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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장 가면 대여점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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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반납되지 않은 표정

소희는 나래에게 가면을 벗어 달라고 했다. 나래는 거울 앞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가면의 눈구멍으로 흐릿한 눈물이 흘렀다.

“수진 언니가 뭐라고 했는지 기억해?”

“내 얼굴을 빌리지 말라고.”

“그걸 누가 들었어요?”

“기억 안 나요.”

현우는 가면 옆면에 손을 대어 반납 장치의 금속 고리를 확인했다. 가면은 새벽 전에 돌려받아야 했다. 시간이 지나면 손님의 기억을 더 깊이 가져가고, 반납이 늦을수록 가면에 남은 표정이 고정됐다. 나래는 가면을 벗지 않겠다고 고집했다. 소희는 손을 뻗지 않았다. 무리하게 벗기면 나래가 무엇을 잃을지 몰랐다.

미정은 장례식장 기록실에서 7년 전 빈소 장부를 가져왔다. 수진의 빈소에는 소희 외에도 두 사람이 다녀갔다. 현우와 미정. 하지만 가면 대여 기록에는 소희 이름만 있었다. 장례 당일 소희는 수진의 마지막 얼굴을 보지 못했고, 빈소에서 잠들었다고 기록돼 있었다.

“누가 내 얼굴을 빌렸어요?” 소희가 물었다.

미정은 장부를 내밀지 않았다. “그날 네가 직접 왔어. 언니 얼굴을 보고 싶다고 했지.”

“그 기억은 없어요.”

“그 기억을 가면에 맡겼으니까.”

소희는 현우를 돌아봤다. 그는 시선을 피했다. 7년 전, 수진의 장례가 끝난 뒤 소희는 가면을 빌렸다. 가면을 쓰고 언니의 마지막 표정을 확인했다. 이후 그녀는 장례식장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현우는 당시 소희의 요청을 거절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소희가 직접 대여 동의서에 서명했지만, 그 기억은 반납되지 않았다.

“왜 그때 말하지 않았어요?”

“네가 기억을 잃고 싶어 했으니까.”

“그게 내 선택이었다고요?”

“그렇게 믿었어.”

소희는 대여 장부를 잡아당겼다. 장부의 잉크가 손에 묻었다. 자신의 서명 아래 반납 확인란이 비어 있었다. 그녀는 가면을 쓴 나래에게 물었다. “수진 언니가 마지막에 뭐라고 했어?”

나래는 가면 속에서 눈을 감았다. “소희는 나를 기억하려고 하지 말라고 했어.”

그 말은 수진의 말이 아니라, 소희가 언니에게 했던 부탁이었다. 소희는 마지막에 언니의 얼굴을 보는 것이 두려웠고, 얼굴을 기억하지 않으면 죽음을 받아들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다. 가면은 그 두려움을 표정 하나로 바꿔 보관했다. 나래는 그 얼굴을 빌려 자신이 누구인지 찾으려 했다.

미정은 나래를 장례식장으로 데려가려 했다. 나래는 따라가지 않았다. “내 얼굴을 본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야 해요.”

현우는 오래된 가면 보관함의 이중 잠금을 열었다. 안쪽에는 소희가 7년 전 빌렸던 가면이 있었다. 가면의 얼굴은 수진의 것이 아니었다. 소희의 얼굴이었다. 눈썹 사이 점과 왼쪽 입꼬리가 올라가는 버릇까지 똑같았다. 가면을 쓰고도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 채 돌아온 이유는, 그녀가 자신의 표정을 빌렸기 때문이었다.

나래는 가면을 벗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눈물 자국이 남지 않았다. 대신 소희의 기억에서 언니의 목소리가 더 흐려졌다. 미정은 가면을 반납하면 손실이 더 커지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나래는 자기 얼굴을 찾기 전에는 돌려주지 않겠다고 했다.

