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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현장의 마지막 1분을 재생합니다15화

범죄 현장의 마지막 1분을 재생합니다

범죄 현장의 마지막 1분을 재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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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받는 사람

우편함 안쪽에서 도윤의 이름이 먼저 보였다.

식사를 마치고 내려온 참이었다. 우편함에 든 전단을 버리려 우편함 문을 열었는데 흰 봉투 하나가 뒤에 세워져 있었다. 주소 전체 대신 호수와 강도윤이라는 세 글자가 인쇄돼 있었다.

그는 가족 자격으로 문의한 사진을 떠올렸다. 회신도 없이 보냈을 리 없는데 손이 먼저 갔다. 봉투 윗부분을 잡아 기울이자 벌어진 입구 사이로 카드가 보였다.

잘 보고 있군요.

카드 아래 투명한 작은 봉지가 눌려 있었다. 그 안의 검은 조각이 현관등을 받아 가느다랗게 빛났다.

도윤은 손을 멈췄다.

그의 손가락이 닿은 것은 봉투뿐이었다. 카드를 뽑거나 봉지에 손을 넣지는 않았다. 그는 봉투를 우편함 안에 기대 놓고 한 걸음 물러섰다.

공동 현관문이 닫혔다. 문짝이 틀에 부딪히는 소리가 유난히 컸다. 유리문 밖에는 분리수거함과 주차된 차가 있었다. 차창에 비친 사람은 자기였다.

잘 보고 있다는 말이었다.

무엇을 보았다는 뜻인지는 쓰여 있지 않았다. 그 빈칸을 도윤은 너무 빨리 채우려 했다. 피가 남은 문턱과 얼굴 없이 들려오던 숨이 떠올랐다. 그는 손바닥을 펴 보았다. 피도 검은 가루도 없었다.

휴대폰을 꺼내 지후에게 전화를 걸었다.

"집입니까?"

"가는 중. 왜, 밥 안 먹었어?"

"우편함에 이상한 게 있습니다. 제 이름이 적힌 봉투입니다. 검은 조각과 카드가 들어 있습니다."

지후 쪽에서 방향지시등 소리가 났다.

"만졌어?"

"겉봉투 윗부분만요. 지금은 손 뗐습니다."

"그대로 둬. 밖으로 누구 찾으러 나가지 말고."

도윤은 유리문에 다가가려던 발을 거뒀다.

"안 나가겠습니다."

카드의 문장을 읽어 주자 지후는 잠깐 침묵했다. 곧 도윤의 현재 위치와 주위에 사람이 있는지 물었다. 도윤은 공동 현관 안이며 다친 곳은 없다고 답했다.

"관할에 바로 신고해. 나도 그쪽으로 갈게. 팀장님께는 내가 먼저 알릴게."

도윤은 통화를 끊고 신고했다. 봉투를 발견한 경위와 문구를 설명하는 동안 위층에서 슬리퍼 소리가 내려왔다. 그는 계단 쪽으로 비켜서며 우편함을 만지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주민은 자기 우편함까지 보더니 열쇠를 주머니에 넣었다.

도윤은 열린 우편함과 계단 사이에 섰다. 경찰이 올 때까지 내려오는 발소리가 날 때마다 고개를 들었다.


지후가 도착했을 때 출동 경찰이 공동 현관 한쪽을 비워 놓고 있었다.

도윤은 계단 첫 칸에 앉아 있었다. 무릎이 꺾여서가 아니라 경찰이 기다릴 자리를 가리켰기 때문이었다. 손은 무릎 위에 올려 두었다.

"어지러워?"

"아닙니다."

지후는 대답만 듣고 지나가지 않았다. 도윤과 눈을 맞춘 뒤 열린 우편함 쪽을 봤다. 도윤도 따라 일어나려 하자 손바닥을 낮게 폈다.

"네가 꺼낼 필요 없어."

도윤은 다시 앉았다.

주거지 관할 담당자가 발견 시각을 물었다. 도윤은 신고 기록보다 몇 분 앞이었다고 답하고 휴대폰을 내밀었다. 정확히 보지 않은 시각을 만들어 말하지 않았다.

"열기 전부터 이 상태였습니까?"

"우편함 문은 닫혀 있었습니다. 봉투는 뒤쪽에 서 있었고 입구는 벌어져 있었습니다. 제가 윗부분을 잡고 기울였다가 안에 다시 기대 놓았습니다. 처음 각도와는 다를 수 있습니다."

