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현장의 마지막 1분을 재생합니다

18화: 문 너머의 노래
대답 대신 무언가 문을 긁었다.
지후는 전화기에 대고 잠깐 끊겠다고 말했다. 화면이 꺼지자 계단 아래에서 나는 소리가 더 또렷해졌다. 전자음이 멎은 뒤에도 긁는 소리는 두 번 더 이어졌다.
구조대원이 아래쪽 바닥과 천장을 비췄다. 접근해도 된다는 신호가 오자 지후는 그 뒤로 내려갔다. 난간이 없는 마지막 두 칸에서는 벽에 손을 짚었다.
작은 승강기는 아래층에 서 있었다. 닫힌 철망 너머로 비어 있는 칸이 보였다. 성인 둘이 나란히 서면 어깨가 닿을 폭이었다.
소리는 옆 창고에서 났다.
문 바깥에 가로로 걸친 쇠막대가 있었다. 한쪽 끝은 문틀의 고리에 깊게 들어가 있었다. 구조대원이 문을 두드렸다.
"안에 계십니까? 문에서 떨어질 수 있어요?"
작은 기침이 들렸다.
지후가 손전등을 낮췄다. 문 아래 틈에 손가락 끝이 보였다가 들어갔다. 관할 형사가 막대 위치를 급히 촬영하는 동안 구조대원은 안쪽 사람에게 계속 말을 걸었다.
"지금 열겠습니다. 조금만 뒤로 가세요."
막대를 빼자 문 아래쪽이 바닥에 걸렸다. 두 사람이 함께 밀었다. 벌어진 틈으로 찬 먼지 냄새가 나왔다.
남자가 바닥에 옆으로 누워 있었다. 구급대원이 어깨를 건드리자 눈을 떴다. 갈라진 입술이 움직였지만 말은 나오지 않았다.
지후는 문턱 바깥에 무릎을 댔다.
"경찰입니다. 이제 나갑니다."
남자가 쥐고 있던 휴대폰에서 전자음이 울렸다. 엄지가 화면에 닿았다가 미끄러졌다. 구급대원이 손의 힘을 풀어 주자 지후가 기기가 떨어지지 않게 받았다. 화면에는 알람을 끄는 표시가 떠 있었다.
"이름 말씀하실 수 있습니까?"
구급대원이 물었다.
"준서……."
지후는 더 묻지 않았다. 들것이 들어올 자리를 비웠다. 남자의 손이 휴대폰 쪽으로 뻗자 기기를 구급대원에게 건넸다.
"같이 가져갑니다. 여기 있어요."
남자는 그 말을 듣고 팔을 내렸다. 구급대원의 손 아래로 손톱이 부러진 자국이 보였다.
들것이 계단으로 향한 뒤 지후는 문을 돌아봤다. 안쪽 손잡이 밑에 밝은 긁힘이 몰려 있었다. 닫으면 바깥의 막대가 어디에 걸리는지 안에서는 볼 수 없는 문이었다.
도윤은 전화가 끊긴 화면을 책상에 내려놓았다.
해진은 관할과 통화 중이었다. 구조대가 내려갔다는 말 뒤로 새 소식은 없었다. 도윤은 임준서의 메시지를 펼쳤다가 접었다. 같은 줄을 다시 읽는 동안에도 아래층의 상황은 바뀌고 있었다.
전화가 울리자 해진이 먼저 손을 뻗었다. 지후였다.
"남자 한 명 살아 있습니다. 준서라고 말했습니다. 지금 이송합니다."
도윤의 손에서 펜이 굴렀다. 바닥으로 떨어지기 전에 잡으려다가 그대로 두었다.
"신원 확인은 관할에서 이어 가세요. 다른 공간 수색도 계속하고요."
해진이 말했다.
"옆 칸들은 구조대와 확인 중입니다. 발견된 사람한테는 더 안 물었습니다."
도윤은 펜을 주웠다. 임준서 이름 옆에 적으려던 말을 멈추고 보고 시각부터 썼다. 살아 있는 남자가 발견됐다는 사실과 그 남자가 임준서라는 확인 사이에 아직 한 단계가 있었다.
한 시간쯤 뒤 관할에서 다시 연락했다. 병원으로 온 누나가 동생임을 확인했고 본인의 인적 사항도 맞았다. 치료가 우선이라 면담은 기다려야 했다.
