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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현장의 마지막 1분을 재생합니다28화

범죄 현장의 마지막 1분을 재생합니다

범죄 현장의 마지막 1분을 재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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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화: 담장 안쪽의 길

회신이 온 것은 이틀 뒤였다. 지후는 첨부 목록을 먼저 펴고 도윤에게 사진 묶음을 건넸다.

"떠난 걸 확인한 기록은 아직 못 찾았대. 대신 그때 주변을 찍은 사진이 있어."

도윤은 사진 모서리의 번호를 약도와 맞췄다. 실종 신고 뒤 정류장 주변을 확인하며 사건철에 붙인 자료였다. 원음의 장소 설명을 표시한 동그라미 아래로 굵은 화살표가 나 있었다. 도로를 따라 내려가는 방향이었다.

화살표 옆에는 사람 이름이 없었다.

"이 방향을 봤다는 사람이 있습니까?"

"지금 받은 건 현장 확인자가 그린 약도야. 이동 목격을 표시한 범례는 없어."

도윤은 화살표를 따라가던 손을 뗐다. 그 선을 동생이 걸은 길처럼 읽는 데는 몇 초도 걸리지 않았다.

약도 위쪽에는 긴 직사각형이 빗금으로 막혀 있었다. 담장 안 사유지. 정문 폐쇄. 두 줄 밑에는 확인 동선에서 제외했다는 표시가 있었다.

지후가 사진 한 장을 돌렸다. 큰 철문에 굵은 사슬이 감겨 있었다. 맞은편에서 찍은 다음 사진에는 정류장 지붕과 담장 모서리가 함께 들어왔다.

도윤은 두 번째 사진을 책상에 눌러 놓았다.

"여기에도 문이 있습니다."

정류장 지붕 끝 아래로 가느다란 세로선이 있었다. 담장과 색이 비슷했지만 위쪽 경첩과 낮은 문턱이 구별됐다. 사람이 한 명씩 통과할 폭이었다.

지후가 큰 철문 사진을 옆에 붙였다. 두 문 사이에는 담장의 꺾인 모서리가 있었다.

"정문하고 다른 쪽이네."

도윤은 신고자의 이름 칸을 봤다. 남자는 정류장 근처라고 했을 뿐 자신이 어느 자리에 서 있었는지는 정확히 남기지 않았다. 이 문이 보이는 곳에 있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해진이 사진 앞으로 의자를 당겼다.

"안쪽을 확인한 기록도 있습니까?"

지후는 첨부 목록을 다시 읽었다.

"이 묶음에는 없습니다. 건물 안 수색 자료가 따로 있는지 물어보겠습니다."

도윤은 작은 문을 투명 종이 위에 옮겨 그렸다. 사슬이 걸린 정문과 같은 기호를 쓰지 않았다.


현재 지도에서 담장 자리는 주차장이었다.

도윤은 화면을 닫았다. 지금 그곳에 가도 사진 속 문을 찾을 수는 없었다. 열두 해 동안 바뀐 길을 따라 동생을 걷게 할 수는 더더욱 없었다.

관할이 함께 보내온 정류장 이설 자료를 열었다. 구청에서 보관 목록을 확인해 교부한 사본이었다. 준공일은 서윤이 사라지기 두 달 전이었다. 사진 속 정류장 기둥 뒤로 낮은 담장이 길게 이어졌다.

지후가 먼저 도로 쪽 모서리에 표시를 했다.

"같은 담장인지 여기부터 맞추자."

두 사람은 지붕을 받친 기둥과 담장의 꺾인 지점, 빗물이 빠지는 홈을 차례로 대조했다. 작은 문 안쪽에는 난간이 있었고 그 뒤로 좁은 바닥이 이어졌다. 수색 사진에서는 닫힌 문살에 겹쳐 잘 보이지 않던 부분이었다.

도윤은 문에서 뒤편 골목까지 연필로 선을 그었다.

"서윤이가 이쪽으로 나갔다면 큰길에서는 안 보였겠습니다."

말을 끝내고 종이를 봤다. 난간 끝부터 골목까지는 사진에 없었다. 연필선만 있었다.

지후는 종이를 가져가지 않았다.

"어디까지 보여?"

도윤은 선의 중간을 손가락으로 눌렀다.

"여기까지입니다."

