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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의 강을 건너는 검객3화

철강의 강을 건너는 검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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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두 문파가 감춘 쇳물 사고

폐로의 굴뚝에서 불이 오르자 작업장 바닥이 따뜻해졌다. 장효란은 안쪽 제어실로 달려갔다. “누가 불을 넣었는지 몰라도, 냉각 수문을 열어야 해.”

도찬이 상자 옆의 밸브를 잡았다. “이걸 열면 수로로 뜨거운 물이 쏟아집니다. 운송선이 근처에 있어요.”

“불이 더 올라가면 용광로 압력이 배로 번져.”

“수문을 열면 다리가 끊어질 수도 있습니다.”

무경은 바닥판에 귀를 가까이 댔다. 철판의 떨림이 세 번 이어지고, 마지막이 길게 끌렸다. 어젯밤 들은 망치 신호와 같은 간격이었다. “누군가 안에서 수문을 막고 있어요.”

효란은 손전등과 쇠갈고리를 챙겼다. “내가 가겠다.”

“그 사람을 알아요?” 무경이 물었다.

“아니. 그래도 이 로의 밸브는 내가 만들었어.”

“그럼 같이 갑니다.”

도찬은 상자 속 검을 챙겨 들었다. “문파 제자들이 다시 올 겁니다.”

“그럼 그 사람들을 막아 주세요.”

“두 문파가 맞붙으면 여기 남은 사람들부터 다쳐요.”

“그걸 막을 사람이 당신이에요.”

무경은 열기 쪽으로 걸었다. 폐로의 내부는 어두웠고, 벽의 철제 난간은 손을 대기도 전에 뜨거웠다. 어깨 통증이 다시 올라왔다. 그녀는 검을 들지 않고 칼집에 넣은 채 이동했다. 효란이 앞서 길을 찾았고, 주성은 온도판을 들고 뒤따랐다.

제어실 문은 안쪽에서 잠겨 있었다. 세 번의 망치 소리가 문 너머에서 들렸다.

“누구 있어요?” 효란이 외쳤다.

“문 열지 마!”

목소리는 젊은 남자의 것이었다. 효란은 몸을 굳혔다. “현오야?”

“선생님, 돌아가세요. 문이 열리면 쇳물이 쏟아져요.”

무경은 문 아래의 틈을 봤다. 붉은 빛이 새고 있었다. “밸브를 반쯤 열어야 압력이 빠집니다.”

“그 밸브는 고장 났어. 억지로 돌리면 축이 부러져.”

“무슨 소리인지 여기서 확인할 수 있어요.”

“문을 열지 마.”

도찬이 뒤에서 말했다. “문파 제자가 분명합니다. 안에 누가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그 사람을 꺼내야 해요. 검을 들고 들어가면 안 됩니다.”

무경은 벽에 걸린 낡은 작업봉을 들었다. 봉의 끝은 쇠 부스러기가 붙어 있어 무게가 한쪽으로 쏠렸다. 그녀가 문 손잡이를 치자 금속이 길게 울렸다. 음이 약한 곳은 오른쪽 경첩이었다.

“여기 나사를 풀면 문을 비틀지 않고 열 수 있어요.”

효란은 쇠갈고리를 경첩 아래 끼웠다. 주성이 두 손으로 봉을 밀었다. 도찬은 문 앞에 쐐기를 박았다. 무경은 귀울림을 참으며 금속의 진동이 잦아드는 순간을 기다렸다.

“지금!”

문이 벌어졌다. 안쪽에서 열기가 밀려 나오며 사람들의 머리카락을 흔들었다. 한 청년이 밸브 앞에 웅크리고 있었다. 양손에 천을 감은 채 손잡이를 잡고 있었다. 효란이 다가가려 하자 그가 소리쳤다.

“선생님, 오지 마세요!”

“네가 밸브를 막았니?”

“제가 불을 올렸어요. 폐로를 다시 쓰면 모두 돌아올 줄 알았습니다.”

“누구를 돌아오게 하려고?”

“사고로 죽은 형이요. 그때 폐로가 멈추지 않았으면 형이 살았을지 모르잖아요.”

