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현장의 마지막 1분을 재생합니다

22화: 이름을 부르는 쪽
별은 문 위에 남아 있었다.
가운데 것은 은박이 벗겨졌고 양옆 것은 끝이 말렸다. 지후가 보낸 사진에서 도윤은 계단 마지막 단부터 문틀까지 천천히 내려다봤다. 준서가 그린 별과 같은 순서로 세 개였다.
옛 새봄 건물은 작은 자재업체의 보관소가 돼 있었다. 관할이 확인한 현재 소유자는 임대한 공간이 없으며 지하는 비워 뒀다고 했다. 다음 날 오전 그는 경찰의 출입과 눈으로 살피며 촬영하는 데 동의했다. 계단과 바닥을 확인한 뒤 지후가 관할 형사를 따라 내려갔다.
자료실의 도윤에게 통화가 연결됐다.
"방은 하나야. 문은 열려 있고."
카메라가 낮아졌다. 문 바깥에 네모난 걸쇠가 붙어 있었다. 빗장은 없었지만 문틀의 고리는 남았다. 안쪽 손잡이에는 열쇠 구멍이 없었다.
"저건 원래 있었어요. 나는 지하는 안 썼고."
소유자가 말했다. 관할 형사가 건물을 넘겨받은 시점과 수리 내역을 물었다. 폐원 뒤 매입했다는 답과 함께 위층 바닥만 고쳤다는 설명이 돌아왔다.
지후는 문을 닫지 않고 방 안쪽에서 촬영했다. 맞은편 벽에는 선반 자국이 있었다. 문 아래 철판 모서리가 조금 벌어져 그 사이로 누런 종이 끝이 보였다.
"철판 뒤에 종이가 끼어 있어. 손은 안 댔어."
도윤이 화면을 가까이 당겼다. 글자는 보이지 않았다.
해진이 관할 형사에게 말했다.
"위치부터 남겨 주세요. 안에 든 것까지 확인할 근거는 따로 갖추죠."
지후는 문 아래와 별이 한 화면에 들어오도록 뒤로 물러났다. 소유자는 쓰레기라면 치워도 된다고 했지만 관할 형사는 그대로 두어 달라고 요청했다.
도윤은 공책 가사를 띄웠다. 별 셋 아래. 두 번 쉬고 한 번 더.
번호를 누르는 장치도 음성을 듣는 기계도 보이지 않았다. 있는 것은 밖에서 잠글 수 있었던 문이었다.
"두드리는 순서일 가능성입니다."
지후가 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열어 달라는 신호?"
도윤은 마지막 줄에 커서를 놓았다.
"답하는 쪽이 안에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는 문을 두드려 보라고 하지 않았다. 빈방에서 소리가 난다고 오래전 약속까지 들을 수는 없었다.
준서는 별 사진만 보겠다고 했다.
의료진이 허용한 시간 안에 관할 형사가 연결을 준비했다. 누나는 침대 옆에 앉았고 도윤은 문 아래 종이가 찍힌 부분을 가렸다. 해진이 현장을 확인했으며 원하면 사진을 볼 수 있다고 설명하자 준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진이 뜨자 준서는 가운데 별부터 봤다.
"저거 손 닿는 애들이 자꾸 떼려고 했어요."
그의 손이 화면을 향하다 멈췄다.
"아직 붙어 있네."
도윤은 그가 눈을 떼기를 기다렸다가 공책의 세 줄을 옆에 놓았다.
"이 말을 어떻게 썼는지 더 생각나는 게 있습니까?"
"앞에서 두 번. 조금 있다가 한 번 더요. 그러면 안에서 이름을 말했어요."
"누구 이름을요?"
"자기 이름. 누구 들어갔는지 알아야 하니까."
누나의 손이 침대 난간에서 멎었다. 도윤은 문이 잠겼느냐는 질문을 삼켰다.
"누가 안에 있었습니까?"
"나도 있었어요. 밖에서 두드리면 준서라고 했어요. 그냥 소리 지르면 아무도 대답 안 했는데 그렇게 하면 대답해 줬어요."
화면에서 준서의 어깨가 올라갔다. 그는 숨을 내쉰 뒤 말을 이었다.
