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끼가 자라는 우편함의 주인

2화: 젖은 편지
산길 입구에 도착했을 때 개울은 이미 길을 덮고 있었다. 물살은 나뭇가지와 흙을 끌고 내려왔고, 무너진 다리의 일부가 바위에 걸려 있었다. 연수는 허리에 밧줄을 묶고 먼저 물가로 다가갔다.
“건너면 안 돼요.” 해린이 말했다.
“우편함이 물에 잠기기 전에 편지를 빼야 합니다.”
“다리가 무너졌어요. 당신이 빠지면 편지도 못 건져요.”
“목수는 다리를 고쳐야 합니다.”
“목수는 살아 있어야 고치죠.”
연수는 대꾸하지 않았다. 그는 젖은 나무를 살펴 가장 단단한 쪽에 임시 버팀목을 댔다. 해린은 밧줄을 나무에 묶고, 몸을 낮춰 반대편으로 건너려 했다. 물이 무릎을 때렸고, 발밑의 돌이 움직였다.
연수가 그녀의 팔을 잡아당겼다. “혼자 가면 안 됩니다.”
“그럼 같이 가요.”
둘은 밧줄을 잡고 천천히 건넜다. 중간에서 물살이 허리까지 차올랐다. 해린은 가방을 머리 위로 들었고, 연수는 그녀의 등 뒤에서 밧줄을 팽팽하게 잡았다. 반대편에 도착하자 둘은 진흙에 넘어졌다.
이끼 우편함은 뿌리까지 물에 잠겨 있었다. 뚜껑이 열리며 안의 편지들이 물 위에 떠올랐다. 해린은 방수 가방을 열고 편지를 한 장씩 건져냈다. 봉투의 잉크가 번지고 종이가 무르게 변했다.
“이대로 말리면 글씨가 더 지워질 수 있어요.”
연수는 작업용 나무판을 꺼내 편지를 그 위에 펼쳤다. “종이를 직접 만지지 말고 판째로 옮깁시다.”
해린은 편지 봉투에 손대지 않고 보호판 사이에 끼웠다. 세 장은 건졌지만, 마지막 엽서는 물살에 떠내려갔다. 연수가 물속에 손을 넣어 잡으려다 미끄러졌다. 그의 손이 뿌리에 걸렸고, 상체가 물에 잠겼다.
해린은 밧줄을 당겨 그를 끌어냈다. 그는 기침하며 물을 뱉었다. “놓친 건 한 장이네요.”
“사람이 빠질 뻔했어요.”
“그 한 장이 누군가의 마지막 편지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당신 몸을 던져도 된다는 뜻은 아니에요.”
연수는 눈을 감고 숨을 골랐다.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쓴 편지도 이 함에 들어갔을 수 있습니다.”
해린은 그의 손에서 진흙을 닦아 냈다. “그걸 확인하고 싶어요?”
“모르겠습니다.”
“모르면 오늘은 결정하지 않아도 돼요.”
그들은 물이 더 불기 전에 우편함을 나무뿌리에서 떼어 냈다. 함 아래에 오래된 이름표가 붙어 있었다. 복례의 젊은 시절 필체로 ‘미전달 우편 임시 보관’이라고 적혔다. 그 옆에는 최근 누군가 긁어낸 흔적이 있었다.
“누가 여길 다시 열었죠?” 연수가 물었다.
“아직 몰라요.”
“마을 사람 중 한 명일 겁니다. 복례 할머니가 문을 잠갔다고 했으니까.”
“함을 연 사람이 편지를 가져가지 않은 이유는요?”
“받을 준비가 안 됐거나, 주인이 아니었을 수 있어요.”
그들은 우편함을 어깨에 메고 돌아왔다. 다리는 이미 더 무너져 있었다. 연수는 나무판을 묶어 임시 다리를 놓고, 해린은 편지를 품에 안았다. 비가 굵어지면서 물살이 높아졌다. 둘은 서로의 발걸음에 맞춰 건넜다. 마지막에 나무판이 갈라졌다. 연수가 밀려났고, 해린은 그의 코트를 잡아당겨 둘 다 둑으로 올라왔다.
