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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현장의 마지막 1분을 재생합니다24화

범죄 현장의 마지막 1분을 재생합니다

범죄 현장의 마지막 1분을 재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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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화: 기록은 남는다

"제가 말한 부분부터 보시면 됩니다."

서명훈이 종이에 적은 숫자를 밀었다. 영상이 시작되고 이 분쯤 지난 곳이라고 했다. 자료실 화면으로 보던 도윤은 그 종이보다 책상 옆의 작은 봉투를 먼저 봤다.

체포 당일 저녁 변호인이 가져온 외장 저장장치였다. 변호인은 서명훈의 위임을 받아 집에 들어갔으며 알려 준 서랍에서 직접 꺼내 그대로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집 안에서 연결해 보지는 않았다고 했다.

관할 형사는 회수와 인계 시각, 포장 상태를 기록했다. 장치 옆면에 흰 테이프가 붙어 있었다. 서명훈은 집 컴퓨터에 옮긴 옛 휴대폰 영상들을 넣어 둔 것이라고 말했다.

"촬영한 전화기는요?"

"바꾼 지 오래됐어요. 집에 있는지는 찾아봐야 하고."

"그 뒤로 이 장치를 누가 썼습니까?"

서명훈은 혼자 썼다고 했다. 변호인은 자신이 확인한 것은 오늘의 회수 경위뿐이라고 덧붙였다. 담당자가 제출 대상 영상과 관련 정보를 확인하는 범위를 읽어 줬다. 서명훈은 자기 말이 나온 부분도 포함한다는 설명을 듣고 서명했다.

장치가 인수 봉투 안으로 들어가자 그가 손을 뻗었다가 거뒀다.

"제가 협조했다는 건 남는 거죠?"

"제출 경위도 기록합니다."

지후가 답했다. 서명훈은 종이에 쓴 숫자를 다시 짚었다.

"거기서 그 사람이 먼저 말해요. 저한테 찾아온 이유를."

도윤은 숫자 옆에 재생 순서를 쓰지 않았다. 원장이 고른 시작점만으로는 그 앞에서 무엇을 물었는지 알 수 없었다.

다음 날 오전 분석 담당자가 관련 영상 사본을 보냈다. 장치에 쓰기가 일어나지 않도록 사본을 만들고 보존한 경위가 함께 왔다. 파일 길이는 사 분 남짓이었다. 촬영일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고 옛 휴대폰도 확보되지 않았다.

해진이 도윤 옆에 앉았다.

"끝까지 먼저 봅시다."

도윤은 처음 위치에 재생 막대를 놓았다.


화면을 처음 채운 것은 서명훈의 턱이었다.

그가 뒤로 물러나자 책상 건너편 벽이 드러났다. 기기가 놓인 자리는 낮았다. 오른쪽 아래를 서류꽂이 모서리가 가렸고 왼쪽에는 의자 하나가 있었다. 서명훈이 그 의자를 조금 당겼다.

문이 열렸다.

짙은 모자를 쓴 사람이 들어왔다. 얼굴 아래는 마스크로 덮여 있었다. 서명훈이 손바닥으로 의자를 권했지만 방문자는 바로 앉지 않았다. 책상 위를 보더니 의자 등받이를 잡았다.

의자가 바닥을 끄는 소리가 났다.

정면을 향하던 빈자리가 옆으로 돌아갔다. 방문자가 앉자 얼굴 윗부분은 모자챙에 가리고 아래는 서류꽂이와 겹쳤다.

도윤은 화면을 확대하지 않았다. 상대가 고개를 돌리기를 기다렸다.

"바쁘실 텐데 이렇게 직접 오시고. 후원해 주시는 것만 해도 감사한데요."

서명훈이 말했다. 상대는 대답 대신 손에 든 얇은 서류봉투를 무릎으로 내렸다. 봉투 겉면은 카메라 반대쪽이었다.

"지하 문은 원장님이 잠그셨습니까?"

방 안에서 종이 긁히는 소리가 났다. 서명훈이 책상 위의 물건을 조금 옮겼다. 그 손 때문에 화면 왼쪽이 잠깐 가려졌다.

"생활하다 보면 그런 때가 있습니다. 직원들이 감당을 못 해서."

"원장님이 잠그셨다는 말씀이군요."

"제가 했습니다. 길게 둔 것도 아니에요. 그걸 어디서 들으셨는지 몰라도."

방문자는 바로 답하지 않았다. 모자챙이 내려가 서명훈의 손을 보는 것처럼 보였다. 눈은 확인할 수 없었다.

