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현장의 마지막 1분을 재생합니다

23화: 시키지 않은 일
"원장님한테 물어보시면 되잖아요."
장혜숙은 무릎에 얹은 가방을 끌어안았다. 옛 새봄의 근무 기록에서 연락처를 찾아 면담을 요청한 지 사흘 만이었다. 당시 생활지도원이었던 그녀는 낡은 수첩을 가져왔지만 책상에는 놓지 않았다.
자료실의 도윤은 영상 화면 옆에 편지 사진을 뒤집어 뒀다. 지후가 그녀에게 먼저 보여 준 것은 재직 기간이 적힌 종이뿐이었다.
"선생님이 보신 일을 묻고 있습니다."
"지하는 벌주는 곳이라고 부르진 않았어요. 진정할 때까지 내려보내는 거였지."
"안에 있는 아이를 직접 본 적이 있습니까?"
장혜숙은 수첩의 고무줄을 벗겼다. 관할 형사가 제출할 자료와 말하기 어려운 부분을 구별해도 된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급여 입금 자료를 한 장 꺼냈다. 수첩의 근무 시기와 맞춰 보라고 가져왔다고 했다.
지후는 그녀의 제출 의사를 확인한 뒤 수첩을 폈다. 퇴근 시각 옆에 작은 글씨가 있었다.
준서 저녁 지하. 원장 인계.
"식판을 내려놓으러 갔어요. 안에서 소리가 나서 누구냐고 했더니 준서라고."
"그때 얼굴도 봤습니까?"
"나중에요. 원장님이 와서 열었을 때."
"어떻게 열었습니까?"
장혜숙이 오른손을 옆으로 밀었다.
"위에 쇠로 된 걸 빼고요. 준서가 나왔어요. 밥은 위에서 먹인다고 저보고 올라가라고 했고."
도윤은 그녀가 말한 순서대로 적었다. 목소리로 답한 이름. 빗장을 움직인 손. 문에서 나온 준서.
"수첩은 왜 남겨 두셨습니까?"
"시간외 근무를 빼고 계산해서요. 나중에 또 그러면 보여 주려고."
그녀는 자기 월급 숫자가 적힌 쪽을 접었다. 지후가 종이를 억지로 펴지 않고 관련 부분의 제출 범위를 확인했다. 낡은 수첩에는 날짜가 있었다. 준서가 말하지 못한 날짜 칸을 채울 수 있을 것 같았다.
도윤은 편지 옆으로 펜을 옮겼다가 멈췄다. 장혜숙이 본 날과 편지를 쓴 날이 같다는 말은 누구도 하지 않았다.
"준서가 뭐라고 하던가요?"
"기억 안 나요. 울었던 건 같은데."
"그 부분은 확실하지 않다고 남기겠습니다."
장혜숙은 가방 지퍼를 두 번 당겼다.
"내가 잠근 건 아니에요."
도윤은 바로 다음 질문을 하지 못했다. 그녀는 문이 열리는 모습까지 기억했다. 수첩에는 아이를 원장에게 넘겼다는 말만 남겨 뒀다.
그는 준서가 왜 편지를 누나에게 쓰려 했는지 조금 알 것 같았다.
그는 편지 날짜를 비워 둔 채 새 진술에 번호를 붙였다.
다음 날 자발 출석한 서명훈은 지하 문 사진을 보자 안경을 벗었다.
"저기 아직 그대로예요?"
관할 형사는 새봄에서 있었던 감금 혐의를 조사한다고 알리고 권리를 고지했다. 변호인이 옆에서 사진을 확인한 뒤 서명훈은 답하겠다고 했다. 지후가 사진을 그의 정면에 놓았다.
"아이를 저 방에 둔 적 있습니까?"
"진정시킬 필요가 있을 때는요. 위에는 다른 아이들도 있었으니까."
"밖에서 잠갔습니까?"
"잠깐입니다."
도윤은 자료실 마이크를 켰다.
"안에 있던 아이가 나가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 했습니까?"
"불렀겠죠. 바로 위층에 사람이 있는데."
"직접 안에서 열 수는 없었습니까?"
서명훈이 안경 다리를 접었다. 한쪽만 접힌 채 손안에 멈췄다.
