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력 보일러 수리공은 탑을 끄지 않는다

3화: 난방관을 타고 번진 푸른 불
푸른 불은 보일러실 천장 안에서 두 갈래로 갈라졌다.
최도겸은 손전등으로 배관의 흐름을 따라갔다. 불꽃은 뜨겁지 않았지만, 지나간 자리의 금속은 급격히 식었다. 마력이 열을 빼앗아 방어 냉각관 쪽으로 밀어 넣고 있었다. 압력계는 17.4바에서 떨렸다.
“지금 차단하면 방어막이 더 낮아집니다.” 탑 관리실 설비 책임자 권재식이 말했다.
“두 구역이 연결된 상태로 두면 압력이 계속 올라갑니다.”
“방어 담당자는 보조 전력이 버틸 거라고 합니다.”
“얼마나 버티는지 물어보셨습니까?”
재식은 무전기를 들어 확인했다. 답은 즉시 오지 않았다. 도겸은 기다리는 동안 주민들이 쓸 임시 온수관의 압력을 확인했다. 휴게실은 따뜻해졌지만, 오래 버틸 양은 아니었다. 대피한 주민들은 담요를 나눠 덮었고, 박선영은 외벽 쪽 남은 세대가 없는지 층별로 다시 확인했다.
라온은 천장 배관 아래 안전선을 치고, 열화상 장비를 삼각대에 고정했다. 그날 처음 수동 밸브를 열려던 손이 이제는 거리를 재고 있었다. “불꽃이 3구역 조절실 쪽으로 번집니다. 2구역으로 넘어가는 분기도 있어요.”
“분기 밸브의 실제 위치를 찾았어?”
“도면에는 없습니다. 벽 안쪽 온도차로 보면 이 기둥 뒤일 것 같습니다.”
도겸은 벽을 두드리지 않았다. 진동과 온도만으로 안쪽 구조를 확정할 수 없었다. 그는 관리실의 보강 작업 자재 목록을 열람하도록 재식에게 요청했다. 재식은 현장 작업표에서 3구역 제어실에 설치한 ‘이중 냉각 분기’라는 항목을 찾아냈다. 설치 위치는 도면 수정본에만 표시돼 있었고, 정기 점검표에는 빠져 있었다.
“이걸 왜 점검표에서 뺐습니까?” 도겸이 물었다.
“임시로 넣은 연결이라 정식 설비로 계산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방어관과 난방관을 연결하고 있어요.”
재식은 더 변명하지 않았다. 작업 승인 기록을 확인하고, 자신이 당시에 도장을 찍은 사실을 인정했다. 정식 검토를 미뤘고, 연결을 임시로 유지하라는 구두 지시를 내렸다고 했다. 그는 주민 안전과 방어율을 계산하지 않은 채 효율만 보고 승인했다.
도겸은 그 책임을 지금 해결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먼저 연결을 어디서 분리할지 찾고, 그다음 기록과 승인 과정을 확인해야 했다. 재식은 자신이 기억하는 접합 위치를 지도에 표시했다. 벽 기둥 뒤, 난방관과 냉각관이 만나는 아래쪽이었다.
수동 밸브는 벽 내부에 매립되어 있었다. 석고 패널을 열려면 전원을 완전히 차단해야 했지만, 보일러 전체를 끄면 방어막이 흔들릴 수 있었다. 도겸은 외부 패널의 보조 전원을 분리하고, 3구역 난방만 우회하는 방법을 찾았다. 라온이 패널 뒤 배선을 추적했다.
“이 빨간 선은 난방 구역 전원입니다. 파란 선은 방어 냉각 쪽이고요.”
“확인한 거야?”
“라벨과 보조 계기값을 대조했습니다. 아직 직접 분리하진 않았습니다.”
“좋아. 이제 두 번째 기사 확인을 받아.”
라온은 재식에게 색과 번호를 다시 읽어 주었다. 재식은 자신의 기록과 대조해 맞다고 확인했다. 그 뒤에야 도겸은 난방 회로의 보조 전원을 내렸다. 방어 계통은 계속 작동했다.