도윤은 이름 옆에 생존 구조라고 적었다.
송은재와 유태오의 줄은 그대로였다. 바로 위 점검구에서 나온 뼈에도 아직 이름이 없었다. 한 사람을 찾았다고 세 장을 함께 덮을 수는 없었다.
그는 새 종이에 질문을 쓰기 시작했다. 연락한 번호, 만나기로 한 사람, 가지고 나오려던 물건. 작은 승강기에 오른 시각까지 쓰자 해진이 종이를 봤다.
"오늘 다 들을 수 있는 질문입니까?"
도윤은 마지막 줄을 지웠다.
"내일 상태부터 확인하겠습니다."
해진은 외투를 가져왔다. 지후는 현장에 남아야 했다. 두 사람은 함께 자료실을 나왔고 도윤은 지후의 집에 도착한 뒤 연락을 남겼다. 휴대폰을 충전기에 꽂을 때 배터리 표시를 한참 보았다.
지하에서 그 작은 소리가 계속 울리고 있었다.
다음 날 오후에야 짧은 면담이 가능하다는 연락이 왔다. 도윤은 추가 상담 예약을 확인하는 통화를 마친 뒤 해진에게 알렸다. 병원 면담에는 관할 형사가 들어가고 두 사람은 준서의 동의를 받아 영상으로 배석하기로 했다.
준서는 침대 머리맡을 조금 세운 채 누워 있었다.
누나가 화면 각도를 맞춰 주다가 손을 멈췄다. 준서가 먼저 말했다.
"누나도 여기 있어."
그녀가 침대 옆 의자로 돌아갔다. 관할 형사는 짧게 묻고 힘들면 멈추겠다고 설명했다. 도윤은 자기가 적어 온 질문지를 화면 아래로 내려놓았다.
"마지막으로 밖에 계셨던 곳부터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뒷문이요. 상가 뒤. 사람이 없어서 전화했는데 안 받았어요. 문자 온 대로 들어갔어요."
"그 뒤에는요?"
"승강기 문이 열려 있었어요. 내려가는 버튼 하나가 켜져 있고."
준서는 담요 위에서 두 손 사이를 좁혔다.
"이만해요. 가방 메고 돌면 벽에 닿아요. 문 닫고 눌렀어요. 아래에서 노래가 나서."
도윤은 펜 끝을 종이에서 뗐다.
"어떤 소리였습니까?"
"애가 흥얼거리는 거요. 가사는 없고. 음, 음 하는……."
준서가 소리를 내려다 기침했다. 누나가 몸을 일으키자 그는 손을 저었다. 도윤은 따라 불러 달라고 하지 않았다.
"계속 말씀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이는 찾았어요?"
화면 옆에서 관할 형사가 자세를 고쳐 앉았다.
"확인한 곳에서는 다른 사람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어디에서 보셨습니까?"
"본 건 아니에요. 노래만요."
준서가 담요를 움켜쥐었다.
"내가 내려가서 안 들렸어요. 갇히고 나서는. 거기 남았을까 봐."
도윤은 승강기를 네모로 그린 종이를 들었다. 현장 도면 대신 빈 종이였다.
"여기서 나오신 다음에는 어느 쪽으로 움직이셨습니까?"
"왼쪽이요. 문이 조금 열려 있었어요. 상자에 제 이름이 써 있어서 들어갔는데 뒤에서 닫혔어요."
"누가 닫는 모습은 보셨습니까?"
준서가 고개를 저었다.
"열려고 했어요. 안 열려서 계속 밀었어요. 휴대폰은 안 터지고. 누나한테 보낸 것도 안 가고."
누나가 자기 무릎을 두 손으로 눌렀다.
"알람을 켰어요. 소리라도 나라고. 배터리 아껴야 하는데 끄면 아무 소리도 안 나니까."
준서의 목소리가 작아졌다.
"처음엔 충전기 찾아봤어요. 상자에 있을 줄 알고. 내 짐이라니까."
도윤은 문이 닫혔다는 줄 아래에 말을 더 쓰지 못했다. 갇힌 사람이 상자를 열어 충전기를 찾는 동안 밖에서는 저녁이 지나고 다음 날이 왔다.
"그 소리 듣고 찾았습니다."
그가 말했다.
