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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현장의 마지막 1분을 재생합니다35화

범죄 현장의 마지막 1분을 재생합니다

범죄 현장의 마지막 1분을 재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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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화: 내려간 이유

"위에서 먼저 봤습니다."

조현수가 말했다. 도윤은 접었던 질문지를 완전히 폈다.

"어디 위였습니까?"

"산책로요. 저보다 앞에 있었어요. 계단으로 가는 사람을 봤는데 그냥 지나가려다가 물소리가 나서……."

도윤은 다음 말을 기다렸다. 스피커 너머에서 금속이 탁자에 스치는 소리가 났다.

"누가 밀고 간 게 아니에요. 혼자 내려갔습니다."

그 문장이 너무 빠르게 끝났다. 도윤은 물속에서 다시 올라오던 손을 봤다. 화면은 멈춰 있었는데 손가락만 움직이는 것 같았다.

"처음 보신 때부터 말씀해 주세요."

"등을 보고 걸었어요. 같은 쪽으로요. 그 사람이 오른쪽으로 빠져서 멈췄고."

"그때 현수 씨는요?"

"계속 걷고 있었습니다. 계단 입구까지는 안 갔어요."

조현수의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

"잠깐 손에 든 걸 보고 있길래 길 찾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다 난간을 잡았어요. 몸을 돌려서 아래로 갔습니다."

도윤의 펜 끝이 종이에 박혔다. 돌아선 몸과 난간을 쥔 손이 빈 계단 사진 위에 생겼다. 자기가 만들어 넣은 장면이었다.

"손에 든 건 무엇이었습니까?"

"전화기 같은 거요. 손 있는 데가 환해졌습니다."

"화면을 보셨습니까?"

"아니요. 뒤에서 봤으니까. 얼굴도 옆이 조금 밝았고요."

통화하는 소리나 다른 말은 듣지 못했다고 했다. 물건의 크기나 어느 손에 들었는지도 자신 있게 답하지 못했다. 도윤은 전화기라는 단어 옆에 목격자의 추정이라고 적었다.

"내려간 뒤에는요?"

"몸이 낮아졌어요. 어깨가 안 보이고 물소리가 났습니다. 그래서 뛰어갔죠."

"발이 물에 닿는 것도 보셨습니까?"

조현수가 숨을 들이켰다.

"거기 벽이 있잖아요. 밑에는 가려서……."

도윤은 펜을 들었다. 조현수의 침묵이 반갑다는 생각에 곧 손에 힘이 들어갔다. 못 봤다는 말이 나와야 자신이 붙들던 가설을 지킬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보인 몸의 부분이 어디였습니까?"

"어깨요. 아래로 내려가다가 없어졌습니다."

지후가 물었다.

"그 전에 같이 가는 사람은 보셨습니까?"

"없었습니다. 적어도 제가 걸어온 쪽에는요."

물속 남자의 얼굴은 제대로 못 봤다고 했던 사람이었다. 위에서 본 사람과 아래의 사람이 같다고 판단한 이유를 묻자 조현수는 같은 색 겉옷과 물소리가 난 간격을 말했다.

도윤은 두 사람을 잇는 선을 점선으로 바꿨다. 짧은 시간과 같은 옷은 확인할 이유였다. 그 사이에 보이지 않은 일이 없었다는 보장은 아니었다.


지후는 현장 사진을 바로 꺼내지 않았다.

"종이에 걸어온 길을 그려 보시겠습니까. 본인이 멈춘 곳도요."

통화 너머에서 종이 미는 소리가 났다. 도윤은 조현수가 그리는 동안 화면의 물을 닫았다. 손을 보고 있으면 자꾸 같은 질문이 먼저 떠올랐다.

지후가 보내온 그림에는 길고 굽은 선 두 개가 있었다. 산책로와 물길. 조현수는 그 사이에 네모를 그리고 벽이라고 썼다. 자기 위치에는 작은 동그라미를 놓았다.

"앞사람이 여기서 돌아섰고요. 저는 이만큼 뒤였습니다."

"거리는 얼마나 됐습니까?"

"모르겠어요. 여기 탁자 몇 개 정도였을 것 같은데."

담당 형사는 정확한 수치를 재촉하지 않았다. 먼저 그린 종이에 질문과 답을 남긴 뒤 기존 현장 전경 사진을 보여 줬다. 지후가 사진 번호를 읽어 줬다. 자료실에도 있는 사진이었다.

조현수는 설비 벽의 산책로 쪽 끝을 짚었다. 처음 그린 네모와 위치가 대체로 맞았다. 다만 그림의 자기 위치는 계단 입구와 거의 나란했고 사진에서는 그보다 뒤쪽을 골랐다.

