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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을 빌린 재판관과 위장 약혼3화

내 이름을 빌린 재판관과 위장 약혼

내 이름을 빌린 재판관과 위장 약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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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기록에서 살아남다

심리실에는 마엘과 라우렌, 감찰관 베르카만 먼저 들어왔다. 이노의 이름표는 비어 있었다. 마엘은 동생을 데려오려고 사람을 보내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원할 때 올 수 있어야 했다.

“이노 씨가 출석하지 않았으므로 자동 갱신 절차를 진행하겠습니다.” 베르카가 말했다.

“그건 본인에게 통지하지 않은 절차입니다.” 마엘이 대답했다.

“보조 등록에는 주소가 없어요.”

“그래서 인쇄소 주소를 법원에 신고했습니다.”

“그 주소가 본인의 동의로 등록되었습니까?”

“아닙니다. 인쇄소에서 일하는 장소일 뿐이에요. 거기로 송달을 보낸 건 법원입니다.”

베르카는 서류를 다시 확인했다. 마엘은 동생의 존재를 입증하려는 게 아니라, 법원이 통지할 기회를 놓쳤다는 점을 기록으로 남기려 했다. 자동 갱신을 멈추려면 당사자 의사를 물을 시간이 필요했다.

라우렌은 증인석 앞에 섰다. “제가 긴급 명령을 내릴 때 마엘의 이름을 사용했습니다. 원주인의 동의가 없었습니다. 그 명령은 무효 심리를 받아야 하며, 제 이름과 권한을 함께 기록해 주십시오.”

“재판관님이 자기 명령을 증언하는 건 이해충돌입니다.” 베르카가 말했다.

“그래서 저는 이번 심리에서 판결하지 않습니다. 제 명령서가 사건 자료로 남도록 요청하는 겁니다.”

그는 인장 반지를 벗어 증거 상자에 넣었다. 마엘은 그 행동을 보고도 그를 용서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자기 권한이 어디까지였는지 공개하는 선택은 확인했다.

베르카는 중립 재판관에게 심리 인계 요청을 보냈다. 답이 오기까지 30분이 걸릴 예정이었다. 봉인 만료 시각은 정오. 남은 시간은 45분이었다.

“기다리면 등록이 먼저 갱신될 수 있어요.” 마엘이 말했다.

“이름을 즉시 회수하면 이노의 기록이 무효가 됩니다.” 베르카가 답했다.

“그럼 어떤 선택도 하지 않는 게 중립이라고요?”

“현 규정상 그렇습니다.”

마엘은 사건철에서 인쇄소 납품표를 꺼냈다. 이노가 보내 준 종이에는 법원 이름판 제작 내역이 있었다. 주문자는 왕립 인쇄조합, 목적은 ‘가족 보호 보조 이름’으로 적혀 있었다. 발주일은 마엘이 서명한 보호 등록 계약일보다 사흘 앞섰다.

“이노의 등록은 제 동의로 시작된 게 아닙니다. 이름판을 먼저 제작한 뒤 제게 계약을 내밀었어요.”

“납품표가 진짜인지 검증해야 합니다.”

“그러니 독립 감정이 필요합니다.”

“현재 심리의 범위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그럼 범위를 넓혀 주세요. 원본 이름 회수만 다루면 동생의 기록이 사라진 뒤에야 등록이 잘못됐는지 심리하게 됩니다.”

베르카는 시간을 보았다. “넓히면 오늘 결정할 수 없습니다.”

“오늘 결정할 필요가 없어요. 오늘 자동 갱신을 멈추고, 독립 등록 심리를 열어 달라는 겁니다.”

그 말은 마엘이 원한 답과 달랐다. 그녀는 이름을 되찾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 회수하면 이노는 자신의 이름으로 말할 기회조차 잃을 수 있었다. 그녀는 권리를 포기하지 않고 속도를 늦춰야 했다.