"누가 안에 있는지는 확인하셨고요."

질문인지 정리인지 구별하기 어려운 말이었다. 서명훈은 대답하지 않고 물컵을 밀었다. 상대는 컵을 잡지 않았다.

도윤은 그 장면에서 준서가 들고 있던 편지 사진을 떠올렸다. 여기서는 안에 있던 아이의 이름을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서명훈이 상체를 앞으로 기울였다.

"혹시 아이들이 뭐라고 하면 먼저 저한테 알려 주십시오. 사정을 모르고 듣는 것하고는 다르니까."

"어떤 사정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시설을 운영하는 쪽도 이야기를 해야죠. 선생님은 밖에서 도와주시는 분이니까 잘 모르실 수도 있고."

방문자가 조금 고개를 들었다. 모자 아래 눈은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문을 열어 주면 없던 일이 됩니까?"

지후의 메모 소리가 통화 너머에서 멎었다. 도윤은 손을 마우스에서 뗐다. 서명훈이 보여 주려던 이 분 무렵을 지나고 있었다.

방문자가 말을 이었다.

"제가 시킨 일은 아니지요."

"누가 시켰다고 한 게 아닙니다. 저는 그냥 그쪽에서도 알고 계셔야……."

서명훈의 말이 작아졌다. 방문자는 서류봉투의 접힌 입구를 손끝으로 눌렀다. 길게 문지르지는 않았다. 접힌 선을 한 번 누른 뒤 손을 뗐다.

"기록은 남는다."

낮은 목소리가 스피커에서 나왔다.

첫 두 어절 사이에 짧은 틈이 있었다. 끝은 낮게 내려앉았다. 도윤은 문장 끝에 펜을 놓았다. 누군가에게 외우라고 시키는 말 같았지만 화면 속 서명훈은 고개만 끄덕였다.

그 뒤로 낮은 기계음만 들렸다.

"이제 끄셔도 됩니다."

방문자가 말했다.

서명훈은 곧바로 움직이지 않았다. 방문자의 무릎에서 봉투가 들렸다가 내려갔다. 의자에서 일어나는 움직임은 없었다.

마침내 서명훈의 손이 다가왔다. 화면이 기울어 천장 쪽을 훑었다. 얼굴을 찾을 틈도 없이 영상이 끝났다.


"이 사람을 후원자라고 부르셨습니다."

지후가 영상의 첫 인사 위치를 적은 종이를 놓았다. 변호인과 함께 다시 조사에 응한 서명훈은 종이를 보지 않았다. 관할 형사가 권리와 진술 의사를 확인한 뒤였다.

"시설에 물건도 보내 주고 그랬어요."

"직접 받으셨습니까?"

"직원들이 받았죠. 나는 인사하고."

"이 사람 이름으로 들어온 기록이 있습니까?"

서명훈은 안경 다리를 폈다가 접었다.

"이름 대신 그렇게 부르라고 했습니다. 관찰자라고. 애들 잘 지내나 본다는 뜻인 줄 알았어요."

도윤은 자료실에서 후원자라는 표제 밑에 원장 호칭이라고 적었다. 백야재단 명단을 화면 옆으로 끌어오려다가 멈췄다. 영상에는 재단 이름이 나오지 않았다.

지후는 촬영 장소를 물었다.

"새봄 제 방입니다. 문 닫기 전이고. 날짜는 찾아봐야겠어요."

"왜 찍었습니까?"

"그 전에 왔을 때 지하에 둔 아이들 이야기를 먼저 했어요. 다음에도 그러면 무슨 말을 하는지 남겨야겠다 싶었습니다. 휴대폰을 서류꽂이 옆에 세웠어요. 들어오면 얼굴도 찍힐 줄 알았죠."

"미리 촬영한다고 알렸습니까?"

"아니요."

지후는 영상 끝의 정지 화면을 놓았다. 손바닥 하나가 화면 대부분을 가리고 있었다.

"이 손은 본인입니까?"

"예. 끄라고 해서 껐습니다."

"촬영하는 걸 안다는 생각은 언제 했습니까?"

서명훈은 한동안 화면을 봤다.

"저 말을 할 때요. 끄라고 했을 때."

도윤은 의자를 옮긴 장면의 시각을 적었다. 상대가 처음부터 촬영을 알았는지까지 원장의 답으로 정할 수는 없었다.

"끝난 뒤에 무슨 말을 했습니까?"

"잘 기억이 안 납니다."

지후가 종이를 당겼다. 서명훈의 손이 그 위에 올라왔다.