"그림이 잘 안 됐네요. 계단 안은 안 보였습니다."

"그림을 없애지는 않겠습니다. 지금 고른 곳도 같이 남길게요."

지후가 말했다. 도윤은 사진에 표시된 두 지점을 봤다. 어느 위치를 택해도 벽 아래쪽이 가린다는 것은 현장 전경에서도 알 수 있었다. 당시 눈높이에서 보이는 범위는 현장에서 더 확인해야 했다.

도윤은 낮은 카메라의 촬영 위치를 따로 열었다. 조현수의 눈은 산책로 쪽에 있었고 렌즈는 물가 끝 두 칸을 향했다. 한쪽에서 어깨가 사라진 다음 다른 쪽에서 손이 올라왔다. 그 사이를 이어 주는 장면은 없었다.

"혼자 걸어 내려갔다는 건 맞습니다. 그건 제가 봤어요."

조현수가 다시 말했다.

"보신 부분은 그대로 적겠습니다."

"그런데 왜 제가 잘못 본 것처럼 물으세요?"

도윤은 대답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지후가 종이를 돌려 놓는 소리만 들렸다.

"제가 너무 빨리 묶었습니다."

도윤이 말했다.

"난간을 잡고 몸을 낮춘 것과 물에 들어간 것은 나눠서 물었어야 했습니다."

그는 남자가 스스로 계단을 내려갔을 가능성도 기록했다. 그 문장을 쓰는 데 예상보다 오래 걸렸다. 누군가에게 끌려온 사람이어야 자신이 구하려는 쪽에 둘 수 있다는 듯 굴고 있었다.

"물에서 손이 올라왔을 때 무슨 생각을 하셨습니까?"

조현수가 잠시 대답하지 않았다.

"넘어졌나 했어요. 그래서 손을 내민 겁니다. 처음에는요."

처음에는.

도윤은 그 말을 따로 적었다. 물가에 있던 순간의 조현수는 혼자 내려간 것만으로 죽으려 했다고 판단하지 않았다. 손을 놓으라는 말을 들은 뒤에야 그 앞의 발걸음까지 다른 뜻이 됐다.

지후가 잠시 쉬겠느냐고 물었다. 조현수는 손목이 아프다고 했다. 지후는 그가 시계 아래 자기 손목을 계속 쥐고 있었다고 전했다. 다쳤다는 말은 아니었다.

도윤은 통화 마이크를 껐다. 자신의 손도 종이 가장자리를 구기고 있었다.


해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관할에 신원 확인 진행 상황을 묻겠습니다. 면담은 쉬었다 이어 가죠."

그녀가 옆 사무실로 나가자 도윤의 휴대전화가 진동했다. 지후였다. 연결 통화 대신 건 개인 전화에서 복도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났다.

"괜찮아?"

"제가 자꾸 안 봤다는 대답을 기다립니다."

지후는 곧바로 위로하지 않았다.

"나도 왜 신고 안 했냐고 한 번 더 묻고 싶어. 답은 이미 받았는데."

도윤은 모니터를 다시 켰다. 시계가 물 밖으로 올라오는 곳이었다. 이 남자가 손을 버렸다고 믿었을 때에는 그다음 할 일이 분명했다. 지금은 움직이지 않는 한 장 앞에서도 질문이 갈라졌다.

"그 사람 쪽에서 볼 수 있으면 알 것 같았습니다."

지후의 숨소리가 잠깐 멎었다. 도윤은 자신이 말한 것이 CCTV의 다른 각도가 아니라는 사실을 이 동료만 알아듣는다는 것을 알았다.

"물속에서 잡았던 힘이나 내려다보던 발끝을 알면요."

"지금 거기 가겠다는 거야?"

"아닙니다."

도윤은 서랍에 손을 대지 않았다.

"발끝을 본다고 왜 내려갔는지까지 아는 건 아니니까요."

마지막 감각을 본다 해도 그 사람의 삶 전체를 받는 것은 아니었다. 아픈 곳은 알 수 있어도 누구를 걱정했는지는 모를 수 있었다. 그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자신이 부끄러웠다.

지후가 말했다.

"그럼 지금 아는 것부터 말해 봐. 나도 옆에서 적을게."

도윤은 분석 메모를 끌어왔다. 위에서 잡아 밀었을 가능성. 아래에서 붙잡았다 놓았을 가능성. 어느 쪽도 관찰한 사실로 적은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첫 줄에 놓인 문장은 뒤의 모든 말을 그쪽으로 끌고 갔다.

"목격자는 혼자 내려가는 상체를 봤다고 합니다. 마지막 발은 못 봤습니다."

"응."

"영상에서 손이 겹칩니다. 풀리는 순간은 물에 가립니다. 떠난 뒤 한 번 더 손이 나옵니다."

