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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현장의 마지막 1분을 재생합니다3화

범죄 현장의 마지막 1분을 재생합니다

범죄 현장의 마지막 1분을 재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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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마지막 박자

기사식당 유리문 너머로 배진만이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왼손이었다.

지후가 수첩 속 사진과 얼굴을 맞춰 보는 동안 도윤은 사내의 오른손을 보았다. 검지와 중지가 굽은 채 붙어 있었다. 사내는 엄지로 휴대폰 화면을 밀더니 형사들을 올려다봤다.

"전화받았습니다. 출발 전까지만 얘기합시다. 새벽에 물건 내려야 해서."

지후가 맞은편 의자를 당겼다.

"어젯밤 여덟 시부터 자정까지 어디 있었습니까?"

"여기서 밥 먹고 차에서 잤어요."

"김성철 씨에게 운송비 달라고 찾아간 건요?"

"나흘 전. 돈 받으러 간 것도 죕니까?"

배진만이 휴대폰을 내밀었다. 카드 결제 시각은 밤 아홉 시 십이 분이었다. 지후는 동의를 구해 화면을 촬영한 뒤 계산대의 주인에게 시선을 보냈다.

"그 시간에 오신 거 기억하십니까?"

"왔죠. 늘 저 자리에 앉으니까."

주인은 반찬통 뚜껑을 닫으며 대답했다. 지후가 언제 나갔는지 묻자 손이 멈췄다.

"그건 잘 모르겠네. 어제 버스 손님이 들어와서."

영수증 한 장으로 네 시간이 채워지지는 않았다. 도윤은 유리창 밖 화물차와 주방 출입문 사이를 번갈아 보았다. 주인이 설거지를 하는 자리에서는 주차장이 보이지 않았다.

"어제도 그 옷이었습니까?"

도윤이 배진만의 회색 점퍼를 가리켰다.

"운전할 때 입는 겁니다. 일할 때는 따로 입고."

"작업복은 어디 있습니까?"

"집에요. 왜요?"

"확인할 수 있도록 보관해 주십시오. 담당 형사가 연락드릴 겁니다."

배진만은 대답 대신 휴대폰을 가져갔다. 점퍼 주머니에 넣던 손이 은빛 물건을 잠깐 밀어 올렸다. 도윤이 다시 보았을 때는 손마저 주머니 안으로 들어간 뒤였다.

지후의 전화가 울렸다. 그는 배진만에게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한 뒤 계산대 쪽으로 물러났다.

"강학수 씨죠? 연락이 왜 안 됩니까. 네, 지금 기사식당입니다. 오실 수 있겠어요?"

통화를 마친 지후의 턱이 굳어 있었다.

"강학수. 아까부터 전화 피하더니 공장 열쇠를 아직 갖고 있대. 근처에 있으니까 여기로 온다네."

배진만이 빈 물컵을 식탁 가운데로 밀었다.

"그 양반 아직도 열쇠 안 줬답니까? 성철이 형하고 그걸로 싸우더니."

"직접 봤습니까?"

"지난주에요. 그만뒀으면 내놓으라고 하던데."

지후가 날짜를 다시 물었다. 배진만은 달력을 확인해 날짜를 짚어 준 뒤 차에서 기다리겠다며 일어났다.

도윤은 그가 문을 열 때까지 오른손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손가락 둘이 굽어 있어도 엄지는 움직였다.


강학수는 십 분 뒤 종이봉투를 옆구리에 끼고 들어왔다.

목덜미에 땀이 맺혀 있었다. 의자에 앉기도 전에 봉투가 기울어 낡은 장갑 한 짝이 떨어졌다. 검게 밴 손바닥 부분을 본 지후가 허리를 숙이려다 멈췄다.

"그대로 두세요. 가져오신 게 뭡니까?"

"내 장갑하고 열쇠요. 달라실 것 같아서."

학수는 왼손으로 봉투를 눌렀다. 지후의 시선이 도윤을 스쳤다.

"어제 집에 있었다고 하셨죠."

"밤에는 있었어요."

"처음 전화했을 땐 종일이라고 했습니다."

학수는 마른 입술을 혀로 훑었다. 대답이 늦어질수록 봉투를 누르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잠깐 갔어요. 공장. 여덟 시 반쯤."

지후가 펜을 내려놓았다.

"김성철 씨하고 열쇠 때문에 싸웠습니까?"

"싸운 건 맞는데 그날은 아니에요. 내 사물함에 남은 게 있어서 열쇠를 못 준 거지."

"그럼 어제는 뭘 하러 갔는데요?"

