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졸 진무강의 검시록

4화: 흐려진 죽음의 시각
창고 문 아래로 번진 젖은 발자국은 문턱에서 끊겨 있었다.
진무강은 자국 가장자리를 건드리지 않은 채 쪼그려 앉았다. 작은 발끝은 안쪽을 향했고 뒤꿈치는 문 바깥으로 길게 끌려 있었다. 안에 있던 사람이 문을 열고 나간 흔적에 가까웠다.
"건원 18년 늦가을 사시 전. 창고 봉인 상태 이상 없음. 문 아래 젖은 발자국 한 점."
한도겸이 서리에게 받아 든 장부에 시각을 적게 했다. 참여자 이름도 차례로 남겼다. 한도겸과 무강 포졸 그리고 서윤설 의원과 곽진수 표두와 관원 둘이었다.
골목 입구에서 형방 이배가 소리쳤다.
"현령 사또께서 수레와 창고를 관아로 옮기고 시신은 오늘 안에 화장하라 하셨소!"
"압수 영장은?"
"현령의 명이 곧 관아의 법이오."
"그 말도 시각과 함께 적겠다. 영장 없는 압수 요구로."
한도겸은 관원 둘을 뒤 셔터와 지붕에 세웠다. 봉인지는 곽진수의 손으로 떼었다. 무강은 종이가 떨어진 자리와 끊긴 끈을 그려 두었고 윤설은 흰 장갑을 갈아 끼웠다.
문이 열리자 젖은 나무 냄새가 밀려 나왔다. 낮은 선반 하나가 비스듬히 넘어져 있었고 그 밑으로 상자 세 개가 굴러가 있었다. 선반 뒤에는 사람 하나가 웅크릴 만한 빈틈이 남았다.
"소율아?"
곽진수가 부르자 안쪽에서 딱 하는 소리가 났다. 동시에 후면 셔터 틈으로 검은 소매가 미끄러져 들어왔다. 손가락은 바닥에 놓인 붉은 봉인 조각을 향했다.
무강이 손목을 붙잡았다. 상대가 몸을 비틀자 짧은 칼이 소매를 가르고 팔뚝을 스쳤다.
"멈춰!"
한도겸의 철척이 셔터를 부수며 사내의 어깨를 스쳤다. 사내는 젖은 땅에 모래를 뿌리고 골목으로 달아났다. 한도겸이 뒤를 쫓았지만 왼쪽 무릎이 돌에 걸린 사이 낮은 담 너머로 그림자가 사라졌다.
무강은 남은 흔적을 살폈다. 갈라진 뒤꿈치 자국과 오른발 바깥쪽으로 깊게 눌린 흙이 있었다. 검은 소매에서 뜯긴 회색 삼베실도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윤설은 선반 밑의 깨진 도자기 마개를 집게로 들어 올렸다.
"흰 가루가 묻어 있어요. 먼저 봉하겠습니다."
창고 안에는 작은 발자국 두 개가 더 남아 있었다. 피는 없었다. 길고 좁은 봉인 상자의 자리도 비어 있었다. 소율의 몸은 보이지 않았다.
무강은 도윤의 소매에서 나온 삼베 섬유와 침입자의 천 조각을 나란히 놓았다. 짜임은 완전히 같지 않았지만 굵기와 회색 염료가 비슷했다.
"같은 옷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같은 계통의 천일 가능성만 기록하겠습니다."
그가 말하자 곽진수의 얼굴이 굳었다.
창고 뒤쪽에서 바깥 물길까지 가느다란 손수레 자국이 이어지고 있었다.
밤비로 불어난 물길 가장자리에서 붉은 실 한 가닥과 젖은 종이 조각이 나왔다. 종이에는 매화 다섯 잎과 검은 숫자 삼이 찍혀 있었다. 어젯밤 조각보다 온전한 부분이었다.
윤설이 뒷면을 빛에 비추었다.
"기름과 송진이 들어간 봉인 종이예요. 글씨가 번졌지만 남은 획은 읽을 수 있겠어요."
