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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마지막 유령이었다3화

남편은 마지막 유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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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종이 울린 밤의 세 번째 이름

서화는 열쇠 손잡이에 적힌 ‘둘이 아니라 셋’이라는 글자를 확대해 그렸다. 잉크는 아니었다. 금속에 바늘로 새긴 글씨였다. 세 번째 이름이 누구인지 알 수 없었지만, 지하 서고의 빈 선반과 연결된 단서일 수 있었다.

연주는 저택의 옛 근무표를 가져왔다. 도윤이 죽은 날의 야간 근무에는 하인 두 명이 기록되어 있었다. 한 명은 장례 직후 사라졌고, 다른 한 명은 연주의 할머니였다. 그 아래에 이름이 하나 더 적혀 있었지만, 붉은 먹으로 지워져 있었다.

“왜 이 이름만 지웠을까요?” 서화가 물었다.

“할머니는 도련님을 발견한 사람이 셋이었다고 했어요. 그런데 그중 한 명은 기록에 없다고요.”

“그 사람이 살해범일 수도 있겠네요.”

“아니면 도련님을 도우려다 함께 사라진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서화는 두 가능성을 모두 기록했다. 도윤은 기억 속에서 종각이 울린 뒤 문이 잠겼다고 했다. 종이 울린 시각은 사망 장부와 다섯 시간 차이가 났다. 누군가 시간을 바꾸어 사망을 자연사처럼 만들었을 수 있었다.

그들은 종각 아래의 바닥을 조사했다. 사다리 자국을 따라 가느다란 긁힘이 이어졌다. 종을 울리는 줄은 끊겨 있었지만, 종의 내부에 작은 금속 고리가 남아 있었다. 고리에는 회색 천 조각이 걸려 있었다. 연주는 천을 알아봤다.

“저택 기록관의 제복에 쓰는 천이에요.”

“그럼 기록관이 종을 울렸을까요?”

“기록관은 그날 저택에 없었다고 근무표에 적혀 있습니다.”

서화는 회색 천을 봉투에 넣었다. 증거물은 손대기 전에 사진과 위치를 기록했다. 도윤은 종각 가까이 오자 가슴의 상처가 선명해졌다. 그는 눈을 감고 기억을 되살리려 했지만, 서화는 그를 재촉하지 않았다.

“기억이 돌아오지 않아도 괜찮아요. 지금 확인한 것으로 충분히 조사할 수 있어요.”

도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자신이 죽던 밤, 누군가 물에 적신 천을 입에 대었다고 말했다. 얼굴은 보이지 않았고, 숨이 막힌 뒤 계단을 내려오는 소리만 들었다.

“누가 셋째였는지 기억할 수 있나요?”

“소리가 하나 더 있었다. 작은 발걸음.”

“아이였나요?”

“그럴 수도 있다.”

서화는 저택의 오래된 하인 명부를 확인했다. 도윤이 죽은 해, 열두 살의 견습 기록관이 근무했다. 이름은 서란. 가족 기록에는 저택을 떠난 뒤 행방불명된 것으로 적혀 있었다. 세 번째 이름은 그 아이일 수 있었다.

그들은 의원의 기록과 맞춰 보았다. 독성 식물 증상은 도윤이 아니라 같은 날 저택에 머물던 한 소년에게 적힌 것이었다. 소년의 이름은 서란으로 보였다. 의원의 기록은 도윤의 사망 전날 그 아이가 구토와 호흡곤란을 겪었다고 했다.

“도윤 씨가 아니라 서란이 먼저 독에 노출된 건가요?”

“가능성은 있다.”

“그 아이는 살아남았나요?”

연주는 가족 기록을 더 찾아보겠다고 했다. 그녀는 도서관의 가족 명부에 서란의 여동생이 이후에도 저택에서 일한 기록이 남아 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날 오후, 서화는 마을의 기록소를 찾아갔다. 혼인 계약의 증인 이름이 누구인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기록관은 계약서를 열람하는 데 가문의 허가가 필요하다고 했다. 서화는 자신이 계약 당사자라고 밝혔다. 기록관은 서명이 도윤의 것이 아니라 대리인의 것이라고 답했다.

“혼인 당사자의 서명은 어디 있습니까?”

“그 문서에는 없습니다.”

“그런데 제 혼인이 등록됐군요.”

