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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싣는 야간 페리3화

기억을 싣는 야간 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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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바다에 남은 사람

나진은 마루에게 기억 캡슐을 확인할지 물었다.

그는 어머니가 지정한 수신자였지만, 기억을 열어 보는 일에는 아직 동의하지 않았다. 마루는 태윤의 목소리가 들렸다는 말을 들은 뒤 캡슐을 확인하고 싶어졌다. 나진은 그 욕구가 어머니의 허락을 대신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수신자라도 전달 목적을 모를 수 있었다.

라희는 보관함을 배의 진동으로부터 분리했다. 캡슐 안의 데이터는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고, 센서 오류를 일으킨 건 보관함의 접점이었다. 하지만 태윤의 이름이 캡슐에 나타난 이유는 설명되지 않았다. 라희는 센서 로그를 복사하고, 원본은 봉인했다.

“누군가 승객들의 기억을 한데 모은 것 같아요.”

“같은 사건을 겪은 사람들이 각자 맡긴 걸 수 있죠.” 나진이 말했다.

“그렇다면 왜 태윤 씨 이름이 붙었을까요?”

태윤은 자신이 사고 당시 구조선의 항해사였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그는 사고를 기억하지 못했지만, 수문 번호와 위험한 수로를 알고 있었다. 다른 승객들의 캡슐에 그의 목소리가 있다면, 그는 사건의 중심 인물일 수 있었다.

나진은 캡슐 주인들에게 각자 열람 범위를 다시 확인했다. 네 명은 목적지에서만 기억을 받기로 했고, 두 명은 당분간 운송을 보류해 달라고 했다. 한 승객은 나진에게 기억의 존재 여부만 알려 달라고 부탁했다. 나진은 캡슐 내용을 확인하지 않은 상태라 답할 수 없다고 했다.

페리는 구조 부표에 가까워졌다. 부표에는 조난 신호가 붙어 있었지만, 주변에는 배가 보이지 않았다. 태윤은 난간을 붙잡고 “그날도 모두 바다에 남았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그 문장을 말한 뒤 자기 기억이 아닌 것 같다고 했다.

라희는 수색을 위해 조명 드론을 띄우려 했다. 배터리가 부족해 돌아올 전력이 없을 수 있었다. 나진은 구조 신호의 위치를 먼저 확인하고, 드론 한 대만 짧게 보내기로 했다. 드론은 수면 아래의 철제 난간과 오래된 선체 조각을 촬영했다. 사고 당시 구조선이 부서진 잔해와 비슷했다.

그 잔해에는 이름표가 달려 있었다. 윤태윤. 태윤은 그 이름을 보고 뒤로 물러섰다. 그는 자신이 사고 때 죽었는지 살아남았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공식 기록은 그를 실종자로 처리했지만, 그가 지금 배에 탑승해 있었다.

“내 기억을 확인하고 싶습니다.” 태윤이 말했다.

나진은 다른 승객의 캡슐을 열 수 없다고 설명했다. 대신 태윤 본인의 의료 기록과 사고 보고서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동의했다. 기록에는 사고 당일 태윤의 생체 신호가 구조선에서 사라졌고, 다음 날 다른 항구에서 다시 감지됐다고 적혀 있었다. 그 사이의 14시간은 비어 있었다.

마루는 어머니의 기억 캡슐을 내려다봤다. “그날 제 어머니도 배에 있었어요.”

태윤은 그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다. 마루는 어머니가 자신을 낳기 전 침수 사고에서 살아남았다고 들었다. 그는 캡슐을 열지 않고 목적지까지 보내기로 했다. 기억은 어머니의 것이었고, 아직 전달되지 않았다.

나진은 페리의 항로를 바꿔 잔해를 안전하게 표시했다. 무리하게 회수하면 선체가 손상될 수 있었다. 그녀는 위치 데이터를 저장하고, 구조 당국에 전달했다. 라희는 보관함의 모든 캡슐을 개별 격리했다.

그때 캡슐 운송 시스템에 새 이름이 나타났다. 수신인은 나진의 실종된 동생이었다. 발송 시각은 12년 전, 탑승자 정보에는 현재 나진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나진은 캡슐을 받지 않겠다고 했지만, 보관함은 자동으로 그녀의 지문을 요청했다.

나진은 보관함의 자동 인증을 해제하지 않았다. 지문을 대면 동생의 캡슐이 열릴 수도 있었고, 기억이 본인에게 전달되도록 설정됐을 수 있었다. 그녀는 먼저 캡슐의 운송 기록과 발신 동의를 확인해야 했다. 12년 전의 기록은 현재 서버에 남아 있지 않았다.

라희는 자동 인증을 우회하지 않고, 보관함 바깥의 표시등만 읽었다. 캡슐은 전송 준비 상태였고, 발신인 정보는 암호화돼 있었다. 자동 시스템은 승객에게 캡슐 열람 동의를 묻지 않고 수신인을 자동 인증하려 했다. 나진은 즉시 인증 요청을 중지했다.

“제가 동생의 기억을 볼 권리가 있을까요?”

“그가 당신을 수신인으로 지정했는지 확인해야 해요.”

나진은 보관 기록이 지워진 이유를 알지 못했다. 동생이 사라졌을 때 그녀는 구조대의 안내에 따라 수색을 중단했다. 그 이후로 구조 기록을 기억 캡슐에 맡겼는지, 가족이 운송을 신청했는지 알 수 없었다.

마루는 나진에게 자기 어머니의 캡슐을 목적지에서 받겠다고 다시 확인했다. 그는 내용을 바로 열지 않겠다고 했다. 먼저 어머니가 지정한 전달 조건을 읽고, 필요하면 신뢰하는 친척과 함께 확인할 생각이었다. 나진은 그의 선택을 접수 기록에 남겼다.

