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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빛 강의 난1화

먹빛 강의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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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사라진 열두 섬

연담은 세곡 장부의 숫자를 베끼다 붓끝을 멈췄다. 창고에 들어온 쌀은 백 섬인데, 관아에서 배에 실었다고 적은 양은 백열두 섬이었다. 반대로 출항 기록에는 아흔여덟 섬만 남아 있었다. 열두 섬은 어느 문서에도 정확히 나타나지 않았다.

그는 원본 장부의 먹을 말린 뒤, 한 줄을 다시 읽었다. 숫자 ‘백’의 앞에 작은 획이 덧그려져 있었다. 오래된 표식처럼 보였지만, 획은 아직 번들거렸다. 누군가 수량을 고친 것이다.

“무엇을 찾느냐?” 아전 박수찬이 뒤에서 물었다.

연담은 붓을 내려놓았다. “장부 세 권의 수량이 맞지 않습니다.”

“배가 출항하기 전에 다시 실었겠지.”

“그렇다면 운항표에 기록이 있어야 합니다.”

박수찬은 원본을 덮었다. “네가 베낀 장부만 맞으면 된다. 네 몫은 기록을 옮기는 일이지, 관아를 조사하는 일이 아니다.”

연담은 그 말을 받아들였다. 그는 이미 흉년 초기에 곡식 수량이 늘어난 장부를 그대로 베껴 쓴 적이 있었다. 그때는 관아의 명령을 따랐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손이 허위 숫자를 사람들에게 전달했다는 사실을 외면해 왔다.

관아 밖에서는 사람들이 죽을 배급받으려 줄을 서 있었다. 순임은 빈 바가지를 들고 아이 둘과 함께 기다렸다. 그녀는 오늘 받을 몫이 줄었다는 소식을 듣고, 줄에서 빠져 나와 연담에게 다가왔다.

“장부에는 곡식이 남았다는데, 왜 우리 몫은 줄었소?”

연담은 모른다고 답했다. 순임은 그를 비웃었다. “글을 읽는 사람이 모르면 누가 안다고?”

그녀는 동전 대신 고구마 한 개를 내밀었다. 장부를 보여 달라는 뜻은 아니었다. 그저 아이들이 하루를 버틸 먹을거리를 구하려 했다. 연담은 고구마를 받지 않았다. 그는 장부를 고치는 대신, 우선 배급소의 수량을 직접 세어 보겠다고 약속했다.

창고에는 쌀자루가 줄어 있었다. 박수찬은 배에 실린 수량이 맞다고 주장했지만, 자루 밑에 쌀겨와 빈 껍질만 남아 있었다. 연담은 창고 문 앞의 수레 자국을 확인했다. 바퀴 자국은 나루 쪽으로 이어지다가 강둑에서 끊겼다.

그때 뱃사공 복례가 물동이를 들고 지나갔다. 그녀는 장부를 보자마자 손이 멈췄다. 연담은 창고에서 나루까지 이어진 자국을 물었다. 복례는 배를 운항한 건 맞지만, 지난달 기록에 없는 짐을 실어 나른 적은 없다고 했다.

“그럼 수레가 어디로 갔습니까?”

“강둑 아래 길이 있어요. 물이 빠지면 드러나는 옛 길.”

복례는 말을 하고 나서 입을 다물었다. 그 길을 알려 주면 자신도 곡식을 옮겼다는 사실이 드러날 수 있었다. 그녀는 아들을 먹이려고 몇 번 쌀자루를 운반했지만, 어느 자루가 세곡인지 몰랐다고 했다.

연담은 그녀에게 책임을 묻지 않았다. 대신 배에 실린 짐의 날짜와 무게를 기억하는지 물었다. 복례는 상단의 수레가 자정 무렵 세 번 왔고, 매번 배가 강 한가운데서 잠시 멈췄다고 했다. 그 시간에는 물살이 약해져 배가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순임은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관아가 쌀을 숨긴 곳을 찾아내겠다고 했다. 연담은 그녀를 막았다. “불을 지르거나 사람을 치면 장부는 없어집니다.”

“그럼 굶어 죽으라는 말이오?”

“그런 말이 아닙니다. 증거를 먼저 찾고, 곡식을 가져올 길을 찾아야 합니다.”

순임은 장부가 사람보다 먼저라는 그의 말에 화를 냈다. 연담은 문서가 안전한 곳에 있다고 믿었지만, 순임의 집에는 아이들이 굶고 있었다. 그는 복례의 배를 빌려 강둑 아래 길을 확인하겠다고 했다.

