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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의 강을 건너는 검객2화

철강의 강을 건너는 검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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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스승의 검에 남은 용접 자국

폐로의 문은 잠겨 있지 않았다. 강철 운송선이 도착하자 안쪽에서 누군가 빗장을 밀었다. 문을 연 사람은 두 팔에 화상 자국이 남은 제련공 장효란이었다.

“배에 뭘 실어 왔어?”

“불량철 세 덩이, 고철 두 자루, 그리고 스승님 검과 같은 용접 자국을 가진 조각.” 무경이 말했다.

효란은 검을 보지 않고 화물부터 내리라고 했다. 도찬이 선원들에게 조심하라 지시하는 동안, 무경은 문 안쪽의 벽에 붙은 옛 작업표를 읽었다. 폐로는 봉쇄된 지 십 년이 됐다는데, 날짜가 지난달로 바뀌어 있었다.

“여기 누가 들어왔나요?”

“수리하는 사람이 있어.”

“백로검문이 문을 닫았다고 들었습니다.”

“문을 닫은 건 검문이야. 불은 다른 사람이 켰지.”

효란은 작업장 한쪽의 제련로 앞에서 멈췄다. 재가 쌓인 바닥에 발자국이 여러 개 남아 있었다. 가장 최근 자국은 밑창에 철못이 박힌 신발이었다. 도찬의 부츠 밑창과 같았다.

무경이 그를 돌아봤다. “당신은 폐로에 와 본 적 있군요.”

“옛날에 한 번.”

“언제죠?”

“사고가 난 날.”

효란은 열이 남은 철판을 손등으로 느꼈다. “밸브를 잠그라는 신호가 왔는데, 운송선이 떠난 뒤에 들었어. 수로 건너편에서 종을 쳤거든.”

“신호를 늦게 들은 겁니까?”

“아니. 들었는데 늦게 움직였어.”

“왜요?”

“밸브를 잠그면 용광로 압력이 올라가고, 배에 실린 강철이 망가질 줄 알았지.”

도찬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그때 안쪽에 사람이 남아 있는 줄 몰랐습니다.”

“내 동료 둘이 안에 있었어.” 효란은 표정 없이 말했다. “한 사람은 살아서 나왔고, 한 사람은 아직 손을 제대로 펴지 못해.”

무경은 도찬의 화상 자국을 봤다. “당신은 사고 뒤에 그 사실을 숨겼어요?”

“상부에 보고했지만, 기록에는 신호가 늦게 도착한 것으로 적혔습니다.”

“당신이 그렇게 적었습니까?”

“아니요. 제가 확인만 했습니다.”

“확인한 사람도 책임이 있죠.”

도찬은 고개를 들었다. “그렇습니다.”

효란은 화물 상자의 사슬을 풀었다. 안에는 낡은 검이 들어 있었다. 칼날 가운데가 한 번 잘렸다가 다시 붙은 흔적이 있었다. 무경은 손잡이 천을 풀어 안쪽을 확인했다. 자신의 스승이 쓰던 검과 똑같은 용접선이 세 줄 이어져 있었다. 다만 이번에는 마지막 선이 뒤집혀 있었다.

“수리한 방향이 달라요.”

효란은 검을 받아 들었다. “이건 네 스승이 만든 게 아니야.”

“그럼 누가 만들었죠?”

“네가 아니라, 네 스승이 파문당한 날에 있던 사람이 만들었어.”

“백언 문주?”

“그는 검을 만들지 않아.”

작업장 입구에서 칼집 끌리는 소리가 났다. 검은 옷의 무인들이 문 안으로 들어왔다. 앞에 선 남자는 백로검문 제자 윤비였다. 무경과 함께 수련했던 사람이다.

“폐로는 봉쇄 구역입니다. 검과 화물을 회수하러 왔습니다.”

“회수 명령을 누가 내렸죠?” 무경이 물었다.

“문주님.”

“무슨 근거로?”

“파문당한 자가 문파의 검을 가져갈 수 없으니까.”