학수가 봉투에서 보온통을 꺼냈다. 뚜껑 가장자리에 흰 테이프가 붙어 있었다. 김성철. 번진 글씨 아래로 식당 형광등이 비쳤다.

"이것 돌려주려고. 성철이가 빌려줬어요."

"다퉜다면서 물건은 빌렸네요."

"다투면 밥도 안 먹습니까?"

학수가 처음으로 고개를 들었다.

"마지막 교대 때 빈 통 들고 왔다고 자기 것 줬어요. 집에서 국 담아 오라고. 빚진 건 빚진 거고 밥은 먹어야 한다고."

지후는 통을 만지지 않았다. 도윤은 테이프 끝에 남은 손톱 자국을 바라봤다. 그는 몇 시간 동안 성철의 손이 문고리를 움켜쥔 모양만 떠올렸다. 이 뚜껑을 닫아 다른 사람에게 건네던 손은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다.

"안에 들어가셨습니까?"

도윤이 물었다.

"정문까지만. 불도 없고 안에서 대답도 안 해서 돌아왔어요."

"열쇠가 있는데 왜요?"

"뒤쪽에 트럭이 서 있었어요. 누굴 만나나 보다 했죠. 또 열쇠 얘기 나올까 봐 내일 주자 싶었고."

지후가 수첩을 돌려 빈 면을 내밀었다.

"트럭 위치를 그려 보세요. 어떻게 생겼는지도."

학수는 왼손으로 펜을 쥐었다. 공장 담을 그리는 선이 덜덜 떨렸다.

"파란 짐칸. 운전석은 못 봤어요. 담에서 뒤만 나와 있었으니까."

"번호는요?"

학수가 고개를 저었다.

지후는 문밖의 화물차를 바라봤다. 배진만의 짐칸도 파란색이었다. 다만 주차장에 세워진 다른 두 대도 같은 색이었다.


"열쇠 좀 보여주시겠습니까?"

학수가 봉투를 기울였다. 식탁 위로 크기가 다른 열쇠 세 개가 쏟아졌다.

챙, 찰랑.

지후가 열쇠를 가리켰다.

"아까 찾던 게 이런 소리 아니야? 왼손도 쓰고 열쇠도 있고. 현장에 간 걸 숨기기까지 했잖아."

도윤은 고개를 저었다.

"제가 생각한 소리와는 다릅니다."

"그 소리는 어디서 들었는데?"

도윤은 즉시 답하지 못했다. 학수가 두 사람을 번갈아 봤다. 지후는 목소리를 낮췄다.

"최태섭도 손만 보고 아니라고 했어. 이번에도 그러면 내가 뭘 확인해?"

숟가락 부딪히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도윤은 무릎 위에서 수첩 모서리를 눌렀다. 손가락 끝이 저렸다.

"강학수 씨를 빼자는 뜻은 아닙니다. 최태섭 씨 알리바이도 확인해야 합니다."

"그럼 이 열쇠는?"

도윤이 학수 쪽으로 돌아앉았다.

"각각 어디 열쇠입니까?"

"큰 게 정문. 이건 경비실이고 작은 건 내 사물함."

"금고 열쇠도 갖고 계십니까?"

"그건 성철이가 갖고 다녔어요. 난 없어요."

지후가 열쇠 모양을 촬영했다. 학수가 제출해도 된다고 하자 그는 각 열쇠의 용도를 진술대로 적었다. 맞는 자물쇠를 확인하기 전에는 학수의 말에 불과했다.

도윤은 흔들리는 열쇠를 보았다. 맞부딪히는 순서가 매번 달랐다. 그가 기억하는 소리는 달랐다. 두 번 짧게 걸린 뒤 한 번 닫혔다. 끝나는 자리가 늘 같았다.

그는 수첩에 적어 두었던 '기계 주기' 아래에 줄을 그었다.

같은 동작을 되풀이하는 사람도 같은 박자를 만들 수 있었다.

지후가 물컵을 도윤 앞으로 밀었다.

"좀 마셔. 계속 입술만 깨물지 말고."

컵을 든 손이 조금 흔들렸다. 도윤은 내려놓지 않고 한 모금을 삼켰다.

"배진만 씨에게 보충 질문을 하겠습니다. 식당에 도착하기 전 동선이 빠졌습니다."

지후는 잠시 도윤을 보다가 식당 주인을 불렀다. 어젯밤 배진만을 계속 볼 수 있었는지 다시 묻자 주인은 입구 옆 빈 의자를 가리켰다.