무강은 끊긴 획을 이어 보았다. 남은 글자는 북창과 삼이었다.
곽진수가 낡은 운송표를 꺼냈다. 정식 화물 목록이 아니라 표사들이 출발 전에 옮겨 적는 장부였다.
"백가장 북창의 표식입니다. 매화 다섯 잎은 북창 봉인이고 숫자는 운송조를 뜻합니다. 삼은 제삼 운송조예요."
"왜 정식 목록에는 없었소?"
"백가장 쪽에서 따로 돈을 주고 싣게 했습니다. 길고 좁은 상자 하나였어요. 안을 보지 말라는 조건도 붙었습니다."
곽진수의 손이 운송표 위에서 떨렸다.
"표국이 백가장 화물을 훔쳤다는 소문이 나면 우리 식구들이 먼저 죽습니다. 도윤이 알아서 처리한다고 했고 소율만 데리고 수레를 비우러 갔습니다. 나는 모른 척했습니다."
무강은 홍매향이 밴 비단실과 봉인 문양을 떠올렸다. 향유의 출처와 봉인의 주인은 같은 말이 아니었다.
"제삼 운송조가 살수라는 뜻은 아닙니다. 상자의 이동 경로와 사람을 따로 기록해야 합니다."
한도겸이 운송표를 받아 들었다.
"그 조는 어디로 갑니까?"
"북문 물길과 백가장 북문 별채를 오갑니다. 표국으로 돌아오는 길은 이쪽뿐입니다."
갈대 사이에서 작은 회색 섬유가 하나 더 나왔다. 끝에는 마른 진흙이 붙어 있었다. 무강은 그것을 봉투에 넣었다.
그때 이배가 관원 넷을 데리고 나타났다. 손에는 붉은 인장이 찍힌 문서가 들려 있었다.
"전염병 우려가 있으니 창고와 수레를 비우고 불태우라는 명이오."
한도겸은 문서를 읽고 고개를 들었다.
"압수라는 말은 있지만 물건 목록이 없다. 발행 시각과 집행자 이름을 적겠소. 영장을 가져오면 봉인 목록과 함께 넘기지."
"포두가 현령의 명을 거역하겠다는 것이오?"
"증거를 태우는 명령을 법이라고 부를 수는 없소."
무강은 관원들 앞에서 운송표와 섬유를 봉하고 한도겸의 도장을 받았다. 윤설은 도자기 마개를 따로 챙겼다.
"이 가루는 시신의 잔여물과 비교해야 해요."
혜민당 임시 보존실에서 윤설은 도윤의 시신과 네 표사의 기록지를 나란히 놓았다. 처음에는 다섯 사람이 비슷한 때에 죽었다고 보았다. 시신이 식은 정도도 피가 굳은 모양도 한 무리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윤설은 도윤의 입술을 열었다. 잇몸과 혀의 경계에 쌀알보다 작은 흰 막이 붙어 있었다. 목 상처 가장자리에도 같은 막이 얇게 남았다.
그녀는 막을 접시에 옮기고 뜨거운 물을 부었다. 흰 막은 곧장 녹지 않고 회색으로 부풀었다. 산초 식초를 한 방울 떨어뜨리자 달콤한 향이 사라지고 마른 종이를 태우는 냄새가 났다.
윤설의 얼굴에서 혈색이 빠졌다.
"백묵산이에요."
"무슨 독입니까?"
"혈액과 냄새를 흐리게 만드는 검시 방해 독입니다. 살아 있을 때 들어가면 맥과 체온이 가라앉아요. 죽은 뒤에는 피가 굳는 속도와 사후 경직을 틀어 버립니다. 몸이 실제보다 먼저 식고 관절이 일찍 굳은 것처럼 보이게 하죠."
윤설은 네 시신의 기록지를 펼쳤다.
"이 독이 들어가면 사망 시각을 두 시진까지 앞당겨 기록할 수 있어요."
