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궤도 농장의 씨앗 도둑2화

궤도 농장의 씨앗 도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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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폐쇄 구역의 아이

“문을 닫으면 안쪽 산소가 얼마나 버팁니까?” 라희가 물었다.

도경은 답하기 전에 필터 화면을 확인했다. 외부 수치만으로 안쪽을 계산할 수는 없었다. 벽 너머의 생태 센서는 39퍼센트, 37퍼센트로 떨어졌다. 이든은 라희에게 뒤로 물러나라고 손짓했다.

“대략 한 시간. 그런데 안에 아이가 있다면 그 수치는 의미가 없어요.”

“그럼 열어야죠.”

“오염이 살아 있으면 온실 전체가 위험해집니다.”

이든의 목소리에는 화가 아니라 공포가 섞여 있었다. 라희는 그걸 알아챘다. “그 친구를 잃은 뒤로 문을 닫는 게 먼저가 된 거군요.”

이든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안전 기록에서 4년 전 사고를 열었다. 폐쇄 구역에서 나온 포자가 공기 순환망에 퍼졌고, 당시 근무자 한 명이 중환자실로 실려 갔다. 그는 결국 지구로 후송되지 못했다. 도경은 사고 뒤 모든 생물 시료를 폐기하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럼 저 안의 아이는 어떻게 들어갔죠?” 라희가 물었다.

“모른다.” 도경이 말했다. “그리고 아이를 데리고 나오려면 격리막을 열어야 해. 너희가 위험을 감수한다고 농장 전체가 동의한 건 아니야.”

라희는 단말기 앞에 앉아 필터 흐름을 다시 그렸다. 폐쇄 구역의 압력이 낮아 공기가 바깥으로 새지는 않았다. 문제는 산소가 아니라 이산화탄소 흡수 장치였다. 카트리지 교체가 늦어지면 아이는 의식을 잃는다. 격리문을 열지 않고 호흡 장치를 안쪽으로 보내면 시간을 벌 수 있었다.

“외부 보조관을 연결할게요. 내부로 공기를 밀어 넣는 게 아니라,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카트리지만 전달합니다.”

이든이 도면을 검토했다. “그 관이 낡았어요. 압력 변화가 생기면 필터 섬유를 바깥으로 끌고 나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한 번만, 낮은 압력으로.”

“실패하면 오염 입자가 이쪽으로 넘어와요.”

도경은 둘 사이에 섰다. “승인 없는 작업은 안 돼.”

라희는 작업을 하지 않겠다고 말하지 않았다. 대신 도경에게 선택지를 내밀었다. 10분 안에 필터를 교체하면 아이에게 산소를 보낼 수 있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폐쇄 구역이 버티지 못한다. 도경은 배급 모니터를 봤다. 농장 전체를 위해 필터를 차단해야 한다는 판단과, 아이를 두고 문을 닫을 수 없다는 마음이 싸웠다.

“관을 연결하되, 이든이 압력 감시를 맡아. 수치가 한 번이라도 튀면 즉시 중단.”

도경은 승인 코드를 입력했다. 이든은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밸브를 열었다. 라희는 카트리지를 연결하고 천천히 압력을 올렸다. 관 안에서 진동이 일었다. 수치는 안정적이었다. 하지만 격리막 안쪽의 아이는 움직이지 않았다.

라희가 통신기를 두드렸다. “들려요? 이름을 알려줘.”

한참 뒤 목소리가 들렸다. “노아.”

“노아, 필터를 보낼 거야. 은색 관 끝에 네모난 상자가 붙었어. 그걸 환기구에 대면 돼.”

“엄마가 말했어요. 낯선 상자는 열지 말라고.”

“맞는 말이야. 하지만 그 상자를 열 필요는 없어. 바람이 약해지면 알려줘.”

노아는 관을 만지지 않았다. 라희는 그에게 억지로 시키지 않았다. 대신 밖에서 카트리지를 고정하는 방법을 보여 줬다. 이든이 작은 거울을 유리 앞에 세워 손 동작을 비추었다. 노아는 그 모습을 살펴보고, 자기 쪽에서 환기구의 덮개를 열었다.

