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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뼈로 헌터 보조기를 만듭니다2화

몬스터 뼈로 헌터 보조기를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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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부러진 뿔의 탄성 시험

검은뿔 사슴의 뿔 조각은 봉인 상자 안에서 밤새 움직이지 않았다.

한서윤은 아침이 되자 상자를 작업대 위에 놓고, 장민후가 확보한 성분표를 다시 펼쳤다. ‘비각성 수지’라는 항목은 있었지만 제조사가 폐업한 업체로 표시돼 있었다. 표본의 채집 날짜와 보존 날짜가 일치하지 않았다. 채집 조는 회수 직후 수지를 썼다고 했으나, 납품서에는 일주일 뒤 처리했다고 적혀 있었다.

“날짜가 바뀌었네요.” 이지수가 말했다.

“잘못 적었을 수도 있어. 확인 전에는 그렇게 기록하자.”

민후가 고개를 끄덕였다. “채집 조장에게 다시 물었습니다. 마물 사체가 무너지기 전에 현장에서 발랐대요. 냉각 때문에 늦게 적었다고 합니다.”

“그럼 현장 사진은 있습니까?”

민후는 휴대전화에 남은 사진을 보여 줬다. 사슴의 뿔은 두 갈래로 부러져 있었고, 검은 수지는 단면만이 아니라 갈라진 틈 전체를 덮고 있었다. 그는 판매하려고 사진을 잘랐던 걸 인정했다. 잘라낸 바깥 부분에는 채집 조의 번호가 찍혀 있었다.

“왜 그 번호를 가렸어요?” 서윤이 물었다.

“거래처가 공개되는 걸 꺼렸습니다. 저도 그걸 그대로 받아들였고요.”

서윤은 표본을 다시 봉인하고 전체 사진을 원본으로 받았다. 민후가 공방에 가져온 뿔은 다른 조각과 이어질 수 없도록 단면이 새로 깎여 있었다. 누군가 내부 층을 보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일 수도 있었지만, 운반 중 손상을 줄이려 한 것일 수도 있었다. 어느 쪽인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임재원은 공방에 와서 접이식 의자에 앉았다. 그는 길드 담당자의 메시지를 열었다가 닫았다. 오늘 오후까지 복귀 여부를 회신하지 않으면 공략조 대신 창고로 배치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럼 창고에 가면 되지 않습니까?” 서윤이 물었다.

“제가 창고로 가면 다시 검을 잡을 기회가 없을 겁니다.”

“그걸 본인이 원합니까?”

재원은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 “아니요. 하지만 선택지가 하나씩 없어지는 기분입니다.”

재활의사 유하람은 그를 진료실로 데려가 보행 전 무릎 상태를 확인했다. 붓기는 조금 줄었지만, 근육은 약해져 있었다. 오늘 걷기 훈련을 할 수는 있어도 긴 시간은 무리였다. 재원은 공방에서 시험을 지켜보고 싶다고 했다. 하람은 통증이 오면 바로 앉는 조건으로 허락했다.

서윤은 뿔 표본을 환자 모형에 직접 쓰지 않았다. 먼저 지름이 같은 일반 골재와 수지를 나눠 시험판을 만들었다. 하중을 조금씩 높이면 일반 골재는 일정하게 휘었다가 돌아왔다. 검은 수지가 들어간 부분은 초반에 버티다가 갑자기 반대쪽으로 튀었다.

“그 탄성이 무릎을 밀어낼 수 있어요.” 서윤이 말했다.

“검에 달면 문제가 덜할 수도 있습니까?” 민후가 물었다.

“무기에도 쓰면 안 돼요. 어디에 쓰든 압력을 받아 튈 수 있습니다.”

그녀는 시험 장면을 촬영하고, 하중과 각도를 적었다. 지수는 뿔의 각 부분에서 얇은 시편을 떼어 일반 골재와 겹칠 수 있는 위치를 표시했다. 표본 자체를 손상시키기 전에 같은 재질의 남은 조각을 요청하기로 했다.

