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현장의 마지막 1분을 재생합니다

21화: 두 번 쉬고 한 번 더
지후는 입금보다 출금부터 찾았다.
서명훈에게 자료를 요청한 지 사흘째였다. 변호인이 가져온 봉투에는 은행에서 발급받은 거래내역과 오래된 영수증 사본이 들어 있었다. 관할 형사가 제출 범위를 확인하는 동안 지후는 계좌 명의와 마지막 페이지를 번갈아 봤다.
명의는 서명훈이었다. 폐원 한 달 전부터 이후 일 년까지. 그 뒤의 거래는 없었다.
"먼저 낸 돈을 증명하시겠다는 거죠?"
"의뢰인이 가지고 있는 정산 자료입니다. 없는 자료까지 만들어 드릴 수는 없고요."
변호인이 말했다. 지후는 봉투의 자료 목록에 서명을 받은 뒤 사본을 자료실로 보냈다.
화면 앞의 도윤은 영수증을 확대했다. 다온상가 주소 아래 육십만 원과 보관료라는 글씨가 있었다. 납부자 칸에는 서명훈이 적혀 있었다. 해당 날짜의 계좌 출금은 현금 인출이었다.
"찾은 돈이 그 돈인지는 더 봐야겠네요."
해진은 영수증 발급자 확인을 관할에 부탁했다. 도윤은 닷새 뒤의 입금으로 옮겼다. 육십만 원. 지원 명단의 금액과 맞았다. 하지만 입금 적요에 찍힌 글자는 재단 이름이 아니었다.
보관.
지후가 다음 장을 넘기는 소리가 들렸다.
"뒤에도 있어."
폐원 석 달 뒤 이십만 원. 다시 석 달 뒤 같은 금액. 그다음에도 한 번 더 있었다. 적요는 세 번 모두 같았다.
도윤은 폐원 날짜에 자를 댔다. 처음 육십만 원은 자 위에 있었고 세 줄은 아래에 있었다.
"끝났다는 시점 뒤에도 받았네요."
"그 기간 안에서는요."
해진이 마지막 장을 당겼다.
"누가 보낸 건지는 이 글자로 정하지 맙시다."
도윤은 백야재단이라고 쓰려던 칸을 비웠다. 돈을 받은 서명훈의 계좌는 찾았다. 보낸 사람의 칸은 여전히 비어 있었다. 시설 정산철 밖의 통장에 폐원 뒤 날짜가 남아 있었다.
지후는 자료를 다시 모았다.
"상대 계좌 확인은 관할하고 진행할게. 이 세 건도 먼저 물어보고."
도윤의 옆 화면에 병원 연락이 떴다. 준서는 짧게 노래 이야기를 해도 된다고 했다. 의료진이 허용한 시간을 해진이 확인했다. 도윤은 은행 자료를 닫았다. 병실에 가져갈 질문은 따로 있었다.
"틀리면 어떡해요?"
준서는 인사를 마치자마자 물었다.
도윤은 책상 위의 빈 종이를 화면에 보였다. 미리 찾아 놓은 노래 제목도 가사도 없었다.
"생각나지 않는 곳은 비워 두겠습니다."
누나는 침대 옆에서 귤껍질을 벗기고 있었다. 준서가 입술을 달싹이다가 그녀를 봤다.
"누나 앞에서 불렀나? 그 노래."
"어떤 건지 아직 모르겠어."
그녀는 먼저 흥얼거리지 않았다. 준서가 담요에 손가락을 두드렸다. 두 번을 잇다가 멈추고 한 번을 더 쳤다. 목에서 낮은 소리가 나왔다. 길지 않았다.
도윤은 그 끝을 이어 부르지 않았다. 잠깐 뒤 준서가 먼저 말했다.
"뒤는 자꾸 다른 노래하고 섞여요."
"방금 부분은 어디에서 부르던 기억입니까?"
"새봄에서요. 어릴 때. 거기서는 말도 붙여서 불렀어요. 별 셋 아래……. 그다음이 두 번 쉬고."
도윤은 두 구절 사이를 띄웠다.
"상가에서 들었을 때도 그 말이 있었습니까?"
"아니요. 그때는 음, 음 하는 것만. 말은 지금 생각난 거예요."
관할 형사가 준서의 동의를 받아 남기는 면담 기록에 구분을 적었다. 도윤도 어린 시절 가사라는 제목을 붙였다.
