 지도 아래에 적었다. “그들이 또 지우더라도 원본은 제가 갖고 있을게요.”
세하는 그에게 원본 보관 방법을 설명했다. 종이 지도는 복사본과 분리하고, 사진은 수정하지 않은 파일로 보존해야 했다. 민수는 어려운 말이라고 웃었지만, 하림이 차근히 알려 주자 직접 파일을 전송했다.
세하는 장부를 펼쳤다. 다음 줄에 새 문장이 떠올랐다.
‘구조비는 청구되었다. 지급자는 아직 서명하지 않았다.’
강우의 이름 옆에 빈 서명란이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