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현장의 마지막 1분을 재생합니다

17화: 돌려받을 짐
화면 끝으로 들어온 회색 외투가 멈췄다.
도윤은 그 앞 구간의 시각을 적었다. 사람은 세탁소 옆 골목에서 나왔다. 골목 안은 보이지 않았다. 지후가 관할 담당자에게 확인할 카메라 방향을 전달할 때 해진의 전화가 울렸다.
통화를 마친 해진은 새로 받은 사진을 화면에 띄웠다.
타일이 깨진 바닥이었다. 직사각형 덮개 옆으로 작업자의 장화 끝이 찍혀 있었다. 다음 사진에는 흙과 삭은 천 사이로 누런 뼈가 드러났다.
"서하동 재개발 구역입니다. 철거 전 배관 확인을 하다가 발견했답니다. 현장에서 사람 뼈인 건 확인했습니다."
지후가 의자를 돌렸다.
"몇 명입니까?"
"현재는 한 사람분으로 보인답니다. 수습이 끝나야 압니다. 신원도 아직이고요."
옛 다온상가. 도윤은 사진 아래 주소를 읽었다. 해진이 지원 요청서를 그 옆에 놓았다. 주변 실종 기록과 대조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옛 상가 주소가 진술에 남은 기록부터 관할이 추린 세 건의 접수번호가 붙어 있었다.
"같은 구역에서 사라진 사람들입니까?"
"이 근처에 간다는 연락이 남은 사람들입니다. 여기까지 왔는지는 따로 봐야 합니다."
가장 오래된 신고는 육 년 전이었다. 가장 최근 것은 어제 접수돼 있었다. 연락이 끊긴 때는 그보다 하루 앞이었다.
도윤은 외투가 걸린 의자를 봤다. 주머니에 장갑이 있었다. 일어나려던 무릎이 책상 아래에 닿았다.
해진은 그 소리를 듣고도 새 허락을 주지 않았다.
"박 형사는 관할과 현장을 확인하세요. 강 분석관은 원기록 대조를 맡습니다. 저는 여기 남겠습니다."
"신고 요약 말고 첨부까지 받겠습니다."
도윤이 대답했다. 해진은 요청서의 담당자 번호를 짚어 줬다.
지후는 출입구 영상의 확인 지점을 주거지 관할 담당자에게 넘겼다. 담당자는 이어지는 경로도 계속 확인하겠다고 했다. 지후가 외투를 입었다. 나가다가 도윤의 휴대폰을 손끝으로 가리켰다.
"끝나면 연락해. 데리러 올게. 늦으면 팀장님하고 같이 움직이고."
도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모니터에 남아 있던 자기 집을 닫고 세 사람의 실종 기록을 열었다.
상가 앞 철제 가림막은 바람이 불 때마다 안으로 휘었다.
지후는 관할 형사가 안내하는 통로로 들어갔다. 안전 확인을 마친 계단에 임시 조명이 놓여 있었다. 지하 바닥에는 먼지가 쌓여 있었지만 점검구 주변은 사람들이 비켜 설 만큼 비워져 있었다.
작업반장이 양손을 겨드랑이에 끼운 채 말했다.
"내일 장비 들어오는데 얼마나 걸립니까? 위쪽이라도 먼저 하면 안 됩니까?"
관할 형사는 작업 중지 구역을 표시한 도면을 건넸다.
"진동 가는 작업도 멈춰 주세요. 일정은 책임자하고 협의하겠습니다."
반장은 도면을 받았다가 다시 지하를 봤다.
"우리가 건드려서 부서진 건 아니죠?"
"무엇을 어디까지 만졌는지부터 말씀해 주세요."
지후가 수첩을 폈다.
반장은 덮개 한쪽을 들고 손전등을 비추다가 천 아래 하얀 것을 봤다고 했다. 긴 철사를 넣어 천 끝을 밀었고 뼈 같아 보여 더 건드리지 않고 신고했다. 지후는 철사를 둔 위치도 물어 담당자에게 알렸다.
점검구 안에서는 감식 담당자가 작은 흙덩이 하나를 떼기 전에도 사진을 남겼다. 천 조각은 젖었다 마른 종이처럼 뼈 위에 붙어 있었다. 사람의 몸을 감쌌던 것인지 나중에 위로 들어간 것인지 지금은 구별할 수 없었다.
"여기서 죽은 겁니까?"
지후의 질문에 담당자가 고개를 들었다.
"발견된 곳이 여기인 겁니다. 들어온 경위는 더 봐야 해요."
