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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현장의 마지막 1분을 재생합니다27화

범죄 현장의 마지막 1분을 재생합니다

범죄 현장의 마지막 1분을 재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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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화: 빈칸을 맡은 사람

"손을 씻고 물을 마신 뒤였습니다. 형사님이 물병 뚜껑을 건네주시기 전이요."

도윤은 문기석의 이름 아래 첫 줄을 짚었다. 지후가 놓은 새 종이에는 아직 아무것도 적히지 않았다.

"시각도 써 놨어?"

"아니요."

"그럼 순서부터."

도윤이 접촉 부위를 촬영한 뒤 손을 씻었다고 말하자 지후가 적었다. 물을 마신 것과 수첩을 편 것이 그다음이었다. 지후는 자기가 뚜껑을 건네며 무엇이 떠올랐느냐고 물은 것도 기억했다.

"네가 쓰던 건 봤어. 이 문장을 쓰는지는 못 봤고."

그가 아래쪽의 큰 글씨를 가리켰다.

냄새의 주인은 보지 못함.

"이 줄은 왜 글씨가 달라?"

"그때 손이 떨려서 크게 썼습니다. 다음에 붙인 말은 아닙니다."

지후는 글씨 크기로 쓰인 때를 판단하지 않았다. 그날 작성했다는 도윤의 설명이라고 적었다.

"나중에 보탠 건?"

"이 면에는 없습니다."

"지운 건 없고?"

"없습니다. 하지만 그날 찍어 둔 사진도 없습니다."

도윤은 수첩을 조금 더 밀었다. 지금 종이에 남은 것과 그날 종이에 있던 것이 같다는 말은 결국 자기 입에서 나왔다. 수첩을 보여 주면 적어도 이 부분은 설명하지 않아도 될 줄 알았다.

지후가 종이 위에서 펜을 멈췄다.

"네가 안 믿어지는 게 이 글씨 때문은 아니야."

도윤은 대답하지 않았다.

"사람 눈으로 일 분을 본다는 말은 지금도 모르겠어. 그거하고 네가 여기 적었다는 말은 따로 볼 거야."

주방 시계의 초침이 움직였다. 도윤은 지후가 어느 쪽에도 맞는다는 표시를 하지 않는 것을 지켜봤다.

"그럼 지금 남아 있는 상태부터 보존하면 되겠습니까."

"응. 오늘 확인했다고. 그날 확인한 것처럼 쓰지는 말고."

지후가 수첩을 돌리다가 첫 줄에서 멎었다.

"그런데 여기에는 오른쪽이라고만 돼 있네."


"나한테는 조수석 쪽이라고 했잖아."

도윤은 비와 시야 없음 사이의 짧은 여백을 봤다. 그날 차 문을 열었을 때의 모습은 떠올릴 수 있었다. 감각 속 문기석이 고개를 어느 쪽으로 두었는지는 글에도 없었다.

"차 안에서 발견됐으니까 그렇게 옮겨 말했습니다."

"문기석 씨가 앞을 보고 있었다는 건 봤어?"

"보이지 않았습니다."

"고개가 돌아가 있었으면?"

도윤이 펜을 집었다. 오른쪽 옆에 조수석 미확인이라고 쓰려다가 멈췄다. 새 종이가 자기 팔꿈치 아래에 있었다.

그는 수첩을 그대로 두고 종이를 당겼다.

감각에서의 오른쪽. 차 안 방향으로 옮긴 것은 내 해석.

"제가 말을 바꾸었습니다."

"보고서에도 그렇게 썼어?"

"확인된 현장 관찰로 쓸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건 기억해. 좌석 양쪽을 구분해서 확인해 달라고 했고. 내일 기록도 같이 보자."

도윤은 조수석에 사람이 있었다는 문장까지 넘어가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동시에 그 문장 바로 앞까지 자신이 걸어갔다는 사실이 남았다.

지후가 식탁 위 컵을 옮겼다. 종이의 오른쪽 끝이 물기에 닿기 직전이었다.

"볼 수 있는 조건은 어디까지 알아?"

"두 사건 모두 현장의 혈흔에 제가 맨손으로 닿았습니다. 문기석 씨 때는 열 초 넘게 손을 대고 있었습니다."

"네가 센 거지?"

"네. 형사님이 재신 시간은 아닙니다."

지후는 열 초 옆에 도윤 설명이라고 적었다. 무반응이라고 쓴 왼쪽 칸에는 숫자를 옮기지 않았다.