준서가 처음으로 화면을 똑바로 봤다.
"정말요?"
"예. 내려가기 전부터 들었답니다."
누나가 고개를 숙였다. 준서는 담요를 쥔 손을 천천히 폈다.
도윤은 기다렸다가 물었다.
"들어가실 때 상자에 이름이 보였다고 하셨습니다. 그 안의 물건을 알아보셨습니까?"
"공책이요. 어릴 때 쓰던 거. 앞에 내가 스티커 붙였던 게 있었어요."
휴대폰은 이송 뒤 누나가 맡고 있었다. 관할 형사가 안내 메시지와 그 물건을 확인해도 되는지 물었다. 준서는 하겠다고 답했지만 눈이 감기기 시작했다. 누나가 담요를 올려 줬다.
도윤은 종이를 내렸다.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후가 보내온 창고 사진에는 열린 상자가 있었다.
관할은 구조 때 눈에 보인 상태와 물품 위치를 먼저 남겼다. 관할은 감금 진술과 발견 상태를 근거로 상세 수색을 위한 영장 신청을 진행 중이었다. 사진만으로 공책 주인을 정할 수는 없었다.
해진은 아이에 관한 말을 현장에 전달했다. 수색한 범위와 아직 접근하지 못한 구역을 나눠 보고해 달라고 했다. 아이 목소리라는 진술을 듣기 전 수색을 끝냈다고 적게 둘 수는 없었다.
지후가 자료실로 전화를 걸었다.
"승강기 폭은 말한 것하고 크게 다르지 않아. 문도 밖에서 막혀 있었고. 그런데 노래 나오는 물건은 아직 못 찾았어."
"전기는 언제 끊었습니까?"
"반장은 유골 발견한 날 아침에 끊었다고 해. 이틀 전 가동 여부는 설비 쪽 확인이 더 필요해."
도윤은 차단 시점 옆에 반장 진술이라고 적었다. 준서가 들어간 때와 같은 날로 읽어서는 안 됐다.
통화가 끝날 무렵 관할 형사에게서 다시 연락이 왔다. 준서가 노래에 관해 덧붙일 말이 있다고 했다. 의료진에게 상태를 다시 확인한 뒤 연결했다.
"그 애가 계속 있었던 건 아닐 수도 있어요."
준서가 말했다. 누나가 옆에서 물컵을 쥐고 있었다.
"제가 아까 생각을 못 했는데 똑같았어요. 숨 쉬려고 끊는 데가. 승강기 기다릴 때랑 내려갈 때 두 번 들었어요. 같은 데서 코 먹는 소리가 났어요."
도윤은 반복이라는 단어를 적었다.
"녹음된 소리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그런 것 같아요. 확실하진 않아요."
해진이 옆 종이에 음원 확인이라고 썼다. 수색 중단이라고 쓰지는 않았다. 소리가 반복됐다는 기억만으로 지하에 아이가 없었다고 정할 수는 없었다.
도윤은 준서가 말을 고르는 동안 기다렸다.
"아는 노래라서 갔어요. 누가 내 짐 가져왔으면 틀 수도 있겠다 싶어서. 그런데 이상하잖아요. 그걸 누가 아직 갖고 있어요."
준서가 누나를 봤다. 그녀는 물컵을 내려놓았다.
"어떤 것을요?"
도윤이 물었다.
"내가 부르는 거요. 어릴 때."
종이 위의 펜이 멈췄다.
준서는 화면 너머 누군가가 먼저 답해 주기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도윤은 그 소리가 준서였다는 말을 대신해 주지 않았다.
"녹음을 기억하십니까? 목소리가 닮았다고 느끼신 겁니까?"
"목소리요. 나 같아서……."
준서는 대답을 끝내지 못했다. 누나가 그의 손 위에 손을 얹었다.
도윤은 다음 질문을 종이에 적었다. 어린 시절 물품을 맡았던 사람. 연락을 보내기 전에 그 공책과 목소리에 접근할 수 있던 사람.
누군가 이름만 알아낸 것이 아닐 가능성이 있었다.
준서는 누나의 손을 잡은 채 병실 문을 봤다. 도윤도 화면 한쪽에 걸린 문을 따라 봤다. 준서를 안으로 끌어들인 것은 낯선 비명조차 아니었다. 어린 자신을 닮은 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