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현장의 마지막 1분을 재생합니다

32화: 물가에 남은 손
사진 속 남자의 소매 끝에 붉은 줄이 걸려 있었다.
도윤은 확대 버튼에서 손을 뗐다. 지후가 현장 번호와 함께 보낸 사진에는 관리 계단 두 칸과 젖은 신발 한 짝이 있었다. 남자는 구조대가 물 밖으로 옮긴 뒤였다.
"저 줄은 처음부터 있었습니까?"
전화 너머에서 바람이 마이크를 때렸다. 지후가 잠깐 기다리라고 했다. 다른 사람에게 묻는 목소리는 들렸지만 대답은 바람에 묻혔다.
"신고자 개 줄이래. 건져 보려고 손목에 걸었다가 빠졌대. 구조대가 왔을 때도 옆에 있었고."
도윤은 줄 옆에 그으려던 표시를 지웠다. 물에 젖은 소매와 줄이 한데 꼬여 있었다. 사진만 받았다면 손이 묶였다고 읽었을 수도 있었다.
"발견 전 상태하고 옮긴 뒤 상태를 나눠서 보내 주십시오."
"담당자한테 이야기했어. 개가 먼저 계단 쪽으로 내려가려고 했대. 주인이 따라갔다가 봤고."
남자가 발견된 곳은 배수로가 꺾이는 지점의 관리 계단 아래였다. 물이 고인 구간에 상체가 잠겨 있었다고 했다. 지후는 난간 안쪽에서만 확인 중이라고 덧붙였다. 물을 빼거나 바닥에 들어가는 작업은 아직 시작하지 못했다.
관할에서 보낸 인상착의가 도착했다. 짙은 회색 겉옷과 검은 바지. 성인 남성. 추정 연령에는 폭이 있었다. 도윤은 주변 실종 접수에서 비슷한 옷을 입은 사람들을 골랐다가 사진을 다시 열었다.
"이 둘은 나이가 겹칩니다. 그런데 신고 당시 옷만 맞습니다."
해진이 의자를 가져와 옆에 앉았다.
"후보로 보내세요. 이름을 붙이지 말고. 지문 대조는 관할에서 진행 중입니다."
도윤은 후보 두 명의 신발과 마지막 연락 장소를 표에 넣었다. 어느 쪽도 이 배수로와 바로 이어지지 않았다. 접수 사진 속 한 남자는 아이의 어깨를 잡고 있었다. 도윤은 그 사진을 더 오래 보는 대신 확인 요청을 보냈다.
지후가 현장 전경을 한 장 더 전송했다. 펌프 설비 옆의 낮은 철망 기둥에 카메라가 달려 있었다.
"저건 계단을 봅니까?"
"시설 쪽 담당자가 오고 있어. 확인할게."
도윤은 책상 서랍에 손을 넣었다가 빈손으로 뺐다. 장갑을 챙길 이유가 없었다. 그가 있어야 할 곳에는 화면과 전화가 있었다.
관리 담당자가 도착한 것은 한 시간쯤 뒤였다.
카메라는 설비 훼손과 쓰레기 투기를 확인하려고 설치한 것이었다. 계단 전부를 담지는 못했다. 낮은 렌즈 앞을 철망 기둥이 가렸고 물가 끝 두 칸만 화면 아래쪽에 걸렸다.
관할 형사는 담당자의 협조로 발견 전 한 시간부터 구조대가 철수할 때까지의 연속 영상을 복사했다. 인수 내역과 촬영 위치 사진이 먼저 왔다. 이어 열람용 사본이 도착했다. 녹화기 시계의 실제 시각 차이는 확인 중이라고 적혀 있었다.
도윤은 파일을 앞으로 건너뛰지 않았다.
검은 물이 화면 절반을 채웠다. 관리등은 계단 끝 두 칸을 비추고 있었다. 그 아래에서는 빛의 반사만 얇게 흔들렸다. 한동안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물결과 압축된 화면의 얼룩을 구별하는 데도 시간이 걸렸다.
그러다 아래쪽에 밝은 손등이 나타났다.
팔 하나가 계단 바깥으로 뻗었다. 물에 닿자 반사광이 잘게 부서졌다. 소매가 위로 밀리고 손목에서 둥근 것이 번쩍였다.
도윤은 재생을 멈췄다.