"피만 다른 데로 가져가면?"

"그렇게 해 본 적 없습니다."

"그럼 그건 모르는 거네. 죽은 지 얼마나 지나도 되는지도?"

도윤은 곧 답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김성철과 문기석에게 닿았던 때를 생각했다. 두 번 모두 최근의 현장이었다. 어느 경계에서 끊기는지 확인한 적은 없었다.

"오래된 사건에도 된다고 말할 근거는 없습니다."

지후의 펜이 멎었다.

"설마 확인하러 가자는 말은 아니지?"

"아닙니다."

"내가 믿게 해 준다고 또 만지는 것도 하지 마."

도윤은 식탁 아래에서 무릎을 펴다가 멈췄다. 차 문턱에서 일어서려던 몸이 잠깐 겹쳤다. 지후는 그때 감각의 내용보다 몸이 무너지는 속도를 보았을 것이다.

"현장에 갈 생각 없습니다. 팀장님이 정한 현장 제한도 그대로입니다."

지후는 비워 둔 칸을 채우지 않았다. 사망 시각, 접촉 장소, 접촉 지속. 확인할 수 있는 외부 기록이 있는지 묻는 항목만 만들었다. 조건이 맞으니 다시 해도 된다는 문장은 없었다.

"기억이 흐려지는 건?"

"다음 날에는 세부를 붙잡기 어려웠습니다. 지금 읽는 글하고 지금 떠오르는 감각도 같지 않습니다."

도윤이 목 아래를 만졌다가 손을 내렸다.

"글에 없는 걸 채우려고 하면 본 건지 생각한 건지 모르겠습니다."

"그럼 안 채우자."

지후가 짧게 답했다.

도윤은 열두 해 동안 빈칸마다 서윤이 갔을 길을 그려 넣었다. 이번에도 무언가 적고 싶어 펜 끝을 내렸다. 지후가 비워 둔 칸을 읽고 있어서 손을 멈출 수 있었다.


밥을 먹고 그릇을 치운 뒤 지후가 식탁을 닦았다. 도윤은 물기가 마를 때까지 수첩을 무릎 위에 두었다. 펼친 곳은 여전히 문기석의 기록이었다.

"이 면만 찍어도 돼? 지금 상태 남기는 용도로."

도윤은 고개를 끄덕이고 자기 휴대폰의 카메라를 열어 건넸다. 지후는 펼친 면의 가장자리가 들어오게 찍었다. 다른 쪽은 넘기지 않았다. 사진을 함께 확인한 뒤 휴대폰은 도윤에게 돌려줬다.

둘이 종이를 읽은 날짜와 시각을 새 기록에 적었다. 사진이 생겨도 그 전에 덧쓰지 않았다는 것이 증명되는 것은 아니었다.

지후가 새 종이를 가로로 놓았다.

"다음에 뭔가 기억나면 언제 떠올랐는지부터 써. 오늘 네 설명을 들은 시각하고 옛날에 썼다는 시각은 따로 두고."

도윤은 감각, 해석이라고 두 칸을 나눴다. 옆에는 당시 밖에서 본 것을 적을 자리를 뒀다. 지후가 직접 겪은 부분만 그곳에 들어갔다.

마지막은 현실 자료로 확인할 것이었다.

도윤이 그 칸을 넓게 그리자 지후가 손을 얹었다.

"맞는 것만 찾는 칸으로 만들지 마. 안 맞는 것도 내가 쓸 거야."

"제가 틀렸을 가능성까지요."

"네가 틀리면 범인이 하나 늘어나는 게 아니잖아. 엉뚱한 사람이 생기는 거지."

도윤은 오른쪽 냄새 아래에 방향제와 옷을 적었다. 지후가 현장에서 이미 말했던 가능성이었다. 오늘은 그 옆에 보지 못한 머리 방향도 적었다. 누구의 향수였는지 고를 칸은 만들지 않았다.

"네가 본 것 같다는 말만 있으면 나는 누굴 찾아가서 추궁 못 해."

"알고 있습니다."

"다른 데서 들은 제보라고 바꾸는 것도 안 되고."

도윤은 펜을 내려놓았다.

"출처를 만들지는 않겠습니다. 이미 있는 자료로 물을 수 있는 질문부터 같이 봐 주십시오."

지후는 새 종이에 자기 이름을 썼다. 감각을 겪었다는 칸이 아니라 외부 관찰과 확인할 자료 옆이었다.

