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현장의 마지막 1분을 재생합니다

8화: 두 번째 입고
"가족에게 전달됐던 사진입니다. 전체 촬영본이 남아 있는지 확인하고 싶습니다."
도윤은 책상 아래에서 봉투 날짜를 짚었다. 전화를 돌려 받은 직원이 접수번호와 가족 관계를 물었다. 그는 분석관이라는 직함 대신 한서윤의 오빠라고 답했다.
담당 부서는 확인됐지만 사진의 보관 여부는 기록을 찾아봐야 한다고 했다. 도윤은 회신받을 번호를 남겼다. 수첩에 적어 둔 ‘위쪽’ 아래에는 아직 아무것도 쓸 수 없었다.
통화를 마치자 해진이 얇은 철 하나를 내려놓았다.
"새 분석 지원 요청입니다. 유족 면담부터 같이 하죠."
겉장에는 이수경이라는 이름과 삼 년 전 날짜가 있었다. 하천변 도로, 단독 충돌, 운전자 사망. 사고 당시 서른넷이었다. 차가 굽은 길을 벗어나 콘크리트 옹벽에 부딪혔다고 적혀 있었다.
"교통사고 기록입니까?"
"동생이 새 자료를 냈어요. 관할에서 사고 전 동선을 다시 봐 달랍니다. 살인으로 결정된 건 아닙니다."
도윤은 그 뒤에 붙은 민원 접수증을 봤다. 날짜가 다른 종이가 여러 장이었다. 가장 위의 것만 지난주 날짜였다.
지후가 문을 열고 들어오며 전화기를 내렸다.
"공장 작업대 사진은 감식 쪽에서 대조해 보겠대. 반출 지시자도 관할에서 계속 묻고 있고."
해진은 후속 연락을 받을 담당자를 확인한 뒤 외투를 들었다. 끝나지 않은 사건이 새 철 밑으로 사라지지는 않았다. 도윤은 김성철 사건 연락 항목을 책상 앞에 세워 놓았다.
새 철에서는 모서리가 닳은 접수증이 자꾸 삐져나왔다.
그는 자기 사진 봉투를 서랍에 넣었다. 회신이 오기 전까지 이 책상에서 기다린다고 더 빨리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수아는 면담실에 놓인 종이컵을 받지 않았다.
"처음부터 말해야 합니까?"
가방 지퍼를 여는 손이 빠르게 움직였다. 스물아홉 살이라고 적힌 인적 사항 옆에는 연락 가능한 시간이 빼곡했다. 평일 점심시간, 오후 여섯 시 이후. 오늘은 오전 반차라고 했다.
해진이 의자를 당겼다.
"새로 제출하신 자료부터 보겠습니다. 더 필요한 부분은 저희가 묻겠습니다."
수아의 손이 잠시 멎었다. 가방에서 나온 투명 파일에는 서류가 뒤집혀 꽂혀 있었다. 수아는 방향을 바로잡다가 한 장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도윤이 주워 건넸다. 언니의 사망을 알리는 서류였다. 수아는 제목이 보이지 않게 아래로 넣었다.
"언니는 길치였어요. 병원만 갔다 와도 어느 출구로 나왔는지부터 말했어요. 그날도 전화가 올 줄 알았어요."
수아가 입술을 눌렀다.
"그런 얘기는 안 써도 돼요. 습관으로 사고를 부정할 수는 없다고 들었으니까."
도윤은 펜을 내려놓지 않았다.
"그날 통화 기록과 평소 이야기는 나눠 적겠습니다."
수아는 그가 실제로 줄을 나누는 것을 지켜봤다. 그제야 파일에서 흐릿한 표 사진을 꺼냈다.
동림차량보관소. 입고표. 수기로 적힌 차량 번호 아래에 18시 10분이라는 시각이 있었다.
"이 차가 언니 차예요. 날짜도 사고 난 날이고요."
관할 형사가 사건 기록의 번호를 펼쳤다. 숫자가 맞았다. 도윤은 수아가 손가락으로 가린 칸까지 보이도록 종이를 조금 돌렸다.
사고 신고 시각은 22시 36분이었다.
"누가 이 사진을 주셨습니까?"
"문기석 씨요. 그때 여기서 일한 분. 제가 견인한 곳을 찾아다니다 만났어요. 지난주에 자기한테 남아 있던 표라면서 보내 줬어요."
"언니 차가 사고 전에 들어온 걸 직접 봤다고 했습니까?"