강물은 탁하고 깊었다. 복례는 물때가 바뀔 때까지 기다렸다. 연담은 그 사이 장부 사본을 만들고, 원본의 숫자 수정과 배의 출항 수량을 따로 적었다. 복례는 사본을 들고 나루에 서는 것만으로 자신이 잡힐 수 있다고 걱정했다.

“내가 당신 이름을 쓰지 않겠습니다.”

“그럼 배가 없었던 것처럼 되는군요.”

그녀는 배 운항 사실은 기록하되, 자신이 운반한 짐의 내용은 확인 전까지 비워 두라고 했다. 연담은 그 말을 받아 적었다. 기록의 빈칸은 그 사람을 감추는 방법일 수도, 나중에 책임을 피하는 구실일 수도 있었다.

강물이 낮아지자 복례는 작은 배를 옛 길로 밀었다. 물가 돌에는 닻을 걸었던 홈이 여러 개 남아 있었다. 강바닥 아래에는 무너진 창고 지붕이 보였다. 연담은 수면에 뜬 쌀겨를 걷어 작은 그릇에 담았다.

“저기 쌀이 남아 있어요.” 복례가 말했다.

그들은 잠수하기 전에 길이 무너지지 않는지 막대기로 확인했다. 창고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었지만, 바깥 틈 사이로 자루의 모서리가 보였다. 자루에는 관아의 인장이 찍혀 있었다. 연담은 수량을 세려 하지 않았다. 자루를 건드리면 물이 더 빠르게 들어올 수 있었다.

수면 위로 돌아오자 나루에서 순임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창고의 위치를 보고 당장 곡식을 꺼내자고 했다. 복례는 물살이 바뀌기 전에는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연담은 누구도 혼자 잠수하지 않기로 하고, 다음 물때에 함께 장비를 마련하자고 했다.

순임은 빈 그릇을 내려다봤다. “아이들한테는 다음 물때가 너무 늦을 수도 있어요.”

연담은 배급소에서 곡식을 덜어 줄 수 있는지 알아보겠다고 했다. 그 약속은 관아의 눈을 끌 수도 있었다. 박수찬이 이미 그를 보고 있었다. 그는 강둑에서 세 사람을 지켜보다 돌아갔다.

그날 밤, 연담은 자신이 베껴 쓴 장부를 태우지 않고 작은 상자에 넣었다. 그 숫자들은 허위였지만 자신이 쓴 기록이었다. 그는 다음 날 공개할지 아직 정하지 못했다. 자신이 서리로 살아남으려면 침묵해야 하고, 주민에게 곡식을 돌려주려면 장부를 드러내야 했다.

새벽에 복례가 관아 문 앞에 찾아왔다. 그녀의 배 밑에는 물에 젖은 쌀자루 한 개가 묶여 있었다. 자루의 인장은 온전했지만, 입구에는 다른 상단의 실이 감겨 있었다.

“강바닥 창고에 누가 먼저 들어갔어요.”

자루 안에는 쌀 대신 돌과 한 장의 운항표가 들어 있었다. 출항 날짜마다 같은 시간에 배가 멈춰 있었다. 마지막 줄에는 연담이 베껴 쓴 장부의 숫자가 적혀 있었다.

누군가 그의 글씨를 흉내 내고 있었다.

연담은 운항표의 필체를 알아보려 했지만, 숫자는 자신이 쓴 글씨와 같았다. 누군가 장부를 베껴 운항표에 옮겼다면 관아 안의 사람이거나, 그의 사본을 본 사람이었다. 그는 누구의 손을 거쳤는지 기억하려고 지난 열흘 동안 만진 종이를 떠올렸다.

박수찬은 강둑에 다녀온 사실을 물었다. 연담은 강에 빠진 자루를 발견했다고 답했다. 거짓말은 아니었지만, 수중 창고를 봤다는 말은 숨겼다. 박수찬은 자루 안에 무엇이 있었는지 캐묻지 않았다. 대신 운항표를 빼앗으려 했다.

“그건 관아의 문서입니다.”

“누가 적었는지 모르는 종이요. 관아의 물건이라면 내가 보관해야지.”

연담은 운항표를 내놓는 대신 복례에게 먼저 보여 줬다. 그녀는 배가 멈춘 날짜와 물때가 맞지 않는 걸 알아차렸다. 한 번은 썰물이었고, 기록된 시간에 배는 강 가운데에 머물 수 없었다. 누군가 실제 배 운행이 아니라 장부 수량을 조작한 날짜에 맞춰 운항표를 만들었다.