무강은 도윤의 목 상처를 다시 보았다. 흰 막 아래로 붉은 피가 두 겹으로 번져 있었다. 한 겹은 이미 굳었지만 다른 한 겹은 비교적 선명했다.
"도윤은 다른 네 사람과 같은 때 죽은 게 아닙니까?"
"아니요. 네 사람은 자시 전후에 죽었습니다. 도윤은 그보다 오래 살아 있었어요. 백묵산 반응을 빼면 축시가 시작된 뒤까지 맥이 남아 있었습니다."
무강의 손이 굳었다.
"그 시간에 도윤이 움직였다면 강가에서 표국으로 돌아올 수 있어요."
윤설은 곧장 고개를 저었다.
"가능성입니다. 도윤의 등판에는 한쪽으로 눌린 사후 반점이 남아 있는데 현재 발견된 자세와 맞지 않아요. 죽은 뒤 적어도 한 시진은 다른 곳에 누워 있다가 옮겨졌습니다."
무강은 굽은 팔을 내려다보았다. 도윤은 죽은 몸으로 누군가를 가린 것이 아니었다. 살아 있는 동안 그 사람을 지키려 했다.
"소율일 수 있습니까?"
곽진수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그럴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시신이 말해 주는 건 도윤이 누군가를 감쌌다는 사실과 이동된 시간뿐이에요. 소율의 생사는 발자국과 다른 물증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윤설은 백묵산이 묻은 접시를 덮고 손도장을 찍었다. 잠시 접시를 바라보던 그녀가 입을 열었다.
"비슷한 반응을 보인 환자의 기록을 본 적이 있어요. 이름은 몰랐습니다. 오늘 확인했어요."
무강은 더 묻지 않았다. 윤설은 바로 기록지에 날짜와 시간을 적었다.
해가 서쪽 담장 위로 기울 무렵 일행은 표국 창고로 돌아왔다.
두 시진 늦어진 죽음은 창고 안의 순서를 바꾸었다. 작은 발자국은 강에서 표국으로 향했고 창고 뒤에서 끊겼다. 도윤이 살아서 돌아왔다면 상자를 내린 뒤 누군가를 지키며 창고에 들어갔을 가능성이 있었다.
무강은 선반 밑을 다시 살폈다. 작은 발자국 옆에 손수레 바퀴의 얕은 흠집이 있었다. 흠집은 후면 셔터에서 시작해 선반 앞에서 멈췄다.
곽진수가 운송표를 펼쳤다. 물가에서 찾은 종이와 찢긴 부분을 맞추자 글자가 이어졌다.
"북창 삼번 운송조. 북문 별채 임시 하역."
"오늘 밤에도 움직일 수 있겠군."
한도겸이 장부를 덮었다.
골목 입구에 이배의 관원들이 다시 나타났다. 이번에는 기름통까지 들고 있었다.
"창고를 비우라는 명이오!"
한도겸은 봉인 목록을 내밀었다.
"압수 영장 없이 들어오면 침입으로 기록하겠다. 기름통을 내려놓고 발행 문서를 가져와라."
관원들이 멈추자 한도겸은 무강을 돌아보았다.
"내일 아침 영장을 청구한다. 오늘 밤은 포졸 셋을 세워 창고를 지켜."
"북창으로 바로 가지 않습니까?"
"간다. 기록을 두고 빈손으로 들어가지는 않는다."
후면 셔터 아래의 작은 발자국 옆에서 붉은 매화 봉인의 실이 끊긴 채 흔들렸다. 멀리 북문 물길에서 수레바퀴 소리가 들렸다.
무강이 고개를 들자 덮개를 씌운 좁은 수레가 어둠 속을 지나갔다. 덮개 끝에는 붉은 매화 다섯 잎이 찍혀 있었다. 뒤쪽 나무판에는 검은 숫자 삼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수레는 백가장 북문 별채로 이어지는 물길을 향했다.
무강은 봉투를 품에 넣었다. 아직 이름을 부를 수 있는 사람의 발걸음이 그 수레 안에 있을지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