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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현장의 마지막 1분을 재생합니다38화

범죄 현장의 마지막 1분을 재생합니다

범죄 현장의 마지막 1분을 재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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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화: 대답이 없는 동안

지후가 나간 뒤에도 도윤의 손에는 종이를 잡았던 힘이 남아 있었다.

그는 손바닥을 펴서 책상에 놓았다. 보관번호는 화면에도 있었다. 같은 숫자를 다시 적을 필요는 없었다.

관할의 회신은 그로부터 이십 분쯤 뒤에 왔다. 새길보관의 사업장 주소와 대표번호를 확인했고 직원이 접수대장에서 같은 번호를 찾았다고 했다. 의뢰인은 정우석. 문서 상자 한 개. 사진 속 기재와 맞았다.

"안에 무엇이 있는지는 직원도 모른답니다. 맡길 때 닫혀 있었다고요. 해당 접수 기록은 보여 주겠다고 했습니다."

해진은 지후에게 업체 주소를 전달했다. 지후는 관할서에 도착해 함께 갈 형사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상자를 여는 건 별도로 확인하세요. 접수증이 있다고 우리가 의뢰인이 되는 건 아니니까요."

통화를 마친 해진이 오후 질문지를 전송했다. 작은 문 열쇠를 묻는 항목 뒤에 별도 후원 장부의 관리자가 추가돼 있었다. 해진은 서윤 사건 담당자에게 예정된 면담 진행을 부탁하고 새 자료의 질문 범위는 사망 사건 관할과 맞추기로 했다.

도윤은 전송 완료 표시가 뜨는 것을 봤다. 펜을 쥔 채 지후가 서 있던 문 쪽으로 자꾸 고개가 돌아갔다.

다른 담당자에게서 유진의 도착 보고가 왔다. 친척 집까지 형사가 동행했고 본인이 담당자에게 연락할 방법을 다시 확인했다고 했다. 해진은 시각을 적었다. 도윤도 같은 칸을 보다가 자기 종이에는 아무것도 쓰지 않았다.

지후가 돌아오면 점심을 먹어야 했다. 오전에 사 온 빵은 아직 봉지 안에 있었다. 도윤은 두 개 중 눌리지 않은 쪽을 지후의 빈자리에 옮겼다.

휴대전화가 울렸다.

"새길보관 앞이야. 들어가기 전 연락."

차 문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도윤은 전화기를 양손으로 받았다.

"같이 계십니까?"

"바로 옆에. 끝나면 또 할게."

그것으로 약속은 지켜졌다. 도윤은 전화를 내려놓고 접수번호 아래에 도착이라고 썼다.


한참 뒤 지후가 보낸 첫 자료는 상자 사진이 아니었다.

접수대장 해당 면과 직원의 인계 확인이었다. 관할이 제출 범위를 확인해 받은 사본이었다. 접수일은 선영이 사진을 받은 날과 같았다. 도윤은 두 자료의 날짜를 나란히 놓았다.

그 아래에는 전날 날짜가 한 줄 더 있었다.

반출 요청. 대리 수령. 보류.

도윤이 전화하자 지후는 접수대 앞이라고 했다. 직원에게 자료실에서 함께 듣는 것을 설명한 뒤 통화를 스피커로 돌렸다.

"보류라고 쓰신 이유가 있습니까?"

도윤이 물었다.

"전화가 왔어요. 맡긴 분 부탁으로 대신 찾으러 간다고요. 접수번호를 대길래 서류 가져오라고 했는데 그냥 내주면 안 되느냐고 해서요."

"직접 오셨습니까?"

"제가 근무한 동안에는 안 왔습니다. 다른 직원한테도 서류 없으면 내주지 말라고 이걸 써 놨어요."

직원은 말을 멈췄다가 덧붙였다.

"그래서 아직 있다고 말씀드린 거예요. 반출 완료가 없어서. 선반까지 가서 본 건 아니고요."

도윤은 지금 보관 중이라고 적은 줄을 지웠다. 접수표의 보류 옆에는 연락처도 적혀 있었지만 그 번호의 사용자가 정우석에게 부탁받았다는 확인은 없었다.

"전화는 어제 받으신 겁니까?"

"네. 그때 제가 적은 날짜예요."

어제. 정우석이 물에서 발견된 다음 날이었다.