복례는 그 사실을 확인하려면 자기 배의 밑판을 살펴야 한다고 했다. 배 밑에 자루를 잠깐 묶어 두면 물 위에서 보이지 않게 운반할 수 있었다. 그녀는 예전에 누군가 배 아래를 확인해 달라고 부탁한 일을 떠올렸다. 그때는 그저 침수 방지용 밧줄이라고 생각했다.

순임은 자루를 들고 관아에 들어가 곡식을 요구하겠다고 했다. 연담은 그녀에게 먼저 아이들 밥을 챙길 수 있는 만큼만 배급소에서 요청하자고 제안했다. 순임은 관아가 줄 곡식이 없다고 할 거라 믿었다. 그녀는 직접 배급 수량을 세고, 장부에 적힌 양과 맞는지 확인하겠다고 했다.

“내가 곡식을 훔쳤다면 나도 죄인이에요.” 순임이 말했다. “하지만 굶주린 아이들이 죄를 지은 건 아니죠.”

연담은 그녀가 관아의 곡식을 몰래 가져간 사실을 장부에 기록할지 물었다. 순임은 자신의 이름을 남겨도 좋다고 했다. 대신 같이 움직인 다른 주민의 이름은 허락 없이 쓰지 말라고 했다. 그는 동의했고, 도난한 양은 확인 전까지 비워 두었다.

세 사람은 배급소로 갔다. 창고지기는 세곡이 모두 운송됐다고 했지만, 순임은 자루 무게가 어제보다 줄었다고 말했다. 연담은 배급량과 남은 자루를 눈앞에서 다시 셌다. 숫자는 관아 장부보다 열두 섬 적었다. 이 차이는 수중 창고에서 발견한 수량과 비슷했다.

창고지기는 박수찬을 불러오겠다고 위협했다. 순임은 물러서지 않았다. “불러요. 다만 지금 여기 있는 사람들이 모두 숫자를 셌습니다.”

그 말에 줄을 선 사람들이 각자 자루의 수량을 말하기 시작했다. 창고지기는 혼자서 숫자를 바꿀 수 없게 되었다. 연담은 처음으로 장부를 사람들 앞에서 펼쳤다. 그는 자신이 허위 수량을 베껴 썼다고 인정하고, 그 기록을 수정할 방법을 찾겠다고 약속했다.

사람들은 그를 믿지 않았다. 한 농부는 그의 멱살을 잡았다. 연담은 그 손을 떼어 내지 않았다. “저는 잘못된 기록을 옮겼습니다. 그 책임을 장부에서 지우지 않겠습니다.”

복례는 그날 밤 배를 내어 주기로 했다. 단, 강바닥 창고 안으로 들어가면 자루를 무리하게 건드리지 않고, 위험하면 돌아온다고 약속하게 했다. 순임은 배에 함께 타겠다고 했다. 연담은 그녀에게 싸움을 위한 무기가 아니라, 곡식을 확인하고 나눌 그릇을 가져오라고 부탁했다.

밤이 깊어지자 나루에 모인 사람들은 출발을 막지 않았다. 그들은 관아에 신고할 수도 있었지만, 일부는 아이들을 배급소에서 기다리게 했다. 연담은 자신이 떠나 있는 동안 누가 장부를 지킬지 물었다. 마을의 노인 한 명이 원본을 맡겠다고 했다. 그는 숫자를 읽지 못하지만 종이를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배가 출발하기 전, 복례는 노를 젓다가 강물에 반사된 횃불을 봤다. 관아 쪽이 아니라 상류에서 다가오고 있었다. 배를 돌리기엔 좁은 물길이었다. 그들은 아직 누구의 배인지 알지 못했다.

노인은 연담에게 상자를 맡겨 달라고 했다. 연담은 장부 사본을 상자에 넣고, 원본은 마을 사람들과 함께 남겨 두었다. 이제 어떤 증거도 한 사람의 손에만 있지 않았다.

횃불이 가까워지자 배 밑에서 자루 하나가 강물에 부딪혔다. 복례가 줄을 당겨 올리자, 자루 안쪽에서 작은 나무판이 나왔다. 거기에는 수중 창고의 위치와 함께 ‘다음 배는 새벽에 온다’고 적혀 있었다.

그들은 곡식을 찾으러 가는 것만이 아니었다. 누군가 다음 운송을 준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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