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으로
범죄 현장의 마지막 1분을 재생합니다20화

범죄 현장의 마지막 1분을 재생합니다

범죄 현장의 마지막 1분을 재생합니다

AD
스폰서 광고

20화: 빠진 이름의 자리

서명훈은 약속 시각보다 십 분 일찍 왔다.

관할 면담실 화면에 먼저 잡힌 것은 서류철이었다. 모서리가 반듯한 종이 위로 그의 손이 놓였다. 지후가 의자를 빼 주자 서명훈은 외투부터 벗어 등받이에 걸었다.

자료실의 도윤은 화면 옆에 반환 명부를 펼쳤다. 해진이 통화 음량을 낮췄다. 관할 형사는 기록 불일치를 확인할 면담이라고 설명하고 답변을 거부하거나 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알렸다. 서명훈은 혼자 이야기하겠다고 했다.

"애들 일이라면 제가 아는 건 다 말씀드려야죠."

그가 서류철을 밀었다.

"그때 도와주신 분들입니다. 파일 찾아서 어제 뽑았어요. 오래돼서 번호는 바뀌었을 겁니다."

지후가 장수를 세고 관할 형사가 제출 의사를 확인했다. 도윤의 화면에도 명단이 들어왔다. 후원자명과 지원 내역이 칸마다 정리돼 있었다.

도윤은 그것을 옆으로 옮기고 반환 명부를 먼저 띄웠다.

"확인자 서명은 직접 하셨습니까?"

"제 서명 맞습니다."

"무엇을 확인하신 겁니까?"

서명훈은 화면에 얼굴을 가까이 댔다.

"정리 끝났다는 보고를 받았겠죠. 제가 상자마다 열어 볼 수는 없으니까요."

"누구에게 받으셨습니까?"

"직원들한테요. 누가 마지막에 맡았는지는 찾아봐야 합니다."

도윤은 임준서 줄을 표시했다. 이어 같은 관리번호가 적힌 위탁 목록을 보였다. 서명훈의 손이 서류철에서 떨어졌다.

"돌려준 날짜 사흘 뒤까지 여기 보관비가 청구돼 있습니다."

"정산은 나중에 몰아서 해요. 애들 찾아가는 것도 제때 안 되고."

"준서 씨와 누나는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안 찾아간 짐이 많았습니다. 그런 걸 언제까지……."

서명훈이 말을 끊었다. 지후는 사진 한 장을 그의 앞으로 밀었다. 찢어진 날짜 칸 뒤에 종이를 댄 공책이었다.

"이 물건을 찾으러 갔다가 갇혔습니다."

서명훈이 입술을 벌렸다가 다물었다.

"저는 칠 년 전에 그만뒀습니다. 지금 누가 거기 있는지 몰라요. 창고도 후원 쪽에서 알아봐 줬다고 말씀드렸잖아요."

도윤은 화면 아래의 공책을 봤다. 준서는 그걸 언제 받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원장은 언제까지 맡아야 하느냐고 물었다.

"그 후원 쪽이 누구인지 확인하겠습니다."


명단에는 쌀과 겨울옷, 난방비를 보탠 이름이 있었다.

지후는 창고 주소가 적힌 칸을 찾았지만 없었다. 그는 첫 장부터 다시 넘겼다. 두 장째 맨 아래에 총 십팔 곳이라고 적혀 있었다.

도윤은 손가락으로 행을 셌다. 십칠이었다.

"첫 장 마지막 번호가 몇 번입니까?"

"십삼. 다음 장은 십오부터야."

지후가 종이를 들어 카메라에 보였다. 화면 밖에 남은 줄은 없었다. 서명훈도 그 종이를 받아 앞뒤로 돌렸다.

"왜 이렇게 나왔지. 인쇄가 잘렸나."

"출력하기 전 파일은 가지고 계십니까?"

관할 형사가 물었다.

"집 컴퓨터에요. 폐원할 때 것 그대로인데."

"편집하거나 다른 파일에서 옮긴 부분은 없습니까?"

"일단 봐야 알겠어요. 제가 만든 표인지도 오래돼서."

도윤은 지원액 중 숫자로 적힌 것만 계산했다. 현물 칸은 따로 표시돼 있었다. 합계는 십칠 항목을 더한 액수보다 육십만 원 컸다. 해진도 자기 종이에 계산을 마쳤다.