지후가 장혜숙의 목격 날짜를 읽고 당시 준서가 나온 경위를 물었다. 서명훈은 그녀가 생활을 잘 모르는 늦은 근무자였다고 답했다.
"아이들이 어떤 상태로 들어오는지 알아요? 밖으로 나가면 더 위험한 애들이에요."
"그날 준서 씨가 밖으로 나가려 했습니까?"
"날짜 하나 대고 그걸 어떻게 기억하라는 겁니까."
관할 형사는 편지의 발견 위치와 준서의 본인 확인 진술을 설명한 뒤 사본을 놓았다. 서명훈은 첫 줄보다 끝의 이름을 먼저 봤다.
"애들은 혼나면 이런 걸 씁니다."
"무엇 때문에 혼냈습니까?"
답이 없었다. 변호인이 서명훈에게 낮게 말했고 그는 더 답하지 않겠다고 했다. 관할 형사는 질문을 멈췄다. 지후는 서명훈이 문을 나갈 때까지 앉아 있었다.
화면이 꺼진 뒤에도 도윤은 편지를 닫지 못했다.
"기억이 없다는 사람한테 기억을 만들어 주진 맙시다."
해진이 말했다. 그녀는 장혜숙의 수첩과 준서의 보호 이력에 서로 다른 표시를 했다. 관할은 준서의 당시 나이와 목격 날짜를 보호 기록에 대조했다. 적용할 법률과 처벌 가능 기간에 관한 검토를 마친 뒤 추가 조사 일정을 잡았다.
그 뒤 일정 협의를 거쳐 통지한 두 차례의 추가 출석에 서명훈은 나오지 않았다. 첫날에는 전화도 받지 않았고 다음 약속 때도 불참 사유가 오지 않았다. 변호인에게 재협의를 요청했지만 의뢰인과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답이었다.
관할은 편지와 잠금 구조, 독립 목격과 근무 자료에 출석 통지·불응 경위를 붙여 체포영장을 신청했다.
며칠 뒤 영장 발부 소식이 왔다. 집행에 나서는 아침 지후가 자료실 문을 열었다.
"다녀와서 연락할게."
도윤은 앉은 자리에서 조사 질문지를 보냈다.
안에 임준서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까.
현관 안에서 서명훈의 목소리가 났다.
"변호사 오면 가겠다니까요."
관할 형사가 신원을 확인하고 열린 문 앞에서 체포영장을 제시했다. 새봄에서 임준서를 감금한 혐의와 권리를 설명했다. 지후는 한 걸음 뒤에서 서명훈의 손을 봤다.
그 손이 안경을 찾아 가슴 주머니를 더듬었다.
"잠깐 문 닫은 걸 가지고 집까지 와요?"
"영장 내용 확인하십시오."
형사가 기다렸다. 서명훈은 종이 위를 훑다가 복도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웃집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그제야 목소리가 작아졌다.
"사람들 보잖아요."
지후는 이웃에게 통로를 비켜 달라고 말했다. 서명훈에게도 외투를 걸칠 시간을 줬다. 체포 시각을 기록한 형사가 변호인 연락을 진행했고 지후는 그를 따라 계단으로 내려갔다.
자료실로 집행 완료 연락이 온 것은 조금 뒤였다. 도윤은 새봄 조사철 표지에 시각을 적었다. 다온상가 조사철은 그 옆에 따로 놓여 있었다.
준서에게는 담당 형사가 의료진에게 통화 가능 여부를 확인한 뒤 짧게 수사 소식을 들어도 되는지 물었다. 도윤이 연결되자 그는 침대 머리맡에 앉아 있었다. 누나는 통화 밖에 있었다.
"서명훈 씨가 체포됐습니다. 새봄에서 준서 씨를 가뒀던 일로 조사하고 있습니다."
준서는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 상가도 그 사람이에요?"
"그건 아직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준서는 손에 쥔 종이 모서리를 눌렀다. 준서가 요청해 담당자가 출력해 준 편지 사진이었다. 종이는 화면에서 봤을 때보다 작아 보였다.
"이제 만나야 해요? 그 사람을."
"체포됐다고 만나셔야 하는 건 아닙니다. 필요한 확인이 있으면 먼저 설명드리겠습니다."