"신고자가 건지려는 부분 같습니다."
해진은 영상 목록을 봤다.
"계속 보죠. 줄이 나온 곳까지."
팔이 사라졌다. 화면에는 한쪽 구두 끝만 남았다가 그것도 위로 빠졌다. 물결이 계단에 부딪쳤다. 도윤은 다음 움직임을 기다렸다.
그 뒤로 한참 지나 개의 머리가 화면 끝에 들어왔다. 팽팽한 붉은 줄과 밝은색 운동화가 뒤따랐다. 누군가 급히 몸을 낮췄다. 밝은 겉옷 소매가 물을 훑었다. 조금 뒤 붉은 줄의 고리가 내려왔다.
도윤은 처음 팔이 나온 위치로 눈을 옮겼다. 검은 구두와 밝은 운동화. 짙은 소매와 밝은 소매.
"앞에 다른 사람이 있습니다."
해진이 지후에게 전화를 걸었다. 도윤은 두 장면의 재생 위치를 적었다. 같은 파일 안에서 간격은 삼 분 남짓이었다.
"신고자보다 먼저 내려간 사람이 잡혔습니다. 구조대 도착 장면보다도 앞입니다. 그분이 다른 사람을 봤다고 했습니까?"
지후가 주변 소리가 덜한 곳으로 옮겼다.
"발견할 때 혼자였다고 했어. 다시 확인해 볼게."
도윤은 앞 장면을 다시 열었다. 물속에 옷 같은 짙은 덩어리가 잠깐 보였다. 물결이 지나가자 가장자리가 없어졌다. 신원 미상이라는 칸 옆에 이제 다른 빈칸이 생겼다.
그보다 먼저 물가에 있었던 사람.
지후가 돌아왔을 때 바지 밑단은 젖어 있었다.
"난간에 고인 물이야. 안 들어갔어."
도윤의 시선을 보고 먼저 말했다. 해진이 종이컵을 건넸다. 지후는 두 손으로 컵을 감싼 채 화면 앞에 앉았다.
"신고자는 앞에 누가 있었는지 못 봤대. 개가 당겨서야 내려다봤고. 현장 형사가 동선하고 복장도 다시 받았어."
도윤은 앞선 팔이 나오는 지점부터 틀었다.
짙은 소매가 아래로 기울었다. 물속에서 다른 손이 올라왔다. 손가락 몇 개가 손목 부근에 겹쳤다. 곧 물이 튀어 어느 손이 어디를 잡았는지 보이지 않았다.
물결이 낮아졌을 때 둥근 시계가 다시 드러났다.
이번에는 계단 쪽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지후가 컵을 내려놓았다.
"잡았는데 놓고 간 건가."
도윤도 같은 문장을 생각하고 있었다. 남겨진 손이 물 위로 한 번 더 나왔다가 화면 아래로 사라졌다. 기둥 그림자가 그 자리를 가렸다.
"붙든 것처럼 보입니다. 누가 놓았는지는 안 보입니다."
"몸이라도 더 숙일 수 있었잖아."
지후는 자기 무릎에 팔꿈치를 댔다. 화면의 팔이 뻗은 각도를 몸으로 따라 했다가 멈췄다. 발이 닿은 바닥의 경사도 물의 깊이도 여기서는 알 수 없었다.
도윤은 다시 틀려던 손을 멈췄다. 물속 사람이 얼마나 오래 버텼는지 알고 싶었다. 마지막 순간의 감각이 온다면 저 손의 힘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자신이 원하는 장면이 온다는 보장은 없었다. 저 계단 아래가 실제 마지막 장소인지도 아직 몰랐다.
해진이 두 사람 사이에 현장 사진을 놓았다.
"기둥 뒤쪽으로 다른 카메라가 있는지 요청했습니다. 이 사람이 어디로 나왔는지도 봐야 해요."
지후는 무릎에 댔던 팔을 폈다.
"구조하려던 사람이어도 찾아서 물어야겠네."
"네. 지금은 저 손의 주인이 필요합니다."
도윤은 시계가 드러난 부분을 골랐다. 둥근 밝은 테두리 안에 짙은 문자판이 있었다. 손목을 감싼 띠에는 밝은 줄 두 개가 나란히 보였다. 시침과 분침은 읽히지 않았다.
"물에 떠 있는 반사일 수도 있잖아."