지후가 차액을 알려 주자 서명훈은 빠진 번호를 손톱으로 눌렀다.

"그 칸에 창고 구해 준 사람이 있었습니까?"

"번호까지는 기억 못 합니다."

"그러면 이름을 말씀해 주십시오."

서명훈은 종이를 내려놓았다.

"단체들이 서로 소개해 줬어요. 이 표로 알아보시면 되지 않습니까."

지후의 손이 의자 팔걸이를 잡았다. 도윤이 먼저 입을 열었다.

"이 표에는 임시 보관 지원이 없습니다. 다른 명단이 있습니까?"

"찾아보겠습니다."

해진은 빈 번호 옆에 원본 대조라고 적었다. 번호 하나가 빠졌다고 무엇이든 써넣을 수는 없었다.

관할 형사는 제출받은 종이의 상태를 남기고 보관 파일을 변경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서명훈은 이튿날 오전 추가 질문에 응하겠다고 했다. 일어나면서 자기 외투 주머니를 한 번씩 눌렀다.

화면이 꺼진 뒤 해진은 구청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폐원 정산 당시 후원 내역이 따로 접수됐는지 물었다.

"물품 처리 명부 말고 후원금 정산 쪽 첨부도 필요합니다. 제출 날짜하고 수정본 접수 여부까지요."

담당자는 목록부터 확인하겠다고 했다. 잠시 뒤 접수 기록에 별도 첨부가 있다는 회신이 왔다. 보존 자료를 꺼내 대조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했다.

도윤은 현재 명단에 적힌 이름들을 소리 없이 읽었다. 그중 하나를 골라 의심하면 서명훈이 내놓은 종이 안에서만 움직이게 된다.

그는 명단 맨 아래 합계에 선을 그었다. 빠진 칸의 돈은 아직 더해져 있었다.


이튿날 오전 지후가 자료실에 들어올 때 도윤은 빈 의자 하나를 당겨 놓았다.

"같이 보자고?"

"받은 순서대로 보려고요."

화면에는 구청 담당자가 보낸 첨부 목록이 떠 있었다. 해진이 통화를 연결했다. 보존본은 칠 년 전 폐원 정산과 함께 접수한 후원 내역이었다. 같은 첨부를 바꾼 수정본은 현재 확인한 접수 이력에서 찾지 못했다고 했다.

도윤은 사본 첫 장을 열었다. 맨 위 이름과 지원액이 전날 종이와 같았다. 십삼 번까지 내려간 뒤 다음 장을 열었다.

십사 번이 있었다.

백야재단.

그 오른쪽에는 물품 임시 보관 지원이라고 적혀 있었다. 금액은 육십만 원이었다.

지후가 전날 받은 명단을 가까이 끌었다. 십오 번부터 마지막까지도 이름과 순서가 같았다. 해진이 전체 항목을 맞추는 동안 도윤은 재단 이름을 별도 종이에 적었다.

"여기만 빠졌네요."

지후가 말했다.

"당시 접수본에는 있고 제출받은 출력물에는 없습니다."

해진이 답했다.

"구청 것은 칠 년 전에 접수됐고 어제 종이는 이번에 출력했습니다. 그 사이 언제 누구 손에서 빠졌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도윤은 두 문서의 합계를 봤다. 서명훈이 내놓은 표는 지원액을 그대로 둔 채 한 행을 빼고 있었다.

구청 담당자는 이 자료가 시설에서 낸 내역이며 재단의 송금 확인서는 아니라고 덧붙였다. 해진은 지급을 뒷받침할 첨부도 확인해 달라고 했다. 그 이름으로 돈이 움직였다는 결론은 아직 쓸 수 없었다.

지후가 물었다.

"어제부터 이 이름을 말 안 한 거겠지?"

"빠진 이유부터 물어야 합니다."

도윤은 재단 이름 옆에 서명훈의 말도 적었다. 창고를 구한 사람이 따로 있다는 주장. 기억나지 않는다는 이름.

백야재단이라는 글자가 둘 사이에 놓였다.

지후가 관할로 돌아갈 시간을 확인하자 도윤도 따라 일어났다. 책상에 놓인 질문지가 눈에 들어왔다. 그는 다시 앉아 파일을 지후에게 보냈다.