도윤은 이도겸의 이름이 있는 의뢰서로 눈을 옮겼다. 지후의 목소리가 먼저 들렸다.

"통화 기록하고 메모 같이 남겨 달라고 했어. 지금은 누군지 몰라."

도윤은 대답을 늦췄다. 떠올린 이름을 말하지 않았는데도 들킨 기분이었다.

"상자부터 확인해 주십시오."

"위치하고 겉면까지만. 담당 형사님도 같이 가."

직원이 점심 차가 들어오기 전에 다녀오자고 말했다. 매일 그 무렵 들어오는 수거 차량이 있어 상하차 통로가 붐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지후는 통화를 끝내기 전 다시 연락하겠다고 했다.

도윤은 전화를 놓았다. 방금까지 세 사람의 목소리가 있던 자리에 형광등 소리가 들렸다.

반출 요청을 한 사람은 그 접수번호를 알고 있었다. 접수번호가 어디서 나갔는지 물어야 했다. 그러나 질문을 적는 동안에도 도윤은 연락이 오면 바로 받으려고 전화기 위에 손을 올려 두었다.


지후는 직원과 나란히 걸었다.

접수실 뒤 방화문을 지나자 천장 높은 통로가 나왔다. 한쪽은 철제 선반이었고 다른 쪽은 차를 붙이는 넓은 셔터였다. 셔터는 허리보다 높게 열려 있었다. 바퀴 낮은 손수레 두 대가 벽에 붙어 있었다.

"오른쪽 두 번째 줄입니다."

직원이 종이를 들었다. 관할 형사는 지후의 왼편에서 함께 걸었다. 안쪽에 작업복 차림의 사람이 보여 형사가 먼저 불렀다.

"직원분이십니까?"

그 사람은 허리를 숙인 채 고개만 돌렸다. 모자챙 아래로 마스크가 보였다. 장갑 낀 손은 선반 중간 칸의 상자 손잡이에 걸려 있었다.

직원이 걸음을 멈췄다.

"거긴 수거하는 쪽 아닌데요. 누구 찾으세요?"

관할 형사가 신분증을 꺼냈다.

"경찰입니다. 잠깐 용무 확인하겠습니다."

상자를 잡았던 손이 내려왔다. 지후는 사람이 손수레 뒤로 한 발 움직이는 것을 봤다. 몸이 먼저 기울었다.

"뒤로 가세요."

지후가 직원 앞에 팔을 폈다.

손수레가 옆으로 밀려 나왔다. 철제 바퀴가 바닥 이음매에 걸렸다가 튀었다. 관할 형사가 무릎으로 밀려오는 틀을 피하는 순간 그 사람의 다른 손에서 짧은 금속봉이 올라왔다.

지후는 직원을 접수실 쪽으로 밀었다. 왼팔에 충격이 왔다. 손끝이 펴지면서 팔꿈치 아래 감각이 잠깐 사라졌다.

두 번째로 올라오는 봉을 보며 몸을 틀었다. 봉 끝이 관자 옆을 스쳤다. 뜨거운 통증이 번졌다. 발뒤꿈치가 손수레 바퀴에 걸렸다. 지후는 선반을 잡으려다 바닥에 무릎을 부딪쳤다.

철판이 울렸다. 누군가 멈추라고 외쳤다.

지후는 셔터 아래로 낮아지는 등을 봤다. 관할 형사가 두 걸음 따라갔다가 주저앉은 지후를 보고 돌아왔다. 직원에게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으라고 외치며 무전을 눌렀다.

주소. 경찰관 부상. 구급 요청.

지후는 괜찮다고 말하려고 했다. 첫 숨이 목에 걸렸다. 바닥에 떨어진 휴대전화 화면에는 금이 가 있었다. 전화부터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느 손으로 집어야 할지 바로 정하지 못했다.

"박 형사님. 제 말 들립니까?"

지후가 고개를 들려 하자 형사의 손이 어깨를 붙들었다.

"일어나지 마세요. 지원 옵니다."

지후는 직원이 접수실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했다. 그제야 선반 쪽으로 눈이 갔다. 상자는 남아 있었다. 저 사람이 뭘 가져갔는지 봐야 한다는 생각이 끼어들었다. 하지만 손잡이만 보였고 안은 볼 수 없었다.

형사는 도망간 쪽을 한 번 더 본 뒤 지후 곁에 무릎을 꿇었다. 꺼내 든 거즈가 지후의 관자 옆에 닿았다.

