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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현장의 마지막 1분을 재생합니다26화

범죄 현장의 마지막 1분을 재생합니다

범죄 현장의 마지막 1분을 재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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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화: 대답하지 못한 일 분

해진이 돌려준 요청서에는 도윤이 비워 둔 이름 칸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신고자는 아직 못 찾았습니다."

도윤은 서류를 받으려던 손을 거뒀다. 검토를 요청한 다음 날 오후였다. 해진은 그가 손을 내렸다고 설명을 멈추지 않았다.

"관할에서 남아 있는 기록 목록을 다시 대조했습니다. 지금 확인한 묶음에는 그 남자가 여학생의 이동을 봤다는 추가 진술이 없습니다. 다른 보관 자료까지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화면에는 현 담당자가 보내온 목록이 열려 있었다. 목격 신고 뒤의 확인 경과를 요청한 항목 옆에 확인 중이라고 적혀 있었다. 접수 요약의 단독 이동이라는 문장은 그대로였다.

지후가 의자를 끌어당겼다.

"그 문장을 근거로 어디까지 확인했는지부터 다시 보는 거네요."

"네. 관할에서도 재수사에 착수하기로 했습니다. 우리가 맡을 분석 범위까지 협의했습니다."

해진은 마지막 장을 도윤 앞에 놓았다. 신고자의 목격 범위와 당시 동선 판단 근거. 관련 자료의 보존·이관 경위. 음성 비교 가능성 검토. 뒤에는 담당과 전달 경로가 붙어 있었다.

"서윤 씨 사건 재수사 지원을 승인합니다. 이 범위의 자료 분석을 맡아 주세요."

도윤은 종이 가장자리를 잡았다. 듣고 싶었던 말이 나오자 대답할 말이 없어졌다. 열두 해를 넣을 수 없는 몇 줄을 위에서 아래로 다시 읽었다.

"목소리가 다른 사람이어도 진행합니까?"

"녹음과 요약의 차이는 남습니다. 그때 무엇을 근거로 판단했는지 확인해야죠. 비교 가능성 검토 요청은 보냈습니다. 답이 나오기 전부터 같은 사람 칸을 만들지는 마세요."

도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해진이 손가락으로 업무 범위를 짚었다.

"가족으로서 기억하는 내용은 따로 제출해 주세요. 다른 사람이 확인할 수 있도록. 관련자 연락과 현장 확인은 관할이 맡습니다. 본인 현장 제한도 그대로입니다."

"알겠습니다."

그는 승인 문서 아래 자기 요청서를 겹쳤다. 오래 붙잡은 목소리보다 기억을 잘못했다는 문장이 먼저 보였다.


도윤은 별도의 가족 진술 정리지를 열었다.

녹음을 들은 장소와 당시 확인해 달라고 했던 옷차림. 기록으로 다시 확인한 사실은 오른쪽에 옮겼다. 기억만 있는 대목에는 그렇게 적었다. 서윤이 갔을 길을 그리는 칸은 아직 만들지 않았다.

맞은편에서 지후가 전화를 끊었다.

"준서 공책은 반환 날짜 아직 못 정했대. 보관 경로 대조에 필요하다고. 일단 문의한 건 전달해 달라고 했어. 날짜 잡히면 다시 연락 준다니까."

"제가 답을 드린다고 했는데."

"네가 다른 전화 하는 동안 나도 전화할 수 있어."

지후는 자기 이름을 적었던 항목 옆에 통화 시각을 남겼다. 반환 완료 표시를 하지는 않았다. 도윤은 빈칸 몇 개를 더 채웠다.

어떻게 알게 됐는가.

양식의 질문 앞에서 손이 멎었다.

그는 줄곧 다른 사람들에게 이 질문을 했다. 직접 보았는지, 누구에게 들었는지, 나중에 붙인 생각은 무엇인지. 그런데 지후가 차 문 옆에서 자신을 불렀던 이유에는 제대로 답한 적이 없었다.

지후의 휴대폰이 한 번 더 울렸다. 도윤은 그가 짧게 답하는 동안 서랍을 열었다. 현장에서 돌아올 때마다 적었던 작은 수첩이 맨 위에 있었다. 보고서와 함께 넣지 않았던 물건이었다.

수첩 표지를 엄지로 밀자 문기석의 이름이 적힌 쪽이 나왔다. 비. 오른쪽. 목.

