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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력 보일러 수리공은 탑을 끄지 않는다1화

마력 보일러 수리공은 탑을 끄지 않는다

마력 보일러 수리공은 탑을 끄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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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영하로 떨어진 탑 3구역

최도겸은 압력계의 바늘이 멈춘 걸 보고 보일러를 끄지 않았다.

바늘은 12바를 가리킨 채 떨리고 있었다. 탑 3구역의 난방수는 줄어드는데 압력은 내려오지 않았다. 계기 하나만 고장 났다면 다행이었다. 하지만 보일러 옆 배관은 얼음처럼 차가웠고, 벽에 붙은 방어막 표시등은 푸르게 깜박였다.

“정지 버튼 눌러야 하는 거 아니에요?” 신입 기사 한라온이 물었다.

“지금 누르면 난방뿐 아니라 방어 냉각관까지 끊길 수 있어.”

“그럼 계속 돌리면 압력이 더 올라갑니다.”

“그래서 먼저 분기 밸브부터 확인할 거야.”

도겸은 손전등을 들고 기계실 아래로 내려갔다. 통로에는 주민들이 담요를 들고 서 있었다. 바닥 난방이 멈춘 지 삼십 분. 3구역 외벽의 온도는 빠르게 내려가고 있었다. 주민 대표 박선영이 아이와 노인부터 임시 대피실로 옮기고 있었다.

“대피실이 몇 명까지 받을 수 있죠?” 도겸이 물었다.

“서른 명입니다. 지금 마흔여섯 명이 신청했어요.”

“환자와 아이부터 보내고, 남은 사람은 2구역 휴게실로 나눠야 합니다.”

선영은 동의했지만, 주민들에게 직접 설명하겠다고 했다. 공지 없이 사람들을 움직이면 길을 막고 다칠 수 있었다. 그녀는 층별 연락망을 열어 대피 순서와 엘리베이터 운행 상태를 확인했다.

도겸은 보일러실로 돌아가 계기판을 살폈다. 온도는 41도에서 26도로 떨어졌는데 압력은 12바에 고정되어 있었다. 압력계가 막혔거나, 방어계통의 냉각관이 역류해 수치가 갇혔을 수 있었다. 그는 외부 센서를 붙이고 배관 표면을 확인했다. 계기 바늘은 움직이지 않았지만, 센서가 13.4바를 읽었다.

“압력계가 고장났습니다.” 라온이 말했다.

“그럴 수 있어. 하지만 고장났다고 정지해도 안전한 건 아니야. 보조 계기부터 연결해.”

라온은 장비함에서 보조 압력계를 꺼냈다. 손이 빨랐지만, 연결 나사를 조이는 순서가 하나 빠졌다. 도겸이 손을 멈추게 했다. 라온은 얼굴이 붉어졌다.

“죄송합니다. 다시 하겠습니다.”

“지금은 사과보다 확인이 먼저야. 잠금, 배출, 연결 순서대로.”

보조 계기 바늘이 13.4바를 가리켰다. 정상 가동 범위의 상한에 가까웠다. 도겸은 밸브를 건드리지 않고 보일러실의 차단판을 열었다. 배관 표면에는 푸른 서리가 끼어 있었다. 난방 배관에서 서리가 생길 이유는 없었다.

“관리실에 분기 도면을 요청해.”

라온은 탑 관리실 설비 책임자 권재식에게 연락했다. 재식은 도면이 오래되어 현장과 다를 수 있다고 했다. 방어 냉각관의 연결은 군사 보안 영역이라 정비팀이 건드릴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럼 우리가 어느 밸브를 닫아야 하는지 모르잖아요.”

“보일러를 정지시키면 방어막이 약해집니다. 지시 전까지 가동을 유지하십시오.”

도겸은 전화기를 받아 들었다. “압력은 상한으로 가고, 온도는 떨어집니다. 정지를 금지한다면 대체 열원과 방어망 담당자를 보내세요.”