패널이 열리자 푸른 불꽃이 한 번 튀었다. 라온은 물러서고, 도겸은 차폐판을 세워 열을 막았다. 벽 안쪽의 구리관은 절반이 검게 변해 있었다. 분기 밸브 손잡이는 녹이 슬어 돌아가지 않았다. 도겸은 힘으로 돌리지 않고 먼저 관을 식힐 우회관을 연결해야 했다.
그들은 임시 온수망에서 짧은 호스를 뽑아 냉각 배출구에 연결했다. 물을 조금씩 흘리며 온도를 낮추자 밸브 손잡이의 푸른 빛이 약해졌다. 재식은 관리실에 3구역 방어막의 실시간 수치를 요청했고, 방어 담당자는 58퍼센트까지 내려갔다고 답했다.
“지금 차단하면 더 내려갈 수 있습니다.” 재식이 말했다.
“계속 연결해 두면 압력 파손 위험이 있습니다.” 도겸이 답했다. “분기 차단과 동시에 방어 담당자가 보조 전력을 올리는 방식으로 진행하죠.”
“보조 전력은 다른 구역에서 가져와야 합니다.”
선영이 무전기에 끼어들었다. “2구역 주민들이 휴게실 온수 사용을 줄이겠다고 합니다. 그쪽 열을 조금 나눌 수 있으면 대피소는 버틸 수 있어요.”
도겸은 주민들이 직접 난방을 줄이겠다고 선택한 것을 확인했다. 그는 약속을 받아들이기 전에 온수 온도가 너무 낮아지지 않는지 하경에게 확인했다. 하경은 의료 장비와 환자용 온수를 유지할 수 있다면 나머지를 나눌 수 있다고 답했다.
재식은 방어 담당자와 부하 분배를 협의했다. 인접 구역의 보조 전력을 3구역에 보내는 대신, 2구역 외벽의 방어율을 잠시 낮추기로 했다. 주민 대표들이 현재 상황을 듣고 동의했다. 그들은 위험을 모른 채 정전을 당하는 것보다, 어느 구역을 우선할지 알고 결정하고 싶어 했다.
도겸은 밸브 분리를 준비했다. 라온은 손잡이를 돌리기 전에 압력계가 허용 범위에 있는지 읽었다. 보조 배출관을 열고, 난방 압력이 내려가는 것을 확인했다. 재식은 방어 냉각이 유지되는지 무전으로 숫자를 불렀다.
“지금 돌립니다.” 도겸이 말했다.
그는 분기 밸브를 한 칸만 돌렸다. 푸른 불꽃이 벽 안에서 줄어들고, 난방관을 타던 냉기가 멈췄다. 압력계는 17바에서 천천히 내려왔다. 16.8, 16.5. 안전밸브가 더 이상 떨리지 않았다.
라온은 조작판을 지켜보며 숫자를 읽었다. “방어 냉각은 유지됩니다. 외벽 방어율 52퍼센트.”
완전히 회복된 것은 아니었다. 다만 3구역 난방관이 더 이상 냉각관 압력을 받지 않았고, 보일러를 폭발시키지 않고 압력을 낮췄다. 도겸은 분기 밸브를 고정하고, 임시 차폐재를 덧댔다. 정식 교체와 구조 점검은 다음 단계였다.
주민들이 휴게실에서 3구역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선영은 외벽 센서가 안정될 때까지 대피를 유지하겠다고 알렸다. 일부 주민은 집에 돌아가고 싶어 했지만, 그녀는 시간을 정해 다시 확인하겠다고 했다. 하경은 저체온 증상이 없도록 담요와 따뜻한 음료를 나눠 주었다.
재식은 임시 연결 작업 승인서를 꺼내 자기 이름을 확인했다. 그는 관리실 서버에 저장된 문서를 덮지 않고, 정비팀과 주민 대표에게 사본을 전달했다. “제가 승인했습니다. 점검에서 뺐다는 것도 제 책임입니다. 정식 조사 때 전부 설명하겠습니다.”