"그런데 내가 그렇게 불렀나 모르겠어요. 원래 노래를 틀리게 배웠을 수도 있고."
준서가 담요를 문질렀다. 손톱 끝에 새 살이 올라와 있었다.
도윤은 기록을 뒤집지 않은 채 기다렸다. 준서의 눈이 종이 쪽에 머물렀다.
"공책 뒤에 썼어요. 가사 까먹지 말라고. 앞에는 글씨 연습하고 뒤는 마음대로 써도 됐거든요."
누나가 귤 한 조각을 내려놓았다.
"그건 내가 못 봤어."
"내가 보여 준 데만 봤잖아."
준서의 입꼬리가 조금 움직였다. 곧 화면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거 찾아봐 주실 수 있어요? 제가 쓴 거."
도윤은 관할 형사와 확인한 뒤 고개를 끄덕였다.
"확보한 공책에서 확인하겠습니다."
"사진 먼저 보면 다 기억나는 줄 알고 말할 것 같아서요. 지금 말한 것도 남겨 주세요."
"남겼습니다. 다른 말로 바꾸지 않겠습니다."
준서는 누나가 놓은 귤을 집었다. 연결을 마치기 전 도윤은 공책 반환은 아직 날짜를 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준서는 사진이라도 부탁한다고 했다.
화면이 꺼지자 도윤은 어린 시절 가사 밑에 오늘 날짜를 썼다. 그 아래 비워 둔 줄에는 물음표도 붙이지 않았다. 준서가 말하지 못한 것을 다음 질문으로 몰아세우고 싶지 않았다.
그는 노래 검색창 대신 관할에 보낼 확인 요청을 열었다.
오후 면담실에서 서명훈은 거래내역을 한 장씩 떼어 놓았다.
변호인이 옆에 앉아 있었고 관할 형사는 면담과 답변 의사를 확인했다. 지후가 폐원 이후 세 건에 표시한 사본을 밀었다. 자료실의 도윤에게도 서명훈의 손이 보였다.
"여기 육십만 원까지는 정산하신 돈이라고 설명하셨습니다. 뒤의 세 건은 무엇입니까?"
"그것도 보관료죠."
"직접 내신 영수증은 있습니까?"
서명훈은 처음 낸 사본을 들었다. 지후는 그 종이를 빼앗지 않고 날짜만 짚었다.
"이건 폐원 전입니다."
서명훈의 손이 내려갔다.
"남은 짐이 있으니까 준 거예요. 없어질 때까지 책임은 제가 지라고 했으니까."
"누가 그렇게 말했습니까?"
"정산하던 사람이요."
"이름은요?"
서명훈은 변호인에게 몸을 기울였다. 잠시 둘이 낮게 말하는 동안 지후는 의자에 등을 붙였다. 도윤도 마이크를 껐다. 답이 나오기 전까지 방 안의 종이 넘기는 소리만 들렸다.
다시 면담을 이어 가겠다는 말이 나왔다.
"일단 돈에 관한 것만 설명하겠습니다."
서명훈이 말했다.
"보관 확인 연락이 오면 아직 처리 안 됐다고 알려 줬습니다. 그 뒤에 돈이 들어왔고요."
지후는 세 입금 날짜를 차례로 짚었다.
"그때마다 창고에 가셨습니까?"
"안 갔습니다."
"그럼 남아 있는지는 어떻게 확인했습니까?"
"찾아갔다는 연락이 없었으니까요."
도윤은 화면 아래로 준서의 미수령 진술을 당겼다. 누나는 여러 번 전화했다고 했다. 서명훈은 연락이 없었다고 했다. 어느 번호로 누구에게 했는지까지는 아직 맞추지 못했다.
지후가 반환 명부를 폈다.
"여기에는 찾아갔다고 돼 있습니다. 돈 받을 때는 안 찾아갔다고 하신 겁니까?"
"서류는 끝내야 하니까 그렇게 올린 거고 실제 짐은……."
서명훈이 입을 다물었다. 변호인이 그의 팔 옆에 손을 놓았다.
도윤은 마이크를 켰다.
"그 기간에 임준서 씨 물건을 직접 돌려주신 적 있습니까?"
"제가 직접 준 건 없습니다."
"다른 사람이 줬는지 확인한 적은요?"
대답이 늦었다.
"없습니다."
지후는 펜을 눌러 썼다. 얼굴을 들었을 때 목소리는 아까보다 낮았다.