"어느 손으로요?"

도윤은 오른손 엄지와 검지를 들어 보였다. 담당자가 그 위치를 적었다. 도윤은 자신이 설명하는 손가락을 내려다봤다. 아침에는 왜 손을 댔는지 적었다. 이번에는 어디까지 닿았는지 말하고 있었다.

감식 담당자가 도착한 뒤 우편함 번호와 봉투 위치를 촬영했다. 봉투를 꺼내기 전 투입구도 따로 남겼다. 밖에서 긴 입구로 우편물을 밀어 넣을 수 있는 구조였다. 문을 열 열쇠가 없어도 넣는 것은 가능했다.

"겉에는 이름하고 호수뿐이네요."

담당자가 봉투를 돌려 확인했다. 우표도 소인도 없었다. 도윤은 누군가 직접 왔다는 말을 삼켰다. 가져온 사람과 보낸 사람이 같다는 보장은 없었다.

내용물을 꺼내자 흰 카드가 먼저 놓였다. 가운데 인쇄된 글씨 아래에는 서명도 연락처도 없었다. 뒷면에도 글씨는 없었다.

잘 보고 있군요.

이번에는 지후가 함께 읽었다.

투명 봉지 안의 검은 조각은 엄지손톱보다 조금 컸다. 한쪽 가장자리가 곧고 맞은편은 비스듬하게 꺾여 있었다. 도윤이 몸을 조금 기울였다. 담당자의 손이 멈췄다.

"빛을 바꿔 보실 수 있습니까?"

그가 물었다.

"촬영하고 확인하겠습니다."

도윤은 뒤로 물러났다. 검은 면 위로 빛이 움직였다. 유리처럼 보였지만 손에 들거나 깨진 면을 검사한 사람은 아직 없었다.

"사진 속 것하고 비슷하지?"

지후가 낮게 물었다.

"한쪽이 곧다는 정도는요. 같은 조각인지는 모릅니다."

문기석의 메모에는 모양조차 없었다. 찾던 봉투가 여기에 왔다고 쓰면 그 사이의 삼 년과 이동 경로가 한꺼번에 사라졌다.

관할 담당자는 관련 사건 담당자 연락처를 받아 적었다. 물품은 도윤의 제출 의사를 확인한 뒤 각각 식별해 보존했다. 도윤이 만진 겉봉투와 손대지 않은 내용물을 구별해 기록했다.

지후가 인수 목록의 수량을 확인했다. 도윤은 봉인된 검은 조각보다 카드가 들어간 포장을 오래 보았다.

"지문이 나올까요."

"의뢰해 봐야죠."

담당자가 답했다. 도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안에 답을 받아야 한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관리인은 현관 옆 작은 방에서 녹화기 화면을 켰다.

"저녁에 두고 갔겠죠. 낮에는 제가 여기 있었거든요."

지후가 열린 방문과 우편함 사이를 봤다. 안쪽 의자에서는 벽 끝에 우편함 모서리만 걸렸다.

"도윤 씨 우편함 안을 보신 건 몇 시입니까?"

"안까지야 안 보죠. 제 것도 아닌데."

"그러면 저녁인지는 아직 모르는 거네요."

관리인이 도윤을 봤다. 도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들어올 때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비운 건 어제 아침입니다."

그때는 광고지만 있었다. 오늘 귀가한 뒤 생긴 일이라고 생각한 근거는 자신이 방금 발견했다는 것뿐이었다.

지후는 메모의 시작 시각을 고쳤다.

화면에는 출입문과 계단 아래가 잡혔다. 우편함은 화면 바깥이었다. 관할 담당자가 관리인에게 영상 보존과 제공 협조를 요청했다. 관리인은 보관되는 기간을 정확히 모르겠다며 녹화기의 날짜 목록을 열었다.

도윤은 화면에서 눈을 떼고 실제 현관문을 봤다. 조금 전 내려온 주민이 나가며 놓은 문은 끝까지 닫히지 않았다. 문 아래 고무가 바닥을 긁고 있었다.

"잠금이 안 걸립니까?"

"세게 당기면 걸려요. 수리 부르려고 했는데."

지후가 문을 다시 만지려다 관할 담당자를 불렀다. 담당자가 현재 상태부터 사진으로 남겼다.

