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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뼈로 헌터 보조기를 만듭니다3화

몬스터 뼈로 헌터 보조기를 만듭니다

몬스터 뼈로 헌터 보조기를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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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내일의 계단을 오르는 보조기

한서윤은 검은뿔을 보조기의 중심에 쓰지 않기로 했다.

외부 시험 결과는 성분이 안정적이지 않다고 나왔다. 희귀한 뿔은 일반 골재보다 훨씬 강한 반발력을 냈지만, 압력을 받은 뒤 돌아오는 시간이 일정하지 않았다. 뿔의 검은 수지가 그 원인이었다. 몬스터 뼈를 단단하게 만들었지만 힘을 안쪽에 가둬 두었다.

서윤은 수지를 제거한 표본 일부를 바깥 보호판으로만 시험하기로 했다. 장민후는 수지 원료의 이름을 찾을 때까지 남은 뿔을 판매하지 않겠다고 했다. 손해가 생기지만, 그 표본을 다른 환자에게 넘길 수 없다는 게 그의 결론이었다.

임재원은 공방에 일찍 도착했다. 길드에서 보낸 전투 복귀 일정은 일주일 미뤄졌지만, 그 기간 동안 창고에서 장비 점검을 돕도록 배치됐다. 그는 검을 들고 갈지 고민하다 공방에 맡겨 두었다. 손잡이가 낡아 새 가죽을 감아야 했다.

“오늘 보조기 완성됩니까?” 재원이 물었다.

“시제품은 완성할 수 있어요. 완성된 장비가 바로 전투용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알아요. 그래도 오늘은 계단까지 가 보고 싶어요.”

재활의사 유하람은 계단을 오르기 전에 바닥에서 보행 안정성을 확인하자고 했다. 재원은 좌우로 체중을 옮기고, 직선으로 여섯 걸음을 걸었다. 통증은 4에서 5 사이였다. 무릎이 안쪽으로 꺾이지는 않았지만, 세 번째 걸음부터 왼쪽 발끝이 바닥을 스쳤다.

서윤은 기존 설계에서 발목 움직임을 더 허용하도록 아래 지지대를 짧게 줄였다. 지수는 피부에 닿는 패드에 땀 배출 천을 덧대고, 조절 나사를 손으로 풀 수 있도록 손잡이를 바깥으로 돌렸다. 재원은 장비를 혼자 착용하고 벗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길드 동료에게 매번 도움을 청하는 건 싫었다.

“그럼 혼자 벗는 연습도 오늘 목표에 넣죠.” 하람이 말했다.

첫 시제품은 일반 골재를 중심 지지대로 쓰고, 검은뿔 조각은 정강이 바깥의 충격 보호판에만 얹었다. 뿔은 피부에 닿지 않도록 외피로 감쌌다. 서윤은 작은 힘부터 시험해 탄성 곡선을 기록했다. 이번에는 늦은 반발이 나타나지 않았다. 하중이 풀릴 때 보호판은 천천히 원래 모양으로 돌아왔다.

“재원 씨가 걸을 때 어느 정도 움직이는지에 맞춰 다시 조절해야 해요.”

“그럼 걸어 보죠.”

“먼저 착용감부터 확인합니다.”

재원은 보조기를 착용하고 무릎을 천천히 굽혔다. 끈을 한 칸 조이자 정강이 바깥에서 압박이 느껴졌다. 지수는 자국이 생기기 전에 끈을 풀었다. 재원은 자기 손으로 나사를 돌려 한 단계 느슨하게 만들었다.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는 게 중요했다.

“이 정도면 괜찮아요.”

하람은 통증 수치를 물었다. 재원은 4라고 답했다. 서윤은 그 숫자를 바로 받아 적었고, 길드에 보내지는 않는다고 다시 확인했다. 재원은 이번에는 그 말을 의심하지 않았다.

바닥 보행은 일곱 걸음까지 안정적이었다. 돌아설 때는 발을 작게 옮기자 무릎이 흔들리지 않았다. 재원은 숨을 고르고 다시 일어섰다. “계단을 한 층만 오를게요. 손잡이는 잡겠습니다.”

하람은 계단 아래에서 대기하고, 서윤과 지수는 그가 직접 보조기를 벗을 수 있도록 옆에서 지켜보기로 했다. 첫 계단에서 재원은 오른발을 먼저 올렸다. 왼쪽 다리는 아래에 둔 채 손잡이를 쥐었다. 팔에 힘이 들어가 목 근육이 튀어나왔다.

