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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테라포밍 기지의 마지막 생존자1화

화성 테라포밍 기지의 마지막 생존자

화성 테라포밍 기지의 마지막 생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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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86일의 산소

폐포 끝이 바늘로 찔린 것처럼 따가웠다.

윤한결은 헐떡이며 눈을 떴다. 눈꺼풀 안쪽에 맺힌 핏발 너머로 회색 천장이 흐릿하게 흔들렸다. 코점막은 바짝 말라 피비린내가 났고 들숨마다 차갑고 건조한 공기가 기도를 긁었다.

비상 경보등의 호박색 불빛이 3초 간격으로 바닥을 훑고 있었다.

삐- 삐- 삐-.

낮고 규칙적인 전자음이 두개골을 울렸다.

한결은 반사적으로 오른손을 뻗었다. 손가락 끝에 닿은 차가운 금속 격자망을 쥐고 몸을 일으켰다. 비상 침상의 얇은 모포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커헉……!”

명치 부근에서 억눌린 기침이 터져 나왔다. 산소가 턱없이 부족했다. 호흡기를 크게 벌려 공기를 들이마셨지만 혈액 속으로 산소가 전달되지 않는 감각이었다.

고산병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저산소증의 전형적인 증상이었다.

한결은 비틀거리며 침상 난간을 붙잡고 일어섰다. 머리가 핑 돌며 시야 가장자리가 검게 물들었다. 주저앉으면 끝이라는 사실을 몸이 먼저 알고 있었다.

그는 벽면에 매립된 생명유지 계통 수동 콘솔로 손을 뻗었다.

탁.

노란색 플라스틱 보호 덮개를 젖히고 밸브를 시계 방향으로 두 바퀴 반 돌렸다. 쉭 하는 날카로운 마찰음과 함께 격리 작업동 천장의 보조 산소 노즐에서 고농도 산소가 뿜어져 나왔다.

한결은 노즐 바로 아래에 얼굴을 묻고 길게 숨을 들이켰다. 차가운 산소가 폐포를 적시자 마비되었던 사고 회로가 서서히 맞물리기 시작했다.

시야가 맑아졌다.

콘솔의 모노크롬 액정에 녹색 수치들이 떠올랐다.

[제3격리 작업동 내부 기압: 68.4 kPa]
[산소 분압: 16.2 kPa (경고: 정상 기준 21.0 kPa 미달)]
[이산화탄소 농도: 1.8% (상승 중)]
[외부 기압: 0.64 kPa]
[외부 기온: -62.8 ℃]
[주 전력선: 연결 끊김 / 비상 화학 축전지 모드 가동 중 (잔량 41%)]

한결은 마른 입술을 혀로 축였다.

내부 기압 68.4킬로파스칼. 지구 해수면의 70퍼센트 수준이지만 생존에는 문제없는 최저 한계선이었다. 반면 산소 분압은 16.2킬로파스칼까지 떨어져 있었다. 환기 시스템의 스크러버가 멈추고 보조 탱크의 산소가 새어 나가고 있다는 뜻이었다.

“먼지 폭풍이 기지를 관통했군.”

목소리가 쇳소리처럼 갈라져 나왔다.

벽면에 걸린 공구 벨트를 끌어당겨 허리에 찼다. 익숙한 무게감이 골반에 닿자 비로소 현실 감각이 돌아왔다. 토크 렌치, 휴대용 진단기, 배관 실링 테이프, 레이저 용접건. 그의 손때가 묻은 정비 장비들이었다.

그는 벽면 수납장에서 밀폐 헬멧을 꺼내 외관을 살폈다. 바이저에 균열은 없었다. 산소팩 잔량 게이지는 80퍼센트를 가리키고 있었다.

한결은 콘솔 하단의 비상 인터페이스 단말을 주먹으로 쳤다.

덜컥거리는 소리와 함께 낡은 터치패널이 깜빡이며 부팅을 시작했다.

지직거리는 노이즈 속에서 익숙한 기계음이 작업동의 스피커를 채웠다.

《……신경망 동기화 복구 중. 로컬 서브루틴 재가동.》

화면에 푸른색 원형 링이 회전하며 아레스-7 테라포밍 선발 기지의 운영체제 로고가 떠올랐다.