라온은 밸브를 잘못 열 뻔한 일을 안전 보고서에 적었다. 도겸은 그 기록을 지우지 말라고 했다. 실수의 문장이 다음 기사에게 필요한 경고가 될 수 있었다. 라온은 그날 첫 작업보다 더 정확한 손으로 점검표를 작성했다.
새벽에 압력은 정상 범위로 내려왔다. 3구역 보일러는 저출력으로만 가동했고, 주민들은 임시 온수망을 통해 난방을 받았다. 탑 방어막은 52퍼센트에 머물렀다. 수리팀은 하루 안에 정식 분기 부품을 가져오기로 했다.
도겸은 한 번 더 벽을 확인했다. 푸른 불꽃은 사라졌지만, 천장 안쪽의 금속은 여전히 차가웠다. 같은 연결이 다른 곳에도 있을 수 있었다.
관리실 기록실에서 정비 이력 사본이 도착했다. 3구역과 같은 임시 냉각 연결은 탑 1구역과 5구역에도 표시되어 있었다. 두 구역의 점검표에는 연결선이 없는 것으로 기록되어 있었다.
그 아래, 최근 점검 날짜만 도겸의 이름으로 서명돼 있었다.
도겸은 서류를 두 번 읽었다. 서명은 자기 이름과 비슷했지만, 마지막 획이 아래로 길게 내려갔다. 그는 그 점검에 참여하지 않았다. 해당 날짜에는 외곽 보일러 교체 작업을 하고 있었다. 작업 일지는 차량 출입 기록과 함께 남아 있었다.
“이 서명은 제 것이 아닙니다.”
재식은 서류를 들여다보다가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점검표는 관리실에서 전자 승인으로 입력했습니다. 현장 기사가 직접 서명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제 이름이 들어가 있습니다.”
“누군가 이전 점검표를 복사했을 수 있어요.”
도겸은 서명을 즉시 위조라고 부르지 않았다. 전자 승인 기록과 작업 일지를 대조해야 했다. 그는 현장에 남아 있는 분기 연결이 언제 설치됐는지, 누구의 책임인지 확인할 자료를 요청했다. 재식은 관리실에 기록 보존을 지시했다.
선영은 대피한 주민들에게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지 다시 물었다. 외벽 온도가 조금 올라갔지만 방어율은 아직 낮았다. 노인은 산소통이 안정적이고 따뜻한 방에 머물 수 있다면 집에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하경은 방어 담당자가 외벽 센서를 한 시간 더 관찰하면 이동해도 된다고 설명했다.
“그럼 오늘 밤은 더 기다릴게요.” 노인이 말했다. “내일 아침에는 내 침대에서 자고 싶어요.”
선영은 그 말을 대피 명단에 적었다. 돌아갈 시간을 약속하지 않았지만, 그가 원하는 것을 빠뜨리지 않았다. 주민들은 2구역 휴게실의 온수를 조금 나눠 쓰며 서로 담요를 정리했다. 한 아이가 라온에게 작은 보온병을 건넸다. “아저씨도 춥죠?”
라온은 받아 들었다가 다시 돌려줬다. “네가 마셔. 기사들은 손을 따뜻하게 해야 일을 할 수 있어.”
그는 그렇게 말하고 자기 장갑을 갈아 꼈다. 도겸은 새 장갑을 건네며 손을 먼저 녹이라고 했다. 기계실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것보다 정확히 잡는 게 중요했다.
아침 점검에서 압력과 방어 수치는 서서히 안정됐다. 도겸은 분기 밸브 주변에 임시 경고판을 달고, 손대지 말라는 표시를 붙였다. 라온은 점검표에 자신의 실수와 바로잡은 순서를 함께 적었다. 재식은 서명된 승인 기록을 숨기지 않도록 관리실 서버와 현장 게시판에 사본을 남겼다.
이상 연결은 3구역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다른 구역에 같은 구조가 있다면, 다음 한파 전에 그곳 주민들도 위험해질 수 있었다. 도겸은 1구역과 5구역 점검 일정에 직접 들어가겠다고 신청했다. 탑을 끄는 일보다, 다시는 사람들의 밤이 갑자기 차가워지지 않게 하는 일이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