“저택의 상속권을 인정하는 별도 서류가 같이 제출됐습니다.”

기록관은 계약서 원본을 보여 주었다. 도윤의 이름은 증인란에 있었고, 서화의 이름은 혼인 당사자란에 있었다. 도윤의 배우자란은 비어 있었다. 누군가 빈칸을 두고 서화에게 혼인이 이미 성립했다고 말한 셈이었다.

“그럼 저는 도윤의 법적 배우자가 아닙니까?”

“현재 등록은 유효하지만, 혼인 당사자 두 사람의 동의가 충족되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서화는 그 답을 기록했다. 도윤은 자신의 이름이 남의 계약에 이용된 사실을 듣고 표정을 굳혔다. 그는 혼인 효력을 취소해 달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당신이 원한다면 지금 취소 절차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서화가 말했다.

“먼저 네가 원하는 것을 말해 줘.”

“저택 기록을 조사할 동안 계약을 보류하고 싶어요. 신체적·재산적 의무는 지지 않는다는 합의를 새로 쓰죠.”

도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재산 상속과 혼인 상태를 분리하는 합의문을 작성했다. 서화는 저택을 임시 관리하되, 도윤의 유령을 남편으로 대우할 의무는 지지 않았다. 도윤은 자신의 이름을 사용한 계약에 이의를 제기하되, 서화가 조사할 시간을 보장했다.

합의문에 서명하려는 순간 종각이 울렸다. 이번에는 세 번이었다. 서화는 기록을 멈추고 소리를 세었다. 첫 번째 종은 낮았고, 둘째는 길게 울렸으며, 셋째는 작게 끊겼다. 도윤의 몸이 흔들렸다.

그는 기억 속 장면을 본 듯 눈을 크게 떴다. “서란이 문을 열었다.”

“그 아이가 당신을 발견했나요?”

“아니다. 문을 잠그려 했다.”

“왜요?”

“누군가 안에 있었다.”

서화는 종각으로 뛰어갔다. 연주는 뒤따랐다. 종 아래의 철 고리는 비어 있었다. 회색 천 조각은 봉투에 그대로 보관되어 있었다. 그럼 종을 울린 것은 현재의 누군가였다. 정문은 잠겨 있었지만, 창문 하나가 안쪽에서 열려 있었다.

서화는 창턱의 먼지를 살폈다. 바깥에서 들어온 발자국은 없었다. 실내에서 창문 쪽으로 걸어온 작은 발자국이 있었다. 연주는 그것이 어린아이의 발보다 조금 작은 성인의 신발 자국이라고 했다.

“서란이 아직 살아 있을 수 있어요?”

“백 년이 지났습니다.”

“그렇다면 누군가 그 이름을 이어받았을 수도 있죠.”

서화는 창문 주변을 살피다 액자 뒤에 끼인 편지를 발견했다. 발신인은 서란이었고, 날짜는 도윤이 죽은 해였다. 편지에는 “도윤 씨는 죽지 않았다. 그는 나를 숨기려다 대신 죽었다”라고 적혀 있었다.

도윤은 편지를 읽고 고개를 저었다. “나는 서란을 본 적이 없다.”

“기억이 지워졌을 수도 있어요.”

“그럴 수 있다.”

편지의 마지막에는 세 번째 이름이 적혀 있었다. ‘연주.’ 지금 저택을 관리하는 하녀와 같은 이름이었다. 서화는 연주를 돌아봤다.

“당신 가족은 이 저택에서 몇 대째 일했죠?”

“할머니부터입니다.”

“서란과 관계가 있나요?”

연주는 편지를 받아 읽었다. 그녀의 손이 떨렸다. “제 할머니의 어머니가 서란이었어요. 가족에게는 이름을 숨기라고 했습니다.”

도윤은 연주를 바라봤다. 그는 그녀를 기억하지 못했다. 서화는 편지와 계약서의 날짜를 나란히 놓았다. 세 번째 증인은 도윤을 죽인 사람이 아니라, 사건을 기록하지 못하게 막은 생존자일 수 있었다.

복도 끝에서 작은 발자국 소리가 다시 들렸다. 이번에는 지하 서고 방향이었다. 서화는 연주에게 편지를 맡기고 도윤과 함께 계단으로 향했다. 도윤은 경계 너머로 내려갈 수 없었지만, 이번에는 종이 울린 직후라 잠깐 몸이 또렷했다.