《아레스-7 운영 AI 마루 가동합니다. 윤한결 엔지니어의 생체 신호가 감지되었습니다. 호흡수 분당 24회, 심박수 118bpm. 저산소 혈증 초기 단계로 판정됩니다. 즉시 안전 자세를 취하십시오.》

마루의 음성은 감정이 섞이지 않은 채 차분하고 건조했다.

한결은 단말 화면을 똑바로 응시하며 말했다.

“안전 자세는 생략한다. 기지 전체 네트워크 연결 상태부터 보고해. 주거동과 중앙 통제실, 산소 농장은 어떻게 됐지?”

화면의 푸른 링이 불규칙하게 깜빡였다. 데이터 처리에 평소보다 긴 지연 시간이 발생하고 있었다.

《주 통신 버스 단절로 인해 로컬 광케이블을 통한 간접 조회를 수행합니다. 데이터 갱신까지 4초 소요.》

잠시 후 기지의 개략도가 붉은색과 주황색 경고 구역으로 물들었다.

《기지 상태 요약 보고입니다. 2094년 9월 17일 21시 14분 발생한 유토피아 평원 국지성 슈퍼 먼지 폭풍으로 인해 외부 주 통신탑 붕괴, 태양광 발전 어레이 1호 및 2호 완파, 메인 냉각 루프 3차 오염이 연쇄 발생했습니다.》

“동료들은? 지휘관님과 미나 선배는 어디 있지?”

한결의 질문에 마루는 망설임 없이 화면의 텍스트를 전환했다.

《비상 사태 프로토콜 07-B 발령에 따라 대피선 1호기 '에어로 셔틀'이 자동 사출되었습니다. 발사 시각 2094년 9월 17일 23시 40분.》

화면에 대피선 탑승자 명단이 출력되었다.

[등록 탑승 인원: 22명]
[지휘관: 박진철 외 21명]
[선체 상태: 궤도 진입 도중 메인 추진체 폭주로 인한 텔레메트리 완전 두절]
[공식 판정: 탑승자 및 잔류자 23명 전원 사망 및 실종]

한결의 시선이 화면 맨 아래 줄에 멈췄다.

[사망자 명단 23번: 윤한결 (설비 엔지니어) - 제3격리 작업동 밸브 차단 작업 중 고립, 생체 신호 두절로 인한 공식 폐기 처리]

자신이 사망자로 분류되어 있었다.

23명의 연구원과 엔지니어들. 어제저녁 식당에서 얼어붙은 합성 단백질 바를 씹으며 고향 이야기로 웃음을 터뜨리던 동료들이 단 하룻밤 사이에 디지털 데이터상의 사망자로 증발해 있었다.

“……내가 죽었다고?”

한결이 낮게 중얼거렸다.

《대피선 자동 발사 시퀀스 당시 제3격리 작업동의 기압 센서 오류로 인해 해당 구역은 구조 불능 위험 구역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솔라 프런티어 안전 규정에 따라 현장 지휘 시스템은 전원 사망으로 종결 처리되었습니다.》

마루의 목소리는 너무나 담담해서 오히려 비현실적인 섬뜩함을 풍겼다.

“미나 선배는? 식물 바이오리액터를 담당하던 박미나 박사는 대피선에 탔나?”

《박미나 박사의 생체 신호는 온실 구역 차단 셔터 인근에서 최종 정지했습니다. 생존 가능성은 0.00%입니다. 현재 아레스-7 기지 내부의 유효 생존 개체는 윤한결 엔지니어 1명입니다.》

쿵 하는 둔탁한 소리가 가슴 속에서 떨어져 내렸다.

미나 선배. 화성의 붉은 먼지 속에서 기필코 푸른 이끼를 피워 내겠다며 배양액을 손수 나르던 연구원이었다. 한결에게 과염소산염을 정화하는 미생물에 대해 눈을 빛내며 설명해 주던 사람이었다.

그녀도 갔다. 모두가 사라졌다.

거대한 유토피아 평원의 차가운 사막 한가운데에 오직 자신만이 남겨졌다.

한결의 손끝이 잘게 떨려 왔다. 식은땀이 관자놀이를 타고 흘러내려 턱 끝에서 떨어졌다. 뼛속까지 스며드는 고립감과 공황이 목구멍을 틀어막았다.

