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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현장의 마지막 1분을 재생합니다16화

범죄 현장의 마지막 1분을 재생합니다

범죄 현장의 마지막 1분을 재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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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화: 문밖의 시간

지후의 집에 도착해서도 도윤은 가방을 내려놓지 못했다.

지후는 소파에 쌓인 빨래를 걷어 의자로 옮겼다. 옷 두 벌이 바닥에 떨어지자 발로 밀지 않고 주워 올렸다. 도윤은 현관에 선 채 해진에게 도착 문자를 보냈다.

"거기서 잘 거야?"

"제가 여기 온 걸 알면요."

지후가 베개를 내려놓았다.

"누가?"

도윤은 답하지 못했다. 봉투를 보낸 사람의 얼굴은 없었다. 대신 이 집의 현관과 지후의 이름을 아는 누군가가 머릿속에서 너무 쉽게 만들어졌다.

"박 형사 집까지 문제가 생길까 봐 그렇습니다."

"이미 생겼어. 그래서 같이 온 거고."

지후는 도윤의 가방을 잡아당기지 않았다. 소파 앞 작은 탁자를 치워 발 놓을 자리를 만들었다.

"다시 나가면 내가 안 걱정할 것 같아?"

도윤은 가방을 바닥에 놓았다. 어깨끈 자국이 남은 쪽을 손으로 눌렀다. 지후는 욕실에 새 칫솔을 놓고 물컵을 가져왔다.

"무서우면 무섭다고 해. 내 걱정으로 돌리지 말고."

"문 열리는 소리가 신경 쓰입니다."

"여기는 복도 끝이라 잘 들려. 냉장고도 가끔 소리 나고."

말이 끝나기 전에 주방에서 낮은 진동음이 났다. 지후가 그쪽을 가리켰다. 도윤은 물을 한 모금 마셨다.

불을 끈 뒤에도 바로 눕지는 못했다. 누군가 집 주소를 적은 짧은 줄이 자꾸 떠올랐다. 열두 해 동안 다른 사람의 행방을 찾으러 적어 온 주소가 몇 개였는지 헤아리다가 그만뒀다.

방문 안에서 지후가 물었다.

"불 켜 둘까?"

"조금만요."

복도등이 켜졌다. 도윤은 이번에는 괜찮다는 말을 보태지 않았다.


이틀 뒤 관할 담당자가 가져온 카드 지문 결과에는 이름이 없었다.

도윤은 자료 검토실에서 그 종이를 받았다. 카드에서 대조 가능한 지문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내용이었다. 사진 속 카드에는 여전히 한 문장만 있었다.

"닦았다는 뜻입니까?"

"그렇게는 알 수 없습니다."

담당자가 답했다. 도윤은 질문을 적은 줄 끝을 지웠다. 카드가 깨끗하다는 것과 누군가 깨끗이 만들었다는 것은 달랐다.

"나머지 물품도 전부 같은 결과인가요?"

"아직입니다. 봉투하고 포장도 따로 확인 중입니다. 조각 재질 회신도 안 왔고요."

지후는 카드 사진을 옆으로 밀었다. 그 아래에 출입구 영상의 인수 내역이 있었다. 신고 다음 날 관리인에게 받은 사본이었다. 도윤이 마지막으로 우편함을 비운 아침부터 발견 때까지가 들어 있었다.

"우편함은 안 보여. 대신 이 사람이 있어."

화면 속 사람이 공동 현관문을 당겼다. 회색 외투에 검은 가방을 멨고 한 손에는 흰 사각형이 들려 있었다. 얼굴은 모자챙 아래로 가려졌다. 들어온 사람은 계단을 오르지 않고 화면 옆으로 사라졌다.

열한 초 뒤 다시 나타났을 때 손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도윤이 화면 앞으로 몸을 기울였다. 담당자가 재생을 멈췄다.

"발견한 날 오후입니다. 크기는 봉투와 비슷하지만 글씨는 안 읽힙니다."

도윤은 흰 물건이 마지막으로 보이는 장면을 요청했다. 길게 늘여 봐도 인쇄된 이름은 나오지 않았다. 모서리가 손가락과 겹쳐 있었다.

