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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현장의 마지막 1분을 재생합니다14화

범죄 현장의 마지막 1분을 재생합니다

범죄 현장의 마지막 1분을 재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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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멈추라는 말

해진은 도윤이 고친 보고서를 첫 장부터 읽지 않았다.

접촉 이유가 비어 있는 마지막 장을 펼쳐 두고 맞은편 의자를 가리켰다. 오전 아홉 시였다. 면담실 창밖으로 종이 상자를 실은 손수레가 지나갔다. 바퀴가 문턱에 걸리는 소리가 난 뒤 방 안이 조용해졌다.

"채취가 끝난 뒤였다는 건 이미 읽었습니다."

도윤은 의자 깊이 앉지 않았다.

"시료가 남은 위치를 확인했습니다."

"손으로 확인할 이유요."

그는 보고서 모서리를 맞췄다. 왼쪽으로 튀어나온 한 장을 밀자 해진이 손을 얹었다.

"종이 말고 저를 보세요."

도윤이 고개를 들었다.

"미끄러져서 닿은 겁니까?"

"아닙니다."

"장갑이 찢어졌습니까?"

"벗었습니다."

해진은 펜을 내려놓았다. 도윤에게서 대답을 받아 적던 움직임이 멎자 오히려 더 오래 말해야 할 것 같았다.

"알아낼 게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무엇을요?"

복도에서 전화가 울렸다. 도윤은 소리가 그치기를 기다렸다. 그친 뒤에도 입이 열리지 않았다.

해진이 다른 서류를 꺼냈다. 김성철 사건의 분석 메모와 문기석 현장의 경위였다. 배진만이 손잡이를 사용하는 방식에 관한 줄에는 도윤과 지후가 함께 관찰했다는 표시가 있었다.

"배진만이 왼손을 쓴 건 박 형사도 봤죠. 그런데 강 분석관은 처음부터 왼손 사용을 유난히 짚었습니다. 문기석 씨 차에서는 냄새를 말했고요. 정작 그 냄새는 현장 관찰로 적지 않았습니다."

"확인할 수 없어서 뺐습니다."

"빼기 전에는 무엇을 믿고 말했습니까?"

도윤의 시선이 두 서류 사이에 멎었다. 하나에는 섬유 감정 결과가 붙어 있었다. 다른 하나에는 자신의 손이 닿은 위치가 그려져 있었다. 그 사이를 설명할 수 있는 종이는 가져오지 않았다.

"맞는 단서를 찾았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닙니다. 강 분석관이 쓰러진 다음에도 그 단서를 따라갈 사람은 남습니다. 그 사람에게 출처를 뭐라고 말할 겁니까?"

"제 판단이라고 하시면 됩니다."

"판단한 사람이 대답을 못 하는데요."

도윤은 입을 다물었다.

해진이 지후의 현장 경위에서 한 줄을 짚었다. 부름에 반응하지 않음. 그 아래에는 몸이 기울어 부축했다고 적혀 있었다.

도윤은 사진 번호와 접촉 시각은 여러 번 고쳤으면서 그 줄은 한 번도 길게 보지 않았다.


"현장에서 감각이 과부하됩니다."

해진은 바로 질문하지 않았다.

"소리나 냄새가 한꺼번에 밀려옵니다. 목이 눌리는 것 같을 때도 있습니다. 눈앞에 있는 것과 구별하기 어려울 때가 있고요."

"그날 박 형사가 부른 건 들었습니까?"

도윤은 차 문턱을 떠올리려다 그만뒀다. 지금 떠올릴 수 있는 소리와 수첩에 적힌 소리가 같다는 보장이 없었다.

"대답할 수 있는 상태는 아니었습니다."

"그런 상태가 올 걸 알고 손을 댔습니까?"

도윤의 엄지가 손바닥을 눌렀다.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해진은 의자 등받이에 기대지 않은 채 그를 보았다.

"일부러 그 상태로 들어가려 했다는 말입니까?"

"뭔가 더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알아냈습니까?"

오른쪽의 달고 서늘한 냄새. 거친 천. 피 맛. 수첩에는 남아 있었다. 어느 것도 죽인 사람의 이름이 아니었다.

"냄새를 느꼈습니다. 현장에서 실제로 맡은 것인지는 설명할 수 없습니다."

"그 냄새 때문에 누군가를 골랐습니까?"

"아닙니다. 사람을 보지 못했습니다."