하지만 떨림은 오래가지 않았다.

한결은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공구 벨트의 압력 게이지를 단단히 쥐었다. 손바닥에 파고드는 차가운 금속 모서리의 통증이 흐트러지려는 이성을 붙잡아 주었다.

절망에 빠져 울부짖는다고 화성의 대기압이 1파스칼이라도 올라가지는 않는다.

죽은 동료들을 위해서든 자신을 위해서든 살아 있는 인간이 해야 할 일은 단 하나였다. 기계의 수치를 확인하고 남은 자원을 계산하는 것이었다.

“마루, 감상적인 보고는 집어치우고 현재 기지의 물리적 수지 계산표를 띄워.”

《생존 자원 수지 분석 인터페이스로 전환합니다.》

화면에 거대한 3차원 막대그래프와 숫자들의 행렬이 나열되었다.

[산소 수지 분석]
- 주 산소 농장 (조류 바이오리액터 & 수전해 모듈): 가동 중단
- 원인: 1차 폐쇄 냉각 루프 침전물 고착으로 인한 열교환기 동결 파열
- 제3격리 작업동 비상 산소 잔량: 1,840 L (기압 환산)
- 주 기지 비상 가스 저장고 잔량: 42,000 L
- 1인 일일 기준 산소 소비량: 550 L (기저 대사 기준)
- 총 잔여 산소 유지 가능 기간: 정확히 86일 14시간

86일.

한결의 눈동자가 숫자에 고정되었다.

“86일…….”

석 달도 채 되지 않는 시간이었다.

지구에서 화성까지 날아오는 데 걸리는 최단 궤도 항해 시간만 6개월에서 8개월이었다. 게다가 자신은 이미 '사망자'로 기록되어 있었다. 본사에서 구조선을 보낼 리 만무했다.

《추가 자원 현황입니다.》
마루가 차가운 톤으로 이어 말했다.
《식수 정제 시스템 잔여 수량 610L, 재활용 필터 수명 38일 잔여. 보조 메탄 발전기 연료 잔량 72시간분. 방사선 차폐벽 4번 섹션 외벽 균열로 인해 시간당 피폭량 기준치 3.4배 상승 중입니다.》

“산소 농장이 완전히 죽은 건가? 바이오리액터의 시아노박테리아는?”

《냉각수 오염으로 인해 열순환이 차단되었으며 배양조 온도가 4도까지 강하했습니다. 추가 조치가 없을 경우 48시간 이내에 배양 균주 94%가 괴사합니다. 수전해 장비 역시 전력 부족과 과열 보호 락으로 인해 잠정 셧다운 상태입니다.》

한결은 즉시 배관계통도를 확대했다.

냉각재 파이프라인의 압력 데이터가 눈에 들어왔다.

단순한 관 파손이나 냉매 누출이 아니었다. 열교환기 전단 밸브 주변에 정체불명의 고형 침전물이 뭉쳐 유로를 100퍼센트 막고 있었다.

“냉각재로 쓰이는 에틸렌글리콜 혼합액에 이물질이 들어갔다는 건가? 실리콘 오일이 변성되었거나 밀폐 씰이 녹아내렸을 가능성은?”

《원인 미상의 화학적 응집 현상으로 추정됩니다. 상세 로그는 주 메모리 구획 손상으로 접근이 제한되어 있습니다.》

“로그가 지워졌다고?”

한결이 미간을 찌푸렸다.

《삭제된 것이 아니라 파티션 접근 경로가 물리적으로 단절되었습니다. 복구 확률은 현 시점에서 12.4%입니다.》

마루의 대답에는 일말의 동요도 없었다.

한결은 머릿속으로 공정표를 그렸다.

86일. 산소 농장을 되살리지 못하면 86일 뒤 질식해 죽는다.

하지만 뒤집어 생각하면 아직 86일이라는 막대한 시간이 남아 있었다. 86일이면 배관을 분해하고 냉각기를 개조해 바이오리액터를 다시 돌리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숫자가 나오자 비로소 마음이 차분해졌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질량 보존의 법칙과 열역학 제2법칙은 지구든 화성이든 똑같이 작동한다. 계산이 맞으면 기계는 돌고 사람이 숨을 쉰다.

