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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현장의 마지막 1분을 재생합니다36화

범죄 현장의 마지막 1분을 재생합니다

범죄 현장의 마지막 1분을 재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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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화: 돌려보낸 돈

해진은 도윤이 적은 질문 아래에 손을 놓았다.

"그 이유를 어디서 찾을 겁니까?"

도윤은 꺼진 화면을 봤다. 물속의 어둠을 자기 눈으로 겪으면 무엇이 달라질까. 적어도 손을 놓던 순간의 두려움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생활 기록부터 보겠습니다."

"그렇게 하세요. 현장에서 감각으로 얻을 수 있을 것 같은 답은 이번 분석에서 빼겠습니다. 다른 사람이 확인할 수 있는 자료부터요."

도윤이 고개를 들었다. 해진은 그가 무엇을 볼 수 있는지 몰랐다. 다만 접촉을 스스로 골랐고 그 뒤 몸이 무너졌다는 보고는 받았다. 그 정도만으로도 멈추게 할 이유는 충분했다.

"이유가 안 나오면요?"

"안 나온 자리를 남겨 두세요. 강 분석관이 대신 채우지 말고."

도윤은 수첩을 당겼다. 손에 힘이 들어가 첫 글자가 진해졌다. 현장에 가지 않겠다고 이미 말했는데도 다시 문이 닫힌 기분이었다. 그는 종이를 넘기지 않고 그 아래에 필요한 자료를 적었다. 발견되기 전 연락. 함께 있던 사람. 평소와 달랐던 행동.

해진이 관할에서 전송된 신원 확인서를 열었다. 정우석이라는 이름 아래 사진이 있었다. 물결 없는 얼굴을 보자 도윤은 펜을 내려놓았다.

관할은 지후에게도 확인서를 공유했다고 했다. 조현수 면담은 진술을 읽고 확인하는 절차까지 마쳤다. 가족 연락은 별도 담당자가 진행 중이었다. 화면 속 얼굴을 물속 손과 잇는 대조는 아직 남아 있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죠. 가족이 연락을 받자마자 다 답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해진이 서류를 덮었다. 관할서에서 돌아온 지후가 도윤의 외투를 의자에서 들어 줬다.

그날 밤 도윤은 지후와 함께 그의 집으로 갔다. 도착 연락을 남기고 빌린 이불을 폈다. 잠들기 전 떠오른 것은 손목시계가 아니라 확인서 사진의 조금 비뚤어진 옷깃이었다.


다음 날 오전 관할에서 종이 네 장의 사본을 보냈다.

정우석의 동생 정유진이 통지를 받은 뒤 가져온 자료였다. 지후가 자료실의 빈 의자를 끌어 앉았다. 해진은 오후 이도겸 면담 질문지를 옆 서랍에 넣고 새 인수 내역을 펼쳤다.

거래내역서. 예금주 정우석. 출력된 기간은 최근 일주일이었다. 발급 시각은 남성이 발견된 날 오후 네 시 십팔 분으로 찍혀 있었다.

관할 형사는 유진이 오빠와 함께 살던 집 식탁에서 발견한 종이라고 설명했다. 담당자가 원래 종이를 인수하고 사본을 보냈으며 유진이 계좌에 접속해 뽑은 자료는 아니었다.

유진이 통화 참여에 동의한 뒤 해진이 세 사람을 소개했다. 도윤은 펼쳐진 종이 모서리를 눌렀다. 복사된 화면에도 접힌 선이 검게 남아 있었다.

"언제 처음 보셨습니까?"

"그날 퇴근하고요. 밥 옆에 있어서 수도 요금인 줄 알았어요. 오빠가 고지서를 자꾸 식탁에 놓거든요."

유진은 말을 멈췄다. 관할 쪽에서 의자 움직이는 소리가 났다.

"밥은 덮어 놨어요. 식으면 전자레인지에 넣으라고. 그건 늘 그러니까……."

도윤은 발급 시각 옆에서 펜을 뗐다. 그날 차려진 밥이 다음 날까지 식탁에 있었을지도 몰랐다. 묻지 않았다.