현우는 가면의 안쪽에서 이름표 하나를 발견했다. 수진의 이름이 아니라, ‘나래’라고 적혀 있었다. 기록상으로는 가면이 나래의 얼굴에서 만들어졌어야 했다. 그런데 대여 날짜는 수진의 사망 이틀 뒤였다. 나래는 그때 태어나지 않았거나, 최소한 소희가 알던 나이는 아니었다.

가게 바깥 장례식장 복도에서 호출벨이 울렸다. 7호 빈소의 방문객이 소희를 찾고 있었다. 미정은 빈소가 비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들은 복도로 나갔다. 영정 사진 앞에 검은 옷을 입은 여자가 앉아 있었다. 얼굴은 소희와 똑같았다.

그 여자는 소희를 보자 미소 지었다. “그 가면, 이제 반납해.”

소희는 대여 장부의 뒷장을 넘겼다. 7년 전 기록은 한 줄만 남았지만, 종이 아래에는 눌린 필체가 여러 겹 있었다. 현우는 연필가루를 뿌려 눌린 문장을 드러냈다. 수진의 이름, 나래의 이름, 그리고 장례식장 7호실이 반복됐다. 대여가 아니라 반납 기록이었다. 누군가 같은 얼굴을 여러 번 돌려받았던 것처럼 보였다.

“수진 언니가 직접 왔나요?” 소희가 물었다.

미정은 장부를 놓지 않았다. “그날 병원에서 네가 가면을 쓰고 나온 뒤, 누군가 같은 얼굴을 찾으러 왔어. 나는 그 사람이 수진이라고 생각했지.”

“그런데요?”

“가면을 벗었을 때 다른 사람이었어. 나는 그 얼굴을 장례 기록에 남기지 않았어.”

미정은 장례식장 직원으로서 죽은 사람을 확인해야 했지만, 그 밤에는 확인을 거부했다. 얼굴이 너무 닮았고, 가족은 이미 한 사람을 묻었다. 그녀는 그 손님이 누구인지 물을 용기가 없었다. 소희는 미정이 기록을 숨긴 것이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나래를 보호하려는 선택이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래는 가면을 벗었다. 가면의 안쪽에는 그녀의 얼굴에서 옮겨 간 작은 피부 자국이 남아 있었다. 그녀는 자기 이름을 들었을 때 떠오르는 기억이 없다고 했다. 소희는 나래가 태어난 병원 기록을 찾으려면 장례식장의 옛 접수 장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정은 그것을 반대했다. 개인정보를 열어도 나래가 원하는 기억을 찾을 수 있다는 보장은 없었다.

나래는 장부를 보여 달라고 직접 요구했다. “내가 누구였는지 알고 싶어요. 그걸 듣고도 더 기억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면 그때 멈출게요.”

미정은 한참을 망설이다 보관실 문을 열었다. 종이 상자에는 오래된 빈소 기록과 출입자 메모가 있었다. 소희는 수진의 장례 날짜를 찾았다. 새벽 방문자 명단에 이름 없는 아이 한 명이 적혀 있었다. ‘보호자: 백수진.’ 아이의 얼굴은 촬영되지 않았다.

나래는 그 기록을 보자 손이 떨렸다. “내가 언니의 아이였나요?”

소희는 답할 수 없었다. 수진은 아이를 가졌다는 말을 한 적 없었다. 사진 봉투에는 아이와 함께 찍힌 모습이 있었지만, 얼굴은 가려져 있었다. 소희는 가면의 재료가 손님의 기억을 끌어온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나래가 수진의 얼굴을 빌린 것이 아니라, 수진이 나래의 얼굴을 빌렸을 수도 있었다.

현우는 수진이 마지막으로 가게를 찾은 날의 작업 노트를 꺼냈다. 그는 당시 수진에게 얼굴을 빚지 않았다고 생각했지만, 노트에는 ‘아이의 기억으로 만든 표정, 성인 손님은 착용 금지’라는 경고가 있었다. 그 아래에 소희의 서명이 남았다. 소희는 기억하지 못해도 가면 제작을 돕는 서명을 한 것이다.