재식은 대답을 늦췄다. 관리실은 방어막을 감시하는 중이지만, 기술자를 보내는 데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도겸은 확인되지 않은 지시를 기다리는 대신 현재 상황을 서면으로 남겼다. 그는 보일러의 출력은 유지하되, 3구역 난방 회로를 단계적으로 줄여 압력을 낮출 준비를 했다.

선영은 대피실 앞에서 주민들의 상태를 점검했다. 한 노인이 담요를 거부하고 집에 남겠다고 했다. 산소통이 있어 이동이 힘들다는 이유였다. 응급대원 임하경은 산소통과 배터리를 먼저 확인하고, 이동형 산소 장비를 가져오겠다고 했다.

“기계실이 위험하면 저는 여기서 못 움직입니다.” 노인이 말했다.

“기계실은 안전하게 분리하는 중입니다.” 하경이 답했다. “이동 장비가 도착할 때까지 선영 씨와 제가 옆에 있을게요.”

도겸은 3구역 주민들이 모두 대피하기 전까지 난방을 끊지 않기로 했다. 대신 온수 공급을 분리해 난방수에 압력이 몰리지 않도록 했다. 라온이 차단 밸브 위치를 찾으려 했지만 도면에는 그런 밸브가 표시되어 있지 않았다.

“여기서 왼쪽으로 가는 관이 없습니다.”

“바닥 아래를 봐. 벽보다 따뜻한 선이 있을 거야.”

라온은 열화상 장비를 들고 배관을 따라갔다. 벽 모서리에 얇은 따뜻한 줄이 있었다. 도겸이 손을 대자 그 뒤쪽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오래된 철관이 방어 냉각관과 연결되어 있을 수 있었다.

“이걸 닫으면 방어막도 흔들리겠죠?”

“확인 전엔 모른다. 그래서 닫지 않고 우회할 길부터 찾는다.”

도겸은 관리실에 분기 승인을 다시 요청했다. 재식은 여전히 보일러 정지를 금지했지만, 현장 밸브를 직접 확인하겠다고 했다. 그는 출발 전까지 15분이 걸린다고 말했다.

그동안 압력은 14바에 가까워졌다. 안전밸브가 떨리기 시작했다. 라온이 수동 밸브를 열자고 했지만, 도겸은 손목을 잡아 멈췄다. 밸브를 급히 열면 고온수가 한꺼번에 분출할 수 있었다.

“그럼 아무것도 안 하고 기다려요?”

“기다리는 동안 대체 열 공급을 시작해. 선영 씨에게 주민을 2구역 휴게실로 옮기도록 알려.”

라온은 무전기를 잡았다. 처음에는 목소리가 떨렸지만, 층별로 인원을 부르고 이동할 사람을 확인했다. 하경은 산소통을 옮길 준비를 했다. 선영은 엘리베이터를 한 대 비워 의료 장비를 먼저 실었다.

임시 열 공급망은 2구역에서 온수 카트를 끌어와 3구역 휴게실에 연결하는 방식이었다. 도겸은 압력 없는 급수관을 확인하고, 라온과 함께 이동식 배관을 설치했다. 연결부에서 물이 새지 않는지 손전등으로 확인한 뒤, 낮은 온도로 열을 흘렸다. 휴게실 난방은 완벽하지 않았지만, 손이 얼 만큼 춥지는 않았다.

주민들이 이동하는 동안, 도겸은 보일러실 바닥에서 푸른 불빛을 발견했다. 배관 그림자 아래로 가느다란 빛이 지나갔다. 난방관이 방어 냉각관 쪽으로 이어지는 흔적이었다. 안전밸브는 계속 떨리고 있었다.

임시 열 공급이 시작되자 휴게실 문틈에서 따뜻한 김이 나왔다. 주민들은 담요를 나눠 덮고도 서로 누가 먼저 온수를 쓸지 다퉜다. 선영은 대피실에 먼저 도착한 노인과 아이에게 온도계와 물을 건넸다. 하지만 3구역 12층에 혼자 사는 주민은 아직 내려오지 않았다.

