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현장의 마지막 1분을 재생합니다

33화: 받은 사람의 이름
"같은 시계라는데 줄은 다릅니다."
지후가 판매 사진을 화면 옆에 붙였다. 시계 외형 확인 요청에 관할이 보내온 첫 회신이었다. 둥근 테두리와 짙은 문자판은 닮았지만 검은 띠에는 아무 무늬도 없었다.
도윤은 물가의 손목을 다시 봤다. 밝은 두 줄은 손이 돌아갈 때도 본체 바로 아래에 붙어 있었다.
"줄 전체 사진도 있습니까?"
"이게 전부야. 비슷한 제품이라는 답이고."
도윤은 관찰표에 부합하는 부분만 표시했다. 그 아래에는 다른 업체의 회신이 있었다. 시계를 고치는 곳에서 단체 주문을 조립하는 모운시계 연락처를 알려 줬다. 띠와 본체 사이에 장식을 붙이는 작업을 맡긴 적이 있다고 했다.
관할 형사가 업체에 연락한 뒤 자료실과 통화를 연결했다. 담당자는 앞뒤 장면을 보고도 모델 이름을 대지 않았다.
"본체는 저희도 사다 씁니다. 저 몸통 쓰는 데가 많아요."
"밑에 두 줄도 물빛일 수 있습니까?"
"그럴 수도 있죠. 다만 저렇게 가까우면 띠 무늬가 아니라 연결 장식일 수 있어요. 금속 가로대를 두 개 넣기도 합니다."
도윤은 사진을 손가락으로 가렸다. 문자판을 가리고 나니 남은 것은 가느다란 두 줄뿐이었다. 물에 들어갔다 나와도 간격이 달라지지 않았다.
"본체 말고 그 부품을 따로 확인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담당자가 잠깐 기다리라고 했다. 전화기 너머 서랍 여는 소리가 났다.
"비슷한 주문은 기억나요. 그런데 기억으로 주문처를 말씀드리긴 어렵고요. 출고철을 봐야겠습니다."
지후는 업체 주소를 받아 적었다. 관할 형사와 가서 자료를 확인하기로 했다. 도윤은 함께 일어날 뻔하다가 의자를 당겨 앉았다.
"뒷면도 부탁합니다. 번호가 있는지요."
"찾은 다음에. 지금은 시계가 아니라 사진 보러 가는 거야."
지후가 외투를 걸쳤다. 도윤은 빈 성명 칸이 있는 다른 창을 열었다. 지문 대조와 부검 결과는 아직 오지 않았다. 시계에 이름이 붙더라도 물속에서 발견된 남자의 이름까지 저절로 생기는 것은 아니었다.
점심이 지나서야 지후에게 전화가 왔다.
"자료 찾았어. 사진부터 보낼게."
작업대 위 흰 받침에 시계 하나가 놓인 사진이었다. 짙은 문자판 아래쪽에 작은 도안이 비스듬히 들어가 있었다. 본체와 검은 띠 사이에는 밝은 금속 가로대 둘이 나란했다.
도윤은 물가 장면을 옆에 열었다. 뭉개진 밝은 점이 선명한 도안이 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표시의 위치와 두 가로대가 붙은 자리는 맞아 보였다.
"글자는 영상에서 안 읽힙니다."
"알아. 이건 업체 검수 사진이야."
지후가 다음 장을 보냈다. 최종 제작 사양서의 작은 도안은 기울어진 등불이었다. 주문처 칸을 읽는 순간 도윤의 손이 멎었다.
백야재단.
해진이 화면 앞으로 왔다. 도윤은 창을 움직여 출고 전표까지 나란히 놓았다. 세 자료에 같은 주문번호가 있었다.
스피커에서 업체 담당자가 말했다.
"작년 가을에 마흔 개 납품했습니다. 자원봉사자들 기념품이라고 했어요. 저 도안하고 연결 장식을 같이 쓴 건 이 주문뿐입니다. 판매용으로 내놓지는 않았고요."
"추가 제작은 있었습니까?"
해진이 물었다.
"출고 기록에는 없습니다. 교체용으로 더 달라는 주문도 없고요."