"가방에 넣었을 수도 있겠습니다."

"우편함에 넣는 손은 안 찍혔어요. 확인할 출입자로 골라 둔 겁니다."

담당자는 앞뒤 출입도 목록에 남겼다. 배달 봉지를 든 사람과 주민으로 확인된 사람이 있었다. 그들 사이에 이름이 비어 있는 줄 하나가 놓였다. 흰 봉투를 든 사람이라는 표시였다.

"혹시 아는 사람입니까?"

도윤은 걸음을 처음부터 다시 봤다. 어깨를 들어 가방끈을 고쳐 메는 자세는 낯설지 않았다. 누구나 하는 움직임이었다.

"알아보지 못하겠습니다."

그는 모자 아래를 더 확대해 달라고 하지 않았다. 화면에 없는 얼굴도 오래 보면 스스로 만들어 낼 것 같았다.

지후가 다른 영상 목록을 열었다.

"문밖으로 나간 다음도 봐."


맞은편 세탁소의 카메라는 가게 앞 보도와 건너편 공동 현관을 비추고 있었다.

관할 담당자는 출입구 영상에서 이동 방향을 확인한 뒤 업주에게 협조를 구해 해당 시간대 자료를 보존했다고 설명했다. 두 화면의 시계는 같지 않았다. 담당자는 같은 사람이 문을 여닫는 장면을 맞춰 놓았다.

건물을 나온 회색 외투가 길을 건넜다. 차 한 대를 보내고 세탁소 옆 닫힌 점포 앞에 섰다. 그 자리에서는 도윤의 집 출입구가 정면에 놓였다.

"여기서 기다립니다."

영상 속 사람은 가방을 발치에 내려놓지 않았다. 유리문 쪽으로 몸을 둔 채 휴대폰을 들었다가 내렸다. 지후가 재생 속도를 올리자 사람들이 그 앞을 빠르게 지나갔다.

"얼마나요?"

"이십삼 분. 이 녹화기 안에서 잰 겁니다."

도윤은 빈손으로 나온 장면을 다시 떠올렸다. 물건을 전하는 것이 전부였다면 아직 이곳에 남은 이유가 필요했다.

"누굴 만나려고 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끝까지 봤어."

지후가 정상 속도로 돌렸다. 회색 외투는 누구와 말을 나누는 모습 없이 왼쪽으로 걸어 나갔다. 차를 타는 장면은 없었다. 카메라가 비추는 보도 끝에서 가방부터 사라졌다.

담당자가 같은 날 아침 영상을 열었다.

"주변에 다시 나타난 구간을 찾다가 이걸 봤습니다."

닫힌 점포 앞에 사람이 서 있었다. 회색 외투의 길이와 검은 가방의 밝은 어깨끈이 오후 인물과 비슷했다. 도윤은 두 정지 화면 사이를 보았다.

"같은 사람입니까?"

"같은 사람일 가능성을 확인 중이야. 옷 말고 더 맞춰 볼 게 있어야 해."

지후가 말했다.

아침의 사람은 가게 유리 앞에서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 중간에 한 번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었다가 다시 꺼냈다. 건너편에서 두 사람이 나갔고 작은 승합차가 멈춰 짐을 내렸다. 그는 자리를 뜨지 않았다.

십사 분째에 도윤이 현관에서 나왔다.

화면 속 도윤은 외투 깃을 펴고 휴대폰을 들여다봤다. 계단을 내려온 사람은 피곤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도윤은 그날 자신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 떠올리려다 영상으로 눈을 돌렸다.

맞은편 사람이 휴대폰을 내렸다.

도윤이 오른쪽으로 걸어가자 그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차도 하나를 사이에 두고 몇 걸음이 겹쳤다. 먼저 화면 밖으로 나간 것은 도윤이었다. 회색 외투도 보도 끝을 벗어났다.

지후는 바로 되감지 않았다.

"이 다음 카메라는 확인 중이야. 계속 따라갔는지는 아직 몰라."