“그분은 계단을 못 내려와요.” 선영이 무전기를 들었다. “엘리베이터가 점검 중이라서요.”

하경은 이동용 들것을 준비하겠다고 했지만, 지금 계단에 찬 공기가 들어오면 환자의 체온이 더 떨어질 수 있었다. 도겸은 임시 온수관이 충분히 데워졌는지 확인하고, 12층까지 보온 덮개를 끌어올릴 방법을 찾았다. 주민 한 명이 자기 카트를 빌려 줬다. 라온은 담요를 카트 바닥과 옆면에 묶어 이동 보온함처럼 만들었다.

“보일러 고치는 것만 수리인 줄 알았습니다.” 라온이 말했다.

“온기가 필요한 사람한테 도착해야 수리야.”

선영은 두 주민과 함께 카트를 밀고 계단으로 올라갔다. 도겸은 아래에서 배관 압력을 확인했다. 임시 열이 흐르기 시작했지만, 고장 난 회로 압력은 여전히 올라가고 있었다. 그들은 노인을 안전하게 휴게실로 옮겼다. 산소통 배터리는 절반 남아 있었고, 하경은 이동 중 산소량을 확인했다.

도겸은 주민들에게 보일러를 바로 끄지 않는 이유와, 대신 난방 구역을 줄이는 이유를 설명했다. 관리실 공지가 오기 전까지 막연히 기다리게 하지 않으려 했다. 한 주민은 탑 방어막이 약해지는 게 더 무섭다고 했다. 도겸은 방어 계통이 어디까지 유지되는지 확인 중이라고 답했다. 자신도 확답할 수 없다는 말을 숨기지 않았다.

재식이 도착하자마자 기계실로 들어왔다. 그는 도면을 펼쳐 도겸이 찾은 관을 보더니 멈춰 섰다. “이 연결은 원래 닫혀 있어야 합니다.”

재식은 도면의 낡은 선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그 선은 난방관과 방어 냉각관 사이에 표시되어 있었지만, 마지막 점검 때는 덧붙인 종이로 가려져 있었다. 그는 임시 보수 작업 때 붙인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승인 날짜를 바로 찾지 못했다.

“작업 지시서는 어디 있습니까?” 도겸이 물었다.

“관리실 서버에 있을 겁니다.”

“서버가 아니라 현장 안전표식에도 남아야 합니다.”

재식은 그 말에 표정을 굳혔다. “지금은 그 얘기보다 압력을 낮추는 게 먼저입니다.”

“맞습니다. 그래서 누구도 밸브를 돌리지 않게 해 주세요.”

라온은 조작 패널 앞에서 한 발 물러섰다. 방금 전 수동 밸브를 열려고 했던 손을 내려다봤다. 그가 한 번 더 손을 뻗었다면 압력은 더 높아졌을 수도 있었다.

“언제 열렸죠?”

“모릅니다. 지난 정기 점검 때는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점검표에는 확인 완료로 되어 있습니다.”

재식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현장 밸브에 접근하려 했지만, 계기판이 다시 한번 크게 흔들렸다. 압력은 15바를 넘었다.

도겸은 정지 스위치에 손을 올렸다. 주민들은 아직 전부 대피하지 못했다. 방어막은 푸르게 깜박이고, 배관에서는 차가운 기류가 뿜어졌다.

“보일러를 끄면 방어막이 얼마나 내려갑니까?”

재식이 답했다. “3구역 외벽의 40퍼센트입니다.”

도겸은 안전밸브를 바라봤다. 끄지 않아도 위험했고, 끄면 방어막이 약해진다. 그 순간 라온이 바닥 아래의 온도 변화를 발견했다.

“기사님, 이 관이 탑 안쪽으로 흐릅니다. 방어관이 아니라 난방관이 역류하는 거예요.”

도겸은 계기판을 다시 확인했다. 압력계 바늘은 15에서 멈췄지만, 보조 계기는 16을 가리켰다. 보일러는 꺼지지 않았다. 탑 어딘가에서 열이 다시 밀려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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