그는 보이지 않는 구간을 지웠다. 지우개 가루가 문턱 위에 쌓였다. 서윤은 공책을 지울 때 손바닥으로 털지 말라고 했다. 글씨가 번진다며 종이를 세워 식탁 아래로 톡톡 쳤다. 그러고는 자기가 바닥을 닦는다고 투덜댔다.

도윤은 종이를 들어 올리려다 내려놓았다.

"혼자였다는 말에서 벗어나면 좀 나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길만 보이면 서윤이를 먼저 세웁니다."

지후가 가루를 빈 종이에 모았다.

"그럴 때 같이 보자고 한 거잖아."

해진은 두 사진을 같은 방향으로 돌려놓았다.

"먼저 그은 선을 지웠잖아요. 이제 보이는 데부터 하죠."

도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떠오른 기억은 가족 진술 정리지에 따로 남겨 두기로 했다. 지금 펴 놓은 검토표에는 두 사진의 촬영 시점과 문이 보이는 범위만 적었다.

준공 자료 마지막 장의 첨부 목록에는 보행 통행로 협의 도면이 있었다. 이번 사본에는 그 제목만 있고 도면은 없었다. 옆에 별도 협의철 번호가 적혀 있었다. 정류장을 옮기면서 뒤쪽 부지와 통행 문제를 협의한 기록이었다.

해진이 관할 담당자에게 연락했다. 기존 요청을 반복하지 않고 해당 첨부번호와 필요한 도면을 지정했다.

담당자는 준공 서류와 협의철이 따로 묶여 있어 보관 위치를 다시 찾아야 한다고 답했다. 오늘 안에 받을 수 있느냐는 말이 도윤의 입안에서 맴돌았다. 그는 사진 두 장의 번호를 질문지에 보태 해진에게 건넸다.

전화가 끝나자 지후가 옛 약도를 접으려 했다.

"그건 펴 둬 주십시오."

굵은 화살표는 여전히 큰길을 향했다. 도윤은 그 옆에 작은 문의 번호를 적었다. 열두 해 전에도 누군가는 이 종이를 펴 놓고 동생을 어디서 찾아야 할지 골랐을 것이다. 그때 왜 이 문은 길로 남지 않았는지 알고 싶었다.


다음 날 지후는 관할 형사와 구청 기록 열람실에 갔다. 도윤은 자료실에서 전화를 스피커로 돌렸다. 해진도 곁에서 들었다.

"배치도에는 안 나와. 건물하고 차량 진입로만 있어."

수화기 너머에서 종이가 넘겨졌다. 도윤은 어제 적은 첨부 목록을 읽었다. 배치도 한 장. 보행 통로 상세도 한 장.

"별도 상세도가 있습니다. 두 번째 장 확인해 주십시오."

"직원분이 찾고 있어. 기다려."

지후가 말한 뒤 잠시 소리가 멀어졌다. 도윤은 화면의 빈 수신함을 닫았다가 다시 열지 않았다. 확인할 사람이 그곳에 있었다.

잠시 뒤 지후가 휴대폰을 다시 들었다.

"큰 도면을 안으로 접어 뒀네. 펼치면 겹치는 부분이 있었어. 사본 받아서 보낼게."

지후가 도면의 선을 따라 설명했다. 보행 통로는 부지 바깥이 아니라 담장 안쪽 가장자리를 지났다. 정류장 뒤 작은 문을 통과하면 건물 옆을 돌아 뒤편 골목으로 이어졌다. 중간에 건물로 들어가는 별도 문이 표시돼 있다고 했다.

"건물 안을 통과하는 건 아니네요."

전화 너머 관할 형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기록 담당자가 답했다.

"이건 그때 협의한 배치입니다. 실제로 날마다 열었는지는 여기에는 없어요."

도윤은 받아 적던 길 끝에 물음표를 붙였다.

관련 면과 교부 내역의 사본이 도착했다. 도윤은 문 위치부터 확인했다. 사진에서 꺾이던 난간이 도면에서도 같은 지점에서 꺾였다. 연필로 그렸다 지운 길보다 한 번 더 돌아가는 통로였다.

도면 아래 협의 상대란에 이름이 있었다.

민간감각연구소 세포라 랩.

