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신령 민원 콜센터는 새벽에만 연결된다

1화: 발신자 표시 없음
새벽 두 시 십칠 분에 들어온 전화는 통화 목록에 남지 않았다.
고유리는 한쪽 헤드셋을 벗고 단말 화면부터 보았다. 신규 민원을 알리는 초록 표시도 없었다. 세 번째 전화기만 붉은 불을 깜박이며 울렸다. 그 전화기는 점심시간에 내선 시험을 할 때도 소리가 나지 않아, 관리자가 다음 달 교체하겠다고 말한 물건이었다.
“받지 말고 소리만 꺼요.”
옆자리의 배성훈이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않고 말했다. 야간 운영 관리자인 그는 다음 날 보고할 처리 건수를 맞추는 중이었다. 유리는 버튼 위에 손을 올렸다가 멈췄다. 전화벨 사이에 숨 넘어가는 소리가 섞여 있었다. 사무실 환풍기가 내는 소리와는 달랐다. 짧게 들이쉰 뒤 끝까지 내뱉지 못하는 숨이었다.
“연결된 건지 확인하겠습니다.”
“그거 장애 단말이에요.”
유리는 수화기를 들었다. 서림군 야간 민원센터라는 인사를 마치기도 전에 남자가 말했다.
“나무 밑에 하나 누웠소. 데려가시오.”
나이가 많은 사람의 목소리였다. 그러나 바람이 너무 크게 불어서 그가 화를 내는지, 웃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유리는 빈 접수창을 열었다.
“선생님, 지금 계신 곳과 누워 있는 분의 상태를 알려 주세요.”
“서낭재요. 올 때 밟던 그늘이 없어졌으니 다리가 길을 못 찾지.”
유리는 지역 지명 검색창에 서낭재를 입력했다. 결과가 없었다. 비슷한 이름의 서낭골은 남쪽 끝 평지에 있었고, 그곳에는 야간 산책로가 없었다. 위치를 다시 물었지만 남자는 같은 말을 반복했다. 그늘을 밟다가 끝을 놓쳤다는 말이었다.
“근처 표지판이나 건물 이름이 보이십니까?”
“그대들 간판은 너무 빨리 썩소.”
배성훈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유리의 화면을 보고 접수 유형을 바꿨다. 위치 불명, 장난 의심. 유리가 아직 고르지 않은 분류가 표시됐다.
“산 관련 민원은 담당 부서 근무 시간 안내하고 끝내요. 밤에는 나무 같은 거 처리 못 하니까.”
수화기 너머에서 작은 소리가 났다. 돌에 무엇이 쓸리는 소리, 그다음 “물”이라는 한 음절. 유리는 손바닥으로 관리자의 마우스를 덮었다.
“사람이 다쳤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본인 전화도 아니고 위치도 없잖아요.”
유리는 수화기에 더 가까이 입을 댔다.
“옆에 누워 계신 분이 말씀하실 수 있나요?”
노인이 길게 숨을 내쉬었다. 똑, 하고 나무를 두드리는 듯한 소리가 났다. 신음이 가까워졌다. 이번에는 젊은 남자가 분명하게 말했다.
“노란 가방…… 발목이, 안 움직여요.”
유리는 새 접수창을 열고 관리자가 선택한 분류를 지웠다. 배성훈이 입을 열기 전에 그녀가 먼저 말했다.
“제가 확인한 말까지만 쓰겠습니다. 장난인지는 아직 모릅니다.”
젊은 남자의 이름은 윤기범이었다. 스물네 살이고, 혼자 전망대를 보러 올랐다가 해가 진 뒤 내려오는 길을 놓쳤다고 했다. 어느 산인지 묻자 기범은 서림 북쪽 송두산이라고 답했다. 정상에는 휴대전화가 됐지만, 길을 벗어난 뒤부터 꺼진 전화 화면만 보였다고 했다.
“지금 통화하시는 기기는 누구 것인가요?”
“전화요?”
기범은 못 알아들은 듯 되물었다. 노인이 다시 수화기를 받았다. 실제로 수화기를 건네는 소리는 나지 않았다. 두 사람의 음성 거리가 저절로 바뀌는 것 같았다.
“내가 불렀소. 이 사람은 오래 누워 있을 몸이 못 되오.”
유리는 노인에게 통화를 유지해 달라고 말하고 별도 업무 휴대전화로 구조 요청을 전달했다. 송두산 일대에서 부상자가 있는 것 같지만 위치가 확인되지 않았고, 이 통화의 발신 번호도 없다고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구조 담당자는 마지막으로 본 표지나 시설이 있는지 물었다.
유리가 질문을 되돌려 주자 기범은 한참 생각했다.
