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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현장의 마지막 1분을 재생합니다5화

범죄 현장의 마지막 1분을 재생합니다

범죄 현장의 마지막 1분을 재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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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남은 두 올

"그 옷 맞습니다. 작업복이 몇 벌이나 된다고."

배진만의 대답 뒤로 차 문 닫는 소리가 들렸다. 지후는 제출받을 형사가 도착할 때까지 옷을 그대로 두어 달라고 말했다. 배진만은 재촉하는 말만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도윤이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해진이 먼저 그의 외투를 집었다.

"우리는 병원으로 갑니다."

"인수 사진은 봐야 합니다."

"사진은 제가 받을게."

지후가 전화기를 들어 보였다. 도윤은 소매에 팔을 넣다가 멈췄다. 본 적도 없는 옷이 세탁기 안에서 돌고 있는 장면부터 떠올랐다. 지금 가도 휴게소에 보낸 형사보다 빨리 도착할 수 없다는 건 알았다.

"왼쪽 소매도 확인해 주십시오. 문에 닿았을 수 있습니다."

"양쪽 다 찍어 달라고 할게."

도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진료 대기실에서 전화가 왔을 때 그는 종이컵을 양손으로 잡고 있었다. 배진만이 직접 운전석 뒤에서 꺼내 준 짙은 남색 상의와 바지를 담당 형사가 각각 인수했다고 했다. 차량 안을 따로 뒤지지는 않았다.

지후가 보낸 사진에는 상의를 꺼내 놓은 새 포장지가 보였다. 다음 사진에는 접수 번호와 인수 시각이 적혀 있었다. 왼쪽 소매 안쪽의 봉제선 가까이에서 올이 조금 풀려 있었다.

도윤이 화면을 확대했다. 흰 실처럼 보였다가 빛을 피한 부분에서는 회색이 됐다. 문틈에서 나온 두 올과 나란히 놓고 싶은 마음을 누르며 화면을 줄였다. 휴대폰 사진의 색으로 결정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도윤 씨."

해진이 진료실 문을 가리켰다.

그는 전화기를 뒤집어 무릎 위에 놓았다가 주머니에 넣었다. 이번에는 확인할 항목을 더 보내지 않았다.


사흘 뒤 관할서 회의실에 도착했을 때 지후는 이미 보고서를 펼쳐 놓고 있었다.

도윤은 진료와 검사를 받은 뒤 현장 업무를 쉬었다. 목이 다시 조이는 것 같으면 자리에서 일어나는 대신 의자에 등을 붙였다. 증상이 되풀이되면 바로 돌아오라는 말이 아직 귓가에 남아 있었다.

수첩 속 박자는 글자로 남아 있었다. 눈을 감으면 선명해지던 문 가장자리의 녹은 이제 색부터 자신이 없었다. 그는 그 면을 덮고 지후가 내민 보고서를 받았다.

"두 올 다 가죽 자체는 아니래."

지후가 현장 수거 번호를 짚었다. 별도로 채취한 유분 흔적과 섬유 감정 결과는 다른 항목이었다. 섬유는 혼방 직물에서 떨어져 나온 것으로 분류됐다. 굵기와 단면, 염색 특성이 제출된 작업복의 소매 원단과 부합했다.

"같은 옷에서 떨어졌다는 뜻입니까?"

해진의 질문에 화상으로 연결된 감정 담당자가 고개를 저었다.

"같은 종류의 원단일 수 있다는 겁니다. 이 두 올로 한 벌을 골라낼 수는 없습니다."

도윤은 보고서 여백에 적으려던 말을 지웠다. 일치 대신 부합.

"혈흔 쪽도 봐."

지후가 다음 장을 넘겼다. 왼쪽 소매 끝에서 안쪽으로 들어간 자리에 작은 적갈색 흔적들이 있었다. 겉감의 검은 기름때 아래서는 보이지 않던 부분이었다.

혈흔의 DNA형은 김성철의 대조 시료와 일치했다.

도윤의 손가락이 종이 끝에서 멎었다. 도윤은 한 번 읽은 문장을 다시 읽었다. 지후의 손가락도 같은 줄 위에 있었다. 자신만 아는 감각을 설명하려고 말을 고를 필요가 없었다.

해진이 물었다.

"언제 묻었는지도 나옵니까?"

"이 결과만으로 시점은 못 정합니다."

통화가 끝나자 지후가 지도와 영상 캡처를 붙였다. 주유소에서 받은 자료에는 배진만이 직접 운전한 화물차와 19시 58분 결제가 남아 있었다. 주유하고 있었다던 여덟 시 반보다 앞이었다.