점검구 끝과 벽 사이에는 어른 한 사람이 옆으로 지나갈 틈이 있었다. 벽을 따라가면 작은 승강기 문이 나왔다. 문 위의 층 표시창은 꺼져 있었다.
반장이 지후의 시선을 따라갔다.
"짐 올리던 겁니다. 건물 전기는 끊었어요. 아래쪽은 아직 못 봤고요."
관할 형사는 하부 접근로의 안전 확인을 요청했다. 지후는 문 앞에 서서 안을 열어 보려 하지 않았다. 바닥 가장자리의 타일도 들떠 있었다.
현장 번호가 붙은 사진과 발견 경위가 자료 검토실로 전송됐다. 도윤은 전화 너머로 승강기 옆 통로가 어디로 이어지는지 물었다. 지후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최초 신고한 분이 관할서에 와 있습니다. 송은재 씨 친구랍니다."
도윤이 말했다.
"유골이 그 사람인지 물으러?"
"연락을 받고 오셨답니다. 아는 것을 먼저 듣겠습니다."
지후는 여섯 해 전 실종자의 이름을 수첩 위에 썼다. 현장 표지에는 아직 이름 대신 번호가 붙어 있었다.
정미란은 관할 면담실에서 가방 끈을 무릎 위에 말아 쥐고 있었다.
관할 형사가 동의를 확인한 뒤 연결한 업무용 영상 통화였다. 해진과 도윤이 자기 이름을 말하자 미란은 모니터보다 옆에 앉은 형사를 먼저 봤다.
"은재인지 아닌지는 언제 나와요?"
형사는 대조할 자료를 모으고 있으며 아직 답할 수 없다고 했다. 미란은 이미 들은 말이라는 듯 고개를 숙였다.
"그럼 제가 여기서 또 처음부터 얘기해야 해요?"
도윤은 원진술 첫 장을 펼쳤다.
"같이 살던 집에서 나간 날 말씀은 읽었습니다. 확인할 부분이 있습니다. 은재 씨가 이사를 간다고 했습니까?"
"이사는 무슨 이사요. 저녁 같이 먹기로 했는데."
도윤의 손이 접수 요약 위에 멎었다. 이사 관련 방문 후 연락 두절. 그 아래에는 서하동 주소가 적혀 있었다.
미란은 가방 끈을 풀었다가 다시 감았다.
"짐이 있다고 했어요. 예전에 맡겨 둔 거요. 없애기 전에 가져가라고 연락이 왔다고. 그래서 제 장갑 빌려 갔고요."
"어떤 장갑이었습니까?"
"손바닥에 고무 댄 회색 장갑이요. 상자 들다가 손 벨까 봐. 처음 신고할 때도 말했어요."
도윤은 첨부 목록을 넘겼다. 문자 출력물 두 장. 화면에 받은 사본은 한 장뿐이었다.
"뒤 장도 보내 주시겠습니까?"
관할 형사가 원기록을 확인하러 나갔다. 미란은 그가 닫은 문을 보았다.
"그걸 아직도 갖고 있어요?"
"목록에 있습니다. 받아서 함께 확인하겠습니다."
"은재가 가방 지퍼를 못 잠그면 끈으로 묶었어요. 자꾸 새 가방 사라고 했는데 돈 아깝다고. 그날도 끈을 챙겨 갔어요."
도윤은 사진 속 천을 떠올렸다가 시선을 내렸다. 미란이 말한 끈을 현장 물건의 설명으로 덧씌워서는 안 됐다.
"가져갈 짐이 얼마나 되는지는 들으셨습니까?"
"몰라요. 그냥 그 끈 갖고 갔다고요."
미란의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 도윤은 질문을 멈췄다.
"제가 아는 말만 해도 돼요? 자꾸 물어보면 기억을 더 만들어야 할 것 같아요."
"예. 모르는 부분은 비워 두겠습니다."
돌아온 형사가 두 번째 장을 전송했다. 도윤은 종이 아래쪽 문장을 읽었다.
맡긴 거 찾고 갈게. 장갑은 저녁에 줌.
그 위에는 다온상가의 주소가 있었다. 미란이 전화번호와 대화 상대를 확인했다. 육 년 전 제출했던 내용이 맞다고 했다.
"장갑 돌려달라고 전화했어요. 밥 다 했는데 안 오니까."
미란은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거 안 받아도 됐는데. 그냥 밥 먹자고 할 걸."
도윤은 괜찮다는 말을 꺼내지 못했다. 자료의 빈칸을 손가락으로 눌렀다. 모르는 것을 비워 두겠다고 약속한 직후였다.