"이름 말씀해 보세요."

지후는 입술을 열었다. 이번에는 자기 이름부터 말해야 했다.


해진이 전화를 받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구급 요청은요?"

도윤은 의자가 미끄러지는 소리만 들었다. 해진의 손이 책상 위를 더듬어 펜을 잡았다.

"박 형사는 지금 대답합니까?"

도윤도 일어났다. 무릎이 책상 모서리에 닿았는데 아프지 않았다. 해진은 짧게 알겠다고 한 뒤 통화를 끝냈다.

"보관업체에서 공격을 받았습니다. 지후 씨가 다쳤고 구급대가 가고 있습니다. 담당 형사가 곁에 있습니다."

"대답은요?"

"지금 현장 정리 중입니다. 다시 연락 주기로 했어요."

도윤은 지후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다. 엄지가 잠금 번호 하나를 두 번 눌렀다. 다시 누르자 틀렸다는 표시가 떴다. 매일 쓰던 숫자였다. 세 번째에도 손이 같은 자리에 멎었다.

들어가기 전에 연락해 달라고 했다. 연락이 왔다. 혼자 가지도 않았다.

그런데 왜.

도윤은 화면 대신 자기 손을 봤다. 보관번호를 적어 건넨 손이었다. 놓지 않았다면. 한 번만 더 붙들었다면. 아무 근거도 없는 문장이 목 안을 막았다.

외투를 잡으려다 의자를 넘어뜨렸다. 문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는데 발은 책상 옆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해진이 다가오기 전에 그가 먼저 주저앉았다.

"제가 번호를 줬습니다."

해진이 그의 앞에 앉았다.

"강 분석관. 지금 제 말 들립니까?"

도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들렸다. 그런데 지후의 목소리만 없었다. 마지막 통화에서 들은 끝나면 연락하겠다는 말이 자꾸 처음으로 돌아갔다.

그는 장갑도 끼지 않은 두 손을 무릎 사이로 감췄다. 이 손으로 무엇을 알아낼 수 있는지 생각이 닿는 순간 속이 뒤집혔다. 아직 상태도 듣지 못한 동료를 벌써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 곁에 세워 놓고 있었다.

"혼자 두지 마십시오."

겨우 나온 말은 그것이었다.

"여기 있습니다."

해진은 휴대전화를 손에 든 채 곁에 남았다. 도윤의 어깨를 흔들거나 일으키지 않았다. 그가 물을 달라고 했을 때에만 책상 위 병을 내려 줬다.

뚜껑을 돌릴 손에 힘이 안 들어갔다. 해진이 열어 준 병을 받았지만 물은 입술만 적셨다. 도윤은 바닥 줄눈 한 개를 보고 있었다. 다음 줄까지 세면 전화가 올 것 같았다. 셋에서 놓쳐 다시 시작했다.

전화가 울렸다.

해진이 받아서 두 가지를 물었다. 도윤은 질문 사이의 침묵마다 병을 움켜쥐었다.

"의식 있습니다. 이름 말했고 팔이 아프다고 답했답니다. 구급대 도착했고 병원으로 옮깁니다."

도윤의 입에서 숨이 길게 빠졌다. 안도보다 먼저 헛구역질이 올라와 입을 가렸다. 해진은 기다렸다. 그는 지후가 어디로 가느냐고 물었다. 이번에는 끝까지 말할 수 있었다.

해진이 병원 이름을 받아 적었다. 지원 인력이 보관 통로를 통제했고 상자는 현장에 남아 있다는 보고도 왔다. 도윤은 장부인지 묻지 않았다.

"오늘 분석은 중단합니다. 혼자 움직이지 말고 저와 같이 갑시다. 차를 부르겠습니다."

도윤은 책상 모서리를 잡고 일어났다. 지후의 빈자리에는 빵 봉지가 그대로 있었다. 그것을 가져갈지 잠깐 망설이다 놓아뒀다. 지금 먹을 수 있는지조차 몰랐다.

접수번호 밑에는 도착이라고 쓴 두 글자가 있었다.

그 아래에 돌아옴을 쓰려다가 펜을 내려놓았다. 아직 들은 말이 아니었다.

도윤은 전화기를 들고 해진 옆으로 갔다. 다음 대답은 지후에게 직접 듣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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