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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빛 강의 난3화

먹빛 강의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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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먹으로 남은 곡식

관아 앞마당에 주민들이 모였다. 순임은 쌀자루 하나를 수레에 실어 가져왔고, 연담과 두 서리는 장부 원본을 들고 나왔다. 박수찬은 사람들 앞에서 그 자루가 도둑질의 증거라고 말했다. 순임은 자신이 가져간 사실을 인정하되, 굶주린 이들이 먹은 몫을 돌려줄 수는 없다고 했다.

“그럼 나머지 곡식은 어디 있소?” 한 농부가 물었다.

박수찬은 강물에 빠져 썩었을 거라고 답했다. 복례가 그 말을 듣고 나섰다. 그녀는 수중 창고에서 인장이 찍힌 자루를 봤다고 증언했다. 강바닥에 곡식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는 세지 못했고, 물때가 나빠 더 들어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연담은 장부의 수량 수정과 운항표를 나란히 펼쳤다. 숫자가 늘어난 날에는 실제 배가 출항하지 않았다. 자루가 움직인 시간은 장부와 다른 기록에 남아 있었다. 그 차이는 관아의 서리만 읽을 수 있었지만, 주민들은 날짜와 배 이름을 들으며 자신이 본 일을 보탰다.

박수찬은 장부가 위조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연담이 숫자를 베껴 쓴 적이 있다는 점을 들어 신뢰할 수 없다고 했다. 연담은 자신이 허위 장부를 옮겼음을 인정했다. 그 기록은 자신의 손으로 남겼고, 그 책임에서 도망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네가 만든 장부로 나를 고발하는 셈이냐?”

“아니요. 주민들이 본 곡식과 복례가 운항한 배, 두 서리가 확인한 먹의 흔적을 함께 보이고 있습니다.”

연담의 스승은 숫자가 바뀐 자리를 주민들에게 보여 줬다. 수정한 먹은 원본의 다른 부분보다 색이 짙고, 종이 뒤쪽까지 번져 있었다. 장부를 만든 뒤에 덧쓴 흔적이었다. 스승은 자신이 이전에 그 차이를 보고도 보고하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관아의 아전들은 박수찬을 둘러쌌다. 그는 자신이 상단의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상단의 장부와 맞추면 곡식의 행방을 알 수 있을 거라 했다. 하지만 상단의 기록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박수찬은 창고 열쇠를 내놓지 않고 버텼다.

순임은 그에게 다가가 아이들이 굶은 날짜를 물었다. 박수찬은 구체적인 날짜를 기억하지 못했다. 그는 숫자와 창고만 관리했을 뿐, 누가 배급에서 빠졌는지 몰랐다고 했다. 순임은 그 말을 듣고 더 화를 냈다.

“내 아이 이름은 몰라도, 그날 곡식이 몇 섬 줄었는지는 알았겠지.”

그 말에 마당이 조용해졌다. 박수찬은 자신의 아들이 흉년 첫 달에 병들어 죽었다고 밝혔다. 관아의 곡식을 빼돌리면 집안은 살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는 일부를 상단에 팔아 치료비를 마련했고, 나머지는 전쟁 뒤 곡값이 오를 때 팔려고 강바닥에 숨겼다.

그 고백은 그를 용서할 이유가 되지 않았다. 그는 주민들에게 사죄하지 않았다. 다만 창고 위치와 자루 수량을 밝히기로 했다. 그는 수중 창고가 오래된 곡식창고와 침몰선 사이에 있으며, 수레에 실어 나른 기록은 별도로 보관했다고 했다.

복례는 그 운항 기록이 있는 곳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예전에 상단 배를 정박시킨 작은 갈대 포구를 가리켰다. 그곳은 수위가 낮아질 때만 들어갈 수 있었다. 관아 사람들은 바로 출발하려 했지만, 복례는 강물이 차오르기 전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순임은 먼저 배급을 시작하자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남은 곡식이 실제로 있는지 확인한 뒤 나눠야 한다고 맞섰다. 연담은 수중 창고의 자루를 전부 건질 때까지 기다리면 더 많은 사람이 굶는다고 말했다. 그들은 구조한 첫 자루 중 일부를 즉시 배급하고, 남은 양을 목록에 적기로 했다.