“멈춰도 됩니다.” 하람이 말했다.

“아직 괜찮아요.”

그는 왼발을 올렸다. 무릎이 한 번 흔들렸지만, 보조기 바깥판이 충격을 받아 냈다. 두 번째 계단에서 통증이 올라오자 재원은 멈췄다. 서윤은 다음 발을 내딛으라고 재촉하지 않았다. 그는 숨을 두 번 고른 뒤, 내려가겠다고 말했다.

“한 층을 다 못 올랐는데요.”

“오늘 목표는 계단에 오르는 거였어요. 여기까지 올라왔고, 멈춰야 할 때 멈췄습니다.”

재원은 계단 한 단 위에서 한참 아래를 바라봤다. 얼굴에 실망이 남아 있었지만, 무릎을 움켜쥐지 않았다. 그는 손잡이를 잡고 천천히 내려왔다. 마지막 발을 바닥에 놓자 하람이 보조기 안쪽을 확인했다. 피부 자국은 거의 없었다.

“내일 다시 오면 한 층을 다 오를 수 있을까요?” 재원이 물었다.

“그건 내일 상태를 보고 정해요.” 하람은 답했다. “오늘 해냈다고 내일도 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재원은 자신의 휴대전화에서 길드 담당자 메시지를 열었다. 창고 배치 제안에는 장비 점검과 신입 교육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는 처음엔 강등으로만 느꼈지만, 자세히 읽으니 보호구 점검을 맡을 사람이 부족하다는 내용도 있었다. 그는 담당자에게 한 달간 그 업무를 해 보되, 전투 복귀 여부는 별도 진료 뒤 다시 논의하겠다고 답장을 썼다.

“그 일을 하면 검을 다시 쓸 수 있을까요?” 지수가 물었다.

“모르겠어요.” 재원은 솔직하게 답했다. “그래도 몸이 준비되지 않은데 복귀한다고 말하진 않을 겁니다.”

서윤은 그 답을 듣고 재원의 보조기를 다시 조정했다. 종아리 아래 끈은 느슨하게 두고, 무릎 바깥 지지대는 한 칸 올렸다. 재원은 직접 거울을 보며 벨크로를 풀고 다시 채웠다. 처음에는 손이 꼬였지만 두 번째에는 혼자 마무리했다.

민후는 그날 오후 수지 제조사를 확인했다. 폐업 업체 이름은 다른 공방의 공급망에 빌려 쓰인 것이었다. 납품된 수지는 실제로는 던전 폐기물에서 회수된 강화액이었다. 채집 조는 원료를 모르고 사용했고, 중간 거래상이 안전 성분으로 속여 팔았다. 민후는 거래 내역을 관련 공방에 알리고 샘플을 회수하겠다고 했다.

“그걸 공개하면 거래처가 끊길 수 있어요.” 지수가 말했다.

“이미 누군가가 그걸 써서 부러진 뿔을 만들었어요. 늦기 전에 알려야죠.”

서윤은 그에게 공방 이름을 확인한 뒤, 환자와 길드에도 안전 공지를 보내자고 제안했다. 민후는 혼자 책임을 뒤집어쓰지 않도록 거래 기록을 함께 공개하기로 했다. 공급자와 채집 조, 판매 중개인의 역할을 분리해 적었다.

재원은 공방 문 앞에서 보조기를 벗었다. 혼자 나사를 풀고 끈을 떼어 내는 데 시간이 걸렸지만, 끝까지 다른 사람에게 맡기지 않았다. 그는 한 층을 오르지 못한 것이 실패라고 말하지 않았다. 오늘 할 수 있는 일을 했다고 했다.

“내일은 쉬어도 됩니다.” 하람이 말했다.

“쉬는 것도 일정에 넣을게요.”

서윤은 보조기를 작업대에 올리고 마지막 압박 지점을 기록했다. 장비는 완성품이 아니었다. 피부와 움직임을 더 확인하고 나사를 바꿔야 했다. 그러나 재원은 첫 계단을 스스로 올랐고, 내려와 멈출 때도 자기 목소리를 냈다.