심리실 문이 열렸다. 이노가 들어왔다. 그는 혼자였고, 손에는 자기 이름을 직접 찍은 인쇄 견본을 들고 있었다.

“제가 여기 올지 누나가 정한 건 아닙니다.”

“알아.”

“저는 등록을 유지해 달라고 요청하지 않을 거예요.”

“그럼 어떤 걸 원하니?”

“내 이름이 누나의 이름에 묶이지 않게 해 주세요.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제가 일한 기록과 인쇄소 계약을 잃으면 안 됩니다.”

베르카는 그에게 등록인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당신은 보조 이름으로만 등재돼 있습니다.”

이노는 인쇄 견본을 테이블에 놓았다. 그 이름은 ‘이노 마엘’이었다. 둘의 이름이 한 줄에 찍혀 있었지만, 그의 서명은 따로 있었다.

“저는 이노입니다. 마엘의 동생이라는 관계는 맞지만, 이름은 하나가 아닙니다. 이 견본은 제가 인쇄했고, 인쇄소 장부에는 제 임금이 기록돼 있습니다.”

“그 기록이 시민권 증명이 되지는 않습니다.”

“그럼 제가 증명할 기회를 주세요.”

마엘은 동생을 대신해 말하지 않았다. 라우렌도 끼어들지 않았다. 베르카는 증언을 거부하려 했지만, 방금 도착한 중립 재판관이 심리실로 들어왔다. 그는 이름을 먼저 확인했다.

“증인 본인이 이노라고 선언했습니까?”

“네.”

“그 선언을 들은 사람이 있습니까?”

“저와 마엘, 라우렌 재판관이 있습니다.”

“그럼 원본 이름과 별도로 잠정 증언 기록을 작성하겠습니다. 시민 등록의 최종 판정은 별도 심리에서 다룹니다.”

베르카가 반대했다. “그렇게 하면 보조 이름의 효력이 중복됩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증언 기록은 시민 등록과 별개의 임시 서류입니다. 이노 씨는 그 서류에 직접 서명할 수 있습니다.”

이노는 잠시 마엘을 바라봤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 그 선택은 동생의 것이었다. 이노는 스스로 펜을 들었다.

“이름은 이노. 등록 별도 심리 요청. 기존 보조 이름을 본인 동의 없이 만든 경위 조사 요청.”

그는 문장을 읽은 뒤 서명했다. 봉인 잉크는 그의 손에서 새어 나오지 않았다. 이름판은 여전히 마엘의 명부에 붙어 있었지만, 임시 증언 기록은 별도의 종이 위에 남았다.

중립 재판관은 자동 갱신을 정지하고, 7일 뒤 공개 심리를 열기로 했다. 그 기간에 이름 대여와 등록 생성 경위를 조사한다. 이노의 임금 기록은 별도 보관되며, 마엘의 이름 회수 청구도 유지된다. 둘 중 어느 권리도 오늘 사라지지 않았다.

“이 결정은 최종 판결이 아닙니다.” 재판관이 말했다.

“알고 있습니다.” 마엘이 답했다.

“마엘 씨는 원본 이름 회수 의사를 유지합니까?”

“네. 회수를 철회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동생의 독립 심리가 끝날 때까지 효력 정지를 요청합니다.”

“라우렌 재판관은 이 사건과 관련된 모든 명령을 공개합니까?”

“네. 제 명령서와 인장 사용 기록을 제출하겠습니다.”

라우렌은 그 자리에서 자신의 인장 반지를 증거 봉투에 넣었다. 직무 권한을 포기하는 일은 아니었지만, 재판관의 권위로 자기 행동을 덮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심리가 끝난 뒤 이노는 복도에서 누나를 기다렸다. “약혼은 계속할 거예요?”

마엘은 법원에서 교부한 서류를 살폈다. “조사 접근을 위한 임시 계약은 오늘 끝내도 돼. 네 기록을 확인하는 데 더는 약혼이 필요하지 않아.”