관할 형사는 관련 자료 사본의 제출 범위를 확인했다. 지후는 담당자가 펼친 출고철과 교부받는 페이지가 맞는지 보고 있었다. 잠시 뒤 인수 내역이 붙은 사본이 도착했다.
도윤은 이도겸이 명찰을 내려다보던 얼굴을 떠올렸다. 그 손목에 무엇이 있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았다. 기억에 없는 시계를 지금 채워 넣으려는 자신이 느껴졌다.
그는 간담회 자료를 열려던 손을 멈췄다.
"수령한 사람부터 확인해야겠습니다."
해진이 그를 봤다.
"무엇을 확인했는지 먼저 말해 보세요."
"이 외형 조합으로 만든 한정품이 재단에 납품됐습니다. 영상 속 물건의 개별 식별은 안 됐습니다."
지후가 업체에서 받은 뒷면 사진을 보냈다. 매끈한 덮개에는 공통 문구만 있었다. 일련번호는 없었다.
"마흔 개 뒷면이 다 같대. 잃어버린 걸 주웠어도 사진만으로는 구별 못 해."
도윤은 특정인 이름 대신 수령 경로라고 썼다. 지후의 말이 거슬리는 것은 아니었다. 거슬리지 않도록 힘을 줘야 한다는 게 싫었다.
그는 펜을 내려놓고 손가락을 폈다.
해진이 관할 형사에게 말했다.
"재단에 이 물품의 지급 기록과 남은 수량을 요청하죠. 선행 인물의 동선 확인도 계속 부탁드립니다."
도윤은 검수 사진 아래에 주문번호를 옮겨 적었다. 사진의 선명한 등불 대신 관찰표에는 작은 밝은 표시라는 말을 남겼다.
재단 물품 담당자는 오후 통화에서 먼저 용도를 물었다.
관할 형사가 사망 사건 발견 지점 부근 인물을 확인 중이며 해당 물품과 유사한 시계가 영상에 있다고 설명했다. 물속에서 손이 겹치는 장면은 보내지 않았다. 요청에는 제작업체의 주문번호와 납품일이 붙어 있었다.
"이걸 받은 분들을 전부 용의자로 보시는 건가요?"
"당시 지급한 경위와 물건의 이동을 확인하려는 겁니다."
"명단에는 전화번호도 있습니다. 활동한 분들이 불편해하실 수 있어서요."
담당자의 말이 빨라졌다. 도윤은 마이크에 가까이 갔다가 다시 떨어졌다. 해진이 관할 형사의 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형사는 사건과 관계없는 활동 내역은 요청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해당 물품의 지급 기록과 연락에 필요한 범위를 협의하고 제출 여부는 담당자가 확인해 답하기로 했다.
통화가 끝나자 지후가 자료실 문을 열었다. 종이봉투에는 업체에서 받은 자료가 들었다. 그는 빈 책상에 봉투를 놓고 손을 씻으러 갔다.
도윤은 검수 사진을 한 번 더 봤다. 깨끗한 띠에 접힌 자국이 없었다. 누군가는 이 상자를 받아 처음 시계를 차 봤을 것이다. 옆 사람에게 잠금쇠를 채워 달라고 했을 수도 있었다. 지금은 그 손들이 전부 물가의 한 팔을 찾기 위한 후보처럼 보였다.
그는 사진을 닫았다.
한 시간 뒤 담당자가 관할에 다시 연락했다. 제출할 기록을 확인했으며 직접 수령 서명을 받은 지급대장의 해당 면과 잔여품 기재를 보내겠다는 답이었다. 관할이 받은 사본을 자료실로 전달했다.
서명은 서른여덟 명분이었다. 별도 칸에는 사무국 보관 두 개라고 적혀 있었다.
"둘은 지금도 있답니까?"
지후가 물었다.
관할 형사는 아직 현재 재고를 확인한 답이 아니라고 했다. 보관 장소에서 실물을 대조해 달라고 요청해 둔 상태였다.
도윤은 마지막 두 칸에도 선을 그었다. 이름 없는 물건이 두 개였다.