"그건 남아 있지."

도윤은 두 번째 손을 길게 바라봤다. 스스로 계단을 내려간 사람이 나중에는 나오려 했을 수도 있었다. 그 짧은 시간 안에 마음이 변했을 수도 있었다. 누군가의 말을 따라간 것일 수도 있었다.

어느 쪽도 지금 붙여 줄 답은 아니었다.

"내려가는 건 본인 발이었을 수 있습니다. 그 가능성을 빼지 않겠습니다."

지후가 종이에 쓰는 소리가 들렸다.

"그래. 그렇다고 물에 남아 있고 싶었다는 뜻까지 적지는 말자."

도윤은 첫 가설을 지우는 대신 작성 시각 옆에 유보라고 썼다. 자신이 어떤 순서로 틀릴 뻔했는지도 남겨야 했다.


면담을 다시 연결했을 때 조현수는 먼저 물었다.

"놓으라는 건 죽게 놔두라는 말일 수도 있잖습니까?"

해진이 돌아와 도윤 옆에 앉았다. 도윤은 마이크를 켰다.

"그렇게 해석하신 겁니까. 아니면 다른 말을 더 들으셨습니까?"

"아뇨. 다른 말은…… 모르겠습니다."

"내려가기 전에도 말을 들은 건 없고요."

"네."

도윤은 두 답 사이에 선을 그었다. 조현수는 선을 볼 수 없었다. 그래서 말로도 확인했다.

"지금 확인한 발언은 놓으세요라는 말입니다. 그 말의 뜻은 아직 모르겠습니다."

조현수가 물을 마셨다. 도윤은 스피커 너머에서 종이컵이 찌그러지는 소리를 들었다.

"제가 구할 수 있었을까요?"

지후가 답했다.

"지금 여기서 그 답은 못 드립니다. 당시 물의 깊이와 발 디딘 곳도 확인해야 합니다. 신고하지 않고 떠나신 경위는 따로 확인하겠습니다."

그 말 뒤로 긴 침묵이 왔다. 도윤은 그 침묵을 질문으로 메우지 않았다. 조현수가 물컵을 내려놓은 뒤에야 담당 형사가 빠진 내용이 더 있는지 물었다. 없다는 답을 받고 진술을 읽어 확인하는 동안 자료실 쪽 연결은 잠시 해제됐다.

해진의 전화로 관할 형사가 다시 연락했다. 이번에는 조현수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수습한 남성의 지문 대조 결과가 왔습니다. 신원 확인됐습니다. 정우석 씨입니다. 인적 사항은 확인서와 함께 보내겠습니다."

도윤은 빈 성명 칸에 이름을 적었다.

정우석.

적고 나서야 얼마나 오래 이 사람을 손이라고 불렀는지 깨달았다. 시계를 찬 사람에게는 이름을 묻고 기다리고 설명할 기회를 줬다. 물속에 남은 사람에게는 자기가 생각한 이유를 먼저 주려고 했다.

"물속 영상의 인물까지 확인된 건 아니지요?"

해진이 물었다. 담당 형사는 수습 남성의 식별 결과이며 영상 인물과의 대조는 계속해야 한다고 답했다. 가족 연락과 통지 절차는 담당자가 진행하겠다고 했다.

도윤은 전날 골랐던 실종 후보 표를 옆으로 옮겼다. 그 이름들에 붙여 놓은 두 개의 물음표는 아직 지우지 않았다. 후보 대조의 처리 결과도 관할에서 정리해 줘야 했다.

"발견 전날부터 어디에 있었는지 확인하고 싶습니다. 연락받은 사람과 만난 사람도요."

"가족에게 확인 가능한 범위부터 묻겠습니다."

형사가 말했다. 직업이나 계좌에 관한 자료가 도착한 것은 아니었다. 이름을 얻었다고 그의 하루가 함께 열린 것도 아니었다.

도윤은 조현수의 그림을 다시 폈다. 산책로와 물길 사이에 놓인 네모. 그 옆에 잠깐 멈췄던 사람. 손 안이 밝아졌다는 말은 별지에 남겼다. 전화기였는지부터 확인해야 했다.

해진이 물었다.

"다음에 무엇을 보겠습니까?"

도윤은 화면의 마지막 손을 닫았다. 계속 돌려도 그 앞의 하루는 나오지 않았다.

"정우석 씨가 그곳에 오기 전에 한 일입니다."

그는 이름 아래에 새 질문을 적었다.

누가 밀었는가를 쓰려던 자리에 펜이 잠시 멈췄다. 그리고 그보다 먼저 물어야 할 문장을 남겼다.

왜 그 계단으로 내려가야 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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