“돌담 있는 곳에서…… 하얀 표지, 숫자 셋이 있었어요. 가운데가 칠이었나. 물 내려가는 네모 구멍도 있었고요.”
숫자 셋과 배수 시설만으로는 범위가 너무 넓었다. 유리는 송두산 임도 관리 지도를 켰다. 배수 시설마다 붙어 있는 번호가 작게 보였다. 그중 세 자리이고 가운데에 칠이 들어간 것은 네 곳이었다. 하나는 전망대 진입로, 두 곳은 통제 구간, 나머지는 오래된 채석장 뒤였다.
“표지를 지난 뒤 올라가셨나요, 내려가셨나요?”
기범은 자신이 내려갔다고 했다. 노인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사람은 발을 내리면서도 산을 오르지.”
유리는 그 말을 접수 메모에 남기지 않았다. 대신 기범에게 몸을 움직이지 말고 물소리나 차량 소리가 들리는지 물었다. 그는 물이 떨어지는 소리와 한 번씩 쇠가 부딪치는 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유리는 네 시설의 최근 점검 자료를 확인했다. 자세한 현장 사진은 상담 시스템에 없었다. 담당자 연락 목록에는 산림 조사원 문해수의 비상 연락처가 있었다. 전화를 연결하자 잠에 잠긴 여자가 세 번 만에 받았다.
“송두산 북쪽 시설입니다. 하얀 표지 가운데 칠, 옆에 돌담과 사각 배수구가 있었다고 합니다. 실제 부상자의 말인지 구조대가 확인 중이고요.”
해수는 대답 대신 컴퓨터를 켜는 소리를 냈다. 잠시 뒤 그녀가 말했다.
“칠십구 번 사진을 봐야겠네요. 채석장 뒤는 표지 색이 노랑입니다. 돌담은 북쪽 백칠십이 번에만 남아 있어요. 배수구 덮개를 교체하면서 임시 철판을 달았거든요.”
백칠십이. 유리는 그 번호를 전달했다. 해수는 자기도 현장으로 나가겠다고 했다. 차를 준비하느라 전화가 멀어졌을 때, 노인이 먼저 입을 열었다.
“나무에 붉은 칠을 한 이가 오는군.”
유리는 헤드셋에서 손을 떼지 못했다. 해수의 목소리는 업무 휴대전화 스피커로 나왔고, 구형 전화 수화기는 책상 위 받침에 올려 두지 않았다. 통화 상대에게 산림 조사원의 이름도 말하지 않았다. 낮은 목소리가 어디까지 들을 수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 나무가 어떤 나무입니까?”
“재 넘는 이에게 그늘을 주던 나무요. 가져간 그늘을 내놓으면 되오.”
유리는 그것을 부상자 구조와 다른 요청으로 따로 적었다. 위치 확인, 구조 진행. 나무 관련 요구는 내용 확인 필요. 두 줄을 나눠 적자 단말의 붉은 등이 느리게 깜박였다.
배성훈은 유리의 어깨 너머를 보고 있었다.
“종료 유형을 못 넣으면 대기 시간이 계속 올라가요.”
“구조대가 도착하기 전에 완료로 표시할 수는 없습니다.”
“나무 건만 종결해요. 담당 부서 전달했으면 처리 끝난 거예요.”
유리는 마우스를 당겨 자기 쪽으로 옮겼다. 무언가를 돌려 달라는 말을 들어 놓고, 무엇인지도 모른 채 처리 완료를 누르기 싫었다. 예전에 쓰레기 수거 민원을 잘못 닫았다가 밤새 비에 젖은 쓰레기를 주민이 혼자 다시 끌고 온 일이 있었다. 이번에는 끝났다고 말할 사람이 수화기 저편에 없었다.
“전달한 건 위치 자료입니다. 이 요청은 아직 전달하지 않았어요.”
배성훈은 더 말하지 않고 팩스기 옆으로 갔다. 구형 전화 설치 번호가 적힌 종이를 찾는 듯했다. 유리는 그의 손에 누렇게 변한 회선 접속표가 들리는 것을 보았다. 현재 단말은 다섯 대인데, 표에는 번호가 열둘까지 있었다.
전화에서 나뭇잎이 뒤집히는 소리가 커졌다. 사무실 창문은 닫혀 있었고 밖에는 가로등 아래 주차장만 보였다. 그런데 유리의 모니터에 어둡고 굵은 나뭇가지가 비쳤다. 그녀는 뒤를 돌아보지 않고 검은 화면 부분에 손을 가져갔다. 손바닥을 가리자 가지도 가려졌다. 유리 자체의 흠집은 아니었다.
“윤기범 씨, 제가 질문할 때 대답할 수 있으세요?”
“네. 그분이…… 자꾸 누우라고 해요.”