나래는 기록을 읽다가 숨을 고르지 못했다. 미정은 그를 의자에 앉히고 물을 건넸다. 나래는 물을 마신 뒤, 빈소에서 들었던 말을 하나 더 떠올렸다. 수진이 아이에게 “네 얼굴은 네가 정해”라고 말했다.

소희는 가면을 나래에게 돌려주려 했다. 나래는 받지 않았다. 자기 얼굴을 찾는 일이 다른 사람의 기억을 더 가져오는 것이라면, 잠시 멈추고 싶다고 했다. 현우는 처음으로 가면을 대신 보관하겠다고 하지 않았다. 그녀가 직접 결정할 때까지 손을 떼었다.

소희는 나래에게 7호 빈소의 방문 기록을 보여 주었다. 나래는 기록을 읽으며 자신이 누구인지 단정하지 않겠다고 했다. 소희는 그 말을 이해했다. 자신의 기억조차 믿을 수 없을 때, 누군가 대신 정체를 정해 주는 것은 또 다른 가면을 씌우는 일일 수 있었다.

미정은 기록의 빈칸을 손으로 짚었다. “이날 아이는 이름을 말하지 않았어. 수진 씨는 아이를 보호자로 등록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지.”

“왜요?”

“그 아이를 찾는 사람이 있었어.”

현우는 오래된 출입 장부를 뒤졌다. 빈소 복도에 들어온 사람은 병원 직원이 아니라, 검은 장례복을 입은 여성 한 명이었다. 얼굴은 카메라에 잡히지 않았다. 그 여자는 빈소에서 아이를 데리고 나간 뒤 사라졌다. 수진이 아이를 숨겼는지, 지키려 했는지 알 수 없었다.

나래는 더 묻지 않기로 했다. 그녀는 자기 얼굴을 찾는 것이 가족을 찾는 것과 같지 않다고 말했다. 소희는 장례식장 문 앞에서 나래를 기다리던 사람이 있었는지 확인하려고 경비 기록을 찾았다. 그때 7호실 호출벨이 다시 울렸다.

7호실 호출벨이 울린 뒤, 복도 끝의 휠체어가 혼자 움직였다. 바퀴가 타일 틈에 걸릴 때마다 한 번씩 덜컥거렸다. 소희는 환자 운반 벨트를 잡고 휠체어를 멈췄다. 좌석에는 빈 가면 상자가 놓여 있었다. 상자 안쪽에 새로 적힌 이름은 ‘백소희’였다.

그녀는 상자를 들지 않고 현우에게 호출했다. 현우는 가면을 보자 그것이 자신의 작업실에서 나온 물건이 아니라고 했다. 미정은 병원 수납창고를 확인하러 갔다. 소희는 휠체어를 복도 벽에 고정하고, 그 안에 누가 앉았던 흔적을 살폈다. 좌석은 따뜻했지만, 바닥에 발자국은 없었다.

소희는 상자에 적힌 자기 이름을 보고도 손을 대지 않았다. 현우는 상자를 봉인하고, 출처를 조사하기로 했다. 미정은 그 손님이 다시 오면 기록부터 남기겠다고 말했다. 세 사람은 7호실을 비운 뒤에도 빈소 문을 잠그지 않았다.

소희는 호출벨을 분리한 뒤, 장부의 시간과 복도 CCTV를 맞춰 보았다. 휠체어가 움직인 시각은 빈소 호출보다 4분 빨랐다. 누군가는 먼저 상자를 두고 갔고, 그 뒤 벨을 눌렀다. 장례식장 복도 출입구는 잠겨 있었지만, 기록에는 사람 그림자가 한 번 찍혀 있었다. 얼굴은 비어 있었다.

소희는 화면을 지우지 않고 원본을 미정에게 넘겼다. 빈 얼굴도 기록의 일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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