박수찬은 곡식을 나눠 주기 전에 관아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주민들은 자루 앞에 서서 그가 열쇠를 내놓을 때까지 기다렸다. 그는 마침내 허리춤에서 열쇠를 꺼냈다. 손이 떨렸다. 순임은 열쇠를 받았지만, 창고 문을 혼자 열지 않았다. 주민 대표와 함께 들어갔다.

창고에는 장부보다 적은 양의 곡식이 있었다. 기록된 수량 중 일부는 이미 팔렸거나 상해 먹을 수 없었다. 그들은 자루의 인장을 확인하고, 먹을 수 있는 곡식과 썩은 곡식을 나눴다. 배급량은 가족 수와 노약자 수를 기준으로 정했다. 누구도 자신의 몫을 독점하지 못하도록 각자 수령을 확인했다.

연담은 장부의 원본과 사본을 두 서리에게 나눠 맡겼다. 그는 자신이 베낀 허위 기록을 따로 봉인해 공개했다. 그 글씨는 박수찬의 수량 조작을 그대로 옮겼지만, 그가 미리 알아차리지 못한 책임도 함께 보여 줬다.

마을 사람들은 그를 관아에서 내쫓으라고 요구했다. 다른 사람들은 그가 기록을 공개한 만큼, 창고 위치를 밝히는 증인으로 남겨야 한다고 했다. 순임은 어느 쪽도 대신 결정하지 않겠다고 했다. 박수찬은 관아에서 조사받되, 곡식 분배를 마칠 때까지 마을에 남겠다고 했다.

저녁 무렵 복례의 배는 갈대 포구로 향했다. 물이 빠지며 포구 바닥에서 밧줄 홈이 드러났다. 그들은 밧줄을 따라 낡은 운항표 상자를 찾았다. 상자는 젖어 있었지만, 날짜와 배 이름은 읽을 수 있었다.

마지막 장에는 상단이 빼돌린 곡식의 일부를 다른 마을에 보냈다는 기록이 있었다. 그 곡식은 수중 창고의 자루 수와 맞지 않았다. 누군가 또 다른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곡식을 가져갔을 수도, 수탈을 이어 가기 위해 옮겼을 수도 있었다.

연담은 숫자를 세기 전에 그 마을의 이름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순임은 남은 곡식만으로 이 고을의 겨울을 버틸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복례는 다시 배를 띄우자고 했다. 그들은 다음 창고로 갈지, 관아에 남아 장부를 공개할지 선택해야 했다.

박수찬은 다음 마을을 알고 있었다. 그는 거기에도 자신의 이름이 남아 있다고 털어놨다.

연담은 그를 배에 태울지 결정하기 전에, 그 마을 주민에게 먼저 소식을 보내기로 했다. 이번에는 장부가 사람보다 앞서지 않도록.

그날 밤 박수찬은 관아 구금방에 갇히지 않았다. 주민들은 도망치지 못하도록 문을 지키되, 그를 모욕하거나 때리지 않기로 했다. 그의 고백을 확인하려면 다음 마을과 운항표가 필요했다. 순임은 남편을 잃은 뒤 분노만으로 버텨 왔지만, 이번에는 아이들이 곡식을 먹은 뒤에야 분노를 말할 수 있었다.

“그가 죄를 인정했다고 우리가 굶은 날이 없어지는 건 아니에요.”

“맞습니다.” 연담이 말했다.

“그럼 그 사람이 필요한 동안만 살려 두는 것도 싫어요. 조사에 필요한 사람이 아니라, 자기 입으로 책임을 말하게 해야 해요.”

순임은 박수찬에게 자신이 빼돌린 곡식이 어느 집으로 갔는지 함께 확인하라고 했다. 그는 바로 동의하지 않았다. 그 집에 사는 사람들은 자신이 돈을 받고 곡식을 샀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 사실을 알리면 그들도 수탈에 가담한 사람으로 몰릴 수 있었다.