“괜찮아요?”
“이번엔 다친 데 없습니다.”
“이번엔요.”
그는 젖은 머리를 털었다. “당신은 꼭 다음 장면까지 생각하네요.”
“배달은 도착한 뒤까지 확인해야 하니까요.”
공동 우체국에서 복례는 편지를 말리는 방법을 알려 줬다. 습기를 천으로 빨아들이되 종이를 누르지 않고, 바람이 직접 닿지 않게 하는 것이었다. 해린은 편지 한 장마다 받침을 만들었다. 잉크가 번진 부분을 읽으려 하지 않았다.
첫 편지는 연수 아버지 앞으로 왔다. 주소는 오래된 나무다리의 위치였다. 연수는 편지를 보며 손을 주머니에 넣었다.
“그분은 이미 돌아가셨어요.”
“편지를 받으시겠어요?”
“제가 읽어도 될까요?”
“편지 주인이 당신이라면요.”
“주인은 아버지잖아요.”
“받는 사람과 읽을 사람이 다를 수 있어요. 아버지가 남긴 글을 당신이 읽고 싶다면, 그 선택은 당신이 할 수 있어요.”
연수는 잠시 생각했다. “오늘은 아니에요. 편지를 보관해 주세요.”
“그럴게요.”
두 번째 편지는 마을 진료소의 전 간호사 앞으로 왔다. 그녀는 이웃 마을로 이사한 지 오래였다. 복례는 주소를 알아보겠다고 했다. 세 번째 봉투는 받는 이의 이름이 없고, 겉면에 ‘숲 우편함을 다시 열 사람에게’라고 적혀 있었다.
해린은 그 봉투를 열지 않았다. “이건 제 앞으로 온 걸까요?”
복례가 고개를 저었다. “배달부는 편지에 적힌 대로 옮겨야지. 네가 주인이라고 생각되면, 다른 사람이 확인해 줘야 해.”
그 말에 해린은 언니에게 보냈던 편지를 떠올렸다. 답을 기다리지 않고 주소를 지운 뒤, 편지는 돌아오지 않았다. 누군가 그것을 읽었을까, 아니면 길 위에서 잃어버렸을까. 그녀는 그 질문을 오래 묻어 두었다.
우체국 밖에서 도윤이 뛰어 들어왔다. 그의 얼굴과 소매에 흙탕물이 묻었다. “산 위쪽 비탈에 금이 갔어요. 나무가 쓰러졌고, 물길이 마을 쪽으로 바뀌었습니다.”
연수가 창밖을 보았다. “다리도 무너졌는데, 이대로 비가 더 오면 서쪽 집들이 고립돼.”
복례는 편지 상자를 닫았다. “주민들에게 알려야 해.”
해린은 젖은 편지들을 방수 가방에 넣었다. “배달은 멈추지 않아요. 다만 길이 바뀌는 거죠.”
그녀는 우체국 벽에 마을 지도를 펼쳤다. 계절 우편함과 집집마다 연결된 오래된 길을 표시했다. 우편물을 나누어 맡기면 서쪽까지 소식을 전할 수 있었다. 그러나 편지는 젖었고, 주인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도윤은 산비탈에서 흙이 내려온 방향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서쪽 첫 집 뒤로 물이 돌아가고 있어요. 저 집부터 비워야 해요.”
연수는 목수 도구를 내려놓고 밧줄을 챙겼다. “다리 쪽으로 보내면 안 됩니다. 높은 길은 아직 괜찮아요.”
주민들은 급히 움직였다. 해린은 우편국의 손수레를 끌고 가장 먼저 서쪽 집으로 향했다. 그 집에는 무릎이 불편한 노인과 두 아이가 있었다. 노인은 약을 챙기느라 시간을 끌었고, 아이들은 방 안에서 숨은 고양이를 찾고 있었다.
“고양이는 제가 찾을게요. 할머니는 약 봉지를 챙기세요.” 해린이 말했다.
