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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마지막 유령이었다2화

남편은 마지막 유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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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살아 있는 증인의 말

서화는 아버지의 필체가 적힌 쪽지를 불태우지 않았다. 인장이 가짜인지 확인할 때까지 보관하기로 했다. 도윤은 종이를 만질 수 없었지만, 글씨를 오래 바라보았다.

“이 필체를 알아보나요?” 서화가 물었다.

“가문 문장은 익숙하지만, 글씨는 처음 봅니다.”

“우리 가문이 당신을 죽였을 가능성을 기억했잖아요.”

“반지의 문장을 봤습니다. 누가 끼고 있었는지는 모릅니다.”

“그럼 기억을 사실처럼 다루면 안 되겠네요.”

도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아침 서화는 저택을 나가려 했다. 정문 빗장은 풀려 있었지만, 마을로 가는 길은 폭우로 끊겼다. 연주는 하인 하나를 보내 우회로를 확인하게 했다. 돌아온 전령은 다리 일부가 무너져 하루 이틀은 통행이 어렵다고 전했다.

서화는 떠날 수 없다는 사실에 당황했지만, 저택에 갇힌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머무는 동안 조사할 자료를 정리하기로 했다. 연주는 지하 서고에서 발견한 장부를 복사할 준비를 했다. 종이와 잉크를 가져오며 그녀는 자신이 아는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제 할머니는 도윤 도련님이 살해된 밤에 저택에서 일했어요. 하지만 공식 기록에는 하인들이 모두 자리를 비웠다고 나옵니다.”

“왜 그 이야기를 말하지 않았죠?”

“가족이 저택에 남으려면 과거를 꺼내지 말라고 했어요. 할머니는 오래전에 돌아가셨지만, 그 말을 계속 지켰습니다.”

“할머니는 누가 죽였다고 했나요?”

“얼굴은 보지 못했다고 했어요. 종각이 울리고 나서 피 묻은 소매가 계단을 내려오는 걸 봤대요.”

“소매의 색은요?”

“회색이었다고 했습니다.”

서화는 그 증언을 기록했다. 연주는 자기 이름을 넣어도 좋다고 했지만, 할머니가 직접 말한 내용과 자신의 기억을 구분해 달라고 했다. 서화는 기록지에 출처를 두 칸으로 나눴다. 첫 칸에는 할머니의 구전, 둘째 칸에는 연주의 기억.

“그 옷을 입은 사람이 어느 가문 사람이었는지는 모릅니다.” 연주가 말했다.

“그렇다면 모른다고 적으면 됩니다.”

도윤은 서고의 벽을 가리켰다. “회색 소매를 입는 사람은 기록관과 장례 담당자뿐이었다.”

“당신이 살아 있을 때도요?”

“그렇다. 하지만 내 기억에 회색 옷이 많아 특정하기 어렵다.”

세 사람은 사망 장부와 하인 근무표를 비교했다. 도윤의 사망 시간은 자정 직후로 기록돼 있었지만, 장례 준비 비용은 그 전날 저녁에 청구됐다. 의원의 서명은 지워져 있었고, 근무표에는 종각 근무자가 비어 있었다. 누군가 죽음을 예상하고 장례를 준비했거나, 문서 작성 날짜를 바꿨을 수 있었다.

서화는 종각의 기록을 확인하러 갔다. 종은 무거운 철제였고, 줄은 끊겨 있었다. 최근에는 아무도 울릴 수 없었다. 종 아래 바닥에는 나무가 닳은 자국이 있었다. 정해진 시간에 종을 울리려면 누군가 사다리를 놓고 올라갔을 것이다.

“종이 저절로 울리는 건 아니군요.” 서화가 말했다.

“저택의 규칙이 작동할 때 울립니다.” 도윤이 답했다.

“누가 그 규칙을 만들었나요?”

“모릅니다.”

연주는 종각 아래의 벽돌 하나가 다른 것보다 새것이라고 했다. 그 뒤에서 작은 열쇠가 나왔다. 열쇠에는 도윤의 이니셜이 새겨져 있었지만, 저택의 어떤 문에도 맞지 않았다.

서화는 열쇠를 보관하기 전에 치수를 재고 스케치를 남겼다. “이걸 지하 서고의 빈 자리와 비교해 보죠.”

