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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뼈로 헌터 보조기를 만듭니다1화

몬스터 뼈로 헌터 보조기를 만듭니다

몬스터 뼈로 헌터 보조기를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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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걸을 수 없는 검객의 의뢰

임재원은 공방 문 앞에서 세 번이나 발을 돌렸다.

한서윤은 유리창 너머로 그를 봤지만 먼저 문을 열지 않았다. 왼쪽 다리에 힘을 주지 못하는 사람은 낯선 공간에 들어올 때 손잡이를 오래 잡는다. 재원은 검집을 오른손에 들고, 왼손으로 문틀을 짚었다. 문 안에 놓인 보조기 견본을 훑은 뒤에도 들어오지 않았다.

“들어오셔도 됩니다.” 서윤이 말했다. “계단은 없어요.”

“제가 여길 찾아온 게 알려지면 곤란합니다.”

“그럼 상담 기록에 이름을 안 적겠습니다. 다만 치료 이력을 숨기면 안 돼요.”

재원은 입술을 깨물고 안으로 들어왔다. 길드가 마련해 준 보조기는 무릎을 감싸고 있었지만, 정강이 안쪽에 붉은 자국이 선명했다. 그는 보조기 끈을 풀다 손을 멈췄다. 허리를 굽히는 것만으로 통증이 올라온 듯했다.

“혼자 벗을 수 있습니까?”

“할 수 있어요.”

서윤은 기다렸다. 재원은 보조기를 벗고 작업대 위에 올렸다. 안쪽 패드가 한쪽으로 밀려 있었고, 무릎 관절을 잡아 주는 경첩은 걸을 때마다 피부를 눌렀을 것이다. 길드가 복귀 일정까지 정해 놨다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보조기에 붙은 ‘열흘 후 훈련 재개’ 라벨이 대신 설명했다.

“이 장비를 다시 조정해 달라는 의뢰인가요?”

“아니요. 새로 만들어 주세요. 길드 장비팀은 빨리 맞출 수 있다고 했는데, 저는 믿기 싫어요.”

“왜요?”

“이걸 끼면 발을 디딜 때마다 무릎이 접히는 느낌이 납니다.”

서윤은 보조기를 들어 무게와 마감 상태를 살폈다. 고정 나사는 규격에 맞았고, 소재도 나쁘지 않았다. 다만 관절 축이 재원의 실제 움직임보다 안쪽으로 치우쳐 있었다. 이대로 걸으면 무릎이 아니라 장비가 몸을 끌고 갈 수 있었다.

“어떤 곳이 제일 아픈지 보여 주세요.”

재원은 조용히 바지를 걷었다. 왼쪽 무릎 안쪽에 멍이 퍼져 있었고, 무릎뼈 아래에 오래된 흉터가 있었다. 서윤은 먼저 재활의사에게 확인했는지 물었다. 재원은 길드 병원에서 진단을 받았지만, 훈련 복귀가 늦어진다는 말을 듣고 예약을 취소했다고 했다.

서윤은 펜을 내려놓았다. “진단 없이 보조기를 새로 만들지는 않겠습니다.”

재원의 표정이 굳었다. “여기까지 온 건데요.”

“제가 장치를 만드는 사람이라 해도, 인대 상태를 판단할 수는 없어요. 지금 필요한 건 몸을 보호할 구조인지, 치료진이 먼저 봐야 하는지 확인하는 겁니다.”

“길드에서는 괜찮다고 했습니다.”

“당신은 괜찮다고 느끼지 않잖아요.”

그 말에 재원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그는 공방 한쪽의 작은 의자를 잡고 천천히 앉았다. 검집이 바닥에 닿으며 둔탁한 소리를 냈다. 서윤은 소리보다 그가 무릎을 감싸 쥐는 손을 보았다.

재원은 길드에 복귀가 늦어지면 팀에서 장비 운반을 맡기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검을 쥘 수 없다면 아예 길드를 나가야 할지도 몰랐다. 그는 훈련장에서 동료들이 기다리는 모습이 자꾸 떠올랐다. “제가 멈추면 다른 사람에게 제 몫이 가요.”