복례는 배를 띄우기 전, 다음 마을에 먼저 쪽지를 보내자고 했다. 수중 창고의 곡식이 그곳에도 도착했는지, 주민들이 공개를 원하는지 물을 수 있었다. 연담은 종이에 장부 숫자를 적지 않고, 관아의 기록이 틀렸다는 사실과 확인을 위해 배가 간다는 내용만 썼다.

쪽지를 전달할 사람으로 복례의 아들이 나섰다. 그는 배의 일을 더 이상 모른 척하고 싶지 않았다. 복례는 아이를 보내면 위험할 수 있다며 반대했다. 아들은 자신이 정한 길로 갈 수 있다고 했고, 성인 뱃사공과 함께 가겠다고 했다. 복례는 그의 결정을 듣고, 돌아올 시간과 신호를 정했다.

연담은 수중 창고에서 남은 곡식 자루를 더 올렸다. 이번에는 마을 대표들이 함께 들어가 자루의 수와 인장을 확인했다. 썩은 자루는 강바닥에 남겨 두고, 먹을 수 있는 곡식만 나눴다. 주민들이 직접 자루를 들었기 때문에 누구도 수량을 바꿔 말할 수 없었다.

관아의 스승은 연담이 허위 장부를 베껴 썼다는 기록을 공개했다. 그는 제자가 허위 숫자를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장부를 급히 옮긴 일도 인정했다. 두 사람은 각각 자신의 이름을 남겼다. 주민들은 그들을 믿지 않았지만, 이제는 문서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함께 배울 수 있었다.

복례는 아들과 배를 운항하며 장부에 배 이름과 물때를 적었다. 연담은 그 기록을 베끼지 않고, 복례가 직접 확인한 대로 쓰도록 했다. 순임은 배급이 끝난 뒤 받은 곡식과 가족 수를 적었다. 그녀는 글씨를 잘 쓰지 못해 연담에게 대신 써 달라고 했지만, 내용을 읽어 주고 맞는지 확인했다.

마을 사람들은 먹을 곡식이 얼마나 남았는지 알게 되었다. 모두의 배를 채우기엔 모자랐지만, 누구에게 먼저 나눌지는 함께 결정했다. 노인과 아이, 병든 사람은 우선 배급을 받았고, 어른들은 죽의 양을 줄였다. 순임은 자신의 몫을 다시 받았다. 이번에는 자신을 굶기는 일이 공정함이라고 착각하지 않았다.

운항표 상자에서 나온 마지막 종이에는 상단의 표식이 없었다. 글씨는 연담의 것과 닮았지만, 날짜를 적는 습관은 달랐다. 누군가 그의 기록을 흉내 내어 다른 마을의 곡식까지 장부에 끼워 넣었다. 이 종이가 진짜라면 곡식 일부는 이미 다른 지역으로 옮겨졌다.

박수찬은 종이를 보고 자신이 알지 못하는 배라고 했다. 순임은 그가 다시 거짓말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다음 마을에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담은 그를 강제로 태우지 않고, 주민 대표에게 동행을 요청했다. 박수찬은 자신이 그 마을에 빚진 사람이 있다며 가겠다고 했다.

배가 떠나기 전, 마을 사람들은 연담에게 장부 원본을 맡기지 않았다. 각 집에서 본 숫자를 나눠 적고, 원본은 관아와 마을 양쪽에 보관했다. 누구 하나가 사라져도 기록 전체가 없어지지 않게 한 것이었다.

복례는 노를 젓고, 순임은 자루를 세었다. 연담은 장부를 품에 넣지 않고 펼쳐 놓았다. 강바람에 종이가 날아가지 않도록 세 사람이 각 모서리를 눌렀다.

멀리서 다음 마을의 봉화가 올랐다. 불빛은 한 번만 타올랐다가 꺼졌다. 위험인지 환영인지 알 수 없었다. 배 안의 사람들은 각자의 해석을 말했다. 이번에는 누구도 그 신호를 하나의 정답으로 기록하지 않았다.

연담은 빈 줄에 ‘확인하러 감’이라고 적었다. 그 줄은 수탈의 숫자도, 반란의 선언도 아니었다. 살아 있는 사람들이 다음 마을에 가서 물어볼 질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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