서고의 선반 뒤쪽에는 얕은 잠금 구멍이 있었다. 열쇠는 맞지 않았다. 도윤은 그 구멍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연주는 벽을 두드려 소리를 들었다. 일부가 비어 있었다. 벽돌을 들어내자 작은 종이 봉투가 나왔다.

봉투에는 도윤의 이름으로 된 짧은 유언장이 들어 있었다. “저택의 열쇠와 땅을 상속할 사람은 혼인 계약의 당사자가 아니라, 내가 죽은 뒤에도 이곳에서 진실을 찾으려는 사람이다.”

“이건 당신 글씨인가요?” 서화가 물었다.

도윤은 글씨를 살폈다. “내 글씨에 가깝지만, 날짜는 내가 죽기 한 달 전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날 나는 유언장을 쓴 기억이 없습니다.”

유언장에는 서화의 가문 이름이 적혀 있었다. 누군가 서화를 후계자로 정해 놓았다는 뜻이었다. 정략혼은 저택을 상속하기 위해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컸다. 그녀는 유언장의 문장 하나가 법적 효력을 갖는지 확인하려면 원본의 봉인과 증인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가 상속을 거부하면 어떻게 되죠?”

“저택의 소유권은 불확실해집니다.” 연주가 말했다. “대신 도련님 이름으로 남아 있는 재산은 채권자들이 가져갈 수 있어요.”

“제가 상속을 받아도, 도윤 씨의 죽음이 해결되는 건 아니겠죠.”

도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가진 선택은 둘 중 하나가 아니다. 상속을 보류하고 사건을 조사할 수도 있다.”

서화는 유언장 사본을 만들고 원본을 다시 봉투에 넣었다. 그녀는 결혼 계약을 그대로 받아들일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상속을 포기해 저택의 기록까지 사라지게 두고 싶지도 않았다.

그날 저녁, 마을의 의원이 저택에 도착했다. 그는 도윤의 사망 기록을 작성했던 집안 의원의 손자였다. 연주가 보낸 편지를 받고 왔다고 했다. 그는 자기 조부의 서명이 지워진 이유를 몰랐지만, 집안 서랍에서 오래된 진료 기록을 찾았다고 했다.

서화는 기록을 읽기 전에 출처를 확인했다. 종이는 당시 의료 장부와 같은 재질이었고, 의원 집안의 도장이 찍혀 있었다. 기록에는 도윤이 가슴에 상처를 입기 하루 전, 독성 식물을 먹은 듯한 증상을 보였다고 적혀 있었다. 하지만 환자의 이름은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덮여 있었다.

“그 이름을 읽을 수 있습니까?” 서화가 물었다.

의원은 고개를 저었다. “덮인 종이가 너무 얇아 원래 글자가 훼손됐습니다.”

도윤은 종이를 보며 창백해졌다. “그날 나는 의원을 만난 적이 없다.”

“기억이 틀렸을 수도 있어요.” 서화가 말했다.

“그렇다.”

그는 자신의 기억을 고집하지 않았다. 의원은 기록을 복사해 법원에 제출하기로 했다. 그날 밤 종각은 울리지 않았다. 대신 지하에서 나무가 끌리는 소리가 났다.

서화는 등불을 들고 계단을 내려갔다. 연주는 문을 지키고, 도윤은 계단 위에서 기다렸다. 소리는 서고 벽 뒤에서 났다. 벽돌 틈으로 바람이 흘러나왔다. 벽을 열자 좁은 통로가 나타났다. 그 안쪽에는 먼지 없는 발자국이 이어져 있었다.

통로 끝에는 작은 방이 있었다. 벽에는 도윤의 초상화와 같은 얼굴을 가진 여자의 그림이 걸려 있었다. 그림 아래에는 이름과 날짜가 적혀 있었다. ‘수연, 도윤의 배우자, 혼인 계약 당일 사망.’

서화는 그림 속 여인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했다. 도윤은 그 이름을 듣고 고개를 숙였다.

“나는 수연과 결혼한 적이 없습니다.”

“그럼 누군가 혼인 계약을 이용해 죽음을 감춘 거군요.”