"종이는 그대로 두셨습니까?"

"옆 서랍에 넣었어요. 어제 경찰 전화 받고 꺼냈고요. 돈 얘기했던 게 생각나서."

"어떤 얘기였습니까?"

"돌려주면 끝날 줄 알았대요. 며칠 전에 제가 왜 한숨 쉬냐고 물었더니요."

도윤은 최근 거래가 위에 놓인 표를 아래로 훑었다. 큰 금액 두 개가 눈에 걸렸다. 닷새 전 삼백만 원 입금. 같은 날 삼백만 원 출금. 두 줄의 시간 차이는 사십 분이었다.

"빌린 돈이 있었습니까?"

지후가 물었다. 유진이 바로 대답했다.

"제가 아는 건 없어요. 오빠가 돈을 돌려줬다는 말을 했다는 거예요. 빚 때문에 그런 거라고 적으시는 건 아니죠?"

지후는 질문지에서 펜을 들었다.

"무슨 돈인지 아직 모릅니다. 그때 들으신 말부터 적겠습니다."

"누구한테 돌려줬는지도 안 물었어요. 괜히 돈 얘기 길어지면 제가 생활비 더 내야 할까 봐."

유진이 짧게 웃었다. 웃음 뒤에는 아무 소리도 오지 않았다.

도윤은 삼백만 원 옆에 반환이라고 쓰려던 손을 멈췄다. 금액이 같다는 사실과 동생이 들은 말은 있었다. 하지만 출금 상대가 먼저 보낸 사람인지는 이 종이에서 알 수 없었다.

그는 입금과 출금을 다른 칸으로 옮겼다. 유진의 말은 그 아래에 따로 적었다.


지후가 사본 두 장을 나란히 놓았다.

"돈을 돌려줬다면 왜 이것도 뽑았을까."

큰 금액 위에는 교통비와 작은 결제가 섞여 있었다. 도윤은 손가락을 맨 아래로 옮겨 오래된 거래부터 다시 읽었다. 삼백만 원 입금. 같은 금액 출금. 그다음 날 일 원 입금.

그다음 날에도 일 원. 마지막 날에도 일 원이었다.

각 입금의 표시 문구가 달랐다.

동생열시.

뒷문퇴근.

사본전부.

도윤은 세 줄만 새 종이에 옮겼다. 합쳐도 삼 원이었다. 큰 금액을 쫓아 표를 읽을 때는 잔액의 끝자리만 바꾸는 숫자들이었다.

"이 표시가 보낸 사람 이름입니까?"

지후가 물었다. 관할 형사는 송금 때 입력한 문구가 표시될 수 있으며 실명이나 같은 송금자라는 뜻은 아니라고 답했다. 정확한 거래 원자료를 확인해야 했다.

도윤은 스피커를 봤다.

"유진 씨. 평소 일 마치고 집에 오시는 과정을 말씀해 주실 수 있습니까?"

"제 퇴근이요?"

"네. 나오는 시각하고 길을 확인하려고 합니다."

유진은 의류 검수 작업장에서 저녁 열 시에 일이 끝난다고 했다. 정문 쪽 큰 통로는 일찍 잠가 직원들은 뒤편 철문으로 나왔다. 버스 정류장까지 동료와 가다가 길이 갈렸다.

도윤은 옮겨 쓴 문구 밑에 선을 그었다. 해진이 손을 뻗어 그의 펜을 멈췄다. 그녀는 마이크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유진 씨는 지금 관할서 안에 계시지요? 오늘 퇴근하실 예정도 있습니까?"

"오늘은 못 간다고 했어요. 왜요?"

담당 형사가 유진이 가져온 종이에서 세 입금 줄을 짚어 줬다. 전화 너머로 종이를 당기는 소리가 났다.

"이거 제 얘기예요?"

"말씀하신 시각과 출입문이 맞습니다. 보내진 경위를 확인해야 합니다."

해진이 답했다. 유진은 잠시 숨을 고르더니 이번에는 빠르게 말했다.