"그렇게까지는 안 했어요. 만나서 장부하고 같이 보자고만 했어요."
수아는 휴대폰을 꺼냈다. 해진이 인쇄물 대신 화면을 보겠다고 하자 대화가 시작된 곳부터 천천히 올렸다. 보관소 주소를 처음 물은 메시지, 표 사진, 그 뒤 이어진 질문들이 나왔다.
어제 오후 네 시가 조금 지난 곳에 답이 하나 있었다.
‘내일 두 시에 오세요. 원장하고 맞춰 봅시다. 두 번 들어온 걸 한 번으로 알고 있는 것 같아서.’
지후가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오늘 약속이네요."
"경찰한테도 드렸다고 보냈어요. 같이 만나면 안 되냐고. 그 뒤로 답이 없어요."
아침에 건 전화 두 통은 연결되지 않았다고 했다. 수아는 통화 목록까지 열어 놓은 뒤 휴대폰에서 손을 뗐다. 관할 형사가 필요한 대화와 사진을 보존하는 데 동의를 구했다.
"이것도 그냥 시간이 틀린 거라고 할 건가요?"
도윤은 입고표 옆에 사고 신고 기록을 놓았다.
"틀려 적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맞게 적었다면 왜 그 시간에 거기 있었는지도요."
"그러면 그건 물어봐 주는 거죠? 사고 전에 어디 갔는지."
도윤은 수아가 말한 질문을 그대로 적었다. 수아는 종이 끝을 붙들던 손을 폈다. 눌렸던 자리에 손톱 모양의 흰 자국이 남아 있었다.
지후는 사고 뒤 견인표를 찾다가 철을 거꾸로 세웠다.
접힌 안쪽에 사본 한 장이 붙어 있었다. 다음 날 00시 20분. 옹벽 아래 사고 차량을 실어 동림차량보관소에 들였다는 기록이었다.
"이건 자정 넘어서네. 앞의 여섯 시하고 같은 건 아니고."
도윤은 두 표의 윗부분을 맞췄다. 양식은 달랐다. 하나는 보관소 입고표였고 하나는 견인 작업표였다. 각각의 일련번호 끝자리도 달랐다.
"번호가 다르니까 별개 입고인가?"
"표 종류부터 다릅니다. 번호만으로는 모릅니다."
도윤은 종이를 떼어 놓았다. 두 번 들어왔다는 말을 먼저 들은 탓에 번호마저 그 말에 맞추고 싶어졌다.
해진이 사고 기록의 차량 처리 항목을 넘겼다.
"당시 확인은 충돌 이후에 몰려 있네요. 사고 전 보관소 방문 여부는 질문이 없습니다."
기록에는 비에 젖은 노면과 굽은 도로 사진이 있었다. 운전석 쪽이 찌그러진 차 안에 수경이 혼자 발견됐다고 적혔다. 그 한 줄로 사고 전 동승자까지 없었다고 할 수는 없었다.
도윤이 사건 전 동선 칸을 펴자 보험금 관련 자료가 뒤따랐다. 수령자는 배우자 정태건이었다. 지후가 이름 옆에 확인 표시를 남겼다.
"남편 얘기도 다시 들어야겠네."
"먼저 차량이 움직인 순서를 맞추죠."
해진은 보험 자료를 뒤에 두고 빈 종이를 가운데 놓았다. 도윤은 저녁 여섯 시 십 분 앞에 입고표 기재라고 썼다. 밤 열 시 삼십육 분 앞에는 사고 신고라고 썼다. 다음 날 영 시 이십 분은 사고 뒤 견인이었다.
첫째와 둘째 줄 사이가 비어 있었다.
"처음 입고가 맞다면 여기서 나간 시각이 있어야 합니다. 누가 찾아갔는지도요."
지후가 문기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오래 이어졌다. 스피커에서 안내 음성이 나오자 해진은 보관소의 현재 연락처를 확인하게 했다.
전화를 받은 직원은 문기석이 아직 그곳에서 일한다고 했다. 오전에는 서로 얼굴을 못 봤으나 그의 차는 마당에 있다고 했다. 잠깐 나갔겠거니 했다는 답이었다.
해진은 관할 형사와 눈을 맞췄다.
"약속 장소로 가죠. 유족은 여기서 기다리게 하지 말고. 확인한 뒤 연락드리겠습니다."
수아는 복도 의자에 앉아 직장에 전화를 하고 있었다. 오후에도 못 들어갈 것 같다는 말을 하다가 도윤 일행을 보고 일어났다.