도윤은 모니터 아래 시계를 봤다. 그 아침 그는 해진에게 무슨 말을 할지 생각하며 집을 나섰다. 현장에 다시 갈 수 있을지 걱정했지 맞은편에 서 있는 사람은 보지 않았다.

"저는 못 봤습니다."

"봤어야 한다는 얘기 아니야."

지후의 말에 도윤은 입술을 다물었다. 안 보였다는 설명을 자꾸 자기 잘못처럼 하고 있었다.

지후는 아침과 오후의 대기 구간을 나란히 표시했다.

"주소를 아는 사람이 편지만 보낸 걸로 끝내면 안 되겠어. 너를 감시하는 사람이 있다고 보고 움직일게."

담당자가 메모했다. 발신자와 같은 사람이라는 칸에는 아무것도 쓰지 않았다.

카드에는 잘 보고 있다는 말이 있었다. 화면에는 도윤이 나오기 전부터 기다리던 사람이 있었다. 그 둘이 반드시 한 사람의 행동일 필요는 없었다. 도윤은 그 가능성이 오히려 더 불편했다.


해진은 두 구간을 보고 난 뒤 출입자 목록을 가져갔다.

"확인된 것부터 관할과 공유하겠습니다. 강 분석관 이동은 당분간 동행을 유지하세요."

"제 집 앞만 확인하면 됩니까?"

도윤이 물었다.

해진이 그를 봤다. 도윤은 지후 쪽으로 눈을 돌렸다.

"제가 박 형사 집으로 갔습니다. 그쪽까지 따라왔을 가능성도 확인해야 하지 않습니까."

"현재 영상은 그걸 보여 주지 않습니다. 이동 경로 확인은 요청하겠습니다."

그녀가 답했다. 지후는 걱정할 필요 없다는 말로 끊지 않았다. 담당자에게 두 사람이 건물을 떠난 시각을 다시 알려 줬다.

도윤은 손을 무릎 아래로 내렸다. 자기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하면 책임을 덜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누군가 지후를 따라왔는지는 그가 돌아간다고 바뀌지 않았다.

"불편하면 말씀해 주세요."

"너 코 골더라."

도윤이 고개를 들었다. 지후는 화면을 보며 말을 이었다.

"그건 말해 줄게. 나머지는 같이 정하고."

해진은 관할 담당자와 통화를 위해 문밖으로 나갔다. 건물 출입문 수리 여부와 주변 순찰 협의도 확인하겠다고 했다. 도윤은 현장 복귀를 요청하지 않았다. 예정된 추가 상담을 미루겠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

지후가 종이에 두 개의 화살표를 그렸다. 하나는 도윤의 집으로 들어가는 방향이었다. 다른 하나는 세탁소 옆을 벗어나는 방향이었다.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갔는지 볼 거야. 이름과 호수 얻은 경로도 따로 확인하고."

"제가 우편함을 열 때까지 기다리려던 걸까요."

"그건 아직 몰라. 네가 그 시간에 내려온 것도 아니고."

도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발견한 저녁과 화면 속 오후 사이에는 시간이 남아 있었다. 상대가 모든 것을 맞췄다고 생각하면 그 빈 시간이 없어졌다.

카드 사진을 뒤집었다.

검은 조각의 가장자리를 처음 보았을 때는 잃어버린 물건이 돌아온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이 어디서 왔는지도 아직 몰랐다. 그보다 확실한 것은 자기 집 문이 열리는 영상이었다.

"아침 것부터 한 번 더 보겠습니다."

"어디부터?"

"제가 나오기 전입니다. 저 사람도 처음부터 거기 있지는 않았을 테니까요."

지후는 재생 막대를 뒤로 옮겼다. 도윤은 의자를 가까이 당기되 화면을 만지지는 않았다. 문 앞에 서는 일을 다른 사람에게 맡긴 채 여기서 할 수 있는 일이 남아 있었다.

빈 보도가 나타났다.

도윤은 자기 모습이 나올 자리를 보지 않았다. 누군가 그를 기다리러 들어올 화면 끝을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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