지후가 화면을 가리켰다. 도윤은 팔이 물에 닿기 전 장면으로 돌아갔다. 손목 바깥에 같은 둥근 테두리가 있었다. 물 밖으로 올라올 때도 같은 자리를 따라 움직였다.
지후가 고개를 끄덕였다.
"차고 있던 건 맞겠다."
도윤은 확대를 더 하지 않았다. 테두리 안쪽의 밝은 점을 글자로 읽으려 하자 네모난 얼룩만 커졌다. 대신 앞뒤 장면을 함께 저장했다. 한 장을 잘라 보내면 손을 내민 사람인지 물건을 건진 사람인지조차 묻기 어려웠다.
해진은 관할에 해당 구간을 알리고 원자료와 주변 동선 영상의 보존을 요청했다. 지후는 컵에 남은 물을 마셨다.
"오늘은 가자. 담당자도 교대해서 계속 보고 있어."
도윤은 마지막으로 인상착의 표를 확인했다. 이름을 바꿀 답은 아직 없었다. 그는 모니터를 끄고 지후와 함께 나갔다. 지후의 집에 도착한 뒤 해진에게 짧게 연락했다.
물가에 놓인 손은 화면을 끈 뒤에도 눈앞에 남았다.
다음 날 아침 관할의 회신에는 신원 확인 중이라는 말이 있었다.
후보로 보낸 두 접수는 추가 대조가 필요했다.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한 부검 절차도 진행 중이었다. 도윤은 빈 성명 칸을 그대로 두었다. 이름 대신 짐작한 직업을 채우지도 않았다.
지후는 관리 담당자가 설명한 카메라 위치를 전날 현장 사진과 맞췄다. 사람이 계단에 들어서는 상단은 설비 벽에 가렸다. 물에 빠지기 전 걸음을 복원할 영상은 이 카메라에 없었다.
"밀었는지 넘어졌는지 시작은 못 봐."
"그 부분을 비워 두겠습니다."
도윤은 관할로 보낼 관찰표를 열었다. 앞선 인물이 계단 가장자리에 있던 구간과 최초 신고자의 구조 시도 구간을 나눴다. 녹화기 시각 차이가 확인되지 않았으므로 화면 표시와 파일 안의 경과 시간을 함께 적었다.
그는 물속 손이 다시 나오는 곳에서 멈췄다.
"이 손이 발견된 남성의 것인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옷은 비슷합니다만."
지후는 발견 사진을 나란히 놓았다. 겉옷 색은 맞아 보였지만 얼굴도 온몸도 나오지 않았다. 관할에 보낼 문장에서 피해자가 잡았다는 표현을 지웠다.
도윤은 시계 쪽 세 장면을 원래 크기로 비교했다. 띠의 밝은 두 줄은 손목이 돌아가도 같은 간격으로 남았다. 둥근 테두리 아래쪽에는 한쪽으로 치우친 작은 밝은 표시가 있었다.
숫자인지 무늬인지는 읽을 수 없었다.
"줄을 바꿔 찼을 수도 있어."
"둘 다 따로 찾아봐야겠습니다. 시계하고 띠요."
지후가 의자를 당겼다. 짙은 문자판과 둥근 테두리만으로는 너무 흔했다. 두 사람은 구분할 수 없는 색 이름을 빼고 보이는 위치와 모양만 남겼다. 관할 담당자는 관련 판매·수리 업체에 외형 확인을 요청하겠다고 답했다.
책상 끝에는 이도겸에게 물을 질문지가 있었다. 면담은 내일 오후였다. 도윤은 그 종이와 새 관찰표를 겹치지 않게 놓았다. 물가에 있던 팔을 아직 얼굴을 아는 누구에게도 붙이지 않았다.
지후가 물었다.
"이 사람을 찾으면 첫 질문은 뭘로 할 거야?"
도윤은 손가락이 겹친 장면을 봤다. 왜 버리고 갔느냐고 묻고 싶었다. 그 말부터 하면 상대가 대답해야 할 일의 절반을 자신이 만들어 주게 됐다.
그는 시계 아래에 질문을 적었다.
"손을 뻗기 전에 무엇을 보셨습니까."
영상에는 소리가 없었다.
그 어둠을 화면 밖에서 본 사람이 있었다. 시계를 찬 손은 신고보다 먼저 계단 위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