그 아래는 당시 적어 둔 감각이었다. 다시 떠올려 보려 하면 글자보다 먼저 차 문턱에 주저앉았던 자기 무릎이 생각났다.

"어지러워?"

지후가 전화를 내려놓고 물었다. 도윤은 펼친 수첩을 덮었다. 그 움직임을 지후가 보았다.

"아닙니다. 지금은 괜찮습니다."

"그러면 밥 먹고 가자. 팀장님한테 퇴근한다고 말씀드리고."

도윤은 수첩을 다시 서랍에 넣으려다가 멈췄다.

"집에 가서 잠깐 이야기해도 되겠습니까."

"지금 하면 안 되는 말이야?"

"제가 자꾸 미룬 말입니다."

지후는 수첩을 보다가 외투를 집었다. 도윤은 개인 수첩만 가방 안쪽에 넣고 공식 자료가 든 화면은 닫았다. 출처 칸이 빈 정리지는 내일 다시 확인할 문서로 저장했다.


지후의 집에 도착해 해진에게 연락한 뒤 두 사람은 식탁에 앉았다.

지후가 데운 국에서 김이 올라왔다. 도윤은 수저를 꺼내 두 벌을 놓았다. 자기 앞 수저의 머리가 식탁 끝을 향해 있어서 바로잡았다. 그러고도 손을 놓지 못했다.

"국 식으면 다시 데우면 돼. 말해."

도윤은 가방을 무릎에 올렸다.

"문기석 씨 차에서 제가 대답하지 못했을 때요."

지후의 손이 물병 위에서 멎었다.

"기억해."

"차 안을 보고 있던 게 아니었습니다. 비가 들렸고 목이 눌렸습니다. 오른쪽에서는 향수 같은 냄새가 났습니다."

"감각이 밀려왔다고 했잖아."

"그 사람 쪽에서요. 제 몸이 아니라 문기석 씨의 몸에서 느끼는 것처럼."

냉장고 모터가 멈췄다. 지후가 물병을 내려놓는 소리만 났다.

"죽기 직전의 일 분을 봅니다. 그 사람 눈으로. 문기석 씨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소리하고 감각만 왔어요."

지후는 한동안 국그릇을 봤다. 그 뒤 의자를 뒤로 뺐다. 다리가 바닥을 짧게 긁었다.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하는 거지?"

"네."

"비유 아니고?"

"아닙니다."

도윤은 가방 지퍼를 열지 못했다. 설명을 끝내면 손을 떨지 않을 줄 알았는데 가방 손잡이가 손바닥 안에서 자꾸 돌아갔다.

"내가 불렀을 때 들었어?"

"그때는 대답할 수 없었습니다."

"들은 건지 못 들은 건지부터 말해."

도윤은 눈을 내렸다.

"재생되는 동안에는 제 쪽 소리를 구별하지 못했습니다. 끝나고 나서야 형사님이 앞에 있는 걸 알았습니다."

지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도윤의 손이 가방 손잡이를 놓았다. 지후는 싱크대 앞까지 갔다가 빈손으로 돌아왔다. 앉지는 않았다.

"병원에서 한 상담은 계속 받을 거지?"

"받겠습니다."

"내가 지금 그 이야기를 믿는다는 말은 아니야."

"알고 있습니다."

"그럼 그때 일부러 피를 만진 건 왜야."

도윤은 그 질문에 처음으로 바로 답했다.

"거기에 닿으면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김성철 씨 때도 혈흔에 닿은 뒤 그랬으니까요."

지후의 얼굴이 굳었다.

"위험한 건 알았고?"

"얼마나 위험할지는 몰랐습니다. 아무 일도 없을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닙니다."

"난 쓰러지는 사람 붙잡고 있었어. 네가 뭘 확인하러 들어간 건지도 모른 채."

도윤은 변명하려 입을 열었다. 단서를 얻으려 했다는 말이 혀끝에 올라왔다. 이미 해진에게 적어 냈던 말이었다.

"그걸 알면서도 말씀드리지 않았습니다."

지후는 다시 의자를 당겼다. 처음보다 조금 멀리 앉았다.

"팀장님도 알아?"

"감각 이상을 단서로 삼으려 했다는 데까지만 말씀드렸습니다. 마지막 일 분이라고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왜 오늘이야."