우림자원 영상에는 20시 24분 진입한 차가 20시 49분에 돌아 나오는 장면까지 있었다. 녹화기 기록과 업주 확인에서는 그 사이 시각을 바꾼 흔적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캡처 아래에는 영상 표시 시각이라고 적혀 있었다.

"돌렸다는 데도 가 봤어."

지후는 배진만이 지목한 공터 사진을 지도 위에 얹었다. 커다란 콘크리트 관이 입구를 막고 있었다. 적치업체의 반입 기록과 당시 작업 사진에도 같은 관이 보였다.

"다른 자리에서 돌렸을 수는 있겠지. 그런데 여기는 아니야."

차량이 빠져나오기까지의 이십오 분을 도윤은 손가락으로 짚었다. 전부 살인에 쓴 시간이라고 적을 수는 없었다. 그 안에서 옷에 피가 묻은 경위를 물어야 했다.

"학수 씨하고 최태섭 씨는요?"

"열쇠 세 개는 말한 자물쇠에 맞아. 금고용은 없었고. 두 사람 동선은 관할에서 계속 맞추고 있어."

지후가 문 쪽으로 고개를 들었다. 밖에서 형사가 유리창을 가볍게 두드렸다.

배진만이 출석해 있었다.


배진만은 진술을 거부할 수 있다는 설명을 듣는 동안 자기 점퍼 지퍼를 만졌다. 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권리까지 고지한 관할 형사가 설명을 이해했는지 확인했다. 사내는 혼자 얘기하겠다고 했다.

해진과 도윤은 관할팀 요청으로 조사에 배석했다. 지후가 상의 사진을 탁자에 올렸다.

"직접 제출한 옷 맞습니까?"

"맞다니까요. 가져가 놓고 또 묻네."

"김성철 씨의 피가 소매 안쪽에서 나왔습니다."

배진만이 사진을 자기 쪽으로 당겼다. 잠시 눈썹을 찌푸리더니 손을 뗐다.

"그 형 맨날 손 까졌어요. 나흘 전에 돈 얘기할 때도 내 팔 잡았고."

지후가 날짜와 장소를 따로 물었다. 배진만은 공장 사무실 앞이라고 답했다. 피를 직접 보았는지 묻자 손에 뭘 감고 있었다고 말을 바꿨다.

"그때 옷은 어떻게 입고 있었습니까?"

도윤이 물었다.

"어떻게 입긴. 그냥 입었지."

"소매를 걷었습니까?"

"안 걷었어요. 추운데."

도윤은 사진 속 혈흔 위치를 짚었다. 손목에서 안으로 들어간 곳이었다.

"그럼 손이 이 안쪽에 닿은 경위를 설명해 주십시오."

배진만이 입을 다물었다. 도윤은 다음 질문을 서두르지 않았다. 소매가 움직였을 가능성까지 없앨 수는 없었다. 사내가 말한 접촉으로 이 위치를 설명할 수 있는지 확인해야 했다.

"내가 그런 것까지 기억합니까? 성철이 형이 돈 안 주고 붙들었던 것밖에 몰라요."

점퍼 주머니에서 금속 라이터가 나왔다.

딱, 딱, 뚝.

도윤의 목 안쪽이 좁아졌다. 얼굴 없는 손과 바닥의 차가움이 떠오르려 했다. 그는 발바닥을 바닥에 붙이고 탁자 위의 소매 사진을 보았다.

배진만은 굽은 두 손가락 사이에 라이터를 받쳤다. 엄지가 뚜껑을 밀고 점화륜을 짧게 굴린 뒤 뚜껑을 닫았다. 왼손은 사진 모서리를 누르고 있었다.

딱, 딱, 뚝.

지후도 그 손을 봤다. 그러나 그가 앞으로 민 것은 소리 메모가 아니라 갈림길 영상이었다.

"이 차 직접 운전하셨죠?"

"그래요. 돌려 나왔다고 했잖아요."

"지목하신 곳에는 관이 쌓여 있었습니다. 어디서 돌렸습니까?"

"아니, 그게……."

라이터 뚜껑이 열린 채 멎었다.

지후는 이십오 분 뒤 차가 돌아 나온 화면도 보여 주었다. 배진만의 시선이 두 사진 사이를 오갔다. 의자 다리가 바닥을 긁었다.

"돈 받으러 갔습니다. 됐어요? 괜히 일 커질까 봐 안 갔다고 한 거예요."