"받았는지는 아무한테도 안 물으셨네요."
서명훈은 거래내역을 뒤집었다. 지후는 다시 펴지 않았다.
연락한 사람과 수단을 묻자 변호인은 자료를 확인한 뒤 답하겠다고 했다. 관할은 미답변 항목을 남기고 관련 연락과 원파일을 보존해 달라고 요청했다. 송금 상대와 추가 거래 기간을 확인할 절차도 별도로 진행하기로 했다.
면담을 마친 지후가 복도에서 전화를 걸었다.
"저 돈이 누구 돈인지부터 찾아야겠어."
"물건을 확인해 달라는 연락을 누가 했는지도요."
도윤이 말했다.
"그 사람이 실제로 확인을 원한 건지 봐야 합니다."
지후는 잠깐 말이 없었다. 통화 너머로 닫히는 문소리가 났다.
공책 사진은 해 질 무렵 도착했다.
관할 담당자는 압수 목록의 물품 번호와 촬영한 페이지를 함께 보냈다. 앞쪽에는 반듯하게 고쳐 쓴 글자가 많았다. 뒤로 갈수록 줄 밖으로 빠져나간 글씨와 작은 그림이 늘었다.
도윤은 별 세 개가 그려진 페이지에서 멈췄다.
별 셋 아래.
두 번 쉬고 한 번 더.
내 이름은 안에서.
연필로 눌러 쓴 세 줄이었다. 마지막 줄 뒤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도윤은 다음 장까지 확인했다. 자동차 그림과 덧셈이 있을 뿐 가사는 이어지지 않았다.
해진이 오전 진술을 옆에 놓았다. 사진을 보기 전에 준서가 말한 두 조각이 글 안에 있었다.
"이건 맞네요."
"자기가 적은 가사를 기억한 건 뒷받침됩니다."
도윤은 현장 콧노래라는 칸을 그대로 두었다. 악보도 녹음도 없는 종이로 그날의 소리를 증명할 수는 없었다.
준서에게 사진 확인 의사를 묻자 잠깐 보겠다는 답이 왔다. 연결된 화면에서 누나는 저녁 식판을 옆으로 밀었다. 도윤은 별 그림이 포함된 한 장을 보였다.
준서가 한동안 말이 없었다.
"더. 한 번 더였네."
손가락이 담요 위에서 두 번 움직였다가 멈췄다. 조금 뒤 세 번째로 내려왔다.
"이 그림을 어디에서 보고 그렸는지 기억하십니까?"
도윤은 지하라는 말을 먼저 꺼내지 않았다.
"새봄 계단 끝에요. 아래층 내려가면 별이 붙어 있었어요. 방 안에서는 안 보이고 문 앞에 서면 보였어요."
"그 상가 말고요?"
관할 형사가 확인했다.
"아니요. 새봄이요. 우리가 살던 데 지하."
누나가 동생 쪽으로 몸을 돌렸다. 자신은 모르던 장소인 듯 사진과 얼굴을 번갈아 봤다.
도윤은 새봄이라고 쓴 종이에 계단을 그렸다. 다온상가 도면은 꺼내지 않았다.
"안에서는 누구 이름을 불렀습니까?"
준서는 대답하려다가 입을 닫았다.
"그건 잘 모르겠어요. 다음 말도 있었던 것 같은데."
도윤은 펜을 놓았다. 준서는 공책 사진에서 처음 확인한 마지막 구절을 다시 읽었다.
"거기가 남아 있으면 봐 주세요. 별 밑에 뭐가 있었는지."
해진이 먼저 답했다.
"지금 건물이 어떻게 돼 있는지부터 확인하겠습니다. 준서 씨가 가실 필요는 없습니다."
통화가 끝난 뒤 해진은 옛 시설 주소의 건물이 지금도 사용되는지, 지하에 접근할 수 있는지 확인해 달라고 관할에 요청했다. 도윤은 공책 사진을 저장하고 오전에 비워 둔 구절 옆에 사진 번호를 달았다.
지후가 돌아와 의자 뒤에 섰다. 도윤은 새로 그린 계단을 그에게 돌렸다.
"준서 씨가 별을 봤다는 곳은 새봄 지하랍니다."
종이에는 별 셋과 아직 그리지 못한 문 하나가 남아 있었다.
지후가 별 그림 아래를 손끝으로 짚었다.
"아직 있는지 보자. 이 별하고 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