“발목 상태가 나쁘면 움직이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지금 찾으러 오는 분들이 있습니다. 잠깐씩 목소리를 들려주세요.”
기범은 자기가 본 전망대의 이름을 말했다. 노을을 찍은 사진이 있고, 어머니에게 보내려다 실패했다고 했다. 유리는 등산로 출발 시각과 마지막 식사를 물었다. 대답이 길어지자 바람 소리는 줄었다. 한 사람이 말하는 동안 다른 목소리는 끼어들지 않았다.
기범이 잠시 침묵했을 때, 수화기에서 작은 종이 울렸다. 사무실 복도 문 너머에서 같은 소리가 한 박자 늦게 났다. 유리는 몸을 돌렸다. 복도 끝에 있던 나무 종이 흔들리고 있었다. 사무실을 세낼 때부터 벽에 걸려 있던 장식이었다. 어느 여행지 기념품인 줄 알았다.
“저거 누가 가져온 겁니까?”
배성훈이 종을 보았다. 그는 회선 접속표를 접었다.
“건물 주인이요. 옛날 전화국 건물이라 남겨 두는 게 많아요.”
“방금 움직였어요.”
“난 못 봤어요.”
관리자는 탕비실 쪽으로 걸어갔다. 유리는 종 가까이 가는 대신 현재 통화 시각을 적었다. 벨과 종이 연결돼 있을 가능성, 확인 필요. 기록에 단정적인 단어를 쓰면 자기 눈으로 본 것보다 많은 것을 믿게 됐다.
업무 휴대전화가 진동했다. 정우석 구조대원이었다.
“백칠십이 번에 도착했습니다. 임도에서 빗물이 빠지는 곳 맞습니다. 여기엔 돌담이 없습니다.”
해수의 전화도 연결됐다. 그녀는 우석보다 아래 지점에 도착했다고 했다.
“사진은 석 달 전 겁니다. 지난주 작업 때 돌담 일부를 철거했어요. 길이 아니라 배수 공사였는데.”
지도 화면의 선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최신 자료라고 표시된 지도가 지워진 돌담을 설명해 주지 못했다. 유리는 기범이 마지막으로 본 물건을 다시 물었다. 그는 돌담 꼭대기에 얹혀 있던 깨진 기와를 말했다. 가장 높은 기와 아래 흰 뿌리가 있었다고 했다.
해수가 숨을 삼켰다.
“당산나무를 제거한 쪽입니다. 뿌리가 담을 들어 올려서 잘랐어요. 주민들이 서낭재라고 부르긴 했죠. 공식 지명은 아니라서 지도에는 안 나옵니다.”
그 지명이 처음으로 현재 사람의 입에서 나왔다. 유리는 화면에 좌표를 표시하고 우석에게 현장 확인 범위를 물었다. 우석은 안전하게 접근할 수 있는 곳까지 확인하겠다고 답했다. 유리는 기범에게 구조대원 이름을 알려 주고, 가까이 온 사람이 실제로 그 이름을 확인하는지 들어 보자고 했다.
수화기 저편에서 노인이 웃었다.
“이름을 많이 묻는구려. 길은 이름보다 오래 사는데.”
유리는 대답하지 않았다. 남자가 누구든, 실제로 다친 사람의 발목을 돌려놓지는 못했다. 현장에 도착하는 사람과 연결되는 동안 그녀는 이 수화기를 놓지 않을 생각이었다.
잠시 뒤 기범이 급하게 숨을 들이켰다.
“불빛이 보여요. 위에 있어요.”
우석의 무전기 소리가 업무 전화에 섞였다. 그는 폐쇄된 작업길의 아래에서 노란 물건을 발견했다고 했다. 바로 들어갈 수 없어서 동료와 접근 방향을 바꾸고 있었다. 유리는 두 사람에게 같은 불빛이 보이는지 물었다. 기범은 두 개, 우석은 두 명이 조명 두 개를 쓰고 있다고 대답했다.
그때 구형 전화의 붉은 표시가 꺼졌다. 통화가 끊긴 것은 아니었다. 바람과 숨소리는 계속 들렸다. 대신 유리가 열어 둔 접수창의 빈 주소칸에 서낭재라는 세 글자가 나타났다. 키보드에는 그녀의 손이 닿지 않았다.
우석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사람은 찾았습니다. 그런데 하나 확인해야겠습니다.”
유리는 펜을 쥐었다.
“네, 말씀해 주세요.”
“여기 전화벨이 울립니다. 등산객 휴대전화가 아닙니다.”
현장의 쇠 덮개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 너머로, 사무실에서 처음 들었던 구형 전화벨이 정확히 세 번 울렸다.
“잘린 나무 뿌리 아래에서 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