"저도 갈게요. 저를 만나기로 한 거니까."
도윤은 사진을 돌려주던 손을 멈췄다.
"확인할 때 수아 씨 말씀이 더 필요하면 바로 전화하겠습니다. 저희가 먼저 만나도 되겠습니까?"
수아는 대답하기 전에 휴대폰 시간을 봤다. 두 시까지는 사십 분 남아 있었다.
"그럼 물어본 말도 알려 주세요. 결과만 말하지 말고요."
"어디까지 답을 들었는지 같이 말씀드리겠습니다."
도윤은 자기 수첩 속 질문을 떠올렸다. 확인해 보겠다고 함. 그 뒤의 빈칸을 채우려고 같은 번호를 몇 번씩 누르던 손도.
수아는 복사받은 접수 내역을 가방에 넣었다. 이번에는 종이를 뒤집지 않았다.
동림차량보관소 마당에는 밤새 내린 비가 남아 있었다.
철문이 열려 있었고 사무실 창에서는 난로 연통이 나왔다. 전화받았던 직원이 장부를 가져오겠다고 안으로 들어갔다가 빈손으로 돌아왔다.
"문 기사 서랍은 잠겨 있네요. 차부터 볼게요."
그가 마당 끝 회색 승용차를 가리켰다. 사고 차량들이 늘어선 줄 바깥이었다. 바퀴 밑에 고인 물에는 차의 옆면이 길게 비쳤다.
직원이 운전석 창을 두드렸다.
"형님. 경찰 왔어요."
두 번째로 두드리려던 손이 창 앞에서 멎었다.
지후가 먼저 뛰었다. 도윤은 직원의 얼굴이 차창에서 떨어지지 않는 것을 보고 걸음을 멈추지 못했다. 운전석에 남자가 고개를 옆으로 기울인 채 앉아 있었다.
"문기석 씨! 들립니까!"
지후가 문손잡이를 당겼다. 문은 열렸다. 그는 남자의 반응과 호흡을 살피면서 구조를 요청했다. 관할 형사가 위치를 알렸고 해진은 다가오는 직원을 뒤로 물렸다.
도윤은 차량 바깥에서 멈췄다. 남자의 셔츠 깃 위로 가느다란 자국이 비스듬하게 이어져 있었다. 입가에서 턱으로 말라붙은 갈색 선이 보였다. 운전석 문턱 안쪽에도 비슷한 색의 작은 얼룩이 있었다.
몸이 굳은 상태를 확인한 지후가 구급대에 상황을 전했다. 도윤은 그 둘 사이로 들어가지 않았다. 문 안쪽을 보려고 허리를 숙이는 대신 직원에게 물었다.
"이 차가 언제부터 여기 있었습니까?"
"오늘 제가 왔을 때부터요. 여덟 시쯤……. 자는 줄은 몰랐는데. 아니, 타고 있는 줄도 몰랐어요."
직원의 시선이 열린 문 안으로 돌아갔다. 해진이 그를 사무실 앞 의자로 데려갔다. 도윤은 여덟 시라는 말을 적고 전날 퇴근 무렵 차를 보았는지 이어 물었다. 직원은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
구급대가 도착했다. 확인을 마친 대원은 사망 징후를 전했고 관할 형사는 현장 통제를 넓히며 검시와 감식을 요청했다. 직원이 문기석이라고 부른 남자의 신원도 정식으로 확인할 일이었다.
바로 앞 사무실에서는 전화가 울렸다. 누구도 들어가 받지 못했다.
도윤은 열린 차 문에서 한 걸음 더 물러섰다. 목의 자국만으로 사인을 정할 수는 없었다. 차 안에서 죽었는지도 확인해야 했다. 문턱의 얼룩에 손을 뻗지 않았다.
지후가 장갑을 벗으며 도윤 곁에 섰다.
"유족한테는 팀장님이 연락한대. 혼자 오지 말라고."
도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전 수아에게 답을 들은 범위까지 알려 주겠다고 했다. 아직 문기석에게는 질문 한 번 하지 못했다.
주머니에서 진동이 울렸다.
수아가 보낸 문자였다.
‘입고표 원본 받으시면 뒤쪽도 봐 주세요. 사진은 앞만 받았어요.’
도윤은 답을 쓰지 못한 채 차를 돌아봤다.
그들이 물어야 할 것은 이제 차가 두 번 들어온 이유만이 아니었다.
두 번 들어왔다는 말을 남긴 사람이 왜 차에서 나오지 못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