도윤은 가방에서 수첩을 꺼냈다. 식탁에 놓되 아직 펴지는 않았다.

"제 기억을 다른 사람에게 확인받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같이 확인해 줄 사람에게 출처를 또 숨기고 있었습니다. 서윤이 일이라서 이번에도 넘어갈 것 같았습니다."

지후의 시선이 표지에 내려갔다.

"서윤 씨도 봤다는 거야?"

도윤의 엄지가 표지 끝을 눌렀다. 열두 해 전의 짧은 감각이 떠올랐지만 그 조각에 누구의 이름도 붙일 수 없었다.

"서윤이가 죽는 모습을 봤다는 뜻은 아닙니다. 살아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그 전화 목소리는 녹음을 듣고 기억한 겁니다."

말을 끝내고 나서야 도윤은 지후를 봤다. 정작 자신이 가장 알고 싶은 동생의 생사에는 답을 내놓을 수 없었다.


"펼쳐 봐도 돼?"

지후가 수첩을 가리켰다.

도윤은 문기석의 이름이 있는 쪽을 폈다. 국그릇 옆에 두려다가 지후가 밀어 준 마른 식탁 자리로 옮겼다.

지후는 그날 적힌 짧은 말들을 읽었다. 얼굴이나 성별은 없었다. 오른쪽에서 느꼈다는 냄새는 적혀 있었지만 누구에게서 났는지는 없었다.

"이걸 보고 나한테 냄새를 말했어?"

"그때 겪은 걸 말했습니다. 지금은 냄새가 이 글만큼 분명하지 않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세부가 흐려집니다. 그래서 바로 적었습니다."

지후가 페이지를 넘기려다가 손을 멈췄다.

"그 장면을 다시 보면 되는 건 아니고?"

"한 사람에게서 다시 보지는 못합니다. 그 안에서 움직이거나 질문할 수도 없습니다."

"그러면 범인이 앞에 있어도 얼굴을 못 볼 수 있다는 거네."

"죽은 사람이 못 봤으면 저도 못 봅니다."

지후는 수첩을 밀어내지 않았다. 그렇다고 더 읽지도 않았다. 식탁 한쪽의 광고지 뒷면을 뒤집고 볼펜을 찾았다.

그는 왼쪽에 직접 본 것이라고 썼다. 도윤의 맨손 접촉. 불러도 답하지 않은 시간. 그 뒤 무릎이 꺾인 모습.

오른쪽에는 도윤이 오늘 말한 것이라고 썼다.

"이쪽은 아직 네 말이야."

"네."

"앞으로도 네가 답을 못 하면 난 도움을 불러. 일 분 채워 주겠다고 기다리는 일 없어."

도윤은 종이 왼쪽을 봤다. 자기가 안쪽에서 겪었다고 믿는 감각보다 그날 바깥에 있던 사람의 기록이 짧았다. 짧은 세 줄 안에서 지후는 계속 자신을 부르고 있었다.

"그렇게 해 주십시오."

"그리고 이걸 말했으니까 현장에 데려가 달라는 부탁은 하지 마."

"하지 않겠습니다."

지후가 볼펜을 놓았다. 비밀로 해 주겠다는 말은 없었다. 도윤도 그 약속을 요구하지 않았다. 지금 자리를 뜨지 않은 사람에게 감당할 몫을 더 얹고 싶지 않았다.

"밥은 먹자."

지후가 국그릇을 가져갔다. 전자레인지 문이 닫히는 동안 도윤은 수첩을 가방에 넣지 않았다. 자기가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은 그 안의 내용이었는데 지금은 펼쳐 둔 채 기다리는 일이 더 어려웠다.

그릇을 내려놓은 지후가 첫 줄을 다시 짚었다.

"오늘 더 써넣지는 마. 기억나는 게 있어도 다른 종이에 적어."

도윤은 수첩 위에 얹으려던 펜을 내려놓았다.

"이게 네가 그날 쓴 건지부터 봐야 하니까."

지후는 새 종이를 수첩 옆에 놓았다.

"차에서 나온 뒤 언제 적었어. 그리고 나중에 보탠 건 어디야?"

도윤은 대답하기 전에 수첩의 처음 줄로 손가락을 옮겼다. 이번에는 혼자 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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