태윤은 수중 카메라의 그림자가 자신의 모습과 같은 옷을 입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사고 당일에도 같은 구조복을 입었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 기억은 본인의 것인지, 다른 승객의 캡슐과 접촉하며 떠오른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라희는 수중 인물이 배의 항로를 따라 움직이는 게 아니라, 배가 지나온 자리를 되짚고 있다고 했다. 그 인물은 선미에 매달린 부표를 붙잡았다. 나진은 선체를 멈추고 구조등을 켰다. 인물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 사람이 구조를 요청하는지 알 수 있나요?”

“무전 신호는 없습니다.”

“그럼 우리가 다가가면 위험할 수 있어요.”

나진은 가까운 구조 당국에 좌표를 전송하고, 배를 안전 거리에 유지했다. 인물은 잠시 뒤 수면 아래로 사라졌다. 선미 부표에는 손톱으로 긁은 듯한 자국이 남았다. 태윤은 그 모양을 보고 “엔진을 멈춰”라고 말했다.

그는 말을 마친 뒤 기억이 떠오르지 않는다고 했다. 나진은 엔진을 끄지 않았다. 항해 중 엔진을 완전히 멈추면 수류에 휩쓸릴 수 있었다. 대신 출력을 낮추고, 수동 방향타를 준비했다. 그 선택은 위험을 줄이면서도 통제력을 남겼다.

라희는 보관함의 충격 기록을 확인했다. 세 번 짧게, 한 번 길게. 수중 인물이 부표를 두드린 리듬과 같았다. 승객들이 맡긴 기억 속에도 같은 신호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었다. 나진은 기억을 열지 않고, 각 캡슐의 공개 가능한 메타데이터만 확인했다. 모두 같은 사고 날짜와 항구 코드가 있었다.

태윤은 이름표를 본 뒤에도 자신의 과거를 단정하지 않았다. “그날 내가 살아남았다면, 다른 사람은 배에 남았을 수도 있어요.”

나진은 그런 가능성을 적되, 실종자의 이름을 쓰지 않았다. 사고 기록의 빈칸은 아직 채워지지 않았다.

라희는 캡슐을 직접 열지 않은 채, 외부 연결 단자의 오류를 진단했다. 같은 기억이 보관함 전체의 충격을 일으킨 것이 아니라, 센서 주소가 태윤의 이름과 잘못 연결된 것 같았다. 정비 기록에는 최근 보관함 펌웨어가 갱신된 시각이 남아 있었다. 업데이트는 페리 운항 중 자동으로 진행됐다.

“업데이트가 이름을 바꾼 건가요?”

“그럴 가능성은 있지만, 원본 로그를 확인해야 해요.”

나진은 로그 열람에 동의한 승객의 캡슐만 확인했다. 세 명은 메타데이터 공개를 허용했고, 네 명은 거부했다. 세 캡슐의 사건 날짜와 항구 코드는 같았지만, 기억의 길이는 각각 달랐다. 하나는 11초, 하나는 2분, 하나는 14분이었다.

태윤은 14분짜리 기억이 자신이 사라졌던 시간과 비슷하다고 했다. 그는 그 기억의 주인이 누구인지 묻지 않았다. 나진도 말하지 않았다. 수신자가 지정되지 않은 기록을 타인에게 연결할 수 없었다.

“제가 그날 구조선에 있었다면, 누군가를 데리고 나왔을지도 몰라요.”

“그럴 수 있어요. 반대로 당신이 도움을 받았을 수도 있죠.”

태윤은 답을 강요하지 않았다. 그는 본인의 기억을 찾는 대신, 구조 당국에 잔해 좌표를 전달해 달라고 요청했다. 나진은 사고 기록을 새로 만드는 절차와 수신 정보 보호를 설명했다. 태윤은 좌표 공개에 동의했지만, 자신의 이름은 당분간 비공개로 해 달라고 했다.

마루는 어머니의 캡슐을 바라보며, 자신이 기다리는 것은 주소가 아니라 목소리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나진은 그가 아직 듣지 않기로 한 결정을 존중했다. 캡슐은 목적지에 도착해야 했다.

그때 페리의 자동 시스템이 동생의 캡슐을 수신인에게 전달하라는 알림을 띄웠다. 나진은 알림을 닫고, 수동으로 보류를 선택했다. 보류 사유에는 ‘수신인 본인 동의 확인 필요’라고 적었다.

자동 전달 알림을 보류한 뒤 나진은 시스템에 본인 승인 없이 수신 확인을 완료하지 말라는 잠금 규칙을 추가했다. 라희는 그 변경이 캡슐 소유자의 권리를 보호하는지 점검했다. 나진은 동생의 캡슐도 같은 규칙을 적용했다.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기억을 열어 볼 수는 없었다.
나진은 보류 알림을 취소하지 않았다. 수신인 동의가 확인될 때까지 캡슐은 보관함에 남았다. 그녀는 캡슐이 자신에게 온 이유를 모른 채 항해를 계속하기로 했다.

배가 목적지를 향해 움직이자 보관함의 충격 센서가 다시 울렸다. 이번에는 한 번 길게, 두 번 짧게였다. 라희는 경고를 초기화하지 않고 새로운 신호로 기록했다. 나진은 승객들에게 어떤 내용인지 알리지 않은 채, 캡슐을 안전 구획에 고정했다. 다음 항구에 도착할 때까지 누구도 임의로 열 수 없도록 이중 잠금을 걸었다.

나진은 센서 기록을 항해 일지에 옮겼다. 신호의 주인과 의미는 알 수 없었지만, 발생 위치와 시각은 남겨 둘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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