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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현장의 마지막 1분을 재생합니다10화

범죄 현장의 마지막 1분을 재생합니다

범죄 현장의 마지막 1분을 재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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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빛이 남은 자리

도윤은 진료실에서 손을 펴 보라는 말을 두 번 들었다.

손가락보다 어깨가 먼저 움직였다. 의사는 숨이 막힌 시간과 의식을 잃었는지 물었고 도윤은 주변의 부름에 반응하지 못했다는 말을 옮겼다. 입술 안쪽에는 상처가 없었다. 혀끝에 남은 피 맛은 자기 몸에서 난 것이 아니었다.

검사와 관찰이 끝난 뒤에도 목을 조이는 느낌은 조금 남았다. 다시 증상이 오면 바로 진료받으라는 안내를 들었다. 지후가 차로 데려다주는 동안 도윤은 사건 철을 펴지 않았다.

"내일 오전 열 시. 남편이 온대."

"알리바이 자료도 부탁드립니다. 당시 확인한 것부터요."

지후가 방향지시등을 켰다.

"넘겼어. 지금은 집 열쇠나 찾아."

도윤은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냈다. 손잡이를 잡을 힘은 돌아왔지만 문기석의 차 앞에서 굳어 있던 일 분은 없어지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그는 해진에게 경위 보고를 제출했다. 장갑을 벗은 시점과 접촉 위치, 먼저 채취된 시료와 자신의 손이 닿은 잔류물을 나누어 적었다. 개인 수첩은 꺼내지 않았다.

해진은 마지막 장까지 읽고 내려놓았다.

"왜 맨손이어야 했는지는 빠졌네요."

도윤은 책상 끝을 보았다.

"지금 설명드릴 수 없습니다. 정당한 감식 행위가 아니었다는 건 압니다."

"그 대답으로 끝난 건 아닙니다. 현장에는 보내지 않겠습니다. 오늘은 자료 검토와 면담 배석까지만 하세요. 이상이 오면 즉시 중단하고요."

도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해진은 보고서 위에 접수 시각을 적었다. 그것을 서랍 안으로 감춰 주지는 않았다.

면담실 문 너머에서 종이 넘기는 소리가 났다.

정태건은 약속보다 십 분 먼저 와 있었다. 책상에는 접힌 행사 일정표가 놓여 있었다. 보험금 수령자라는 글자 아래에서만 보던 이름이 그 종이의 왼쪽 아래에도 인쇄돼 있었다.


"이것 때문에 또 부르신 줄 알았습니다."

태건이 일정표를 폈다. 접힌 선을 손톱으로 눌러 도윤 쪽으로 밀었다.

"그날 저는 여기 있었습니다. 그때도 다 확인하셨잖아요."

지방 교육시설에서 열린 설비관리 교육이었다. 저녁 실습 진행자 칸에 정태건 이름이 있었다. 일정표만으로 참석이 증명되지는 않았다. 관할 형사는 당시 사고 기록에 보관된 영상 목록을 따로 펼쳤다.

저녁 여덟 시부터 열한 시까지 녹화된 강의실. 태건이 참가자들 앞에서 장비를 다루고 질문에 답하는 모습이 남아 있었다. 사고 신고 시각 전후에도 얼굴을 든 채 참가자와 문답을 이어 갔다. 당시 조사자는 행사 담당자에게 촬영 경위와 시각을 확인했고 참석자들의 진술도 받아 두었다.

행사장에서 사고 지점까지는 차로 두 시간이 넘게 걸렸다. 신고보다 충돌이 얼마나 앞섰는지는 다시 살펴야 했지만 그가 화면에서 사라져 왕복할 만한 틈은 없었다.

"자료 확인했습니다."

해진이 말했다.

"그 시간에 현장에 있었다고 말씀드리는 게 아닙니다. 출발하기 전 차가 어디 있었는지 확인하려고요."

태건은 일정표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

"아내가 타던 차예요. 저는 동료 차로 갔고요."

"마지막으로 직접 운전하신 건 언제입니까?"

"그날 오후요. 집 근처에서 잠깐."

관할 형사가 장소를 물으려 하자 태건이 먼저 말을 이었다.

"차가 이상했다는 얘기는 없었어요. 정비도 제때 했습니다. 보험금 받은 건 맞지만 받을 돈을 받은 겁니다. 그걸로 뭘 했는지도 다 냈어요."

도윤은 보험 서류를 넘기지 않았다.

"출발 전에 차 안에서 바꾸거나 치운 물건이 있었습니까?"

"수리 같은 걸 말하는 겁니까?"

"물건도 좋습니다. 평소와 달랐던 부분이요."