재원은 시험대 옆에서 손을 무릎 위에 얹고 있었다. 그는 자기 몸에 대는 시험을 허락해 달라고 재차 부탁했다. “다음 주면 훈련장에 나가야 합니다. 여기서 계속 기다리는 것도 무서워요.”

하람은 그의 얼굴을 살폈다. “기다리는 동안 길드가 당신 자리를 바꾸는 게 두렵다는 말인가요, 몸이 회복되지 않을까 두렵다는 말인가요?”

재원은 한참 뒤 “둘 다요”라고 답했다. 처음엔 팀에서 밀려나는 게 가장 두려웠다. 하지만 보조기를 착용하고 걷다가 무릎이 무너질 때, 다시 던전 바닥에 쓰러질까 봐 겁이 났다. 그는 둘 중 하나를 고르지 못했다.

“그 두려움은 같이 있어도 됩니다.” 하람은 말했다. “오늘은 걸음 네 번, 통증이 올라오면 끝. 길드에는 복귀 날짜 대신 현재 가능한 활동만 알리겠습니다.”

재원은 그 조건에 동의했다. 서윤은 일반 탄성판으로 만든 시제품을 조정했다. 안쪽 패드가 무릎을 직접 누르지 않도록 양쪽 지지대를 바깥으로 옮기고, 정강이 부분은 피부가 움직일 수 있게 얇은 천을 덧댔다. 보조기에는 뿔 조각을 넣지 않았다.

첫 시험에서 재원은 손잡이를 잡고 세 걸음을 걸었다. 네 번째 걸음에 왼쪽 무릎이 흔들렸다. 서윤은 즉시 “멈춰요”라고 말했고, 하람이 의자를 당겼다. 재원은 넘어지지 않았지만 숨을 빠르게 몰아쉬었다.

“어디가 아팠어요?”

“무릎 안쪽보다 종아리 위쪽이 당겼습니다.”

지수는 보조기를 벗기고 피부를 확인했다. 패드 자국은 남지 않았지만, 지지대가 종아리 근육을 밀어 올리고 있었다. 서윤은 고정 각도를 낮췄다. 재원은 재시험을 원했지만, 하람은 잠시 쉬자고 했다.

“한 번만 더 하겠습니다.” 재원이 말했다.

“한 번 더 해야 하는 이유가 있나요?”

“제가 그만두는 걸 확인하고 싶어요. 몸이 아니라 겁 때문에 도망치는 건지.”

서윤은 그의 말에 반박하지 않았다. “그럼 시험이 아니라 선택으로 해요. 지금 멈춰도 오늘 할 일은 했습니다.”

재원은 의자 등받이를 붙잡고 한참 생각했다. 그러고는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손이 떨렸지만, 보조기를 다시 착용하지 않았다. 하람은 그 결정을 기록했다.

민후는 그동안 채집 조에 연락해 검은 수지의 출처를 확인했다. 조장은 수지가 이름 없는 폐기물 거래상에게서 왔다고 했다. 일반 마력 골재가 물러지는 걸 막는다고 소개받았고, 다른 사냥팀도 사용한다고 들었다. 민후는 납품업체를 추적하겠다며 거래를 멈췄다. 이번 달 계약금을 잃을 수 있었지만, 표본을 다른 곳에 넘기지 않겠다고 했다.

“그걸로 끝났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서윤이 말했다. “이미 다른 사람이 썼을 수도 있어요.”

“압니다. 제가 직접 알리겠습니다.”

그는 채집 조의 연락망을 열었다. 몇몇은 민후에게 화를 냈고, 한 사람은 “그 재료로 만든 방패가 지난달에 부러졌다”고 말했다. 민후는 통화를 녹음하지 않고, 메모만 남기며 상대에게 기록 여부를 먼저 알렸다.

