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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현장의 마지막 1분을 재생합니다37화

범죄 현장의 마지막 1분을 재생합니다

범죄 현장의 마지막 1분을 재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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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화: 장부 밖의 이름

"오선영 선생님이요. 여기 있어요."

유진이 찾은 번호를 담당 형사에게 보여 줬다. 도윤은 사본이라고 적힌 종이 옆에 빈 종이를 놓았다.

"오빠가 야근하다가 전화기 꺼진 적이 있어요. 그때 이분 번호로 전화했거든요. 늦으면 여기로 물어보라고."

관할 형사가 연락을 맡았다. 유진과의 통화를 끊기 전 해진은 동행이 정해졌는지 확인했다. 담당자는 유진에게 의사를 확인한 뒤 친척 집까지 동행할 형사를 정했다고 답했다. 도착 뒤 담당자에게 연락할 방법도 안내했다고 했다. 아직 출발 전이었다.

"그 사본 때문에 그런 거예요?"

유진이 물었다.

"무슨 사본인지부터 확인하겠습니다. 유진 씨가 들으신 말도 함께요."

도윤의 대답 뒤에 잠깐 침묵이 왔다.

"오빠 일은 잘 몰라요. 숫자 안 맞으면 밥 먹다가도 다시 들어가는 것만 알지."

도윤은 종이 첫 줄에 이름부터 적었다. 그의 직업을 적을 칸이 이제야 생겼다. 지금까지 정우석을 설명하던 것은 물속에서 나온 손과 은행에 남은 숫자였다.

잠시 뒤 관할 형사가 돌아왔다. 연락받은 선영은 회계사였고 정우석도 같은 회계사무소에서 일했다고 했다. 담당자는 사무소 대표번호로 두 사람의 재직과 업무 관계를 별도로 확인했다.

"전화로는 고객 자료를 말할 수 없다고 합니다. 본인이 가진 서류를 가져와서 설명하고 싶다네요."

"연락한 이유는 어디까지 전하셨습니까?"

해진이 물었다.

"정우석 씨 사망 경위를 확인 중이고 집에 방문한 일을 묻고 싶다고 했습니다. 거래 문구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지후가 시계를 봤다. 오전은 아직 남아 있었다. 해진은 관할에 면담 자리를 부탁하고 오후 이도겸 질문지 옆에 새 파일을 놓았다.


선영이 관할서에 도착한 것은 한 시간쯤 뒤였다.

신원을 확인한 담당자가 자료실의 세 사람을 소개했다. 선영은 통화 참여에 동의했다. 마이크 가까이에서 봉투가 바스락거렸다.

"제가 갖고 있던 건 이것뿐입니다. 장부는 없어요."

도윤은 그 말을 그대로 적었다.

"어떤 장부 말씀입니까?"

"우석 씨가 맡던 후원 정산이요. 별도로 관리하는 게 있었어요."

"집에 가신 날부터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선영은 엿새 전 퇴근길이었다고 했다. 정우석이 낮에 내민 출력물 두 장을 보고 퇴근 뒤 더 이야기하려고 찾아갔다는 설명이었다. 유진이 현관으로 나왔을 때 말을 멈춘 것도 인정했다.

"왜 집에 두지 말라고 하셨습니까?"

"사람 이름하고 주소가 있었어요. 누가 읽으면 누구에게 돈이 갔는지 바로 알 수 있는 종이였고요."

"정우석 씨가 볼 수 없는 자료였습니까?"

"우석 씨는 담당자예요. 저는 아니고. 제가 보면 안 되는 걸 들고 와서 확인해 달라고 했습니다."

선영의 목소리가 높아졌다가 끊겼다.

"저는 두 장만 봤어요. 전부 달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지후가 물컵을 제 앞으로 당겼다가 손을 뗐다. 건넬 상대는 다른 건물에 있었다. 관할 형사가 쉬어도 된다고 말하자 선영은 괜찮다고 했다.

도윤은 질문의 순서를 바꿨다.

"그 두 장을 지금 가지고 계십니까?"