말을 마친 뒤 도윤은 너무 많이 말했다는 생각에 해진을 봤다. 그녀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는 말을 되묻는 대신 보고서의 빈칸을 가리켰다.

"지금 한 말부터 쓰세요. 의도적으로 접촉했다는 것까지."

도윤은 펜을 들었지만 첫 글자를 쓰지 못했다.

"현장에서는 계속 빠지는 겁니까?"

"예."

짧은 대답이었다. 해진은 덧붙일 말을 고르지 않았다.

도윤은 닫힌 문을 봤다. 저 문밖에서는 문기석의 살해자를 찾고 있었다. 가해자가 앉았을지 모를 자리의 시료가 분석되고 있을 것이었다. 자신은 의자에 앉아 자기 손을 설명해야 했다.

"자료 검토는 하겠습니다."

"현재 허용한 범위에서요. 상태가 달라지면 그것도 멈춥니다. 진료 때 하지 못한 설명이 있으면 하세요. 다음 상담 일정도 잡고요."

"알겠습니다."

해진이 보고서를 조금 당겼다.

"계속 일하려고 하는 대답이면 다시 생각하세요."

도윤은 펜 뚜껑을 닫았다. 손끝에 작은 소리가 났다. 지금 괜찮다고 말하면 그 말을 확인하려는 사람이 또 생겼다. 혼자 버틸 수 있다고 적으면 지후가 차 문 옆에서 기다리던 시간도 그의 말 하나로 지워졌다.

"제가 괜찮다고 해도 중단시키셔도 됩니다."

"그건 원래 제가 할 일입니다. 강 분석관이 할 건 멈추는 거고요."

그는 다시 뚜껑을 열었다.

감각 이상을 통해 단서를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해 승인 없이 접촉함.

한 줄을 쓰는 데 오래 걸렸다. 다음 줄에는 당시 호출에 반응하지 못한 사실과 탈진을 적었다. 마지막 1분이라는 말은 쓰지 않았다. 사망자의 자리에서 들었다는 말도 없었다.

해진은 읽은 뒤 서명란을 돌려줬다.

"제가 전부 설명했다고 받아들이시는 건 아닙니까?"

도윤이 물었다.

"아닙니다."

그가 처음으로 해진을 오래 바라봤다.

"오늘 말한 부분에 책임지라는 겁니다. 나머지를 말할 때까지 다른 사람이 다치며 기다려 줄 수는 없으니까요."

도윤은 이름을 썼다. 종이를 넘겨주는 순간 손이 가벼워지지는 않았다. 해진은 번번이 돌려주던 마지막 장까지 이번에는 자기 쪽으로 가져갔다.


지후는 자료 검토실에서 식은 주먹밥의 비닐을 벗기고 있었다.

도윤 몫은 뜯지 않은 채 옆에 놓여 있었다. 지후가 턱으로 가리켰다.

"아침 먹었어?"

"아직요."

"그럼 이거부터."

도윤은 의자를 빼고 앉았다. 입안에서 밥알이 흩어졌다. 물을 마시고 나서야 문장을 이을 수 있었다.

"팀장님께 감각이 과부하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현장에는 계속 못 갑니다."

지후는 먹던 것을 내려놓았다.

"냄새 얘기도 했고?"

"예. 실제로 맡았다고 장담할 수 없다는 것까지요."

"나한테도 그렇게 말하지."

도윤은 비닐을 접었다가 폈다.

"그때는 쓸모가 있을 것 같았습니다."

"나는 네가 내 말을 못 듣는 줄 알았어. 이름을 불러도 안 움직이니까 함부로 당겨도 되는지 모르겠더라."

지후가 자기 손목을 감쌌다. 그날 도윤을 붙들었던 손이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무릎이 꺾였잖아. 구급대 다시 불러야 하는지 그것부터 생각했어."

"죄송합니다."

"그 말만 해 놓고 또 하지 마."

도윤은 고개를 끄덕이려다가 멈췄다. 지후는 고개가 아니라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멈추라고 하면 멈추겠습니다. 대답을 못 하면 제 말 기다리지 말고 도움을 불러 주세요."

"현장 나가도 된다는 얘기는 아니지?"

"아닙니다."

지후는 남은 주먹밥을 도윤 쪽으로 조금 더 밀었다. 먹는 동안에는 사건을 묻지 않았다.

책상을 치운 뒤 두 사람은 검은 유리 확인 목록을 펼쳤다. 지후가 옮겨 적은 첫 질문은 누가 가져갔는가였다. 도윤도 같은 문장부터 적어 왔다.