담당자는 시계를 정기 활동 자원봉사자에게 나눠 줬다고 설명했다. 지급대장 표제와 제작업체의 납품 용도가 맞았다. 업체 출고철에서도 같은 조합은 재단 주문에만 있었다. 물가의 시계가 어디서 시작됐을지 찾아갈 길은 생겼다.
"저희가 분실한 분부터 물어볼까요?"
담당자가 전화로 제안했다.
도윤은 해진에게 짧은 메모를 보였다. 해진이 읽고 관할 형사에게 전달했다.
"수령자 확인은 저희가 개별적으로 하겠습니다. 내부에서 먼저 답을 모으실 필요는 없습니다."
통화를 마친 뒤 지후가 메모를 집었다. '받은 사람과 지금 갖고 있는 사람.' 두 항목이었다.
"분실만 찾으면 빌려준 건 빠지겠네."
"네. 처음부터 잃어버렸다고 답할 길만 주게 됩니다."
관할에서는 연락을 나눠 진행하겠다고 했다. 도윤은 서른여덟 이름을 위에서 아래로 읽었다. 아는 이름은 없었다. 그것이 다행인지 실망인지 고르려다 그만뒀다.
창밖이 어두워질 무렵 지후가 질문지를 가져왔다.
"시계를 받았습니까. 지금 어디 있습니까. 다른 사람이 쓴 적 있습니까. 이 다음은?"
도윤은 배수로 사진을 뒤로 넘겼다.
"그날 어디에 있었는지 먼저요. 계단 사진부터 보여 주지는 말고."
"거기 갔다고 하면?"
"도착하기 전부터 떠날 때까지요. 본 순서대로."
지후가 펜으로 자기 손목을 두드렸다. 곧 멈추고 펜을 책상에 놓았다.
"난 자꾸 왜 손을 뺐냐고 묻게 된다."
도윤도 질문지 한쪽에 같은 말을 적었다가 줄을 그어 뒀다. 지후가 그 자리를 보고 짧게 숨을 내쉬었다.
"혼자만 그러는 건 아니네."
두 사람은 물속 손이 나타나기 전부터 영상을 틀었다. 소매가 내려오고 손목이 빛났다. 다른 손이 겹쳤다. 물결이 그 사이를 지웠다.
도윤은 이번에는 멈추지 않았다. 앞선 팔이 사라진 뒤 빈 물이 오래 흔들렸다. 개의 머리가 나타나기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실제보다 길게 느껴졌다.
"다른 데서 신고했는지도 아직 확인 중입니다."
"응. 그래서 물어야지."
지후는 질문지 맨 아래에 떠난 뒤 행동을 적었다.
해진이 서윤 사건 면담 일정을 확인하고 돌아왔다. 이도겸은 내일 오후 출석할 예정이었다. 작은 문 자료는 아직 오지 않았다. 도윤은 그 질문지를 별도 파일에 넣었다. 재단이라는 이름이 겹쳐도 두 사람이 답해야 할 질문까지 같지는 않았다.
관할 형사의 전화는 그 직후 왔다.
"수령자 중 한 분이 배수로에 갔다고 합니다. 조현수 씨입니다."
도윤이 지급대장을 당겼다. 가운데쯤 같은 이름과 서명이 있었다.
"어떻게 물으셨습니까?"
"먼저 지급받은 시계의 보관 여부를 확인했습니다. 사건 장소를 알려 드리고 방문한 적 있는지 묻자 어제 저녁 계단에 내려갔다고 했습니다. 영상은 아직 안 보여 드렸습니다."
"오늘 만날 수 있습니까?"
지후가 물었다.
"오겠답니다. 시계도 가져오겠다고 했고요."
도윤은 조현수의 이름 옆에 동그라미를 치려다 도착 대기라고 적었다. 이름을 얻은 것과 손의 주인을 확인한 것은 아직 달랐다.
관할 형사는 통화 메모를 넘겼다.
"한 가지 더 있습니다. 그분이 와서 꼭 설명하고 싶다는 말이 있습니다."
"무슨 말입니까?"
"물에 있던 사람이 자기한테 한 말이 있다고 합니다."
도윤은 화면을 봤다. 소리 없는 물속에서 손이 올라와 있었다.
이제 들어야 할 것은 시계를 받은 사연이 아니었다. 물속의 사람이 무슨 말을 했는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