"돌려줬어요. 차이 나는 부분만 적어 줬고요."

"정우석 씨는 그것을 어떻게 가져왔다고 했습니까?"

"별도 장부를 전부 복사해서 밖으로 뺐다고 했어요. 남겨 두면 수정된 쪽만 원본이 된다고. 저는 그 말이 무서워서 집에는 두지 말라고 했고요. 동생도 같이 사는 집인데."

도윤은 전부라는 말 밑에 짧게 선을 그었다. 송금 문구를 선영에게 보여 주기 전이었다.

"신고하라고 권하신 적은 있습니까?"

선영은 바로 답하지 않았다.

"먼저 금액을 맞춰 보자고 했어요. 착오면 일을 크게 만들 필요가 없으니까."

그녀의 숨이 마이크에서 멀어졌다.

"그래서 가져온 겁니다. 그날 제가 뭘 확인했는지."


관할에서 사본이 도착했다. 담당자는 선영이 어떤 업무로 작성하거나 보관한 자료인지 확인하고 제출 의사와 범위, 인수 경위를 남겼다고 했다. 고객 자료 전체를 받은 것은 아니었다.

첫 장은 백야재단 특별후원 정산 업무 의뢰서였다. 담당 회계사 정우석. 보고 대상 이도겸 이사.

도윤의 시선이 이름에 멎었다. 오후 질문지가 바로 옆에 있었다. 작은 문을 누가 열었는지 묻기 위해 준비한 종이였다.

그는 두 문서를 겹치려다가 따로 놓았다.

의뢰서 하단에는 일반 후원 정산과 별도 관리하며 수혜자의 실명 대조표는 지정 담당자만 열람한다는 문구가 있었다. 선영은 사무소의 업무 배정을 맡고 있었다. 배정 기록에 붙여 둔 의뢰서 사본을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이도겸 씨가 직접 맡긴 일입니까?"

해진이 물었다.

"첫 회의에 저도 갔어요. 이사님이 우석 씨한테 따로 보고하라고 했습니다. 일반 정산 쪽에 합치지 말라고요."

"그 이유도 들으셨습니까?"

"기부자하고 지원받는 사람을 보호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사무국에 넓게 돌리지 말라고."

도윤은 문서의 이름과 선영이 직접 들었다는 말을 다른 줄에 적었다. 의뢰서에 이름이 인쇄돼 있다고 그 사람이 작성했다는 뜻은 아니었다. 회의 일시와 참석자는 관할 형사가 추가로 확인했다.

두 번째 자료는 선영이 만든 차이 확인표였다.

지후가 화면을 확대했다. 도윤은 금액부터 읽었다. 공개 정산에 넘길 표와 정우석이 가져온 별도 장부의 합계는 같았다. 선영이 틀렸다고 표시한 것은 합계 아래였다.

같은 관리번호. 같은 지급일. 한쪽에는 생활지원 위탁비라고 적혀 있었고 다른 쪽에는 사람 이름이 있었다.

"두 장을 돌려줬다면서 이건 어떻게 남았습니까?"

지후가 물었다.

"제가 만든 표예요. 왼쪽은 제가 검토하던 일반 정산표에서 옮겼고 오른쪽은 우석 씨가 가져온 걸 보고 적었어요. 수정해야 할지 물어보려고 제 업무 폴더에 남겼습니다."

"원래 장부 전체도 대조하셨습니까?"

"아뇨. 그 두 장에 있는 항목만요."

선영의 표에는 세 항목이 있었다. 하나의 위탁비로 묶이면 사라지는 이름 세 개였다. 도윤은 그 이름들을 소리 내어 읽지 않았다. 어느 이름도 수혜자의 동의나 실제 입금을 증명하지는 못했다.

"금액은 맞는데 뭘 다시 확인하려고 한 겁니까?"

지후가 물었다.

"누가 받았는지가 달랐어요. 일반 정산표에는 위탁업체 지급으로 돼 있는데 별도 장부에는 개인에게 직접 지급한 걸로 적혀 있었습니다. 둘 다 맞으려면 중간에 넘긴 기록이 있어야 하잖아요."