효란은 청년의 손을 보았다. “네 형은 사고로 죽은 게 아니야. 내가 밸브를 못 잠가서 죽었어.”

“그건 문주가 덮었잖아요.”

“맞아. 나도 덮었어. 네 형 이름이 기록에서 지워지게 뒀지.”

청년은 밸브를 더 세게 움켜쥐었다. “그럼 지금이라도 불을 더 올리면 돼요. 이곳이 다시 돌아가면 형이 여기서 일했다는 증거가 남아요.”

“불을 올리면 네가 죽을 수 있어.”

“형 이름을 되찾을 수 있다면 상관없어요.”

무경은 손을 내밀었다. “그 선택이 형의 이름을 돌려주진 않습니다. 지금은 살아 있는 당신 이름을 남길 수 있어요.”

“당신은 문파에서 쫓겨났잖아요. 명예 같은 걸 믿어요?”

“아니요. 그래서 명예 때문에 사람을 태우지 않겠다고 말하는 거예요.”

청년은 눈을 감았다. 뜨거운 밸브에서 김이 새어 나왔다. 무경은 검을 뽑지 않았다. 대신 손가락으로 밸브 축을 두드렸다. 울림이 두 갈래로 갈라졌다. 축이 한 번 더 돌면 빠질 수 있었다. 그녀는 칼집으로 손잡이 아래를 받쳐, 축이 비틀리지 않게 고정했다.

“효란 씨, 왼쪽 쐐기를 빼세요. 도찬 씨, 수문 아래 로프를 당겨 주세요.”

“그럼 냉각수가 바로 흐를 거야.” 효란이 말했다.

“모두가 안쪽에 있으면 위험해요. 현오 씨를 먼저 꺼내야 해요.”

도찬은 망설였다. “수문을 열면 배가 위험합니다.”

“그럼 선원들에게 지금 알리세요. 수문 앞을 비우고 배를 옮기라고요.”

도찬은 통신 호각을 불었다. 갑판에서 응답이 돌아왔다. 주성이 밸브 옆에서 현오의 팔을 잡았다. 청년은 놓지 않으려 했지만, 뜨거운 손잡이에 손바닥이 달라붙었다. 효란이 젖은 천을 대자 살이 떨어졌다. 현오는 비명을 참으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밸브 축이 한 번 더 튀며 손잡이가 반쯤 빠졌다. 쇠막대가 바닥을 굴러가고, 제어실 벽이 붉게 달아올랐다. 효란이 수문 레버를 붙잡으려 했지만 축이 걸리지 않았다.

“이대로면 밸브가 떨어져!”

무경은 자기 검을 뽑았다. 오래된 날은 균열 난 철판을 밀어내기에 너무 얇았다. 그녀는 손잡이 끝을 축 사이에 끼우고 어깨로 눌렀다. 금속이 비명을 지르며 휘었다. 칼날이 손잡이에서 반 치쯤 비틀렸다.

“검을 놓으면 안 돼!” 윤비가 문가에서 외쳤다.

“검보다 사람이 먼저야.”

무경은 두 다리로 버텼다. 열기가 천을 뚫고 어깨의 흉터를 달궜다. 손끝이 미끄러져 검이 빠질 뻔했지만, 도찬이 뒤에서 그녀의 팔을 받쳤다.

“수문을 여세요!”

효란이 레버를 끌어당겼다. 주성이 반대편 손잡이를 눌렀고, 물길이 열리며 압력계 바늘이 아래로 떨어졌다. 무경은 검을 빼냈다. 칼날 끝이 부러져 바닥에 떨어졌다.

그녀는 부러진 끝을 주워 손바닥에 쥐었다. 스승이 남긴 칼이 다시 상했다. 하지만 현오는 제어실 문턱을 넘어 살아 나왔고, 불길은 더 번지지 않았다.
“형이 했던 말을 기억하니?” 효란이 물었다.

“기억나요. 쇳물은 사람 이름을 안 가린다고 했어요.”

“그래. 그러니 우리가 이름을 기억해야 해.”