"내가 왜 썼는지 또 물어보면요."
도윤은 서명훈이 편지에 했던 말을 옮기지 않았다.
"이미 말씀하신 내용은 기록에 있습니다."
준서는 종이를 접지 않고 침대 옆에 내려놓았다.
"오늘은 더 안 할래요."
"알겠습니다."
연결을 끊은 뒤 도윤은 준서에게 물으려던 추가 질문을 오늘 연락 목록에서 뺐다. 빈칸을 보고 나서야 물을 마셨다.
서명훈은 변호인이 도착한 뒤 다시 조사에 응했다.
자료실 화면에 잡힌 서명훈은 셔츠 차림이었다. 빈 의자 등받이에 손을 뻗었다가 거뒀다. 관할 형사가 권리와 진술 의사를 확인했다. 지후는 같은 질문을 꺼냈다.
"안에 임준서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까?"
"알았어요. 내가 내려보냈으니까."
"나오지 못하게 밖에서 잠근 겁니까?"
서명훈은 한 번 입술을 핥았다.
"말을 들으면 열어 주려고 했습니다. 겁만 주면 될 줄 알았어요."
지후의 펜이 멎었다. 잠깐이었다. 그는 답변을 마저 적고 얼굴을 들었다.
"왜 잠그기로 했습니까?"
"내가 판단한 겁니다. 그 사람이 시킨 게 아니에요."
도윤은 손에 든 물컵을 내려놓았다. 아직 질문에는 다른 사람이 없었다.
"그 사람은 누구입니까?"
서명훈은 조사실 문을 봤다. 손가락이 책상 가장자리를 붙잡았다.
"관찰자요. 그렇게 부르라고 했어요."
지후가 호칭을 그대로 적었다.
"언제 어디서 만났습니까?"
"시설로 왔어요. 지하에 애들을 두는 것도 알고 있었고. 그런데 시킨 건 아니에요. 제발 그건 똑바로 적어 주세요."
그는 지후가 쓰는 종이를 들여다보려고 몸을 내밀었다. 변호인이 팔을 잡아 앉혔다. 도윤은 관찰자라는 글자 옆에 사람 이름을 쓰지 않았다.
"그렇게 적히는 게 왜 걱정되십니까?"
서명훈은 대답 대신 물을 달라고 했다. 종이컵을 두 손으로 받았는데 입에 닿기 전에 가장자리가 접혔다. 물이 손가락 사이로 흘렀다.
"그 사람이 시켰다고 내가 떠넘기면……."
말이 끊겼다. 해진이 관할 형사에게 현재 협박을 받은 일이 있는지 구분해 달라고 메모를 보냈다. 원장의 공포가 실제 위해 예고를 증명하지는 않았다.
서명훈은 최근 연락에는 답하지 않았다. 변호인과 따로 상의하고 싶다고 했다. 연결이 잠시 끊어졌고 도윤은 마이크를 껐다.
재개됐을 때 책상에 새 제출 목록이 놓여 있었다.
"집에 저장장치가 있습니다. 변호사님이 가져오게 하겠습니다. 어디 있는지는 말씀드릴게요."
"무엇이 들어 있습니까?"
"그 사람 영상이요."
그는 문 쪽을 한 번 더 봤다.
"제가 먼저 찾아간 게 아니에요. 그쪽이 찾아왔다는 건 남겨야겠습니다."
서명훈은 목록을 당겼다. 소형 외장 저장장치 하나. 그는 물품 설명 아래 자기 집 주소와 보관 위치를 썼다. 관할 형사는 실제 인수 때 상태와 제출 범위를 확인하겠다고 설명했다. 아직 경찰 손에 들어온 물건은 없었다.
"그 안에 제 모습도 나옵니다. 그것까지 빼면 안 되겠죠."
지후가 답했다.
"받은 자료는 원래 상태로 보존합니다."
서명훈은 펜을 내려놓았다. 펜을 놓고도 손끝의 떨림이 멎지 않았다.
도윤은 누가 무엇을 찍었는지부터 물으려 했다. 서명훈이 먼저 화면 쪽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 사람이 저를 찍은 게 아닙니다."
그는 자기 이름 아래 손바닥을 눌렀다.
"제가 찍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