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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현장의 마지막 1분을 재생합니다7화

범죄 현장의 마지막 1분을 재생합니다

범죄 현장의 마지막 1분을 재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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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접힌 쪽의 문장

도윤은 수첩을 덮기 전에 마지막 줄을 손바닥으로 가렸다.

복도에서 돌아온 지후가 빈 의자에 외투를 걸었다. 통화가 길어졌는지 전화기를 쥔 손바닥이 붉었다.

"작업대는 내일 다시 찍는대. 자 대고 흠집까지."

"나사구멍 바깥도 부탁드립니다. 비슷한 부분만 찍으면 대조하기 어렵습니다."

지후는 전화기에 요청을 적었다. 도윤이 수첩을 주머니에 넣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식당 쪽으로 턱을 들었다.

"밥 먹고 가자. 여기 백반 아직 해."

"오늘은 집에 가 보겠습니다."

"집에 누구 와?"

"확인할 게 있습니다."

지후의 시선이 주머니에 잠깐 머물렀다. 도윤은 말을 덧붙이지 않았다. 대신 책상에 남은 출력물을 순서대로 모았다. 사진과 문자, 배진만의 답변이 서로 다른 장에 있었다.

해진이 문 앞에서 그를 불렀다.

"오늘 의견은 다 넘겼습니까?"

"예. 추가 확인 항목도요."

"그럼 들어가세요. 내일 할 일을 오늘 밤에 다 끝내려 하지 말고."

도윤은 고개를 숙였다. 해진은 보고서 묶음을 가져갔다. 검은 조각 사진도 그 안에 있었다. 그는 그것을 한 장 더 뽑겠다고 하지 않았다.

지후가 외투를 다시 집었다.

"혼자 확인하다 막히면 전화해. 말 못 하다가 목부터 잡지 말고."

농담처럼 끝내려던 말이 끝에서 낮아졌다. 도윤은 목도리를 느슨하게 고쳐 맸다.

"알겠습니다."

엘리베이터 거울에 입을 다문 자신의 얼굴이 비쳤다. 오늘 내내 배진만에게 누구에게 들었는지 물었다. 그런데 지후가 무엇을 확인하느냐고 묻는 순간에는 한 줄도 내놓지 못했다.

층수가 내려갔다. 도윤은 주머니 속 수첩의 단단한 모서리를 쥐었다.

집에 있는 수첩은 이보다 작았다.


장롱 아래 상자는 한쪽 손잡이가 찢어져 있었다.

도윤은 바닥에 앉아 상자 밑으로 양손을 넣었다. 손잡이로 들면 찢어질 것을 알면서도 매번 먼저 손잡이를 찾았다. 상자를 식탁까지 옮긴 뒤에도 외투를 벗지 않았다.

뚜껑 안쪽에 실종 전단 한 장이 붙어 있었다. 열일곱 살 한서윤. 교복 깃 한쪽이 조금 들려 있었다. 인쇄소에서 얼굴을 더 크게 뽑을 수 없느냐고 물었을 때 잘려 나갔던 어깨가 기억났다.

그는 사진 아래의 예전 전화번호를 손가락으로 가렸다가 뗐다.

상자에는 가족이 받아 보관한 안내문과 수소문하며 출력한 지도, 날짜별 봉투가 있었다. 공식 수사기록 원본은 아니었다. 도윤이 경찰이 되기 전부터 모아 온 것들이었다.

그 사이에 회색 수첩이 끼어 있었다.

표지에는 ‘서윤’이라고만 적혀 있었다. 동생의 수첩이 아니었다. 실종 뒤 자신이 전화를 건 곳과 들은 말을 적었던 수첩이었다.

첫 장에 같은 번호가 네 번 나왔다. 두 번은 통화 중, 한 번은 부재, 마지막에는 확인해 보겠다고 함. 그는 그 옆의 빈칸을 보았다. 답을 받아 적으려고 비워 둔 자리였다.

도윤은 날짜를 따라 종이를 넘겼다.

중간에 접힌 쪽이 나왔다. 손톱으로 모서리를 펴자 눌려 있던 종이가 작게 울었다.

‘눈을 뜬 채 본다.’

글씨가 있었다.

지금보다 힘이 많이 들어간 자신의 글씨였다. ‘본다’의 받침이 두 번 그어져 있었다. 그 아래에는 더 작은 글자로 ‘종이 사진에서 옮김’이라고 적혀 있었다.