"오빠가 그날 데리러 온댔는데요. 갑자기 어디로 나오냐고 물어서 평소랑 같다고 했어요. 안 와서 제가 전화했는데 안 받았고."

도윤은 전화한 시각을 묻기 위해 입을 열었다. 유진의 말이 먼저 나왔다.

"제가 그냥 정문으로 온다고 했으면 되는 거였어요?"

그는 펜을 내려놓았다.

"유진 씨가 길을 설명한 건 잘못이 아닙니다. 지금 혼자 돌아가시지 않도록 담당 형사님과 먼저 상의하겠습니다."

유진은 누가 이런 걸 썼느냐고 물었다. 도윤은 아직 모른다고 답했다. 모른다는 말이 더 무섭게 들릴 것도 알았다. 도윤은 떠오르는 이름을 입 밖에 내지 않았다. 유진에게 그 이름을 건넬 근거가 없었다.

통화는 잠시 중단됐다. 담당 형사는 유진 곁에 남아 현재 연락할 수 있는 가족과 귀가 방법부터 확인했다.


지후는 방금 만든 표의 삼백만 원을 가렸다. 일 원짜리 세 줄만 남았다.

"돈 얘기를 하다가 사람 얘기로 바뀌었네."

도윤은 지후의 손 옆에 출금 시각을 적었다.

"반환한 게 맞다면 돌려준 뒤에도 끝나지 않은 겁니다."

해진은 관할 형사와 다시 연결해 거래 원자료와 상대 계좌를 확인할 절차를 협의해 달라고 요청했다. 종이에 찍힌 예금주가 곧 거래를 직접 실행한 사람인 것도 아니었다. 유진이 고인의 비밀번호를 찾아보게 하지 않았다.

담당 형사는 동생의 안전 문제도 함께 다루겠다고 했다. 직장이나 집에서 낯선 사람을 보았는지 추가로 묻고 당장 혼자 귀가하지 않도록 동행을 조정 중이었다. 정우석에게 전화한 기록은 유진 자신의 전화에서 확인해 제출 범위를 정하기로 했다.

도윤은 분석란 첫 줄에 강요라고 썼다가 가능성을 붙였다. 문구와 퇴근 관행은 맞았다. 그러나 그 문구 때문에 계단을 내려갔는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산책로에서 밝아졌다는 물건이 이 계좌를 보여 줬다는 근거도 없었다.

"그 사람이 왜 내려갔는지는 여전히 못 찾았습니다."

해진이 도윤의 표를 읽었다.

"대신 지금 확인해야 할 사람이 생겼습니다. 동생을 아는 사람이 이 거래에 관여했는지요."

도윤은 사진 속 옷깃을 떠올렸다. 정우석은 누군가를 데리러 가겠다고 말한 날 물에서 발견됐다. 그 약속만으로 죽을 생각이 없었다고 단정할 수도 없었다. 다만 물속의 손 하나보다 더 많은 것이 남았다.

잠시 뒤 담당 형사가 유진의 뜻을 확인하고 자료실과 통화를 다시 연결했다. 도윤은 마지막 문구를 가리켰다.

"사본에 대해서 들으신 일이 있습니까? 무엇을 복사했다거나 돌려줘야 한다거나요."

"뭔지는 몰라요. 그런데 집에 두지 말라는 얘기는 들었어요."

지후가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누구에게 들으셨습니까?"

"오빠랑 같이 일하던 분이 집에 왔었어요. 현관에서 오빠한테요. 제가 들으니까 말을 멈춰서 그냥 회사 일인 줄 알았죠."

"그분에게 연락할 방법이 있습니까?"

유진은 휴대전화를 꺼내도 되느냐고 담당 형사에게 물었다. 책상에 물건 놓는 소리가 났다. 도윤은 이름을 서둘러 받아 적는 대신 그녀가 화면을 찾을 때까지 기다렸다.

지후가 가리고 있던 손을 뗐다. 삼백만 원과 삼 원이 다시 한 장에 놓였다.

도윤은 마지막 입금 줄을 봤다. 사본전부.

다음에 확인할 것은 삼백만 원의 출처만이 아니었다. 사본이라고 불린 것이 무엇인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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