“이 검은 내 손에 없어. 화물상자에 있었어.”

“그럼 돌려주면 됩니다.”

윤비가 손을 내밀었다. 효란은 검을 들고 뒤로 물러났다. “아직 확인해야 해.”

“제련공은 검을 들 자격이 없습니다.”

효란은 검을 바닥에 세웠다. “내가 자격이 있냐 없냐는 네가 정할 일이 아니야.”

윤비는 무경에게 시선을 옮겼다. “검을 넘기고 이 지역을 떠나. 그러면 더는 문파 일을 들추지 않겠다.”

“문파가 숨긴 일을 들추는 게 두렵습니까?”

“숨긴 건 없다.”

“그럼 검을 보여 주면 되겠네.”

무경이 칼을 뽑았다. 윤비도 검을 들었다. 하지만 폐로의 작업장은 두 사람이 싸우기엔 좁았다. 한쪽에는 식은 용광로, 다른 쪽에는 화물 더미가 쌓여 있었다. 효란과 선원들이 뒤로 빠졌다. 도찬은 윤비의 부하들이 작업장 출구를 막는 걸 확인했다.

첫 검격은 무경의 어깨를 스쳤다. 그녀는 한 발 비켰지만 통증이 팔끝까지 번졌다. 윤비는 그 약점을 알고 있었다.

“파문될 때 어깨가 상했지. 아직 낫지 않았구나.”

“네가 만든 상처는 아니잖아.”

“문주님이 네게 한 일을 내 탓으로 돌리지는 마.”

윤비의 칼이 내려왔다. 무경은 검날이 아니라 칼자루를 쳤다. 금속의 울림이 다르게 떨렸다. 칼날 안쪽에 얇은 균열이 있었다. 그가 세 번째로 힘을 줄 때 손목이 흔들릴 것이다.

“저 검, 고쳐야 해.” 무경이 말했다.

“싸움 중에 무슨 소리야?”

“칼이 깨지면 네 손도 다친다.”

“걱정하는 척은.”

윤비가 다시 공격했다. 무경은 검을 비스듬히 받아 균열 부위를 밀었다. 칼날이 크게 흔들렸다. 하지만 어깨 통증이 쌓여 그녀의 자세도 낮아졌다. 윤비가 칼집으로 그녀의 어깨를 쳤다. 무경은 바닥에 한쪽 무릎을 짚었다.

효란이 망치를 집어 들었다. 도찬이 그녀의 팔을 막았다. “들어오지 마세요.”

“그 애가 다치고 있어.”

“그럼 윤비를 멈추게 해야죠. 여기서 쇳물을 쏟으면 모두 다칩니다.”

무경은 바닥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윤비, 스승님 검에 남은 용접 자국을 네가 본 적 있어?”

“몰라.”

“거짓말.”

그는 대답 대신 검을 세워 무경을 눌렀다. 검날이 바닥의 철판에 닿으며 짧은 소리가 났다. 무경은 그 떨림을 이용해 그의 균형을 읽었다. 칼이 완전히 내려오기 전에, 그녀는 손잡이의 금속못을 쳤다. 손잡이 천이 풀리며 안쪽의 용접선이 드러났다.

윤비의 시선이 그 자국에 꽂혔다. 그 순간 무경은 발을 걸어 칼을 떨어뜨렸다. 그녀는 검을 잡지 않았다. 대신 균열 난 칼날을 두 손으로 밀어 바닥에 눕혔다.

“검은 증거야. 무기로 쓸 필요 없어.”

윤비는 손을 뻗지 않았다. “네가 이걸 문주님께 가져가면, 그분은 네가 돌아올 자리가 있다고 말할 거야.”

“그 말을 믿으라는 거야?”

“나도 모르겠어.”

그는 부하들에게 물러나라고 손짓했다. “오늘은 검을 가져가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문주님은 이 화물을 알고 계십니다.”

그들이 나간 뒤 무경은 숨을 내쉬었다. 어깨가 떨렸다. 효란은 천을 찢어 부상 부위를 감았다.