"먹다 말고 전화하러 나갔어요. 그다음엔 내가 주방에 있어서 몰라요."

"계산 전인지 후인지 기억납니까?"

"먼저 계산하는 집이에요. 밥은 나중에 줘요."

지후가 영수증 사진 옆에 짧게 적었다. 결제 뒤 체류 불명.

그는 학수에게 추가 확인에 응할 연락처를 받고 봉투 속 물건을 자발적으로 제출하는 절차를 설명했다. 학수는 보온통을 내밀었다가 다시 품으로 당겼다.

"이건 가족한테 돌려줄 수 있죠?"

"확인 끝나면 돌려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지후가 말끝을 누그러뜨렸다. 도윤은 먼저 문을 열어 찬 공기를 들이마셨다. 문밖에서는 아직 아무런 박자도 들리지 않았다.


배진만은 화물차 발판에 한쪽 발을 올린 채 서 있었다.

왼손으로 운전석 손잡이를 잡고 오른손 안의 작은 금속 물건을 뒤집고 있었다. 점퍼에서 보았던 은빛 모서리였다.

딱, 딱, 뚝.

도윤이 멈췄다.

배진만의 오른손 엄지가 라이터 뚜껑을 밀어 열었다. 곧바로 점화륜을 짧게 굴렸다. 불꽃이 붙지 않은 채 뚜껑이 닫혔다.

딱, 딱, 뚝.

같은 손이 같은 순서로 움직였다. 굽은 두 손가락과 손바닥 사이에 라이터를 받치고 엄지만 썼다. 왼손은 계속 손잡이를 잡고 있었다.

도윤은 자기 목도리를 잡을 뻔했다. 기억 속 문 가장자리를 움켜쥔 왼손과 눈앞의 왼손이 겹쳤다. 보이지 않았던 오른손 쪽에서 소리가 났을 가능성. 피해자가 들은 마지막 박자가 사람의 버릇일 가능성.

도윤은 한 발 다가가려다 멈췄다. 흔한 라이터로도 비슷한 소리를 낼 수 있었다. 그가 찾아낸 것은 배진만을 다시 확인할 이유였다. 아직 범행 현장에 놓을 수는 없었다.

"담배도 안 무셨는데요."

지후가 말했다. 현장에서 자신이 메모한 박자를 기억하는지 시선이 라이터에 가 있었다.

"기름이 말라서. 그냥 손에 쥐는 겁니다."

배진만이 라이터를 주머니에 넣었다.

"어젯밤 여덟 시 반에는 어디 있었습니까?"

"오면서 주유했어요. 영수증은 찾아봐야겠네."

"공장 뒤에 차를 세운 적은요?"

배진만의 왼발이 발판에서 내려왔다.

"누가 그럽니까?"

"동선을 확인하는 중입니다."

"어제는 안 갔습니다. 그저께 빈 드럼통 실으러 갔지. 바퀴 자국 나왔다면 그거예요."

지후는 바퀴 자국을 묻지 않았다. 그렇다고 먼저 말한 것만으로 거짓말이라 할 수도 없었다. 그는 날짜를 수첩에 적고 작업복을 언제 마지막으로 입었는지 물었다.

"어제 낮까지요. 됐습니까?"

"주유한 곳과 시간을 확인해서 연락드리겠습니다."

지후는 출발을 막지 않았다. 차량 번호와 예정 목적지를 적는 동안 도윤은 해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배진만을 우선 확인해야겠습니다."

"근거부터 주세요."

도윤은 식당 주인의 확인 범위와 강학수의 차량 목격 진술을 전했다. 관할서에서 해당 시간대 공장 진입로 영상을 확인해 남아 있다면 보존해 달라고 요청했다. 배진만의 작업복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차량 목격은 번호 없는 진술이고 옷은 아직 못 본 거군요."

"예. 그리고 오른손으로 라이터를 반복해서 여닫습니다. 두 번 짧게 울리고 끝에서 둔하게 닫힙니다. 현장에서 말씀드린 박자와 같습니다."

수화기 너머로 종이 넘기는 소리가 그쳤다.

화물차 시동이 걸렸다. 진동 때문에 앞유리에 걸린 수건이 흔들렸다. 방금 들은 박자가 머릿속에서 되풀이됐다. 도윤은 전화기를 세게 쥐었다.

"그 손버릇을 보았다는 건 알겠습니다."

해진이 낮게 말했다.

"그런데 그 소리가 살인 현장에 있었다는 근거는 뭡니까?"

도윤은 입을 열었다.

김성철이 들었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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