"그 기록은 있었습니까?"

"우석 씨가 받은 자료에는 없다고 했어요. 제가 다시 달라고 하자고 했고요."

도윤은 삼백만 원 거래내역을 옆으로 밀었다. 금액이 같으면 돌려준 돈일 것이라고 먼저 생각했었다. 여기서도 합계는 맞았다. 그 아래에서 받는 사람이 바뀌었다.

그는 확인표의 마지막 칸을 읽었다. 전달 증빙 미확인.

"우석 씨가 이 문구는 지우지 말라고 했어요. 맞는 걸로 처리하면 나중에는 누가 받았는지 물을 수가 없어진다고."

선영이 말했다.

도윤은 그 문장 옆에 회계사 정우석이라고 적었다. 물가로 가기 전에 그가 붙들고 있던 일이 처음으로 모양을 갖췄다. 이도겸에게만 보고하도록 맡긴 별도 후원 장부. 그것을 없애지 못하도록 밖으로 가져온 사람.

다만 도윤 앞에 놓인 것은 장부 전체가 아니었다. 누구에게 실제로 돈이 갔는지는 아직 은행 기록과 맞춰야 했다.


지후는 별지에 세 관리번호를 옮겼다. 해진은 오후 면담 질문지를 펼쳤다.

"장부의 관리 경위를 추가하겠습니다. 제출 자료와 진술 출처는 관할과 먼저 정리하죠."

도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누가 정우석을 물가로 보냈는지 묻고 싶었다. 지금 그 이름 옆에 붙일 수 있는 질문은 별도 후원 업무를 누가 맡겼느냐는 것부터였다.

관할 형사가 선영에게 그 뒤 연락을 물었다.

"집에서 뺐다는 연락은 받았어요. 저는 그때 돌려준 줄 알았고요."

"돌려줬다고 했습니까?"

"그 말은 없었어요. 제가 그렇게 생각한 거예요."

선영이 가방을 여는 소리가 났다. 자기 전화에 남은 대화를 보여 주겠다고 했다. 담당자는 정우석과 주고받은 해당 대화와 첨부 사진의 제출 범위를 확인했다.

화면 사본이 도착했다. 메시지는 집에 찾아간 다음 날 오전에 온 것이었다.

집에서는 뺐습니다. 확인해 주신 건 그대로 두세요.

아래에는 종이를 찍은 사진 한 장이 붙어 있었다. 모서리를 누른 엄지와 접힌 영수증. 지후가 사진을 키우자 보관 의뢰인 칸의 정우석이라는 이름이 드러났다. 문서 상자 한 개. 새길보관. 접수번호.

"그때는 사진을 눌러 보지도 않았어요. 왜 보냈는지 물어봤어야 했는데."

선영이 말했다.

"지금 가져오셨습니다. 여기서부터 확인하겠습니다."

도윤은 그 말을 하고 사진을 다시 봤다. 무엇을 맡겼다는 주장은 있었다. 아직 그 안에 장부가 남아 있다는 보장은 없었다.

해진은 관할에 업체 소재와 접수 내역을 확인하고 관련 기록 보존과 자료 확보 절차를 협의해 달라고 요청했다. 선영에게 받은 연락이나 낯선 방문이 있었는지도 따로 확인하기로 했다. 유진의 이동 완료 연락은 아직 오지 않았다.

지후가 관할에 갈 준비를 하며 외투를 집었다.

"관할 형사랑 같이 가겠습니다. 업체 확인되면 연락 주세요."

도윤은 보관번호를 적은 종이를 건넸다. 지후의 손이 종이 끝에 닿자 잠깐 놓는 것이 늦어졌다.

"들어가기 전에 연락해 주세요."

"알았어. 너도 혼자 결론 내리지 말고."

지후가 종이를 받아 들었다. 도윤은 확인표로 돌아갔다. 합계 아래에 남은 빈칸이 세 개였다.

누가 받았는가.

정우석이 지우지 못하게 한 질문이었다. 도윤은 그 아래에 보관번호를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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