“그 아이를 두고 갈 수 없어.”
“제가 데려갈게요. 지금은 문밖으로 나오는 게 먼저예요.”
연수는 창틀을 들어 올려 막힌 문을 열었다. 나무가 비틀어져 문짝이 끼어 있었다. 그는 어깨로 밀다가 넘어질 뻔했다. 도윤은 집 뒤편에서 새 물길을 발견하고, 주민에게 삽을 요청했다. 셋은 도랑을 파서 물을 옆 밭으로 돌렸다. 흙이 내려앉으며 울타리가 무너졌고, 연수는 팔을 뻗어 아이 하나를 끌어당겼다.
고양이는 침대 밑에서 나오지 않았다. 해린은 젖은 편지 가방을 입구에 두고, 빈 담요로 작은 통로를 만들었다. 고양이는 낯선 손을 피해 담요 안쪽으로 기어 나왔다. 아이가 품에 안자 노인은 겨우 집을 나섰다.
그들이 언덕 위 창고에 도착했을 때, 노인은 해린의 소매를 잡았다. “네 가방이 젖었구나.”
“편지들은 보호판에 있어요.”
“옛날엔 우편배달부가 편지보다 사람을 먼저 챙겼지.”
“편지도 사람이 맡긴 거예요.”
노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다 지키려고 애쓰는군.”
해린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봉투가 안전한지 확인하고, 마른 천으로 가방을 닦았다. 연수는 물에 젖은 팔을 털며 그녀를 바라봤다. 그의 눈에는 고맙다는 말과 미안하다는 말이 함께 있었다.
“내가 다리를 고친다고 했는데 더 위험해졌어요.”
“산사태는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
“그렇다고 내가 확인하지 않은 건 괜찮아지지 않죠.”
“그러면 다음엔 주민들과 같이 점검해요.”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혼자 해결하지 않는 법을 배우겠습니다.”
우체국으로 돌아오자 복례는 편지 바구니를 안전한 선반으로 옮기고 있었다. 다친 주민이 있었지만 위중한 사람은 없었다. 도윤은 산사태 징후를 정확히 표시한 지도를 만들었다. 이번엔 시험 점수 대신 구조 통로로 이어지는 지도를 그렸다.
해린은 우편함 곁에 의자를 놓았다. “오늘 저녁 여기서 편지의 주인을 기다릴게요. 받고 싶지 않은 사람은 그냥 지나가도 됩니다.”
복례는 의자 옆에 작은 찻주전자를 올려놓았다. “비가 멎기 전까지 따뜻한 차는 준비돼 있어.”
마을 사람들은 우편국 문 앞을 지나면서도 봉투를 집어 들지 않았다. 한 소녀가 꽃잎 그림이 있는 편지 앞에 멈췄다가, 어머니 손을 잡고 돌아섰다. 해린은 이름을 묻지 않았다.
잠시 뒤 소녀는 혼자 돌아왔다. “이 편지를 우리 아빠가 썼을 수도 있어요. 아빠는 봄마다 여기서 나무를 고쳤어요.”
“받아 가고 싶니?”
“아뇨. 엄마가 읽을 준비가 됐는지 먼저 물어볼게요.”
해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좋은 첫걸음이야.”
소녀는 따뜻한 차 한 모금을 마시고 밖으로 나갔다. 그녀가 문을 닫자, 우체국의 이끼 우편함에서 작은 물방울이 떨어졌다. 마치 숲이 기다리는 사람의 발걸음을 세는 것 같았다.
연수는 다리 보수 도구를 챙겼다. “저도 남겠습니다.”
“다리를 고쳐야 하잖아요.”
“먼저 사람들을 안전한 곳으로 옮기겠습니다. 편지는 그 뒤에 같이 찾죠.”
비가 우체국 창문을 두드렸다. 숲에서 내려온 이끼 물이 문턱까지 스며들었다. 해린은 젖은 봉투를 한 장씩 닦으며, 곧 이웃들이 직접 와서 말할 수 있도록 자리를 준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