"은재 씨가 돌아오겠다고 한 말은 여기 있습니다. 그 말을 빼고 읽지 않겠습니다."
미란이 자기 손을 내려다봤다.
"그럼 이사 갔다고 쓰지 마세요."
관할 형사가 원진술과 요약의 차이를 확인할 표시를 남겼다. 해진은 현재 검토표의 방문 목적을 고치게 했다. 원래 기록은 그대로 보존하고 근거가 된 첨부번호를 옆에 적었다.
통화를 마친 뒤 도윤은 한동안 펜을 잡고 있었다. 해진이 물컵을 가까이 놓았다.
"잠깐 쉬었다 하세요."
도윤은 종이를 내려놓고 물을 마셨다. 창밖에는 불이 켜져 있었다. 현장에 갔더라면 이 말을 듣지 못했을지도 몰랐다.
다른 두 사람의 원기록이 도착했을 때 도윤은 지도를 책상 가운데 펼쳤다.
유태오는 사 년 전 동료에게 맡겨 둔 물건을 받으러 간다고 말했다. 동료가 신고하며 진술한 행선지는 다온상가였다. 임준서의 누나는 어제 실종 신고를 하면서 동생에게 받은 메시지를 제출했다.
도윤은 세 기록의 주소에 손가락을 놓았다.
"전부 짐을 돌려받으러 갔습니다."
해진이 임준서 기록을 가까이 당겼다.
"서로 아는 사이인지는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짐을 맡은 사람도 안 나옵니다."
송은재의 요약에는 이사라는 말이 있었다. 유태오의 기록에는 개인 용무라고 적혀 있었다. 같은 건물 이름이 각자 다른 설명 뒤로 밀려 있었다.
도윤은 세 사람의 방문이 모두 범죄였다는 결론을 적지 않았다. 대신 원래 연락의 문장을 나란히 놓았다. 임준서의 문장은 이틀 전 오후에 보내져 있었다. 누나가 제출한 대화의 번호와 인수 경위도 붙어 있었다. 안내자와 직접 나눈 대화는 아직 없었다.
뒷문으로 오라네. 작은 승강기 타고 내려가면 된대.
"이 말을 한 사람이 따로 있습니다. 준서 씨가 안내받은 걸 누나에게 전달한 겁니다."
도윤은 휴대폰을 들었다. 지후가 받자 해진도 함께 들을 수 있도록 스피커로 바꿨다.
"그쪽 작은 승강기 하부 확인됐습니까?"
"아직. 다른 접근로 찾고 있어."
"임준서 씨가 이틀 전 누나에게 보낸 메시지에 나옵니다. 뒷문으로 와서 작은 승강기를 타고 내려가라는 안내를 받았답니다. 원문 보내겠습니다."
도윤이 첨부번호를 붙여 원문을 전송했다. 지후 쪽에서 종이가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곧 관할 형사가 전화를 넘겨받았다. 해진은 최근 실종 신고의 접수번호와 메시지 출처를 다시 짚었다.
"유골 신원 대조와 별개로 준서 씨가 있을 가능성을 확인해 주세요."
통화 너머에서 누군가 구조대의 도착을 물었다. 도윤은 송은재와 유태오의 이름 옆에 임준서를 붙였다. 최근에 연락이 끊겼다는 이유로 살아 있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뼈의 이름이 나올 때까지 기다릴 수도 없었다.
현장에서는 작업등 하나가 옮겨졌다. 지후가 다시 전화를 받았다.
"뒷문 쪽 계단 찾았어. 입구에 합판 대 놓은 곳. 구조대 왔어. 계단 안전 확인 중이야."
"혼자 들어가지 마십시오."
"너한테 듣네."
지후가 짧게 웃었다. 도윤은 웃지 못했지만 말을 거두지는 않았다.
발소리가 몇 번 울리고 멎었다. 지후가 누군가에게 조용히 해 달라고 말했다. 전화기 쪽 숨소리도 낮아졌다.
"무슨 일입니까?"
지후는 바로 답하지 않았다. 도윤은 의자 앞쪽으로 몸을 당겼다. 화면의 현장 사진은 바뀌지 않았다. 열린 점검구와 닫힌 승강기 문만 있었다.
"아래에서 소리가 나."
짧은 전자음이었다고 지후가 덧붙였다. 자기 전화인지 확인하는 목소리가 멀리서 들렸다.
도윤은 임준서 메시지의 마지막 줄을 다시 봤다.
금방 받고 나올게.
"또 났어."
지후가 말했다. 이어 전화기를 든 채 계단 아래를 향해 불렀다.
"경찰입니다. 들리면 대답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