저녁 무렵, 서윤은 검은뿔 사슴과 일반 골재를 겹친 새 설계를 그렸다. 하중이 몰리지 않도록 뿔은 지지대가 아니라 바깥 보호판에 일부만 쓸 수 있었다. 그러나 성분 검사가 끝나기 전에는 제작을 시작하지 않기로 했다. 재원에게는 일반 소재로 조정 가능한 장치를 우선 맞추고, 희귀 재료는 나중에 교체 가능하도록 구조를 열어 두겠다고 설명했다.

재원은 디자인을 바라보다가 물었다. “그럼 뿔은 없어도 된다는 뜻인가요?”

“당신 몸에 도움이 된다는 게 확인되면 쓸 수 있어요. 없으면 없는 대로 만들 겁니다.”

그는 희귀 장비가 있어야 빨리 복귀할 줄 알았다. 이제 그 기대가 사라진 건 아니지만, 몸에 맞지 않는 재료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은 숨통을 틔웠다.

공방 문을 닫기 직전, 민후가 외부 시험기관의 중간 결과를 받았다. 수지는 몬스터 뼈를 단단하게 굳히는 대신, 마력 압력을 안쪽에 가두는 성분이 섞여 있었다. 장기간 하중을 받으면 늦은 반발이 발생할 수 있었다.

“이걸 누가 만들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지수가 말했다.

민후는 표본의 채집 번호를 다시 확인했다. 그 번호는 달개비 길드가 처음 계약을 시도한 반지하 건물의 승강기실 장치 납품 기록과 같은 공방을 가리키고 있었다.

서윤은 작업대 위에 설계도를 펼쳤다. 재원의 보조기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고, 소재의 출처도 더 확인해야 했다. 그러나 첫 시험에서 그는 자기 몸의 신호를 듣고 멈추는 선택을 했다. 그 선택을 지키는 구조를 만드는 게 서윤의 다음 일이었다.

길드의 복귀 담당자는 밤에 전화를 걸어 왔다. 재원의 진단 결과를 알려 달라는 요청이었다. 서윤은 환자의 동의가 없으면 정보를 전달하지 않겠다고 했다. 상대는 길드가 재활비를 내고 있다며 적어도 훈련 가능 여부는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원은 통화를 들으며 턱을 굳혔다. “제가 직접 말할게요.”

그는 전화를 받아 현재는 짧은 보행만 가능하고, 전투 훈련은 하지 않겠다고 알렸다. 담당자는 다른 임무로 배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재원은 대답을 준비하지 못했다. 잠시 침묵하다 “그 배치를 문서로 보내 주세요. 확인하고 답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통화가 끝난 뒤, 서윤은 그의 선택을 평가하지 않았다. 재원은 길드에 맞서는 게 두려우면서도, 몸 상태를 자신이 설명했다는 점에서 조금 가벼워 보였다. 그는 아까 밀어 둔 검집을 다시 작업대 옆에 세웠다. 무기를 돌려받지 않은 건 검을 포기해서가 아니라, 당장 손에 쥐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서윤은 지수와 함께 첫 시제품의 모서리를 다시 갈았다. 예전에는 자신이 정답을 알려 주면 환자가 편해질 거라고 생각했다. 동생에게도 “일주일만 더 참으면 된다”고 말했고, 동생은 그 말을 믿은 채 무리하게 훈련했다. 그 기억이 떠오를 때마다 서윤은 재원의 결정을 대신 내려 주고 싶은 마음을 억눌렀다.

지수는 시제품의 지지대를 들고 물었다. “선배는 환자가 계속 무리하겠다고 하면 어떻게 해요?”

“무리하지 말라고 말하고, 왜 그러는지 들어. 그래도 마지막 선택은 본인 몫이야.”

“위험한데도요?”

“위험을 줄일 방법은 제안할 수 있어. 대신 거짓말로 괜찮다고 하진 않을 거야.”

지수는 기록지에 그 말을 옮겨 적었다. 서윤은 그 말을 공방 벽에 규칙처럼 붙여 두지 않았다. 대신 내일 보행 시험 전에 재원에게 동선을 고르게 하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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