연주는 벽장 안에서 오래된 종각 열쇠를 찾아냈다. 열쇠의 손잡이에는 서화 가문의 문장이 새겨져 있었다. 도윤을 죽인 사람뿐 아니라, 수연의 죽음도 같은 가문과 연결됐을 가능성이 생겼다.

서화는 열쇠를 감싸 쥐었다. 그녀는 저택의 상속을 보류하고, 살해 사건의 기록을 법원에 가져가기로 했다. 그 선택은 자신의 가문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었다.

도윤은 그녀를 붙잡지 않았다. “내가 원한다고 네가 그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다.”

“제가 감수할지 결정하는 건 제 몫이에요.”

그녀는 열쇠를 증거 봉투에 넣었다. 봉투를 닫기 전, 손잡이 안쪽에서 작은 글자를 발견했다. ‘둘이 아니라 셋.’

누가 죽었는지에 대한 기록은 도윤과 수연 두 사람뿐이었다. 세 번째 이름은 아직 장부에 나타나지 않았다.

연주는 저택 안의 하인 명부를 모두 꺼내 왔다. 서화는 이름이 지워진 사람과 근무 기간이 갑자기 끊긴 사람을 표시했다. 같은 해에 세 명이 사라졌고, 그중 둘은 장례를 앞두고 저택을 떠났다. 공식 기록에는 병환으로 귀향했다고 되어 있었지만, 고향 주소는 쓰여 있지 않았다.

“그분들의 가족이 아직 살아 있을까요?” 서화가 물었다.

“한 집안은 마을에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도련님 이야기를 꺼내면 답하지 않을 거예요.”

“질문하기 전에 기록을 보여 주고, 증언을 거부해도 괜찮다고 알려 주세요.”

연주는 서화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하인 명부에서 자신의 할머니 이름을 찾아냈다. 근무 시작일은 도윤이 살해되기 2년 전이었다. 퇴직 사유는 ‘혼인으로 인한 귀향’이었다. 그런데 연주가 물려받은 가족 서류에는 할머니가 평생 저택 가까이 살았다고 적혀 있었다.

서화는 퇴직 기록을 복사해 봉인했다. “누군가 생존자의 흔적을 지우려 했어요. 하지만 가족은 다른 기록을 남겼죠.”

도윤은 할머니가 자신을 위해 일한 적이 있다고 했다. 그는 하인들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고, 그 사실을 부끄러워했다. “나는 그들을 집의 일부처럼 여겼다. 그들이 내 죽음 뒤에 무슨 일을 겪었는지 묻지 않았다.”

“그때는 몰랐을 수도 있어요. 지금 알게 된 뒤에 무엇을 할지가 중요합니다.”

“내 이름이 그들을 묶었다면, 나는 그 이름을 바로잡아야 한다.”

서화는 그를 용서한다고 말하지 않았다. 대신 각 하인 가족의 증언을 받을 때 도윤이 동석할지, 모습을 드러낼지 본인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그들은 살아 있는 증인에게 먼저 동의를 구하고, 유령의 기억은 별도로 보관하기로 했다.

점심 무렵 마을에서 온 여성 한 명이 저택 정문을 두드렸다. 그녀는 연주의 사촌이었고, 할머니가 남긴 상자를 가져왔다. 상자에는 오래된 옷과 편지 몇 장이 있었다. 여성은 상자를 맡기되, 가족 이름은 조사 기록에 쓰지 말아 달라고 했다. 서화는 그 범위를 문서로 적고 그녀의 서명을 받았다.

상자 속 편지에는 회색 소매의 주인이 기록관이 아니라 장례 도우미였다는 내용이 있었다. 도윤이 죽은 날, 그 사람은 빈 관을 하나 더 준비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관은 저택에서 나간 적이 없다고 기록됐지만, 편지에는 새벽에 마차가 한 번 떠났다고 쓰여 있었다.

“세 번째 사람이 저택을 떠난 걸까요?” 연주가 물었다.

“그럴 수도 있고, 누군가를 다른 곳에 숨겼을 수도 있어요.” 서화는 답했다.

그들은 편지의 날짜와 장례 비용 기록을 대조했다. 빈 관 준비 비용은 사망일보다 하루 앞섰고, 마차 대여비는 기록에서 빠져 있었다. 누군가 죽음보다 먼저 장례를 준비했다는 의심이 더 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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