그는 입고표 뒷면 사본을 그 옆에 놓았다. 봉투 보관. 그 다음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없어진 날짜부터 찾아야겠네."

지후가 말했다. 도윤은 종이를 한 장 더 꺼냈다.

"마지막으로 본 사람이 먼저겠습니다. 이 글을 적은 뒤에도 실제로 보관됐는지요."

"메모밖에 없는 거니까."

지후가 첫 질문 앞에 자리를 냈다. 누가 수거하는 것을 봤는가. 봉투를 직접 본 적이 있는가. 언제 어디서였는가. 현재 직원이 삼 년 전 일까지 알 거라고 가정하지 않고 당시 근무자 확인도 별도로 적었다.

도윤은 김성철 사진에 붙였던 작은 종이를 떼었다. 같은 조각인지 확인하자는 질문이었다. 실물이 나오면 비교할 항목으로 옮겼다.

"이쪽 사진을 먼저 보여 주면 본 걸 섞어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

"모양은 먼저 물어볼게."

지후가 수정한 목록을 관할 담당자에게 전달했다. 새 물건이 발견된 것은 없었다. 그래도 도윤은 차로 가겠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가 작성한 질문은 자기보다 먼저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점심이 가까워졌을 때 도윤은 진료받았던 곳에 전화를 걸었다. 당시 설명하지 못한 증상이 있어 다시 상담하려 한다고 말했다. 가능한 시간을 받아 적고 업무 일정과 겹치는 부분을 해진에게 알렸다.

통화를 마치자 지후가 외투를 들었다. 관할 담당자와 자료를 확인하러 갈 참이었다.

"먼저 들어가게 되면 연락해. 집에 도착해서."

"그것도 보고해야 합니까?"

"보고서로 쓰지 말고 문자로 해. 나 긴 글 싫어."

지후는 빈 비닐까지 가져가려다가 도윤이 쥐고 있는 것을 보고 손을 거뒀다. 도윤은 직접 일어나 쓰레기통에 버렸다.


저녁에 집 문을 열었을 때 현관은 아침 그대로였다.

도윤은 신발을 벗고 잠금장치가 닫히는 소리를 들었다. 외투를 걸기 전에 휴대폰부터 꺼냈다.

집에 도착했습니다.

전송 표시를 확인한 뒤 책상에 앉았다. 사건 자료는 두고 왔다. 서랍에서 꺼낸 것은 개인 수첩이었다. 문기석의 차에서 돌아와 적은 문장들이 짧게 끊겨 있었다.

오른쪽. 달고 서늘함. 얼굴 안 보임.

지금은 어느 정도로 달았는지 떠오르지 않았다. 그 빈자리에 오전에 마신 커피 향이 끼어드는 것 같아 수첩을 코앞에서 치웠다. 새로운 말을 보태지 않았다.

해진에게 말한 것은 증상이었다. 그 감각 안에서 죽어 가던 사람이 자신이 아니었다는 사실은 아직 쓰지 못했다. 경위 보고에 서명한 손으로 수첩을 덮었다.

그 아래 회색 수첩이 있었다. 오래전 자기 글씨로 옮겨 적은 문장과 사진 봉투가 함께 들어 있었다. 원촬영본 문의에 대한 회신은 아직 없었다.

도윤은 봉투를 꺼내다가 컵을 보았다. 물이 절반 남아 있었다. 공책 옆에 두지 말라던 서윤의 말이 떠올라 컵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휴대폰이 짧게 울렸다.

밥도 먹어.

지후의 답이었다. 도윤은 한동안 그 짧은 답을 보고 있었다. 도착했다는 말 다음에 무엇을 더 보고해야 할지 준비하고 있었던 자신이 조금 낯설었다.

그는 냉장고에서 반찬통을 꺼냈다. 뚜껑 하나를 연 뒤 책상으로 돌아와 사진 봉투를 서랍 안에 넣었다. 끝이 걸려 서랍이 닫히지 않았다.

봉투를 반듯하게 눕히려다 도윤은 회색 수첩의 접힌 장을 보았다.

위쪽?

사진 바깥을 묻던 오래된 글씨였다. 그는 봉투를 넣되 수첩은 그 장을 펼쳐 두었다. 원촬영본이 있다면 누구에게서 건네받은 것인지도 물어야 했다. 문의할 말을 새 종이에 적었다.

도윤은 식탁에 휴대폰을 올려 두었다. 무음으로 바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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