"제가 찍었다니까요. 그 사람이 시킨 게 아니잖아요. 찍힌 말에도 있잖습니까."

"그 사람이 그렇게 말한 건 들었습니다. 그 말로 원장님이 잠근 이유까지 설명되지는 않습니다."

지후가 손 아래 눌린 종이를 놓아줬다.

"아이들 이야기를 먼저 본인에게 알려 달라고 하셨습니다. 무슨 이야기를 걱정하셨습니까?"

"나도 억울한 말은 들으면 안 되니까."

"아이들이 밖에 말하는 걸 막으려고 했습니까?"

변호인이 낮게 이름을 불렀다. 서명훈은 잠시 상의한 뒤 그 질문에는 답하지 않겠다고 했다. 관할 형사가 다음 항목으로 넘어가도 되는지 확인했다. 원장은 보관 경위에는 답하겠다고 했다.

그는 휴대폰을 바꾸기 전에 집 컴퓨터로 옮겼고 나중에 다른 영상들과 함께 외장 장치에 넣었다고 설명했다. 지후가 경찰이나 다른 기관에 낸 적 있는지 묻자 없다고 했다.

"없애지는 않았어요."

원장이 말했다.

"내가 영상을 갖고 있다고 알리면 그 사람도 나한테 함부로 못 할 테니까."

"실제로 가지고 있다고 알렸습니까?"

서명훈은 고개를 저었다.

지후는 더 큰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서명훈은 안경을 쥔 채 대답을 기다렸지만 다음 질문은 한동안 나오지 않았다.

최근 직접 받은 위협이나 연락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답은 나오지 않았다. 도윤은 준서에게 이 얼굴을 보여 주면 알아볼지 생각했다가 연락 목록을 닫았다.

더 이야기하지 않겠다던 준서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먼저 확인할 기록들이 있었다. 준서에게 다시 기억을 찾아 달라고 하기 전에 그 일부터 해야 했다.


조사 연결이 끝난 뒤 해진이 영상의 마지막 부분을 다시 열었다.

"얼굴 말고 확인할 것은요?"

도윤은 벽과 출입문이 함께 나온 화면을 골랐다.

"장소부터요. 원장 설명과 맞는지 옛 시설 사진을 대조할 수 있습니다. 방문 기록과 후원 접수도 보고요."

"날짜 범위를 먼저 잡죠. 기록이 남았는지도 확인하고."

해진은 관할에 촬영 기기·이전 컴퓨터와 파일 이동 경위를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분석 담당자는 복사한 파일이 인수 뒤 달라지지 않았다는 확인과 촬영 당시부터 손대지 않았다는 확인은 다르다고 답했다. 음성과 영상의 연결도 더 살펴야 했다.

지후가 자료실로 돌아왔다. 종이봉투에서 아직 따뜻한 빵을 꺼내 도윤 책상에 놓았다.

"얼굴 하나 나오면 빨라질 줄 알았는데."

"카메라 앞에 앉긴 했습니다."

"찍히는 자리는 비켜 앉았지."

지후가 의자를 당겼다. 그 소리에 셋 다 잠깐 화면을 봤다. 도윤은 소리를 끄지 않았다.

"자기가 남을 찍는다고 생각했겠죠."

지후가 말했다.

도윤은 서명훈의 손이 렌즈를 덮는 마지막 장면으로 돌아갔다. 상대가 하라는 대로 촬영을 끝낸 손이었다. 그 앞에는 스스로 문을 잠갔다고 말한 목소리도 남아 있었다.

"이제 원장이 고른 부분만 듣지는 않을 겁니다."

그는 검토표에 아이들의 말을 먼저 전달해 달라고 요청한 시각을 추가했다. 촬영 시기와 방문자를 확인할 단서 옆에 두었다. 후원자의 이름을 찾는 일이 잠긴 문 안의 사람을 지우게 할 수는 없었다.

도윤은 빵 봉투를 옆으로 밀고 음성 구간의 위치를 적었다. 지후가 손가락으로 봉투를 다시 당겨 주자 한 조각을 떼었다.

"속도 그대로 들을 수 있습니까?"

"지금도 원래 속도야."

"그대로 한 번만 더요."

해진은 그의 얼굴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도윤은 어지러운 것이 아니라고 먼저 말했다. 화면을 내려놓고 듣고 싶었다.

마우스를 눌렀다.

기록은.

짧게 멎었다가 마지막 말이 낮아졌다.

남는다.

도윤은 문장이 끝난 뒤에야 시각 옆에 작은 표시를 했다. 얼굴이 가려져도 이 끝은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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