"누가 돈을 받았는지도 물어봐 주십시오."

지후는 휴대폰에서 마지막 줄을 확인하고 문을 나섰다.


서명훈은 두 명단을 겹쳤다가 다시 벌렸다.

도윤은 자료실 화면으로 그의 손을 봤다. 관할 형사는 보충 면담의 의사와 권리를 다시 확인한 뒤 질문했다.

"여기 백야재단 항목이 빠진 이유를 아십니까?"

"거기는 폐원하면서 끝났습니다. 지금 후원하는 데가 아니에요."

"가져오신 건 당시 명단이라고 하셨습니다."

서명훈은 첫 장을 뒤집었다. 제목에는 새봄 폐원 정산 후원 내역이라고 적혀 있었다.

"잘못된 파일을 뽑았나 보죠."

"직접 삭제하셨습니까?"

"기억이 안 납니다. 제가 다 관리한 게 아니라니까요."

지후는 답을 기록했다. 펜이 멎자 서명훈이 말했다.

"이름 하나 없다고 사람을 범죄자 취급합니까."

"당시 명단이라고 주셔서 당시 접수된 것과 맞춰 보는 겁니다."

관할 형사가 낮게 답했다. 서명훈은 의자에 등을 붙였다.

도윤은 창고 위탁 목록을 화면에 띄웠다.

"재단에서 창고를 소개한 겁니까? 돈만 지원한 겁니까?"

"자리 알아봐 준다고 했고 보관료도 준다고 했어요."

"누가 그렇게 말했습니까?"

"담당자요. 이름은 찾아봐야 합니다."

"상자를 건넨 상대와 같은 사람입니까?"

서명훈은 고개를 저었다. 모른다는 뜻인지 아니라는 뜻인지 묻자 자기는 상자를 옮기지 않았다고 답했다.

지후가 위탁 목록의 비용 칸을 짚었다.

"보관료는 창고 쪽으로 바로 줬습니까?"

"제가 먼저 냈어요. 돌려받은 거예요."

"시설에서 지출한 겁니까?"

"제 돈으로요. 급한 건 그렇게 했습니다."

해진이 종이를 당겨 메모했다. 도윤은 화면 속 명단에서 시선을 떼었다.

"돌려받은 곳은 시설 계좌였습니까?"

서명훈이 대답하지 않았다. 지후가 질문을 되풀이하려다가 기다렸다.

"제 통장으로 받았습니다. 먼저 쓴 돈 받았다고 잘못은 아니잖아요."

관할 형사가 직접 지급한 내역과 정산 자료를 남겨 둔 것이 있는지 물었다. 서명훈은 손바닥으로 무릎을 문질렀다.

"칠 년입니다. 제가 지금 장부를 외울 수는 없어요."

"마지막으로 받은 건 언제입니까?"

도윤이 물었다.

"시설 문을 닫기 전입니까? 닫은 뒤입니까?"

서명훈은 서류철을 닫았다.

"변호사하고 얘기해 보고 오겠습니다."

관할 형사는 질문을 멈췄다. 파일과 정산 자료의 보존을 다시 요청하고 후속 연락 방법만 확인했다. 지후는 출입문을 막지 않았다.

도윤은 꺼진 화면에 비친 자기 손을 보았다. 서명훈의 침묵을 폐원 뒤에도 돈을 받았다는 답으로 적지 않았다.

해진은 관할과 다음 확인 범위를 정했다. 원장에게 당시 계좌와 정산 자료 제출을 요청하고 확보하지 못하면 기존 자료와 진술을 묶어 금융 자료 영장 신청을 검토하기로 했다.

"먼저 냈다는 돈부터 맞춰 볼게. 언제 어디로 나갔고 누구한테 돌려받았는지."

지후가 말했다. 계좌번호조차 아직 없었다.

도윤은 준서 공책 사진을 옆으로 옮겼다. 물건은 돌려줬다고 적혔고 원장은 돈을 돌려받았다고 말했다.

명단에서 사라진 이름 옆에 새 질문을 적었다.

시설이 문을 닫은 뒤에도 누구의 통장은 열려 있었는가.

AD
스폰서 광고
YOU MAY ALSO LIKE

이런 작품은 어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