태건이 생각하다 휴대폰을 꺼냈다. 당시 차량 상태를 볼 사진이 있으면 가져와 달라는 면담 전 요청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사진 한 장을 골라 내밀었다.

"이건 사고 나기 사흘 전입니다. 같이 밥 먹으러 갔다 찍은 거예요."

조수석에 앉은 수경이 작은 빵 봉투를 무릎에 놓고 있었다. 운전석 쪽에서 찍은 사진이었다. 대시보드 가운데에는 짙은 회색 직사각형 자국이 보였다.

"여기 집게를 떼었어요. 주차 전화번호나 메모 끼우는 거. 아내가 햇빛이 눈에 들어온다고 해서요."

"어떤 집게였습니까?"

태건이 엄지와 검지로 반달을 만들었다.

"은색입니다. 누르면 입이 벌어지는. 바닥에 붙여 놨었어요. 저는 괜찮았는데 아내는 키가 작아서 그런지 앞유리에 비친다고 했죠."

수경의 얼굴은 봉투에 가려 반쯤만 보였다. 봉투 위 손은 옆 사람에게 무언가 건네려는 모양이었다. 도윤은 그 부분을 확대하지 않았다.

관할 형사가 관련 사진을 제출받아도 되는지 묻자 태건은 고개를 끄덕였다. 파일과 촬영 시점에 대한 그의 설명은 함께 남았다. 촬영 날짜가 맞는지는 별도로 확인하기로 했다.

"떼어낸 뒤 다시 붙였습니까?"

"아뇨. 사고 날 때까지 그 자리는 비어 있었어요."

도윤은 그 말을 적다가 펜을 멈췄다.

철의 앞쪽에 붙은 사고 사진에서 비슷한 자리를 본 기억이 났다. 앞유리 아래에 하얗게 번진 짧은 곡선이었다.


태건이 통화를 위해 면담을 잠시 쉬자 지후가 도윤을 자료 검토실로 따라왔다.

"뭐 걸렸어?"

도윤은 사고 사진의 촬영 번호를 적어 담당자에게 원래 크기의 파일을 요청했다. 빗물에 번진 빛이 먼저 화면을 채웠다. 옹벽, 찌그러진 문, 깨진 앞유리 아래에 가느다란 흰 선이 있었다.

"구조대 손전등일 수도 있어."

지후가 화면을 짚었다.

도윤은 사진 한 장을 더 열었다. 같은 차를 조수석 쪽에서 찍은 것이었다. 흰 선은 다른 자리에 있었다. 대신 대시보드 위에 작은 은색 물체가 보였다. 가운데가 둥글게 솟고 아래쪽이 납작했다.

"이쪽도 같이 봐 주십시오."

지후가 의자를 당겼다. 도윤은 두 사진을 나란히 놓았다. 은색 물체 아래에 짙은 받침이 있었다. 태건이 내민 사진의 빈 자국과 대략 같은 위치였다.

"금속 집게처럼 보이네. 저 선이 이게 비친 거라면……."

"촬영한 빛을 받아 앞유리에 반사됐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사고 때도 빛이 났다는 뜻은 아니고요."

첫 사진만 보았을 때는 깨진 유리 가장자리로 보였다. 다른 각도에서 보니 대시보드 위 물건과 그 위의 밝은 곡선이 따로 잡혔다. 담당자가 파일의 촬영 순서와 차량 번호를 확인해 주었다. 같은 사고 현장 자료였다.

지후가 손바닥을 둥글게 말았다.

"남편이 떼었다는 게 이거야?"

"같은 물건인지는 모릅니다. 이런 모양 집게는 많으니까요."

사진을 더 키우자 금속 가장자리가 네모난 점으로 갈라졌다. 도윤은 배율을 되돌렸다. 문기석이 마지막에 본 어둠을 떠올릴 필요는 없었다. 이 사진은 지후도 볼 수 있었다.

"없었다는 말하고는 다르네."

지후가 말했다.

도윤은 태건의 제출 사진으로 돌아갔다. 수경의 손은 여전히 빵 봉투 위에 있었다. 남편이 없앴다는 빛을 수경이 왜 다시 앞에 두었는지 물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누가 대신 붙였다고 정할 수도 없었다.

해진이 들어와 두 화면을 보았다.

"운전 중 시야를 가렸다는 결론은 쓰지 마세요. 촬영 조명과 운전자 눈높이는 다른 조건입니다."

"예. 차량 상태가 달랐다는 것부터 묻겠습니다."

도윤은 질문 아래 두 개의 사진 번호를 적었다. 이번에는 개인 수첩이 아니라 면담 메모였다.