지하 서고의 문은 열려 있었다. 빈 선반 자리에 새 책 한 권이 놓여 있었다. 표지에는 서화 가문의 문장이 새겨져 있었다. 책을 펼치자 첫 장에 ‘도윤을 죽인 자는 문을 잠근 사람이 아니다’라는 문장이 나타났다.

그 아래에는 현재 날짜와 서화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누군가 이 저택 안에서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다.

서화는 법률 사무소에서 혼인 계약의 등록 절차를 확인했다. 담당 서기관은 당사자 한 명이 사망한 경우 혼인이 성립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사망이 공적으로 확인되지 않았거나, 대리 서명이 유효하다고 판단되면 임시 등록이 가능했다. 도윤의 사망 기록이 있음에도 계약이 등록된 이유는 별도 상속 서류 때문이었다.

“상속 확인은 혼인 성립과 관계가 없습니다.” 서기관이 말했다. “두 문서를 함께 제출했다고 효력이 합쳐지는 것은 아니죠.”

서화는 조항이 적힌 법전을 복사해 왔다. 저택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녀는 자신이 남편의 법적 배우자인지, 재산을 받는 대리인인지 다시 생각했다. 어느 쪽이든 그녀의 동의 없이 문서가 작성됐다면 바로잡을 필요가 있었다.

도윤은 서화가 가져온 법전을 읽고, 자신의 서명이 증인으로 쓰인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그 서명이 혼인을 뜻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서화는 그에게 책임을 묻기 전에, 살아 있을 때 문서를 어떻게 읽었는지 듣고 싶었다.

“대리인은 이 저택을 보존하고, 가문의 채무를 막기 위해 서명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나는 구체적인 문장을 읽지 않았습니다.”

“그럼 서명한 책임은 있어요. 하지만 문서를 바꾼 사람의 책임과 같지는 않죠.”

“그 구분을 법정에서 설명할 수 있을까?”

“증거가 있으면요.”

그날 저녁 두 사람은 잠정 합의서를 완성했다. 서화는 저택의 임시 관리자로 남고, 도윤은 조사에 필요한 기억을 제공한다. 어느 쪽도 혼인의 의무나 상속을 강요하지 않는다. 진실이 밝혀지면 계약을 다시 협의한다. 서화는 자신의 서명을 적고, 도윤은 이름 대신 증인 표식을 남겼다.

합의서는 기존 혼인 계약과 다른 종이에 보관했다. 두 문서의 차이가 분명하도록 봉투 색도 달리했다. 연주는 날짜와 참석자를 적은 확인서에 서명했다. 세 사람은 각자 한 부씩 소유했다.

밤 열 시 십칠 분이 가까워지자 저택의 시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초침이 한 바퀴 돌고, 종각에서 작은 소리가 났다. 도윤의 상처가 희미해졌다가 다시 드러났다. 그는 이번에는 기억의 장면을 피하지 않았다.

“문을 잠근 사람은 반지를 끼고 있었지만, 방 안에 있던 사람은 아니었다.”

“밖에서 문을 잠갔다는 뜻이에요?”

“그렇다. 안에서는 다른 사람이 나를 붙잡고 있었다.”

“그 사람은 누구였나요?”

도윤은 눈을 감았다. “서란. 내가 기억하지 못한다고 했지만, 그 이름을 들으니 떠오른다. 어린 기록관이었다.”

서화는 연주에게 가족 상자를 확인해 달라고 했다. 연주는 서란이 자신의 증조할머니였음을 확신했다. 서란은 도윤을 죽인 사람이 아니라, 그날 방 안에서 그를 붙잡고 있던 증인이었을 수 있었다.

그들은 새벽 기록소에서 서란의 이름을 찾아보기로 했다. 하지만 저택 시계가 열 시 십칠 분을 가리키자, 서고 문이 저절로 닫혔다. 문틈 아래로 얇은 종이가 밀려 나왔다. ‘서란은 살아서 저택을 떠났다. 마차를 운전한 사람은 서화의 할아버지.’

서화는 문장을 읽고 손끝을 굳혔다. 가문은 사건의 증거를 운반했을 뿐일까, 아니면 살해를 계획했을까. 이름 없는 발신자는 그녀의 가족이 무엇을 했는지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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