"선생님이 치는 거랑 다르게 하자고. 누가 먼저 정했는지는 생각 안 나요. 가사는 외우려고 붙였고."
도윤은 공책 밑에 문 두드림 신호라고 적었다. 별 아래에서 두 번 두드리고 쉬었다가 한 번 더. 안에 있는 아이가 자기 이름을 말하는 약속이었다.
"지금 해 봐야 해요?"
준서가 물었다. 손가락이 담요 위에서 굽었다.
"아니요. 말씀하신 대로 남겼습니다."
준서가 손을 폈다. 도윤은 종이 사진을 보여 주기 전에 말을 골랐다.
"문 안쪽 아래에 종이로 보이는 것이 있습니다. 아직 꺼내지 않았습니다. 관련해서 기억나는 게 있습니까?"
준서가 눈을 들었다.
"철판 뒤요?"
도윤이 위치를 확인해 주자 준서는 입술을 눌렀다.
"누나한테 썼어요. 나가면 주려고 넣었는데 나올 때 못 빼서."
누나가 이름을 불렀다. 준서는 대답 대신 문 아래 사진을 보겠다고 했다. 누런 끝을 오래 바라보던 그가 물었다.
"아직 있으면 꺼내 주세요. 내가 쓴 건지 보고 싶어요."
통화가 끝나기 전 도윤은 확인되면 본인에게 먼저 알리겠다고 했다. 준서는 더 기억나는 날짜를 내놓지 못했다. 도윤은 그를 기다리게 하지 않고 질문지를 덮었다.
관할은 문 틈의 종이 사진과 준서의 진술을 묶어 지하의 잠금 구조 및 관련 자료에 대한 수색 영장을 신청했다. 발부받아 다시 들어간 것은 이틀 뒤였다.
그동안 소유자는 지하에 사람을 들이지 않았다고 했다. 담당 형사는 그 말과 첫 촬영 때의 상태를 나눠 기록했다. 문과 그 안의 자료를 확인할 범위를 짚은 뒤 감식 담당자가 철판을 살폈다.
지후는 문이 흔들리지 않도록 받친 작업대 옆에 섰다. 철판을 무리하게 벌리면 끼인 종이까지 찢어질 것 같았다. 담당자는 나사와 판의 상태를 찍고 아래에 넓은 받침을 댔다.
마지막 나사가 빠지자 철판 뒤 먼지가 가느다랗게 떨어졌다.
접힌 종이가 나왔다. 빛이 닿지 않았던 면은 드러난 끝보다 밝았다. 비닐에 한 번 싸여 있었고 입구를 접어 넣은 자리에 모래 같은 먼지가 쌓여 있었다.
"여기서는 펴지 않겠습니다."
담당자가 말했다. 지후는 글씨를 보려고 몸을 기울였다가 물러났다. 문 안쪽에는 손가락이 들어갈 정도의 틈이 있었지만 바깥에서는 철판 모서리가 보이지 않았다.
도윤이 자료실에서 받은 첫 사진은 편지 내용이 아니라 수거 위치였다. 문 앞의 별과 안쪽의 틈이 별도 번호로 남아 있었다. 공책에 붙은 관리번호와 섞이지 않게 그는 새 목록을 열었다.
오후 늦게 보존 작업을 거쳐 펼친 사진이 왔다.
누나.
첫 줄은 크게 썼다가 지운 흔적이 있었다. 그 아래에서는 글씨가 작아졌다.
나 또 밑에 있어. 원장 선생님이 잠갔어. 내가 먼저 잘못했다고 하면 올려보내 준대. 근데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어.
도윤은 스크롤에서 손을 뗐다. 해진도 화면을 읽고 있었다.
두 번 하고 쉬고 한 번 더 하면 나야. 밖에서 해 줘. 그럼 나 이름 말할게. 누나 오면 내가 여기 있는지 먼저 물어봐 줘.
마지막에는 임준서라고 적혀 있었다. 날짜는 없었다.
지후가 전화를 걸었다.
"공책 글씨하고 닮았지?"
"본인 확인부터 받겠습니다."
도윤은 두 사진을 나란히 놓으려던 손을 멈췄다. 준서에게 보낼 것은 감정 결과가 아니라 발견한 종이였다.