“그럼 끝내요.”

“동의해.”

그들은 해지서에 서명했다. 라우렌은 별말 없이 자기 서류를 제출했다. 마엘은 그에게서 해방감을 느끼려 했지만, 감정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았다. 그가 자신에게 말없이 이름을 빌린 사실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이노 씨, 오늘 와 줘서 고맙습니다.” 라우렌이 말했다.

이노는 고개를 저었다. “고맙다는 말보다, 다음에는 제게 먼저 묻는 게 나아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약속으로 듣지 않을게요. 다음 행동을 볼 겁니다.”

“맞는 말입니다.”

이노는 인쇄소로 돌아갔다. 마엘은 그를 붙잡지 않았다. 라우렌은 동생이 사라진 방향을 한참 보다가 서고 쪽으로 걸었다.

“우리 계약은 끝났습니다.” 그가 말했다.

“네.”

“그래도 조사 자료를 같이 볼 수 있을까요? 당신이 동의한다면요.”

“공개 심리 자료에 한해서요. 제 개인 기록은 안 됩니다.”

“알겠습니다.”

그들은 법원 바깥의 작은 찻집으로 갔다. 라우렌은 약혼자 자리 대신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마엘은 그에게 차를 주문하지 않았다. 그는 자기 차를 직접 골랐다.

“제가 당신 이름을 빌린 건 보호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가 말했다. “하지만 당신에게 선택권을 주지 않았어요.”

“그걸 이해했다고 말하는 것만으론 부족해요.”

“압니다.”

“내 이름을 되찾는 절차가 끝날 때까지, 당신 이름으로 모든 명령을 공개해 주세요. 숨긴 이유가 있으면 그것도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노를 설득하지 마세요.”

“그의 증언은 그가 선택할 겁니다.”

마엘은 찻잔을 들었다. “그럼 이 동맹은 계속할 수 있어요.”

“동맹으로요?”

“현재는요.”

라우렌은 그 말에 웃지 않았다. 대신 종이컵의 뜨거운 가장자리를 확인하고, 그녀 쪽으로 밀지 않았다. 작은 배려인지 업무 습관인지 마엘은 판단하지 않았다.

법원에서 나온 임시 증언 기록은 이노의 첫 번째 독립 문서가 됐다. 소문은 빠르게 퍼졌다. 귀족 명부에 이름이 묶인 하인과 채무자들이 법원 정문에 모였다. 그들은 자기 이름을 되찾으려는 게 아니라, 누가 대신 써 왔는지 알고 싶다고 말했다.

마엘은 그들을 모두 사건에 등록할 수 없었다. 그녀는 공공 접수 시간을 요청하고, 이름 도용을 신고하는 별도 창구를 제안했다. 베르카는 예산이 없다고 했지만, 중립 재판관은 기록을 수집할 임시 서기관을 배정했다. 이름 도용은 마엘과 이노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날 저녁, 그녀는 자기 이름으로 된 원본 명부 사본을 받았다. 봉인 잉크에는 라우렌의 서명이 남아 있었지만, 이제 정정 이력과 이노의 별도 증언도 같이 묶였다. 그녀는 회수 청구를 접지 않았다. 동생의 존재를 지키기 위해 자기 이름을 계속 빌려줄 수도 없었다.

라우렌은 복도 끝에서 기다렸다. 그는 또 약혼을 제안하지 않았다. “다음 심리 때 증언하겠습니다.”

“그때는 재판관이 아니겠네요.”

“증인으로 나갈 겁니다.”

“그럼 당신도 기록에서 도망칠 수 없겠네요.”

“그래야 합니다.”

마엘은 명부를 품에 안고 계단을 내려갔다. 창밖에서 저녁 종이 울렸다. 이름이 마법의 열쇠라면, 오늘 이노는 자기 손으로 첫 문을 열었다. 그러나 법원 광장에는 자신들의 이름이 누군가에게 빌려 쓰였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더 모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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