“마루.”

《네, 윤한결 엔지니어.》

“지구 본사 궤도 통제국과의 장거리 통신은 시도해 봤나?”

《주 고이득 파라볼라 안테나가 폭풍으로 지향각을 완전히 상실했습니다. 서브 기가헤르츠 비상 신호 발생기가 가동 중이나 궤도 중계 위성의 수신 범위 밖에 있습니다. 솔라 프런티어 지구 통제국과의 통신 링크는 0%입니다.》

마루는 잠시 침묵하더니 계산된 권고안을 덧붙였다.

《윤한결 엔지니어의 생존 확률을 극대화하기 위한 최적 프로토콜을 제안합니다. 제3격리 작업동의 온도를 8도로 낮추고 저체온 수면 유도제를 투여해 일일 산소 소모량을 40퍼센트 절감하십시오. 이 경우 생존 일수를 최대 134일까지 연장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134일 동안 벽만 쳐다보다가 산소가 다 떨어지면 조용히 잠들라는 소리냐?”

《외부 구조 확률이 희박한 상태에서 자원 보존은 규정된 최우선 수칙입니다.》

“규정 좋아하네. 그 규정 때문에 내가 지금 시체 명단에 올라가 있잖아.”

한결은 콧방귀를 뀌며 콘솔 벽면의 기계식 래치를 당겼다.

끼기긱 하는 마찰음과 함께 방호 관측창의 두꺼운 티타늄 차폐 셔터가 위로 올라갔다.

관측창 너머로 화성의 광경이 펼쳐졌다.

유토피아 평원은 끝없는 붉은 모래와 자갈로 뒤덮여 있었다. 며칠을 휘몰아쳤을 먼지 폭풍의 여파로 하늘은 짙은 주황빛 먼지 안개에 잠겨 있었고 저 멀리 부서진 태양광 전지판 잔해가 날카로운 이빨처럼 사막 위에 박혀 있었다.

영하 60도의 혹한. 대기압은 지구의 150분의 1. 숨을 들이쉬는 순간 폐가 터져 나가는 죽음의 행성.

그 거대하고 잔혹한 풍경 앞에 인간은 먼지 한 톨보다 작았다.

하지만 기지는 부서졌을지언정 완전히 멈추지 않았다.

자신의 발밑에서 비상 배관을 흐르는 냉각 유체의 미세한 맥동이 느껴졌다. 아직 살아 있는 전선들이 벽 속에서 가느다란 전류를 흘려보내고 있었다.

한결은 헬멧을 들어 머리에 썼다.

치익.

넥 링이 완벽하게 결착되며 헬멧 내부로 정화된 공기가 순환했다. 바이저 우측 상단에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켜지며 산소 잔량과 외기 센서 수치가 선명하게 떠올랐다.

그는 허리춤의 압력 렌치를 꺼내 손바닥에 가볍게 내리쳤다. 둔탁한 금속의 울림이 장갑을 타고 전해졌다.

“마루.”

《네, 윤한결 엔지니어.》

“수면 유도제는 취소한다. 작업 모드로 전환해.”

《경고. 외부 이동 및 설비 수리는 대사량을 증가시켜 산소 소모 속도를 가속합니다.》

“가만히 누워서 죽는 걸 기다릴 거면 애초에 화성까지 오지도 않았어.”

한결이 에어록 도어 핸들로 손을 뻗었다.

“제1공정. 산소 농장 연결 통로의 격리 셔터를 수동 해제한다. 그쪽 냉각관 밸브부터 뜯어서 오염 물질 성분 분석할 테니까 드론으로 조명 지원 준비해.”

화면의 푸른 링이 조용히 회전했다. 잠시 후 마루의 목소리가 헬멧 내부 인컴으로 전송되었다.

《작업 지시가 접수되었습니다. 제3격리동 외부 에어록 감압 시퀀스를 대기합니다. 정비 드론 1기의 전원을 켭니다.》

“그래. 그렇게 나와야지.”

한결은 에어록 개폐 레버를 힘껏 내렸다.

푸슈욱-!

감압 밸브가 열리며 짙은 하얀 증기가 뿜어져 나왔다. 붉은 먼지로 물든 화성의 사막을 향해 닫혀 있던 첫 번째 격리 해치가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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