“그 검을 문주에게 넘기면 증거가 사라질 수도 있어.” 도찬이 말했다.

“당신이 대신 보관할 수도 있겠죠.”

“그럴 자격이 없습니다.”

“당신이 사과를 하고 싶다면, 누가 다쳤는지 먼저 말해야죠.”

도찬은 화물표를 작업대 위에 펼쳤다. 사고 당일 밸브 신호를 들은 시각이 적혀 있었다. 보고서에는 신호가 지연된 것으로 적혔지만, 그의 개인 기록에는 ‘신호를 들었음. 선박 출항 대기’라고 쓰여 있었다.

효란은 그 기록을 오래 보았다. “왜 제출하지 않았어?”

“당신이 일자리를 잃을까 봐라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내 일자리를 지킬지 말지는 내가 결정해.”

도찬은 고개를 숙였다. “그렇습니다.”

무경은 개인 기록을 접지 않았다. “이걸 증거로 쓸 거예요. 대신 효란 씨가 공개할지 결정해야 합니다.”

효란은 검의 손잡이 아래에 남은 마지막 용접선을 손톱으로 따라갔다. “사고를 숨기면 다음 사람도 다쳐. 하지만 공개하면 동료들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어.”

“오늘 바로 결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무경이 말했다.

“오늘 결정할 거야. 한 사람은 아직 손이 굳어 있어. 그 사람한테 내가 먼저 물어볼게.”

효란은 무경에게 따라오라고 손짓했다. 폐로 뒤편의 작은 주거동에는 배공수가 살았다. 그는 구리 찻주전자를 한 손으로 들다 손잡이를 놓쳤다. 주전자가 바닥에 떨어지며 물이 튀었다. 공수는 욕설을 뱉고 몸을 숙였다.

“제가 주울게요.” 도찬이 말했다.

“손대지 마.” 공수는 왼손으로 주전자를 잡았다. “그날도 네가 빨리 잠갔으면 내 손은 이렇지 않았겠지.”

도찬은 허리를 굽힌 채 움직이지 못했다. “맞습니다.”

“사과하러 왔냐?”

“증언을 부탁하려고 왔습니다. 거절하셔도 됩니다.”

공수는 손가락을 하나씩 폈다. 약지와 새끼손가락은 끝까지 펴지지 않았다. “내가 증언하면 공장 문 닫힌다면서. 내 동료들 월급은 누가 줘?”

“제가 모릅니다.” 무경이 말했다. “그래도 다음 사람이 다치지 않게 할 방법은 찾아야 해요.”

공수는 그녀의 검을 보았다. “그 용접 자국, 네 스승이 남긴 거냐?”

“아직 확인 중입니다.”

“스승은 사고 뒤에 내 손을 고쳐 주려 했어. 문주가 오기 전에 검날을 붙이는 법을 가르쳐 줬지. 그게 마지막이었어.”

“그럼 공개하고 싶으세요?”

“내가 원하는 건 내 손이 예전처럼 되는 게 아니야. 네가 내 이름을 기록에 넣어. 사고 난 날 내 손이 밸브를 잠그지 못했다고, 내 책임도 있었다고 써. 대신 내가 그때 본 걸 같이 적어.”

효란은 고개를 끄덕였다. 공수는 직접 찻주전자를 올리고 물을 다시 끓였다. 손이 느렸지만, 아무도 대신하지 않았다.

그가 들려준 건 불길이 번지기 전 폐로 안쪽에서 들린 세 번의 망치 소리였다. 밸브를 잠그라는 신호와 같은 간격이었다. 그 소리는 운송선이 출항하기 전에 울렸다고 했다.
폐로 바깥에서 용광로가 다시 울렸다. 불을 끈 지 오래된 굴뚝에서 붉은 빛이 새어 나왔다. 도찬은 창문으로 달려갔다.

“누가 다시 불을 붙였지?”

바닥의 철판이 세 번 떨렸다. 무경은 검을 들어 소리를 들었다. 용접 자국과 같은 박자로, 누군가 안쪽에서 망치를 두드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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