해진이 관할에 전체 사진과 수거 경위를 함께 보존해 달라고 말했다. 빗장이 남지 않은 문만으로 누가 언제 잠갔는지는 알 수 없었다. 종이에 적힌 말도 확인해야 했다.
도윤은 마지막 문장을 다시 읽었다. 누나가 오면 꺼내 달라는 말보다 먼저 자기 있는 곳을 물어 달라고 썼다.
밖에서 이름을 불러 줄 사람이 필요했던 아이였다.
준서는 누나가 함께 봐도 된다고 했다.
도윤은 발견 장소부터 알렸다. 철판 뒤에서 나온 접힌 종이이며 아직 작성 시점은 모른다고 말했다. 준서는 설명을 다 듣고 사진을 보내 달라고 했다.
관할 형사가 침대 옆 기기에 사진을 띄웠다. 준서는 화면을 자기 쪽으로 돌려 첫 줄부터 읽었다. 누나는 몸을 가까이하지 않았다.
한참 뒤 준서가 말했다.
"제가 쓴 거예요. 여기 먼저 쓴 누나는 너무 커서 지웠어요. 뒤에 쓸 데 없을까 봐."
"숨겨 둔 기억도 있습니까?"
"종이 구겨지는 소리 나면 뺏길까 봐 비닐째 밀어 넣었어요. 나갈 때는 원장 선생님이 앞에 서 있었고."
도윤은 질문을 잠깐 멈췄다. 준서가 계속 말하겠다고 고개를 들었다.
"혼자였습니까?"
"그날은 혼자였어요. 밥 먹으라고 올라갔어요. 문은 원장 선생님이 열어 줬고."
도윤이 당시 원장 이름을 묻자 준서가 답했다.
"서명훈이요."
얼마나 오래 있었는지와 몇 번이었는지는 말하지 못했다. 도윤은 자신이 본 것과 문 너머에서 들은 것을 구별해 물은 뒤 오늘은 여기까지 해도 된다고 말했다.
누나가 물컵을 들었다가 내려놨다.
"그때 내가 갔을 때 너 자고 있다고……."
그녀는 말을 마치지 못했다. 준서가 화면을 누나 쪽으로 돌렸다.
"그날인지 몰라. 누나 온 날 다 기억하는 건 아니야."
"나한테 줬으면."
"못 줬다니까. 그래서 여기 있잖아."
조금 날카롭게 나온 말에 둘 다 입을 다물었다. 도윤은 다른 질문을 찾지 않았다. 화면 속에서 준서가 기기를 누나 앞으로 더 밀었다.
"지금 읽어."
누나는 사진을 아래로 내리지 않고 첫 줄로 돌아갔다. 준서는 기기를 붙잡던 손을 무릎에 내려놓고 기다렸다.
잠시 뒤 누나가 고개를 들었다.
"읽었어."
준서의 손이 화면에서 떨어졌다.
도윤은 원본은 확인 때문에 보관해야 하지만 사진을 받을 방법은 담당자가 안내하겠다고 말했다. 준서는 날짜까지 기억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지금 모르는 날짜를 채우실 필요는 없습니다. 다른 기록과 확인하겠습니다."
준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통화를 마친 뒤 도윤은 질문지 위에 있던 날짜 칸을 비워 뒀다. 대신 서명훈이 직접 문을 열었다는 진술 옆에 오늘 기록의 번호를 붙였다.
해진은 관할 형사에게 전화했다. 편지와 잠금 구조 사진, 본인 확인 진술을 보내고 당시 근무·생활 기록을 확보할 절차를 협의했다. 도윤은 다온상가 감금 진술을 그 묶음에 합치지 않았다. 아직 같은 사람이 두 문을 잠갔다는 근거는 없었다.
지후가 자료실로 돌아와 서명훈의 기존 면담지를 펼쳤다.
"이 사람한테는 물어야겠네."
돌려준 물건도 가 본 창고도 없다고 말하던 얼굴이 도윤에게 떠올랐다. 그는 기존 질문의 마지막 장을 넘겼다.
지후가 새 종이 맨 위에 썼다.
새봄 지하 문을 누가 잠갔습니까.
도윤은 그 밑에 한 줄을 보탰다.
안에 누가 있는지 알고 있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