현오는 자기 형의 이름을 말했다. 배현수. 주성은 그 이름을 화물표 뒤에 적었다. 무경은 그 옆에 도찬, 효란, 현오의 이름도 나란히 기록했다. 그들은 사고를 하나의 실수로 묶지 않기로 했다. 듣고도 출항을 택한 사람, 닫지 못한 밸브를 만든 사람, 기록을 확인한 사람의 이름을 모두 남기기로 했다.

효란은 수문을 열었다. 냉각수가 옆 수로로 쏟아졌지만, 운송선은 이미 반대편 부두로 옮겨져 있었다. 쇳물은 굳기 시작했고, 압력계의 바늘은 천천히 내려왔다. 폐로의 불길이 낮아지자 벽이 한 번 크게 울렸다.

그때 백로검문과 적련문의 무인들이 작업장으로 들어왔다. 윤비가 먼저 현오의 손을 봤다. 도찬의 상관인 고문호는 밸브와 검을 훑었다.

“문파 재산을 무단으로 사용했군.” 문호가 말했다.

“폐로를 다시 가동한 건 문파가 아닙니다.” 무경이 답했다.

“증거가 있나?”

주성이 화물표를 내밀었다. “여기 기록이 있습니다. 밸브 신호는 출항 전에 울렸고, 도찬 호위장은 들었지만 늦게 잠갔습니다. 저도 불량철을 실은 걸 알게 된 뒤에야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도찬은 그 옆에 자기 이름을 적었다. “제가 확인하고 늦게 조치했습니다.”

효란은 작업장 기록을 펼쳤다. “밸브는 내가 만들었어요. 압력시험을 건너뛰었습니다. 그 책임도 제 이름으로 남기겠습니다.”

윤비는 무경의 검에 남은 용접 자국을 보았다. “문주님은 이걸 보면 네가 만든 증거라고 할 거야.”

“그럼 장인이 직접 검사하게 하세요.”

“파문을 거둘 수는 없어.”

“파문을 돌려 달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무경은 검을 작업대 위에 눕혔다. 상자에서 나온 검과 같은 용접선이 나란히 보였다. 효란은 두 검날을 살폈다. 방향이 서로 반대였고, 한 번에 붙인 흔적이 아니라 두 번 수리한 자국이었다.

“이건 한 사람의 솜씨가 아니야.” 효란이 말했다. “사고 뒤에 누군가 내 검을 다시 고쳤어.”

문호가 검을 가져가려 했지만, 작업장 사람들은 먼저 검 주위에 섰다. 누구도 칼을 들지 않았다. 주성은 공수의 증언과 배현수의 이름을 읽었다. 현오는 고개를 숙인 채 자기 손에 붕대를 감았다.

“오늘은 가져가지 않겠습니다.” 윤비가 말했다. “폐로 사고 재심을 열도록 문주님께 말하겠습니다.”

“믿어도 되나?” 도찬이 물었다.

“아니요. 그래서 사람들 앞에서 약속했습니다.”

폐로의 불이 완전히 꺼진 뒤, 무경은 다친 어깨를 감싸 쥐었다. 그녀는 재심이 시작돼도 스승이 돌아오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도 처음으로 문파 이름이 아니라 사람 이름을 들고 폐로 밖으로 나왔다.

효란은 무경이 손에 쥔 부러진 칼끝을 받아 작업대에 눕혔다. “검날은 망가져도 용접 흔적은 남아. 누가 수리했는지 이제는 감출 수 없겠어.” 무경은 부러진 칼끝을 그녀에게 맡겼다.\n\n부두에서 주성이 상자 바닥을 두드렸다. 속에서 작은 소리가 되돌아왔다.

“여기 아래에 뭔가 더 있어요.”

무경은 귀를 기울였다. 세 번의 짧은 용접선과 같은 박자였다. 강철판 아래, 폐로에서 꺼내지 못한 두 번째 시험편이 응답하고 있었다. 부러진 검끝도 작업대 위에서 같은 박자로 떨렸다. 효란은 그 소리를 듣고 작업대에 손을 얹었다. 이번에는 아무도 귀를 막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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