도윤은 등을 의자에 기대려다 뒤에 의자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식탁 앞에 선 채였다. 의자를 빼 앉고 외투 단추를 풀었다.

문장을 잘못 기억한 것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기억한 나머지까지 모두 맞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수첩 위에 새 수첩을 포개려다 멈췄다. 오늘 적은 글씨가 오래된 종이를 가렸다.

두 권을 나란히 놓았다.

한쪽은 김성철 번호에서 온 문자였다. 다른 쪽은 서윤이 사라진 뒤 받아 본 사진에서 옮긴 글이었다. 두 기록 사이에 열두 해가 있었다.

방 안에서 냉장고가 멎었다. 갑자기 조용해진 집에 도윤의 옷깃 스치는 소리만 남았다.

서윤은 식탁에서 공책을 펼치면 컵부터 옮기라고 했다. 물을 엎질러 수학 숙제 한 쪽을 망친 뒤부터였다. 본인이 엎질렀는데도 컵을 먼저 밀어 놓는 사람은 늘 도윤이었다.

그는 물을 마시려고 가져왔던 컵을 식탁 끝으로 옮겼다.

열일곱 살 이후의 버릇은 하나도 알지 못했다.


수첩에 적힌 날짜와 같은 봉투를 찾는 데 십 분이 걸렸다.

도윤은 바닥으로 흘러내린 지도를 주워 접었다. 봉투 안에는 당시 가족에게 건네진 사진 인화물 몇 장과 접수 안내문이 있었다. 무엇을 받았는지 자신이 봉투 겉에 적어 두었지만 누구 손에서 받았는지는 쓰지 않았다.

인화물 가운데 한 장에 종이가 찍혀 있었다.

도윤은 그것을 식탁에 놓았다. 가운데에 문장이 있었다. 눈을 뜬 채 본다. 사진에 찍힌 글자가 보였다. 자신이 나중에 수첩에 만들어 넣은 말이 아니었다.

그는 안경도 쓰지 않는 눈가를 문질렀다.

사진 위쪽에서 가느다란 사각 테두리가 끊겼다. 종이 전체를 찍은 사진이 아니었다. 테두리 안에 무엇이 더 있었는지 보이지 않았다.

인화물 가장자리는 반듯했다. 찢겨 나간 부분은 없었다. 테두리는 사진이 끝나는 곳에서 함께 끊겼다.

그는 천장 불을 켜고 사진을 돌려 보았다. 뒷면에는 문구도 이름도 없었다. 식탁 위에서 벌어진 일은 그것뿐이었다. 낡은 종이에 손이 닿아도 다른 사람의 시야가 열리지는 않았다.

도윤은 휴대폰을 들어 문장만 찍으려 했다. 화면 속에서 테두리가 더 많이 잘렸다.

손을 멈췄다.

거리를 벌려 인화물 전체와 봉투를 따로 찍었다. 파일을 확대하자 글자 끝이 네모나게 뭉개졌다. 확대한다고 프레임 밖이 돌아오지는 않았다.

수첩으로 돌아갔다. 접힌 모서리 안쪽에 글씨 하나가 더 있었다.

‘위쪽?’

도윤은 손끝으로 접힌 선을 눌렀다. 열두 해 전에도 같은 데서 멈췄다. 이 질문 뒤에는 답이 없었다. 다음 장에는 서윤을 봤다는 전화의 시간과 버스 정류장 이름이 빽빽하게 적혀 있었다.

그 정류장에서는 다른 학생을 보았다고 했다. 도윤은 그 말을 들은 날의 추위보다 집에 돌아오며 샀던 빵을 기억했다. 서윤이 돌아왔을 때 먹일 생각이었다. 다음 날 자신이 먹었다.

전화기가 울렸다.

지후였다. 도윤은 사진을 뒤집었다가 사진을 감춘 자기 손을 내려다봤다. 전화 건 사람은 식탁을 볼 수 없었다.

"집이야?"

"예."

"아까 요청한 거 넘겼어. 사진 받으면 같이 보자. 먼저 결론 쓰지 말고."

"받으면 연락 주십시오."

수화기 너머에서 그릇 내려놓는 소리가 났다.

"밥은?"

도윤은 가스레인지 쪽을 보았다. 아무것도 올라가 있지 않았다.

"아직입니다."

"그럴 줄 알았다. 확인할 거 있다더니 뭔데. 도와줄까?"