“이미 다른 사람이 그 몫을 나눠 들고 있을 겁니다. 그걸 혼자 갚으려고 더 다치면, 나중엔 본인이 선택할 수 있는 일이 줄어요.”

“그 말을 누가 해 줬습니까?”

서윤은 잠깐 시선을 내렸다. “예전에 제 동생이 다쳤을 때, 저는 빨리 복귀시키는 게 도와주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녀는 그 이상 말하지 않았다. 재원도 더 캐묻지 않았다. 공방 수습 기사 이지수가 물과 수건을 가져왔다. 그는 재원에게 다리의 감각이 저린지, 발끝이 차가운지 물었다. 재원은 처음엔 괜찮다고 했다가, 오른발과 비교하자 왼발 감각이 둔하다고 인정했다.

서윤은 바로 재활의사 유하람에게 연락했다. 하람은 오후에 진료를 볼 수 있다고 했다. 재원은 길드가 모르게 예약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가능한 범위에서 익명 상담으로 시작할 수 있어요. 다만 치료 기록은 정확해야 합니다.”

하람은 진료실에서 무릎을 살피고, 재원이 숨기는 통증이 있음을 알아챘다. 인대 손상과 뼈 타박은 안정 중이었지만, 체중을 실으면 무릎이 안쪽으로 무너지는 상태였다. 그녀는 재원에게 당분간 검술 훈련을 하지 말라고 했다. 보조기 제작은 가능하되, 착용 후 보행은 짧은 거리부터 시작해야 했다.

재원은 진료실을 나서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열흘 안에 복귀는 못 하겠네요.”

“목표가 복귀라면, 무릎을 더 다치지 않는 게 첫 단계예요.” 하람이 말했다.

“제가 길드에서 뭘 할 수 있죠?”

“지금은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을 같이 찾아보죠. 장비 점검을 맡거나, 후배들에게 기본 자세를 가르치는 일도 있을 수 있어요. 결정은 당신이 해야 합니다.”

서윤은 공방으로 돌아와 재원에게 어떤 활동을 다시 하고 싶은지 물었다. 재원은 검을 휘두르고 싶다고 했지만, 곧 “혼자 계단을 오르고 싶다”고 말을 고쳤다. 길드 숙소는 2층이었고, 부상 뒤에는 동료가 매번 그를 업어 올렸다. 그 도움을 고맙게 생각하면서도, 더는 누군가의 팔을 붙잡지 않고 싶었다.

“그럼 첫 목표는 계단 한 층입니다.” 서윤이 말했다. “전투 복귀는 지금 정하지 않겠습니다.”

그녀는 재원의 걸음 폭과 무릎이 흔들리는 각도를 기록했다. 발판에 올라서게 하지 않고, 평평한 바닥에서 체중을 좌우로 옮기도록 했다. 재원은 왼발에 무게를 싣자 곧바로 표정을 찡그렸다. 서윤은 움직임을 멈추고 의자를 가까이 당겼다.

“제가 괜찮다고 할 때까지 계속 보셔도 돼요.”

“제가 대신 괜찮다고 말하지는 않을게요.”

재원은 천천히 발을 내려놓았다. 그 한 번의 체중 이동으로도 땀이 났다. 이지수는 압박이 생긴 위치를 피부 도면에 표시했다. 무릎 안쪽을 감싸는 기존 보조기와 달리, 새 장치는 정강이 바깥쪽으로 하중을 분산해야 했다. 하지만 몬스터 뼈를 쓰기 전에 일반 탄성판으로 임시 구조를 만들어야 했다.

그때 소재 공급자 장민후가 공방에 부러진 뿔을 들고 들어왔다. “재원 씨한테 맞을 수 있는 재료가 들어왔어요. 검은뿔 사슴의 앞뿔입니다. 희귀 등급이라 가격이 세지만, 복원력이 아주 좋습니다.”