도윤은 연구소라는 글자를 다시 읽었다. 학교도 상점도 아니었다. 정류장 뒤에 그런 곳이 있었다는 것을 그는 알지 못했다.

"팀장님. 이름이 있습니다."

해진은 도윤의 화면을 보았다. 곧바로 검색창을 열지는 않았다.

"주소도 같이 확인하세요. 같은 이름의 다른 곳을 붙이지 않게."

도윤은 협의서에 적힌 지번을 현재 검토표에 옮겼다. 서윤의 행선지 칸이 아니라 당시 부지 사용자 확인 칸이었다.

전화 너머 지후가 물었다.

"들어갔다가 골목으로 나오는 길도 있는 거지?"

"네. 연구소 건물에 들어가지 않고 지날 수도 있습니다."

도윤은 건물 출입문과 통로 끝에 다른 표시를 했다. 연구소라는 이름을 얻은 순간에도 갈림길은 남았다.


그날 오후 관할이 같은 주소의 당시 건물 사용 자료를 대조했다. 세포라 랩이라는 명칭과 감각 반응 연구시설이라는 기재가 맞았다. 상세 연구 내용이나 근무자 명단은 붙어 있지 않았다.

뒤의 관리 이력에는 화재 관련 사용중지와 출입 통제 기록이 있었다. 서윤이 사라진 뒤의 일이었다. 연구시설 폐쇄가 그다음에 기재돼 있었다. 현재 지도의 주차장으로 바뀌기 전 기록이었다.

도윤은 두 날짜 사이에 손을 놓았다. 여학생을 보았다는 날짜에 문이 잠겨 있었다는 뜻은 아니었다. 정문 사진을 찍은 날과 화재 뒤 출입을 막은 날도 달랐다.

"화재 조사 자료는요?"

"아직입니다. 이건 건물 쪽 기록이에요."

해진이 답했다. 도윤은 화재 원인 칸을 비워 뒀다.

지후가 돌아와 외투를 의자에 걸었다. 열람실에서 받은 교부 목록을 책상에 놓자 종이 끝이 말려 올라갔다.

"지금 가 보면 뭐라도 있을 것 같지?"

도윤은 주차장으로 바뀐 현재 지도를 떠올렸다. 그곳으로 가면 열두 해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오늘 길을 찾아온 것은 그 자리에 선 사람이 아니라 보존된 도면을 펼친 사람이었다.

"가고 싶습니다."

그는 인정한 뒤 지후가 내민 목록을 받았다. 종이를 받치는 손가락이 뻣뻣했다. 동생이 어딘가의 문 앞에 서 있는 모습을 자꾸 떠올리게 됐다. 그 안으로 들어가는 것도 뒤돌아 나오는 것도 모두 자기가 만든 장면이었다.

"그런데 가고 싶다는 이유로 가면 또 제가 보고 싶은 길부터 볼 것 같습니다."

지후가 의자를 가까이 당겼다.

"그럼 오늘 찾은 것부터 끝내자. 네가 못 본 건 나도 못 봤다고 쓸 거야."

해진은 관할에 보낼 질문을 함께 확인했다. 당시 작은 문의 개방 시간과 관리 주체. 부지 안 확인 여부와 기록. 화재 조사 자료의 보존 부서와 사건번호.

지후가 첫 번째 질문에 선을 그었다.

"왜 이 길을 빼도 된다고 판단했는지도 넣자. 정문 닫혔다는 것 말고 다른 근거가 있었는지."

도윤은 과거 약도 옆에 새 도면을 붙였다. 한쪽에서는 빗금으로 막힌 자리가 다른 쪽에서는 길이었다. 둘 중 하나를 없애지 않고 작성 시점과 용도를 적었다.

서윤이 이곳에 왔다는 증거는 아직 없었다. 신고한 남자가 이 길을 알았는지도 몰랐다. 그래도 이제 누구에게 무엇을 물을지는 달라졌다.

관할 담당자가 요청을 받았다는 답을 보내왔다. 화재 기록의 보존 위치부터 확인하겠다고 했다.

도윤은 작은 문에서 연구소 건물까지 손가락을 옮겼다.

"그날 이 문을 열 수 있었던 사람을 찾아야 합니다."

지후가 빈 이름 칸 옆에 확인할 자료를 적었다.

세포라 랩. 당시 관리 책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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