도윤은 뒤집힌 사진의 흰 면을 보았다. 한서윤이라는 이름을 말하면 그다음 질문까지 나올 것이다. 왜 오늘 갑자기 꺼냈는지. 왜 문자를 보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지.

"가족 자료입니다. 제가 먼저 보겠습니다."

지후가 잠시 조용해졌다.

"그래. 밥은 먹고 봐. 힘들면 덮어 둬. 밤이어도 전화 받고."

통화가 끝났다. 도윤은 전화기를 내려놓고도 사진을 바로 뒤집지 못했다. 가족 자료라는 말은 사실이었다. 그 말만 골라낸 것도 자신이었다.


도윤은 밥을 데워 식탁 반대편에 놓았다.

두 숟가락을 먹는 동안에도 사진이 보였다. 결국 의자를 옆으로 돌려 반찬통을 마주했다. 씹고 삼키는 일에 이렇게 순서가 필요했던가 싶었다.

빈 그릇을 싱크대에 놓고 돌아온 뒤 새 종이를 꺼냈다.

맨 위에 두 사람의 이름을 쓰려다가 김성철 이름만 적었다. 운송비, 상자, 반출 지시자. 오늘 끝내 대답받지 못한 질문들이었다. 그 종이는 현재 사건 수첩에 끼웠다.

서윤 이름은 다른 종이에 썼다.

같은 범인.

펜이 네 글자 뒤에서 멈췄다. 그렇게 쓰면 다음 줄에는 그가 열두 해 동안 살아 있었다는 말이 따라올 것 같았다. 그다음에는 서윤도 그럴 수 있다는 말이.

도윤은 펜으로 네 글자를 지웠다.

두 곳에 같은 문장이 있었다. 그 이상은 아직 적을 수 없었다. 현재의 문자도 김성철이 다른 종이에서 옮겼다고 쓴 말이었다. 지금 손에 든 사진과 똑같은 종이인지조차 몰랐다.

그는 예전 봉투에서 접수 안내문을 꺼냈다. 담당 부서와 당시 전화번호가 있었다. 수첩에 적힌 번호와 대조했다. 끝자리가 같았다.

전화기 숫자판에 번호를 입력했다. 통화 버튼 위에 손가락이 머물렀다. 화면 위 시각은 열한 시를 넘기고 있었다.

오래전 담당자가 지금도 그 번호를 쓸지 몰랐다. 설령 연결돼도 이렇게 첫마디를 꺼내고 싶지는 않았다. 같은 범인을 찾았다는 말부터 할 것 같았다.

그는 번호를 지우지 않고 통화 화면만 닫았다.

‘가족에게 전달된 사진. 원래 촬영본 확인 가능 여부.’

그 아래에 봉투 날짜를 적었다. 누가 찍었는지, 사진 속 종이는 어디서 확인됐는지, 위쪽까지 찍힌 다른 사진이 있는지. 하나씩 물을 수 있도록 줄을 나눴다.

없는 자료를 내놓으라고 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자신이 가진 것이 전부인지 물을 수는 있었다. 내일은 옛 번호가 아니라 지금 그 기록을 맡은 부서부터 확인할 생각이었다.

문장을 다시 쓰려던 손이 멎었다.

도윤은 사진을 수첩에서 조금 떨어뜨려 놓았다. 수첩의 글씨는 분명 자신의 것이었다. 사진 속 문장은 누구의 것인지 몰랐다. 서윤이 썼다고 믿고 싶은 날도 있었고 서윤에게 보낸 말이라고 생각해 잠을 못 잔 날도 있었다. 어느 쪽도 확인받지 못했다.

오래 기억했다는 이유로 아는 일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상자에 지도를 다시 넣었다. 실종 전단은 뚜껑 안쪽에 그대로 두었다. 그는 서윤의 얼굴이 구겨지지 않게 봉투를 낮춰 쌓았다.

수첩과 사진은 넣지 않았다.

휴대폰에는 지후와 나눈 통화가 맨 위에 남아 있었다. 도윤은 연락처를 한 번 열었다가 화면을 껐다. 확인한 뒤 말하겠다는 문장조차 보내지 않았다. 무엇을 언제까지 확인해야 입을 열 수 있는지 자신도 정하지 못했다.

대신 내일 물을 질문의 첫 줄에 밑줄을 그었다.

문장의 뜻이 아니었다.

사진 바깥에는 무엇이 있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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