관할 형사의 펜이 움직였다. 도윤은 피 묻은 소매 사진을 치우지 않았다.

"김성철 씨를 만났습니까?"

"말 좀 했어요. 소리도 질렀고. 하지만 내가 죽인 건 아닙니다."

"어디서 말다툼했습니까?"

"창고 앞에서. 그 형이 먼저 이상한 사진을 들이밀어서……."

배진만이 말을 끊었다. 도윤은 녹음 장치의 불빛이 켜져 있는 것을 확인했다.

"무슨 사진입니까?"

"몰라요. 그만할래요. 계속 이러면 변호사하고 올 겁니다."

관할 형사가 추가 답변을 거부한다는 뜻인지 확인했다. 배진만은 그렇다며 의자를 밀었다. 조사는 중단됐다.

도윤은 그를 따라 일어나지 않았다. 닫힌 문 너머에서도 뚜껑 소리가 한 번 났다. 그 소리를 붙잡을 수는 없었다. 대신 탁자 위에는 본인이 제출한 옷과 공장에 갔다고 말한 기록이 남았다.


관할팀은 배진만에게 변호인과 일정을 상의할 시간을 주고 추가 출석 일시를 통지했다. 그는 배차를 이유로 첫 약속에 나오지 않았다. 형사가 가능한 날짜를 다시 물어 정했지만 그날도 더 할 말이 없다며 오지 않았다.

관할팀은 불응 경위와 섬유·혈흔 감정, 영상, 번복된 진술을 묶어 체포영장을 신청했다. 해진이 검토한 분석 의견서에는 라이터 소리가 들어가지 않았다.

검찰을 거쳐 법원에서 영장이 발부된 날 오후 운송회사 차고에는 배진만의 화물차가 서 있었다. 배차 담당자에게 위치를 확인한 관할 형사들이 운전석 쪽으로 갔다. 도윤과 해진은 사무실 앞에 남았다.

배진만은 형사를 보자 올라타던 발을 내렸다.

"변호사 부른다고 했잖아요."

"배진만 씨. 김성철 씨 살인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됐습니다."

형사가 영장을 제시하고 혐의의 요지와 체포 이유, 변호인을 선임할 권리를 알렸다. 배진만은 옷에 피 묻은 것뿐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형사는 말할 기회를 주되 차로 다시 올라가려는 몸은 막았다.

지후는 주머니에 들어가는 그의 손을 주시했다.

"손 꺼내세요. 천천히."

은빛 라이터를 쥔 오른손이 나왔다. 손가락이 완전히 펴지지 않았다. 형사가 물건을 받아 따로 두고 다친 손을 확인한 뒤 수갑을 채웠다. 사내의 왼손이 허공을 한 번 움켜쥐었다.

도윤은 그 손에서 눈을 떼었다. 자신이 보았던 마지막 순간과 지금 이곳 사이에는 사흘 넘게 다른 사람들이 확인한 기록이 있었다. 그 시간을 건너뛰었다면 수갑은 엉뚱한 손목에 채워졌을지도 몰랐다.

배진만의 휴대폰은 함께 발부받은 압수수색영장에 따라 확보됐다. 담당 형사는 화면을 넘겨 보지 않고 기기 상태를 기록한 뒤 보관 절차를 밟았다. 사진과 대화 기록은 영장에 적힌 범위 안에서 분석할 차례였다.

호송차 문이 닫혔다.

지후가 도윤 곁으로 돌아왔다. 둘 다 한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 차고 사무실에서는 배차 전화가 울렸고 누군가 점심 먹은 그릇을 모으고 있었다.

도윤은 김성철 이름이 붙은 보온통을 생각했다. 주인에게 돌려줄 수 없는 물건이 아직 증거 보관실에 있었다.

"고맙습니다."

지후가 고개를 돌렸다.

"뭘."

"제가 쉬는 동안 확인해 주신 것들요."

지후는 대답 대신 도윤의 어깨를 한 번 가볍게 쳤다. 해진이 다가와 휴대폰 압수 목록을 확인했다.

"사진 얘기는 아직 설명이 없습니다."

도윤이 말했다.

"확인해야죠. 본인이 했던 말부터."

해진이 서류를 덮었다.

도윤은 봉인된 휴대폰을 바라봤다. 성철이 창고 앞에서 지키려 했던 것이 무엇인지 그들은 여전히 몰랐다.

흐려지는 기억을 억지로 선명하게 만들 수는 없었다.

살아 있는 사람이 남긴 기록을 열 차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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