카트리지가 연결되자 이산화탄소 수치가 서서히 내려갔다. 노아는 기침을 두 번 했다. 라희의 손이 관을 꽉 쥐었다. 이든은 바로 밸브를 잠그려 했지만, 라희는 노아가 숨을 고르는 걸 확인할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했다.

“괜찮아?”

“괜찮다고 하면 나가게 해 줄 거예요?”

“아니. 네가 원하는 걸 듣고 같이 방법을 찾을 거야.”

노아는 엄마가 남긴 식물 표본을 지키고 싶다고 했다. 그 표본은 폐쇄 구역 안에 있고, 어른들이 들어오면 모두 버릴 거라고 생각했다. 라희는 표본을 무조건 살리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다. 감염 여부를 확인해야 하며, 사람에게 위험하면 격리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노아는 입을 다물었다.

그때 농장 경보가 울렸다. 카트리지 관의 끝에 녹색 이슬이 맺혔다. 이든은 밸브를 잠갔고, 작은 섬유 하나가 관 안쪽을 타고 움직였다. 필터가 빨아들인 것이었다. 라희는 샘플 용기를 준비했지만, 이든은 손으로 막았다. “그게 살아 있으면 지금 채취하다 번집니다.”

관을 분리하자 이슬은 마치 숨을 쉬듯 부풀었다. 도경은 폐쇄 구역을 즉시 밀봉하고 내부 인원을 격리해야 한다고 했다. 라희는 노아에게 물었다. “네가 본 게 엄마의 표본이야?”

“아니요. 그건 엄마가 싫어하던 거예요. 씨앗 옆에 두면 안 된다고 했어요.”

노아는 한쪽 구석의 유리병을 가리켰다. 그 안에는 흙이 아니라, 초록 섬유가 가득 들어 있었다. 라희는 그제야 사라진 씨앗과 섬유가 같은 장소에서 발견된 이유를 이해했다. 누군가 종자에 외부 생물을 묻혀 반입했고, 노아는 그걸 막으려 했다.

“네 엄마는 누구야?” 이든이 물었다.

노아는 대답 대신 목에 걸린 작은 금속 태그를 보였다. 거기에는 농장 폐쇄 사고 때 사망한 생태학자 ‘박은주’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도경은 태그를 알아보고 한 걸음 물러났다. “은주는 4년 전에 죽었어.”

“그럼 난 누가 낳았어요?” 노아가 물었다.

아무도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그 순간 폐쇄 구역의 필터가 완전히 멈췄다. 노아 뒤편, 어둠 속에서 잎사귀가 한꺼번에 펼쳐졌다.

“박은주 씨는 노아의 엄마가 아니라, 이 아이를 데리고 있던 연구원이었을지도 몰라요.” 이든이 태그를 다시 확인했다. 노아는 고개를 저었다.

“엄마가 맞아요. 제가 열이 날 때 밤새 손을 잡아 줬어요. 엄마는 이름이 뭐냐고 물으면 노아라고 부르라고 했고요.”

“출생 기록에 노아라는 이름은 없어.” 도경이 말했다.

“그럼 기록이 틀린 거예요.”

아이의 목소리는 작았지만, 눈을 피하지 않았다. 라희는 통신기에서 그의 숨이 거칠어지는 걸 들었다. “노아, 지금 몸이 힘들면 벽에 기대. 질문은 나중에 할게.”

노아는 벽으로 가려다 멈췄다. 엄마의 표본을 두고 움직일 수 없다고 했다. 초록 섬유가 잎 사이를 훑으며 한쪽으로 모였다. 라희는 센서 화면과 카메라를 겹쳐 보았다. 섬유는 노아 쪽이 아니라 꺼진 환기 필터를 향해 자라고 있었다. 이든은 그것이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감지하는 균사일 수 있다고 추정했다.

“추정만으로 문을 열진 않겠어요.” 라희가 말했다.