공동 출입 비밀번호를 안다는 결론은 낼 수 없었다. 하지만 도윤은 그 사실로 안심하지 못했다. 이름표도 없는 자기 우편함까지 찾아오는 데 필요한 것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호수와 이름.

관리인이 녹화 화면을 빠르게 돌리려 하자 담당자가 보존할 시간 범위부터 확인했다. 지후는 도윤에게 고개를 돌렸다.

"여기서 밤새 다 보려고 하지 마."

"제가 아는 얼굴일 수도 있습니다."

"검토할 때 확인할 수 있어. 지금은 네가 언제 뭘 봤는지부터 남겨."

도윤은 빈 종이를 받았다. 전날 아침 우편함을 비운 일부터 적었다. 현관을 지나간 사람마다 발신자를 겹쳐 보는 대신 자기 발걸음부터 순서대로 썼다.

글씨를 쓰는 동안 문이 다시 열렸다. 배달 봉지를 든 청년이었다. 도윤의 펜이 멎자 지후가 종이 아래를 짚었다.

"그다음은?"

"저녁 먹고 내려왔습니다."

도윤은 문 쪽에서 눈을 돌렸다.


해진의 전화는 집으로 올라온 뒤 받았다.

지후가 현관 안쪽에 서 있었다. 도윤은 전화를 스피커로 바꿔도 되는지 묻고 식탁에 놓았다. 반찬통 하나가 그대로 나와 있었다.

"박 형사에게 들었습니다. 추가로 떠오른 게 있습니까?"

"발신인 표기는 없습니다. 제가 기다리던 우편이라고 확인할 근거도 없고요."

"물품은 관할에서 맡습니다. 강 분석관은 오늘 혼자 확인하러 다니지 마세요."

"예."

"누가 보냈는지 짚이는 사람이 있습니까?"

도윤은 서랍 쪽을 봤다. 서윤의 사진과 회색 수첩이 거기 있었다. 같은 문장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본다’라는 말이 그 안쪽을 두드리는 것 같았다.

"지금 이름을 댈 근거는 없습니다."

"없으면 없는 대로 두세요. 카드에 쓰인 말 이상을 보낸 사람의 지식으로 정하지 말고요."

도윤은 눈을 감았다가 떴다. 상대가 자신의 감각을 안다는 두려움을 사실처럼 입 밖에 낼 뻔했다. 그 말은 카드 어디에도 없었다.

해진은 주거지 관할과 안전 조치를 협의하겠다고 했다. 지후가 오늘은 자기 집으로 함께 가겠다고 말했고 도윤의 의사를 물었다.

"괜찮습니다. 여기 있어도……."

말이 끊겼다. 지후는 재촉하지 않았다. 도윤은 식탁 위 휴대폰을 보았다. 집에 도착했다고 보냈을 때에는 이 집을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같이 가겠습니다."

해진은 도착하면 연락하라고 했다. 출근이나 현장 복귀에 관한 새 허락은 없었다. 통화가 끝난 뒤 도윤은 반찬통 뚜껑을 닫았다. 손잡이가 없는 부분을 두 번 누르고 나서야 맞는 방향으로 돌렸다.

지후가 냉장고 문을 열어 줬다.

"칫솔만 챙겨. 나머지는 있어."

도윤은 작은 가방을 가져왔다. 충전기와 갈아입을 옷을 넣은 뒤 책상으로 갔다. 회색 수첩은 펼쳐져 있었다. 그는 문의할 말을 적은 종이를 그 사이에 끼우고 덮었다.

검은 조각을 집으로 가져오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뒤늦게 들었다. 식탁 위에 놓고 밤새 들여다봤을 자신이 선명했다. 그러면 지후에게 보낼 문자는 아침까지 미뤄졌을지도 몰랐다.

"처음 전화했을 때 바로 받아 줘서 고맙습니다."

지후가 신발을 신다 말고 봤다.

"다음에도 해. 받는 건 내가 할 테니까."

도윤은 현관등을 껐다. 문을 잠그고 손잡이를 한 번 당겼다. 지후가 계단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우편함 앞을 다시 지날 때 열린 칸은 비어 있었다. 도윤은 그 앞에서 멈추지 않았다. 물건을 가져간 것은 관할 담당자였고 인수 내역도 남았다.

봉투에 적힌 세 글자는 이제 증거 사진 안에 있었다.

강도윤.

그가 찾는 사람의 이름이 아니었다. 누군가 정확히 골라 놓은 받는 사람의 이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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