"이쪽은 내가 맡을게. 네가 본다는 것까지 확인한 건 아니고."

도윤의 손이 종이 가장자리에서 풀렸다. 믿어 달라는 말을 한 번 더 했다면 저 이름이 적힐 자리는 없었을 것 같았다.

지후가 수첩을 덮어 주지는 않았다.

"팀장님한테 평생 말 안 한다는 약속도 못 해. 네가 또 숨기고 쓰러지면 오늘 들은 이야기까지 말씀드릴 거야."

"그러셔도 됩니다."

"허락받는 말 아니야."

도윤은 지후를 봤다. 조금 전까지는 비밀이 새어 나갈까 두려웠다. 이제 그 말을 막으면 이 종이에 이름을 쓴 사람에게 다시 아무것도 모르는 채 자신을 붙잡으라고 하는 셈이었다.

"알겠습니다."

그는 수첩을 덮고 새 종이는 덮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두 사람은 함께 자료실에 들어왔다.

도윤은 개인 기록을 가방에 둔 채 전날 저장한 가족 진술 정리지를 열었다. 지후는 팀 검토 자료에서 문기석 현장 경위와 자신이 전달했던 좌석 확인 요청부터 살폈다. 도윤이 말한 냄새가 확인된 현장 관찰로 바뀌어 있지는 않았다.

"양쪽 좌석 구분 요청 그대로야. 결과 기다리는 것도 그대로고."

도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젯밤의 대화로 감정 결과가 생기지는 않았다. 그가 틀리게 옮긴 말은 개인 검토지에 남았고 공식 기록에는 확인 요청이 남았다.

지후가 서윤 사건 검토표 앞으로 의자를 옮겼다.

도윤은 신고 음성의 위치와 실제 발화를 적은 줄을 읽었다. 먼저 자리를 떴다는 사람. 그 뒤 이동은 못 보았다고 한 사람.

그는 신고자 이탈 뒤라고 쓰다가 멈췄다.

"이것도 확인된 순서가 아닙니다."

지후가 화면을 봤다.

"떠났다는 말?"

"그 사람 말밖에 없습니다. 제가 먼저 떠난 사람으로 두고 다음을 찾았습니다."

도윤은 현재 검토표의 이탈 뒤를 고쳤다. 신고자가 떠났다고 진술한 뒤. 원음의 문장은 건드리지 않았다.

지후가 빈 질문 칸을 당겨 보았다.

"계속 있었다는 증거도 없어."

"네. 어느 쪽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도윤은 출발 시각과 방향을 적었다. 그것을 당시 확인한 자료가 있는지. 여학생이 혼자 남았다고 볼 수 있었던 위치는 어디인지. 정류장 이름만으로 신고자의 자리를 정하지 않도록 했다.

해진이 들어왔을 때 두 사람은 질문 옆에 원음의 시간 위치와 첨부번호를 붙이고 있었다.

"추가로 확인할 내용입니까?"

지후가 화면을 돌렸다.

"신고자의 이동은 자기 진술입니다. 당시 그 말을 따로 확인했는지 묶어서 요청하려고요."

해진은 도윤이 고친 문장까지 읽었다.

"현재 지도만 보고 당시 시야를 정하면 안 됩니다. 정류장 위치도 바뀌었을 수 있어요."

"당시 배치가 남은 자료부터 요청하겠습니다."

해진은 고개를 끄덕이고 관할 담당자에게 확인 항목을 전달했다. 옛 확인 기록과 정류장 주변 자료의 존재를 알아보자는 요청이었다. 도윤은 전송 시각을 적고 회신 대기라고 표시했다.

도윤은 가족 진술 정리지에서 서윤의 마지막 길을 적을 자리를 봤다. 펜을 들면 버스가 멎던 곳과 가게 불빛을 얼마든지 그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지금 그 길을 그리면 동생이 아니라 자신이 열두 해 동안 만든 길이 될 수도 있었다.

그는 기억이라고 표시한 부분까지만 저장했다.

지후가 확인 담당 칸에 자기 이름을 넣었다. 어젯밤 식탁에서 보았던 글씨였다.

"이쪽은 회신 오면 내가 먼저 대조할게."

도윤은 빈칸을 그대로 두었다.

대신 신고자의 말 앞에 질문 하나를 붙였다.

당신이 먼저 떠났다는 건 누가 확인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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