공방 문을 닫기 전, 길드 창고 점검 담당자가 메시지를 보냈다. 같은 검은 수지를 바른 보조기 하나가 훈련장에 반입됐다는 보고였다. 장비를 착용한 헌터는 이미 첫 훈련을 시작한 상태였다.

서윤은 급히 그 헌터의 이름부터 묻지 않았다. 누구를 통해 연락했는지, 지금 통증이나 감각 이상이 있는지 확인했다. 담당자는 장비 검사만 해 달라고 했다. 하람은 착용자의 동의 없이는 몸을 만질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우선 훈련을 멈추고, 장비를 벗을 수 있는지 본인이 확인하게 해 주세요.” 서윤이 말했다. “통증이 있으면 의료진을 부르세요. 저는 소재와 구조를 볼 수 있지만, 진단은 못 합니다.”

담당자는 길드가 이미 큰돈을 지불했는데 그대로 둘 수 없다고 항의했다. 재원은 옆에서 조용히 그 통화를 들었다. 길드가 자기에게도 그런 보조기를 권했다면, 그는 빨리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에 받아들였을지 몰랐다.

“제가 가서 말해도 될까요?” 재원이 물었다.

“무엇을 말하고 싶어요?” 하람이 물었다.

“오늘 제가 멈춘 게 실패가 아니었다고요. 그 사람도 통증을 숨기지 않아도 된다고.”

재원은 길드 담당자에게 전화를 돌려 달라고 요청했다. 상대 헌터와 직접 이야기하지 않도록 하람이 중간에서 동의를 받았다. 잠시 뒤 연결된 목소리는 훈련을 막 시작한 상태라며, 다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원은 자기 첫 보조기가 무릎을 안쪽으로 눌렀던 경험을 짧게 설명했다.

“괜찮다고 말하면 훈련을 계속해야 할까 봐 저도 숨겼어요. 오늘은 멈추고 나서야 다시 걸을 수 있었어요.”

전화기 너머에서 숨을 삼키는 소리가 났다. 상대는 아직 통증이 없지만 장비가 뜨거워졌다고 했다. 하람은 곧바로 훈련 중지와 의료 평가를 권했다. 상대는 잠시 침묵하다 동의했다.

통화가 끝난 뒤 재원은 지친 얼굴로 의자에 앉았다. “제가 그 사람을 설득한 건가요?”

“선택지를 말해 준 거예요. 결정은 그 사람이 했어요.” 하람이 답했다.

서윤은 착용 보조기의 이상 보고를 기다리는 동안 자신의 시제품을 한 번 더 확인했다. 검은뿔 보호판은 하중을 받았을 때 안정적으로 돌아왔지만, 장시간 착용 시험은 아직 하지 않았다. 그녀는 보조기를 완성품으로 표시하지 않았다. 재원도 ‘내일 계단을 오를 수 있다’는 말을 목표로만 남기고 보장하지 않기로 했다.

“내일 다시 한 층을 올라가면 좋겠지만, 못 오를 수도 있죠.” 그가 말했다.

“그럼 목표를 조정합니다.”

“그렇게 말하니까 덜 겁나네요.”

재원은 자신의 기록을 직접 읽었다. 걸음 수, 통증, 피부 상태, 쉬어야 했던 순간까지 빠짐없이 적혀 있었다. 그는 한 층을 오르지 못한 기록에 줄을 긋지 않았다. 대신 다음 날은 계단 아래에서 보조기를 스스로 착용하는 연습부터 하겠다고 했다.

서윤은 보조기를 천으로 감싸 선반에 놓았다. “내일의 계단은 내일의 몸으로 결정해요.”

재원은 검집을 받아 들었다. 손잡이는 아직 고치지 않았지만, 혼자 들어 올릴 수 있었다. 그는 공방 문을 나서기 전에 계단 쪽을 바라봤다. 다섯 계단뿐인 현관 턱이었다. 그는 난간을 잡고 한 발씩 올라간 뒤, 꼭대기에서 잠깐 멈췄다.

“오늘은 이만큼이면 됐어요.”

서윤은 그를 붙잡지 않았다. 재원은 자기 속도로 내려와 집으로 향했다. 공방 안에는 검은 수지의 성분표와 다음 날의 측정 일정이 남았다. 누군가에게 빠른 복귀를 약속하는 대신, 그가 선택할 수 있는 움직임을 하나 더 만드는 일이 서윤의 작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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