태건은 사고 사진을 보자 입을 다물었다.

지후가 앞유리 대신 대시보드의 물체를 짚었다. 태건이 고개를 기울였다. 반사상을 보던 눈이 아래쪽으로 옮겨 갔다.

"이 집게를 아십니까?"

"비슷하네요. 사진이 작아서."

"직접 다시 붙인 적은 없다고 하셨죠."

"없어요. 수경이가 붙였을 수도 있죠. 제가 종일 같이 있었던 게 아니니까."

도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태건이 밀어 둔 일정표를 다시 펼칠 이유는 없었다.

"아내분이 차를 받은 건 언제입니까?"

"저녁쯤이었겠죠."

"직접 열쇠를 주셨습니까?"

태건의 손가락이 일정표의 접힌 선을 따라갔다.

"맡겨 놨습니다. 제가 기다릴 시간이 없어서."

"어디입니까?"

"동림에요. 보관소. 예전에도 잠깐 세워 놓은 적이 있어서. 거기서 동료 차를 탔습니다."

관할 형사가 메모를 멈추고 태건을 보았다.

"사고 나기 전에 그 보관소에 맡기셨다는 겁니까?"

"네. 다섯 시 반쯤. 오래돼서 정확한 분은 모르겠어요."

도윤은 입고표 사진을 꺼내려다 손을 뗐다. 먼저 그의 기억을 끝까지 받아야 했다. 관할 형사가 차를 세운 곳과 열쇠를 건넨 사람을 물었다.

"사무실 안쪽에 있던 기사한테요. 아내가 찾으러 올 거라고 했습니다. 이름은 기억 안 나고요."

"아내분이 찾아갔다는 연락은 받았습니까?"

"따로는요. 사고가 났으니까 가져간 줄 알았죠."

"그러면 사고 날까지 집게 자리가 비어 있었다는 건 직접 확인하신 게 아니군요."

태건은 입술을 다물었다가 대답했다.

"다시 붙일 줄은 몰랐다는 뜻입니다."

종이를 넘기던 지후의 손이 멈췄다. 도윤은 태건이 조금 전 했던 말을 다시 읽었다. 아내가 타던 차. 그 말에는 아내 손에 들어간 것을 보았다는 뜻이 없었다.

해진이 당시 진술서를 펼쳤다.

"여기에는 동료 차로 행사장에 갔다고만 돼 있습니다. 차를 맡긴 이야기는 왜 없습니까?"

"어디 있었냐고 물으셨잖아요. 사고 차는 견인돼서 거기 간 거고. 그 전에 세워 둔 것까지 물은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는 일정표를 자기 쪽으로 당겼다.

"제가 뭘 숨겼다고 하시는 건가요?"

"빠져 있던 이동 경위를 확인하는 겁니다. 동료분과 연락할 방법부터 알려 주십시오."

태건이 전화기를 열었다. 손가락이 연락처 목록을 한 번 지나쳤다가 돌아왔다. 도윤은 그 작은 지체에 이름을 붙이지 않았다.

면담을 마친 뒤 지후는 오후 다섯 시 반이라는 진술 옆에 입고표의 여섯 시 십 분을 적었다. 사십 분이 벌어졌다. 어느 쪽이 정확한지 아직 몰랐다.

"반출 기록도 받아야겠네. 사고 뒤에 차가 어디로 갔는지까지."

"폐차 처리 자료도 요청해 주세요. 현장 사진 뒤에 차량 상태를 확인할 자료가 더 있는지요."

해진이 관할 형사에게 요청 범위를 정리해 건넸다. 잠긴 서랍의 자료 확보는 아직 진행 중이었다. 문기석이 가지고 있었다는 표의 뒷면은 여전히 보지 못했다.

점심시간에 도윤은 수아에게 전화했다.

"남편분에게 사고 전 차를 어디에 맡겼는지 물었습니다. 동림에 맡겼다고 답했습니다. 누가 찾아갔는지는 확인 중입니다."

수아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언니가 받았대요? 직접 봤대요?"

"직접 보지는 못했다고 했습니다."

"그럼 그걸 찾아 주세요. 언니가 열쇠 받는 건 아무도 못 봤는데 혼자 운전했다고만 하지 말고요."

도윤은 사고 차량에서 수경이 혼자 발견됐다는 줄을 보았다. 그 문장은 바뀌지 않았다. 이제 그 앞에 비어 있는 시간이 보였다.

전화를 끊고 인수자 칸을 새로 만들었다.

정태건의 알리바이는 그 칸을 채워 주지 못했다.

문기석에게서 받지 못한 대답을 이제 차가 남긴 기록에서 찾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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