그녀는 확인 방법을 제시했다. 바깥쪽에서 필터에 이산화탄소를 조금 흘리고, 안쪽 센서 반응을 비교한다. 위험을 키우지 않게 30초만 시험한다. 도경이 제동을 걸었다. “그 아이한테 실험하지 마.”

“필터를 확인하는 거예요. 노아가 원치 않으면 중단해요.” 라희는 통신기로 선택지를 설명했다. 노아는 손을 들었다. 자신이 직접 센서를 바라보고 결과를 알려주겠다고 했다. 이든이 시험용 기체를 아주 조금 흘리자, 섬유가 동시에 움츠러들었다. 안쪽의 이산화탄소 수치는 움직이지 않았다. 생물은 환기와 무관했다. 그런데 필터는 왜 멈췄을까.

라희가 카메라를 옮기려는 순간 화면이 흔들렸다. 유리 너머의 잎들이 한꺼번에 아래로 숙였다. 노아가 덮개를 열자 오래된 카트리지 뒤에서 금속 파편이 떨어졌다. 파편은 회로에 끼워져 있었고, 누군가 필터를 물리적으로 멈추게 한 흔적이었다. 이든이 분석하려고 하자 도경이 먼저 그것을 알아봤다. 농장 보안실에서 쓰는 고정 나사였다.

“누군가 안에서 필터를 끈 게 아닐 수도 있어요.” 라희가 말했다.

도경은 그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의 카드키는 여전히 전원 차단 명령을 승인한 것으로 기록돼 있었다. 이든은 카메라를 확대해 나사 머리의 긁힌 자국을 보여 줬다. 도경의 코드가 사용된 시간은 오늘 새벽이었지만, 단말기 내부 시계는 4년 전 사고 이후 11분씩 늦게 가고 있었다. 누가 그 틈을 이용했는지 알 수 없었다.

카트리지를 보내는 관은 그 순간 갑자기 안쪽으로 빨려 들어갔다. 라희가 손으로 붙잡았고, 이든이 밸브를 닫았다. 장갑이 관에 눌려 손가락이 저렸다. 노아는 유리 너머에서 관을 밀어내려 했지만, 라희가 소리쳤다. “손대지 마!”

노아는 멈췄다. 압력이 안정되자 관 속에서 녹색 이슬이 맺혔다. 이든은 그제야 필터보다 먼저 확인할 게 생겼다고 말했다. 관 안의 생물은 살아 있었고, 유리병 속 섬유와 같은 반응을 보였다.

라희는 관의 압력을 낮춘 뒤 안쪽을 다시 비췄다. 초록 섬유가 카트리지 틈으로 기어들어 왔고, 관 벽을 타고 천천히 뻗었다. 이든은 샘플 채취를 제안했지만, 노아가 그 모습을 보고 고개를 저었다.

“그건 엄마 것이 아니에요. 엄마는 그걸 태우려 했어요.”

라희는 손전등을 따라 유리병을 비췄다. 병에는 ‘격리 대상 0’이라는 라벨이 붙어 있었다. 사고 뒤 폐기되었다던 시료가 아직 살아 있었다. 도경은 병의 일련번호를 보고 입술을 깨물었다. “내가 폐기 승인했는데.”

“누가 보관했죠?” 이든이 물었다.

도경은 바로 답하지 않았다. 대신 라벨의 아래쪽을 가리켰다. 작은 글씨로 원격 저장 위치가 적혀 있었다. 회사 소유 실험실이었다. 농장의 승인 목록에 없는 생물체를 이곳에서 키웠고, 누군가 결과를 숨기기 위해 필터 전원을 차단한 것일 수 있었다. 이것만으로 범인을 정할 수는 없었다.

이든은 격리 수준을 올리고, 라희는 노아가 병 근처에 가지 않도록 요청했다. 노아는 물러났지만, 병을 폐기하지 말라고 했다. “엄마가 왜 태우려 했는지 알고 싶어요.”

라희는 조사 후 알려 주겠다고 약속했다. 그 말이 지켜지도록 도경은 저장 장치의 출입기록을 공개했다. 화면에 낯익은 회사 직원의 이름이 하나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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