서윤은 뿔의 균열과 단면을 살폈다. 표면은 매끄러웠지만, 안쪽에는 얇은 흑색 층이 둘러져 있었다. 그녀가 손바닥을 대자 탄성이 이상하게 되돌아왔다. 눌린 곳보다 늦은 곳에서 힘이 튀었다.

“이건 바로 쓰지 않겠습니다.”

민후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재원 씨 복귀가 급하다면서요.”

“급하다고 불안정한 걸 쓰면 안 돼요.”

재원은 그 대화를 듣고 있었다. 그는 뿔을 한 번 바라본 뒤 시선을 거뒀다. “그 재료가 필요하면 써도 됩니다. 제가 버티면 되니까.”

서윤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당신은 재료 시험대가 아니에요.”

민후는 뿔의 채집 지역과 보관 기간을 다시 확인하겠다고 했다. 그는 희귀 재료를 팔아야 했지만, 변형이 생긴 표본은 다른 고객에게도 넘기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서윤은 그를 믿는 대신, 시험 수치를 먼저 보자고 했다.

해가 지기 전에 서윤은 일반 골재와 탄성판으로 임시 보조기를 조립했다. 재원은 일어나 손잡이를 잡고 한 걸음 내디뎠다. 무릎은 여전히 아팠지만, 장치가 관절을 안쪽으로 밀지는 않았다. 그는 두 번째 걸음에서 중심을 잃었고, 지수가 팔꿈치를 받쳐 넘어짐을 막았다.

“괜찮습니까?” 서윤이 물었다.

재원은 숨을 고르다 고개를 저었다. “괜찮지는 않아요. 하지만 아까보다는 덜 무서워요.”

그는 그 말에 스스로 놀란 듯했다. 서윤은 기록지에 ‘첫 보행, 두 걸음, 통증 6’이라고 적었다. 재원은 통증 숫자를 낮춰 적지 말라고 했다. 길드에서 수치가 낮으면 복귀 승인을 앞당길 거라는 이유였다.

서윤은 그에게 보조기를 벗고 피부 자국을 함께 확인하자고 했다. 무릎 안쪽의 붉은 선은 눌린 경첩 모양으로 남아 있었고, 정강이 바깥쪽에는 임시 판이 미끄러진 흔적이 있었다. 지수는 압박선을 종이에 옮겨 그렸다. 재원은 자기 다리를 보는 시선을 견디지 못하고 바지를 내리려 했지만, 하람이 “지금 확인하면 다음 조정이 쉬워져요”라고 설명하자 다시 손을 멈췄다.

“이런 걸 보여 주면 약해 보일까 봐 싫습니다.”

“약해 보일지 말지는 길드가 판단하게 두지 않아도 돼요.” 서윤이 말했다. “이건 다음 보조기를 맞추기 위한 정보예요.”

재원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자국을 사진으로 남기는 데 동의했지만, 길드에 보내지 않도록 요청했다. 하람은 저장 범위와 폐기 시점을 설명했고, 재원은 동의란에 직접 표시했다. 그가 선택한 경계는 보조기 크기만큼이나 중요했다.
하람은 재원의 보호자에게도 따로 연락하지 않았다. 성인 환자의 선택이 먼저였다.

“그 기록은 길드에 자동 전송되지 않습니다.” 하람이 말했다. “공유 여부는 당신이 결정해요.”

재원은 잠시 생각한 뒤, 보행 기록만 재활팀과 공유하고 길드에는 진단서만 보내겠다고 했다. 아직 자기 몸의 정보를 누구에게 줄지 정하지 못했지만, 적어도 결정권을 되찾았다.

공방 문을 나서기 전, 재원은 검집을 지수에게 맡겼다. “며칠은 여기 두고 가겠습니다. 대신 찾으러 올게요.”

서윤은 그 약속을 의뢰서에 적지 않았다. 그건 계약이 아니라 재원이 스스로 남긴 말이었다.

민후가 뿔 표본의 절단면을 확대 촬영해 보냈다. 흑색 층은 자연스럽게 생긴 무늬가 아니었다. 누군가 뿔 안쪽에 다른 재료를 주입해 탄성을 바꾸려 한 흔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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